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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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6층 (1)
[자연의 신이라고?] [네! 이번에 사도의 시련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권능 스킬을 얻었어요.] [그래? 으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자연의 신 그 양반이랑 사이가 좀 껄끄러워서.]* * *
키리키리와 헤어져 16층 대기실에 입장하자마자, 새로 얻은 천변기의 성능을 시험해 보았다.
확실히 강도는 이전 장비에 비해 훨씬 단단했다.
무게는 느껴지는 대로 묵직했고.
간단한 성능 테스트 이후, 천변기가 가지고 있는 형태를 알아내기 시작했다.
천 가지의 형태 모두를 전투 중 활용하기는 힘들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몇 가지 정도가 될 것이고, 상황에 따라 한두 종류가 추가되겠지.
키리키리의 들판에서 만들어 보았던 장도의 형태를 떠올리자, 바로 천변기가 장도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한 번 형태를 만들고 기억해 둔다면, 다음부터는 머릿속으로 슬쩍 떠올리기만 해도 원하는 대로 변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마력은 조금 불어넣어야 했다.
즐겨찾기 기능도 있다니, 최고다.
우선은 방패의 형태를 찾았다.
천변기가 가진 천 가지의 형태 중 방패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다양한 방패 형태가 존재했다.
주로 쓰게 될 방패의 형태는 두 가지 정도였다.
우선은 비교적 작은 라운드 실드.
내게 가장 익숙하게 느껴지는 형태이다.
다음은 역삼각형의 히터 실드였다.
뭉툭한 모서리가 유난히 튀어나온 모양새로 제작되어, 방패 끝으로 적을 내려찍는 등의 공격에 효과적일 것 같다.
인간이 쓰던 무기는 아닌 것 같다.
역사책이나 도감에 등장하기보다는 게임 아이템으로 등장할 것 같은 디자인이었다.
사실 천변기 자체의 무게가 상당하기에, 평범한 인간은 제대로 들고 휘두르지도 못할 것이다.
애초에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봐야겠지.
…아니다. 아이템 설명에서는 분명 천변기의 전 소유주 캉투스에게는 반인반룡이라는 설이 있다고 했었다.
설명을 보아 캉투스가 인간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다른 세계의 인간이라는 건가?
다른 차원, 다른 행성의 인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
이와 관련된 정보를 키리키리에게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정보는 매우, 매우 비싸다.
이디의 정보를 알아보면서 그 높은 값어치에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차라리 신들에 대한 정보가 더 가볍게 느껴질 정도였다.
잡생각은 잠시 미뤄 두고, 천변기의 테스트에 다시 집중했다.
방패 다음은 무기다.
처음으로 형태를 잡아본 무기는 물론 글라디우스였다.
내게 가장 익숙한 무기.
방패와 단병의 조합 자체가 워낙 강력하고, 내게도 잘 맞는 편이었기에 어지간해선 이 조합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글라디우스와 비슷한 형태의 단검은 정말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다.
폭이 조금 더 넓고, 좁거나, 길이가 조금 다르거나, 폼멜의 크기가 다르거나, 하다못해 디자인 장식만 조금씩 다른 형태까지.
비슷한 형태의 단검 종류만 열 몇 가지가 넘어가는 것 같다.
그중 이전에 쓰던 글라디우스와 비슷한 길이에 별 장식 없이 무난한 형태를 골라, 그 형태를 잘 기억해 두었다.
그다음으로는 천변기를 장도와 직검의 형태로 만들어 보았다.
장도는 방패와 함께 쓸 수 있는 휘두르기 용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보병이 쓰던 무기라기보다는 마상도에 가까운 형태. 이전까지 쓰고 있던 야만 용사의 외날 검과 비슷했다.
직검은 쓰임새와 무관하게 그냥 만들어 보았다.
사실 직검의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으나, 그래도 직검 형태의 디자인들이 대체로 멋있었기에 한 가지 형태를 기억해 두었다.
다음으로는 창이었다.
이디에게 정식으로 배우기도 하였고, 방패와의 조합도 강력했다.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창을 만들었다.
곧게 뻗었고, 별다른 장식도 없었다.
천변기의 특성상, 창대까지 통짜로 금속이었기에 창대가 휘는 특성이 없었고, 무게가 상당했다.
무게 자체는 긴 창도, 짧은 글라디우스도 동일한 중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길이가 길다 보니 더 무겁게 느껴졌다.
물론 내 근력으로는 한 손으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휘두를 수 있었다.
기본적인 창 다음으로 찾아낸 형태는 할버드였다.
다양한 종류의 복합 대형 날을 가진 창들, 폴암류의 무기를 구경하다가 찾아내었다.
할버드는 휘둘러 베는 도끼날, 정면으로 찌르는 창날이 있고, 상대를 걸어 당길 수 있는 부리까지, 다양한 공격 방법을 갖춘 무기이다.
그 사용법을 완전히 숙달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멋있어 보이니 되었다.
마지막은 둔기였다.
튜토리얼 스테이지를 공략하면서, 둔기형 무기가 필요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둔기는 단단한 갑옷이나 뼈를 가진 괴물들을 상대로 아주 효과적이다.
특히 해골 병사를 상대해야 했던 6층에서는, 왜 미리 둔기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혹은 왜 시작 무기로 둔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많이 했었다.
그 이후로 스테이지를 쉽게 쉽게 통과하면서 무기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아 미뤄 두다 이제야 둔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둔기는 메이스 형태와 망치 형태, 두 가지를 기억해 두었다.
여러 형태의 무기들을 허공에 휘두르며 연습하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17회 차, 17일. 8시 10분]이제 식사를 하고, 스테이지로 나가 볼 시간이다.
무기는 스테이지를 공략하며 익숙해져도 늦지 않다.
간단한 머핀과 우유를 먹으면서 커뮤니티를 구경했다.
별 내용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나 보내 볼까?
박정아에게는 키리키리의 들판에서 이미 메시지를 한 번 보냈다.
무엇보다 그녀는 지금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이다. 바쁜 사람에게 너무 자주 연락하면 폐가 되겠지.
박정아에게는 나중에 연락해 보자.
[모험의 신이 당신을 기특하게 바라봅니다.]…슬슬 짜증 나는데.
적당히 좀 지켜보시죠, 아저씨.
나를 지켜보며 붉게 상기된 얼굴로 아저씨가 하악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모험의 신이 아저씨라는 증거는 없지만.
[모험의 신이 당신의 말에 크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모험의 신이 토라집니다.]토라지든 말든 상관없다.
모험의 신이 삐지는 게 처음도 아니고.
아, 토라지면 나를 좀 덜 훔쳐보려나? 오히려 잘된 일이네.
[모험의 신이 크게 섭섭해합니다.] [모험의 신이 크게 섭섭해합니다.] [모험의 신이 크게 섭섭해합니다!]이런. 토라진다고 나를 안 지켜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모험의 신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며 머핀을 뜯어 먹다가 이형진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답장은 없었다.
얼마 전 4층 보스룸에 진입했다더니, 바쁜 모양이다.
4층 보스룸도 상당히 빡셀 텐데, 잘해 내려나 모르겠다.
물론 그 테마의 특성상, 작정하고 숨어서 도망 다니면 죽을 일은 없는 보스룸이긴 하다.
남은 머핀을 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을 허리춤에 쓱쓱 문대어 닦아 내고, 포탈 위에 올라섰다.
익숙한 풍경의 모닥불방을 지나, 스테이지로 향하는 포탈을 사용했다.
[16층 스테이지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쾅! 콰앙-!
스테이지에 진입하자마자 굉음이 울리며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춰 균형을 다잡았다.
어둡다.
마력을 퍼트려 주위를 살폈다.
밀폐된 공간이다.
방금 전, 굉음이 울리며 지반이 흔들렸을 때, 천장이 무너져 출구가 무너진 모양이다.
벽, 천장, 바닥의 재질은 모두 석재.
이 공간에 갇힌 건가?
이곳에는 나 말고도 5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마력을 더 퍼뜨리려던 찰나, 긴 내용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16층 관문이 시작됩니다.]설명: 십 년 전, 어판 대륙 서쪽, 이름 없는 던전이 발견된 이후 수많은 모험가가 던전을 찾았습니다.
던전에서 누군가는 보석을, 누군가는 희귀한 마나초를, 누군가는 장애를, 누군가는 죽음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단조롭게 반복되던 던전의 일상이었습니다.
반년 전, 전 대륙의 신전에 동일한 내용의 신탁이 내려졌습니다.
신탁의 내용은 어판 대륙 서쪽의 던전에 아주 귀한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신탁이었습니다.
수많은 세력들이 신탁이 점지한 보물을 탐내었고, 곧 탐사대를 파견하였습니다.
신전의 성기사단이, 길드의 모험가들과 용병들이, 왕국의 기사들이, 마탑의 마법사들이 던전의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1년여에 걸친 합동 조사 끝에, 그들은 던전의 심처로 향하는 숨겨진 좁은 통로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통로를 발견하자마자, 그들의 협동은 끝이 났습니다.
각 조직은 자신들의 최고수들을 좁은 통로 안으로 파견했습니다.
그들 모두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조급하게 던전 통로를 탐사하던 탐색자들은 던전의 심처에서 잠들어 있는 던전의 로드, 도플갱어와 조우했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가 함정을 발동시켰습니다.
도플갱어는 함정이 빚어낸 어둠과 소음을 틈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도플갱어는 인간 세상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악마 종입니다.
절대로 도플갱어가 던전 외부로 빠져나가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출구는 무너진 천장에 의해 막혀 있습니다.
도플갱어를 처치하고, 밀폐된 던전에서 탈출하십시오.
[클리어 조건]1. 구조대가 도착하는 7일 후까지 생존하라.
2. 도플갱어를 찾아내 처치하라.
긴 메시지를 다 읽었을 때, 조용한 목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라이트.”
챙이 넓은 고깔모자와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남자의 손에서 환한 빛이 퍼져 나왔다.
빛이 생기자, 공동 내부가 훤하게 보였다.
공동에는 나까지 총 여섯 명의 사람이 있었다.
메시지의 설명대로 성기사, 기사, 용병, 모험가, 마법사로 이루어진 다섯 명에 내가 추가되어 여섯 명이었다.
“도플갱어! 도플갱어가 사라졌다! 도망친 건가?!”
덩치 큰 용병이 우렁찬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아직 그가 용병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공동 내에 용병의 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목청은 진짜 좋네.
공동이 울리다 못해 내 골까지 울리는 기분이다.
“도플갱어는 아직 이곳에 있다. 조심해라. 아직 내 신물이 이 공간에 악마가 존재함을 경고하고 있으니.”
저 나이 많은 양반은 성기사일 것이다.
각자 복장을 확실히 차려입고 있으니 구분하기 쉽다.
“투명 마법인가? 도플갱어도 악마 종이니 마법을 사용할 줄 알 것이다.”
저건 모험가겠지.
주머니와 가방에 별 잡동사니를 바리바리 싸 들고 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마력을 사용해 얼굴을 확인할 수 있기는 하지만, 딱 봐도 남자 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얼굴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디텍트 인비저빌리티.”
라이트 마법을 사용한 이후, 조용히 있던 마법사가 다시 한 번 마법을 사용했다.
투명 감지 마법이라니. 그런 마법도 있구나.
편리하겠네.
잠시 후, 마법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감지 마법에 걸리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내 감각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 공동 안에는 여섯이 전부다.”
내 말에 성기사가 고개를 들고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신물은 분명… 아, 그렇군.”
왜 말을 하다 말아.
뭐가 아, 그렇군, 이야. 혼자 알지 말고 나도 좀 알려 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성기사의 닫힌 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다행히 허리를 다쳤는지, 구석에서 허리를 주무르고 있던 기사가 내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기록에 따르면, 도플갱어는 사람을 죽이고 그 모습을 빼앗는다고 한다. 지진이 일어나고, 천장이 무너지던 와중 한 명이 도플갱어에게 당한 모양이군. 이곳에 모인 모두가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이건만, 그새 모습을 빼앗다니, 과연 상위 악마 종이다.”
아는 척하길 좋아하는 듯한, 뺀질뺀질하게 생긴 기사가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깔끔하게 잘하네.
좋은 설명충의 자질이 보인다.
정리하자면, 나를 제외한 다섯 명 중에 도플갱어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플갱어를 구조대가 도착하는 7일 전까지 처치하고, 생존해 던전을 탈출하는 것이 이 16층 스테이지의 테마.
재밌네.
클리어 조건과 메시지는 도플갱어를 제외한 다른 네 사람의 생사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내가 여기 있는 도플갱어를 포함한 다섯 명을 모두 죽이고 생존하면 무난히 클리어라는 뜻이다.
이 방법을 쓰면 클리어는 장담할 수 있겠지만,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고 싶다.
튜토리얼에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던가?
튜토리얼에서 처음으로 도전자가 아닌 인간을 만났다.
실제로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지만, 최소한 문명을 이루고 있는 유사 인류이다.
굳이 처음부터 이들을 죽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필요는 없겠지.
중요한 것은 도플갱어가 아니다.
저들의 정보다.
저들의 세계, 문화, 기술, 마법, 신성력. 물어볼 것이 한가득이다.
특히 최근 마법 공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정보가 간절하다.
특히 마법사의 정보가.
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을 풀어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
[모험의 신이 당신의 결정에 흡족해합니다.] [느림의 신이 심드렁해합니다.]우연히 나와 눈이 마주친 마법사가 조금 당황스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우연히는 아니다. 내가 마법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니.
저 양반은 왜 저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가.
…남자 둘이 눈을 마주치고, 한 명이 눈길을 피한 상황에서 도대체 뭐가 흥미진진한 걸까?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