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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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6층 (3)
은밀히 모험가에게 다가서 명존쎄형을 집행하려던 찰나, 모험가가 급작스럽게 움직였다.
모험가는 뒤로 몸을 날리면서 가방 속을 뒤지고 있던 손을 흩뿌렸다.
“받아라!”
모험가가 가방 속에서 꺼내 든 것은 랜턴이 아니었다.
그는 동글동글한 구슬을 꺼내, 나를 향해 집어 던졌다.
모험가도 어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듯, 구슬은 내 얼굴을 향해 정확히 날아왔다.
빤히 보이는데도 능청을 떨며 내가 더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손을 휘둘러 구슬을 쳐내었다.
구슬은 튕겨져 나가는 대신, 그대로 깨어졌다.
그리고 구슬 안에 담겨져 있던 내용물 일부가 내 얼굴에 흩뿌려졌다.
축축하다.
“독?”
“그래, 독이다, 이 악마 새끼야! 이제 제 모습을 드러내 보시지! 계속 인간 모습을 뒤집어쓰고 있다가는 독에 절명할 거다!”
모험자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입가에 묻은 독을 혀로 핥아 보니, 혀가 저릿하다.
그리고 그것뿐이었다.
독 대내성 스킬을 얻은 이후로는 상점창에서 파는 독 포션을 그대로 마셔도 별 탈이 없는 나다.
어지간한 극독이 아니라면, 내게 별 피해를 주지 못한다.
만독불침은 아니라도 백독불침 정도는 된다.
독효보다는 얼굴이 축축해졌다는 사실이 기분 나빴다.
내가 독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당황하고 있는 모험가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급하게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하는 모험가의 어깨를 왼손으로 꽉 틀어쥐고, 오른손에 감정을 실었다.
내 빡침과 함께 내쏘아진 주먹은 모험자의 명치에 틀어박혔다.
존나, 쎄게.
탈라이아의 날개가 가진 힘 증가 효과를 받는 상태에서 날린 공격이다.
모험가의 몸이 조금 터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맷집이 있는 것인지 복부나 등이 터지지는 않았다.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긴 했지만.
모험가는 새우처럼 몸을 말고 쓰러지더니, 부들부들 경련했다.
부웅-
이내 어디서 스타워즈 광선검 뽑히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기사의 검에 푸른 마력의 형상이 떠올랐다.
마력을 얼마나 쏟아붓고 있는지, 검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푸른빛 덕분에 사람들의 얼굴이 보일 정도였다.
마력을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쏟아붓다니.
어두운 시야가 문제였다면, 차라리 검 위에 마력을 최대한 얇게 두르고, 나머지 마력은 주위에 퍼뜨리거나 눈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제 남은 상대는 기사, 성기사, 용병, 세 사람뿐이군.
“으아아아! 국왕 전하를 위하여어!”
내가 너 그 말 할 줄 알았다.
인벤토리에서 천변기를 꺼내 장도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리고 포더킹을 외치며 달려드는 기사의 푸른 검을 막아 내었다.
카앙! 하는 소리가 공동 내부에 시끄럽게 울렸다.
마력의 충돌로 기사가 뒤로 주욱 밀려났다.
오오. 생각보다 훨씬 강렬한 공격이었다.
일행 중에선 저 기사가 가장 강한 것 같네.
뒤로 밀려난 기사는 다시 기합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기사는 검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매섭게 공격해 왔다.
그 동작이… 상당히 멋있었다.
사실 저렇게 제대로 된 검법은 처음 본다.
맨날 괴물들이 돌도끼 휘두르듯 싸우는 모습만 보다가, 현란하면서도 절제된 동작으로 검을 휘두르는 기사의 모습을 보니 새삼 신기했다.
간결한 동작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이디의 실전적인 창술과는 다른 화려함이 있었다.
단순히 동작이 깔끔한 것뿐만 아니라, 동작과 동작 사이의 자세들에서도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어두운 공동을 비추는 푸른빛이 검에 씌워져 있으니, 그 모습이 그야말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용사 같아 보였다.
정말로 멋있었지만, 중간중간 멋을 위해 집어넣은 동작들이 섞여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 번의 공방 이후에는 반드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숨을 돌린다.
그리고 그 동작의 끝, 다음 공방이 시작되기 전에는 반드시 예스러운 준비 자세를 취한다.
멋있어 보이지만, 저런 동작은 한 번의 공방 후에 서로에게 숨 돌릴 시간을 주는 약속된 결투에서나 가능한 동작이다.
보통은 이렇게.
퍽!
그 허점 때문에 얻어맞는 법이다.
내 발에 차여 뒤로 뒹군 기사는 씩씩거리며 다시 벌떡 일어섰다.
“비겁하다!”
비겁하기는 무슨.
씩씩거리던 기사는 자세를 잡더니, 기세를 끌어 올렸다.
오, 뭐야, 필살기인가?
기사의 검에 스며든 푸른빛이 한층 밝아진다.
전투 도중 저렇게 시간을 잡아먹는 기술을 쓰는 건, 그리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저걸 누가 그냥 기다려 주겠나?
아무래도 저 기사는 실전 경험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어디 귀한 집 도련님인가?
그래도 멋진 검술을 보여준 답례 삼아, 필살기를 기다려 주기로 하였다.
위력이 궁금하기도 했고.
나도 인벤토리에서 천변기를 꺼내 장도의 형태로 만들었다.
내가 무기를 꺼내자, 기사는 씨익 미소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내 공격을 받아 보아라! 내 모든 힘과 국왕 전하께서 하사하신 이 보검 알마라스의 능력을 한데 모은 일격이다! 지금껏 이 일격을 받아 내고 살아남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대사를 말하면, 보통 공격을 받아 주기보다는 피하지 않디?
과연 저 공격을 잠자코 기다려 주고 받아 낸 적이 몇 명이나 있을까?
자신의 공격이 가진 힘을 주절거리며 설명하는 기사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어쨌든 기사는 저 공격에 상당히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저 검에는 상당한 기세가 모여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검 자체에서도 마력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이 뭔가 특별한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도 한층 더 많은 양의 마력을 끌어 올려 운용했다.
6층에서 마력 회로를 통해 마력을 다루기 시작한 이후, 종종 무기에 마력을 두르고 싸워 왔다.
마력을 두른 무기는 한층 더 강력하게 강화된다.
판타지 소설에서 허구한 날 괜히 오러 소드니, 오러 블레이드니 하는 것이 아니었다.
파괴력이 높아지고, 더 날카로운 예기를 갖게 된다. 더불어 무기의 파손도 방지된다.
그리고 13층에서 기감을 얻고 마력의 운용력이 높아지면서, 그 위력이 대폭 증가하였다.
잠시 후, 기사는 준비가 끝났다는 듯 내게 소리쳤다.
“간다!”
기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쪽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굳이 말 안 하고 달려들어도 되는데 말이지.
나도 마력을 불어넣은 장도를 휘둘러 기사의 검을 막아 내었다.
콰앙!
검이 부딪힌 소리라기보다는 폭죽 터지는 소리에 가까운 굉음과 함께 기사가 뒤로 주우욱 밀려났다.
오, 역시 이 기사는 상당히 강하다.
단번에 쓰러뜨릴 생각으로 휘두른 일격이었는데, 기사는 공격을 버텨 내고 뒤로 밀려나는 데 그쳤다.
휘청거리긴 하였으나, 뒤로 넘어지지도 않았다.
대단하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라면, 기사의 공격은 필살기였고, 내 공격은 평타였다는 것이다.
비틀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기사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기사는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모험가와 마찬가지로 기사도 주먹을 휘둘러 마무리하였다.
그 와중에 기사는 검을 놓고 두 팔을 들어 올려 가드를 했으나,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이제 남은 건 성기사와 용병뿐인가?
“으하하하! 끝이다, 악마 놈아!”
듣기 싫은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내 고막을 괴롭힌다.
용병 쪽을 바라보니, 마법사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
바닥에는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바닥의 문양을 중심으로 펼쳐진 반투명한 막이 나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마법을 이용한 마력 실드인가?
막 안쪽에 있는 것은 성기사, 용병, 마법사였다.
그 모습을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성기사가 마법사를 치료하고, 기사가 시간을 버는 사이 마법사가 방어막을 구축한 것이다.
저 성기사 양반은 방금 전에 마법에 휘말려 죽을 뻔했는데도 용케 곧장 마법사를 치료할 생각을 했네.
“그게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방어막은 깨부수면 되는 것이고.
아니, 방어막이 굳건하더라도 그들의 안전을 잠시 담보할 수 있을 뿐, 이 상황을 뒤집지는 못한다.
“당연… 쿨럭… 쿨럭!”
구석에 처박혀 쓰러져 있던 기사가 뭐라고 말하려다가 거칠게 기침을 하였다.
저 와중에도 설명이 하고 싶은 걸까?
“저… 저 마법사는 마르아덴 마탑의 탑주이다! 그리고 마르아덴 마탑은 일격 필살의 광역 공격 마법으로 유명한 마탑이다. 소규모 교전보다는 대규모 전쟁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지! 시전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것이 흠이지만, 저 방어막 안에서 차분히 마법을 준비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주문을 들어 보니, 저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준비하는 모양이군! 시전까지 한 시간은 족히 걸리겠지만, 그 위력은 아주 강력하다! 아무리 상위 악마 종인 도플갱어라고 해도 저 마법의 위력을 버텨 내지는 못할 것이다.”
저 녀석, 설명하는 거 진짜 좋아하네.
그나저나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린다니.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마법사가 준비하고 있는 마법을 얕잡아 보고 있었다.
느껴지는 마력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냥 탈라리아의 날개로 막아설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을 준비하는 마법이라니.
그런 종류의 마법 공격을 겪어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위력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남은 건 저 방어막이 얼마나 강력하냐는 점이겠다.
한 시간 내에 내가 저 방어막을 깨부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시간은 충분하긴 하니 다행이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제발 입 좀 닥쳐! 왜 적에게 정보를 다 갖다 바치고 지랄이야!”
용병이 방어막 안에서 기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런데 말이지, 그런 위력을 가진 마법이 발사되면 방어막 밖에 있는 너도 죽는 것 아닌가?”
“…그렇겠지. 하지만 난 두렵지 않드아! 한 명의 사람이 아닌, 국왕 전하와 왕국의 백성들을 지키는 검이 되어 살겠다고 맹세한 그날! 나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떠들기 시작하는 기사를 무시하고, 방어막을 살펴보았다.
단단하긴 한데, 내 공격을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때려 봐야 확신이 생기겠지만.
“…해서! 나는 두렵지 않은 것이다! 물론 나도 사람이니만큼, 죽음에 완전히 초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나는 어릴 적 내 친구 로벤과…….”
정말 콘셉트가 확실한 친구네.
어릴 적 헤어진 친구와의 약속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사의 말을 끊고, 한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혹시 이 방어막에 약점 같은 건 없던가?”
“물론! 마르아덴 마탑의 배리어 마법진의 특징은…….”
“야, 이 빡대가리 자식아! 너 정말 입 안 닥칠 거냐! 지금 다 같이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용병이 방어막 너머에서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아깝다.
좀만 더 있었으면, 저 설명충 기사가 스리슬쩍 방어막의 약점을 알려 줬을 텐데.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저 기사와 나는 운명 공동체나 다름이 없다.
저 방어막이 깨져야 둘 다 살 수 있는 것이다.
말로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했지만, 귀한 집 자제로 보이는 저 기사의 입장에선, 이런 땅굴에서 개죽음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르한 경, 그대의 고귀한 희생은 내 반드시 그대의 왕국에 전달하겠네. 그러니 제발 조용히 기다려 주게.”
조용히 있던 성기사까지 나서서 기사를 만류하였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저도 아무런 여한 없이 눈을 감을 수 있겠군요!”
진짜냐? 생에 대한 미련이 철철 넘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이제 담담히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이 악마야! 너의 최후 또한 머지않았으니, 저승길이 외롭지는 않겠구나. 저 마르아덴 마탑주의 마법은 비록 극도의 집중력을 한 시간에 걸쳐 유지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마법이지만, 그 위력만큼은…….”
극도의 집중력을 한 시간에 걸쳐 유지해야 한다고?
나도 나름 집중력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만큼,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집중력은 사소한 방해로도 쉽게 깨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영혼 착취.”
“크학!”
방어막 안쪽에 있는 마법사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야, 이 개새끼야!!”
성난 용병의 노성이 공동 안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