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380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1화(380/432)
외전 1화
이디 (1)
튜토리얼 6층.
[11회차, 4일. 6시 22분] [6층 관문이 시작됩니다.]설명: 바하르 교단의 저주받은 사제들이 대륙의 공적이 되어 추격을 받기 시작한 지도 벌써 50년이 지났습니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바하르 교단은 죽은 자를 되살려 그 혼을 악귀로 만들어 더 많은 죽음을 수확하고자 하는 사교입니다.
그들의 총수 케자스를 비롯한 16인의 사제는 신전 기사단의 추격을 따돌리고 이곳, 하얀 산맥의 심장지에 다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얀 산맥의 심장지는 과거, 신이 임하였던 곳, 신천지로 불리기도 합니다.
저주받은 사교의 사제들은 신천지에 남아 있는 신성의 파편을 이용해 대륙을 악몽으로 뒤덮으려 합니다.
용사들이여, 성기사단이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저들을 막을 수 있는 건 당신들뿐입니다.
[성공 조건]1. 성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죽음의 군세가 하얀 산맥 외부로 진출하는 것을 막으십시오.
2. 죽음의 군세를 괴멸시키고 16인의 사제들을 처치하십시오.
[현재 파티원 (1/5)]1. 이호재
“위대한 죽음을 맞이하라!”
해골기사가 소리쳤다.
거창한 대사에 걸맞게 해골 병사와는 달리 위압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보다 거대한 체구, 어쩐지 광택이 흐르는 해골 뼈, 크고 무거운 중검까지.
한때는 저 녀석이 이 6층의 최종 보스인 줄 알고 설렌 적도 있었다.
심지어 높은 지능을 가지고 대화까지 가능하니, 그렇게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김민혁, 14층: 야,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이호재, 6층: ㅇㅇ]“그어어!”
해골 기사는 괴성을 지르며 중검을 휘둘렀다.
김민혁의 메시지에 대충 대답해 주며 해골 기사의 검을 방패로 튕겨내웠다.
근육 한 줌 없는 해골 기사가 휘두르기에는 중검이 너무 무거운 탓인지, 해골 기사는 중검의 무게에 떠밀려 휘청거렸다.
방패를 앞세우고 해골 기사와 강하게 부딪혔다.
해골 기사는 뒤로 넘어져 나뒹굴었다.
돌바닥에 뼈다귀 부딪히는 소리가 볼썽사납게 들렸다.
몇 달 전까지, 저 해골 기사의 공격에 매번 저승 문턱을 들락날락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호재, 6층: 무슨 일인데.] [김민혁, 14층: 다음 대화합의 날이 예고됐어.]또 대화합의 날인가.
6층에 갇힌 이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대화합의 날이다.
전체를 따진다면 벌써 세 번째 대화합의 날이었다.
[이호재, 6층: 또 시끄러워지겠네.]몸을 일으키려는 해골 기사의 다리 관절을 툭 걷어차며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해골 기사는 다시 한번 바닥을 나뒹굴었다.
[김민혁, 14층: 이미 난리야. 대화합의 날이 공지된 지 며칠 됐거든. 곧 커뮤니티에도 정보가 돌기 시작할 거야.]김민혁은 커뮤니티에 퍼지지 않은 중요 정보들을 주기적으로 알려 주고 있다.
8개월째 6층에 갇혀 있다 보니 김민혁과 커뮤니티가 아니면 그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
김민혁에게서 몇 가지 소식을 더 전해 듣고 대화를 마쳤다.
“카아악! 내게로 오라! 죽음의 권세여!”
내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던 해골 기사가 악에 받쳐 거칠게 소리쳤다.
그러자 해골 기사가 들고 있는 중검이 어둡게 물들기 시작했다.
꽤나 거창해 보였지만, 사실 주변의 해골 병사들을 불러오는 신호일 뿐이었다.
“용자여! 그대에게 죽음이 있으라! 나 죽음의 기사 아스데가 그대에게 안식을 선사하겠……!”
콱!
호기롭게 외치고 있는 해골 기사에게 달려들어 그 머리통을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무른 나무 방패이지만, 마력을 두르면 어지간한 둔기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유일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머리통이 박살 나자 해골 기사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 소멸하기 시작했다.
나는 해골 기사가 떨어뜨린 중검을 주워들었다.
이게 필요했다.
[갸아악-!]멀리서 부름을 받고 달려오는 해골 병사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해골 기사의 잔해 뒤로 두 개의 갈림길이 보였다.
저 갈림길이 문제였다.
이 6층의 일차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방어였다.
성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해골 병사들이 이 동굴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성기사단은 오지 않았다.
26일이었다.
해골 병사들을 상대로 내가 최대한 오래 버틴 기록이.
그 이후부터는 도저히 해골 병사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파도에 떠밀리듯 해골 병사들의 물량과 그 무게에 밀려 그들을 출구로 보내 버리고 만다.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나는 성기사단을 기다리는 대신, 먼저 임무의 최종 목표인 16인의 사제를 공략하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이 갈림길이었다.
갈림길 중 한 길에 진입하게 되면 다른 길에서 튀어나온 해골 병사들이 그대로 출구까지 달리게 된다.
분신술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두 갈래의 길 모두를 막으며 동굴의 심장지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찾아낸 해결책이 바로 이 해골 기사의 검이었다.
해골 기사가 수세에 몰리게 되면 주변 해골 병사들을 불러 모으는데.
그 효과는 해골 기사가 죽은 이후에도 그 검에 남아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 해골 기사의 중검을 들고 있는 한, 이 인근에 있는 모든 해골 병사가 출구가 아닌 나를 향해 달려오게 된다.
[갸아아악!] [갸아아아악-!]해골 병사들의 목소리가 이제 선명히 들릴 만큼 가까워졌다.
돌바닥을 두드리는 날카로운 발소리가 빠른 북소리처럼 울린다.
바닥의 울림 때문에 단단한 동굴의 바닥이 마치 침대에 올라선 것처럼 출렁이는 느낌이다.
자, 여기서 다음 문제가 시작된다.
광역 어그로 효과를 가진 해골 기사의 중검이 있어, 해골 병사들이 나를 무시하고 출구로 달릴 염려는 사라졌다.
하지만 사방에서 몰려들 해골 병사들을 상대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어느새 달려오는 해골 병사들의 모습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보고, 보고, 또 보아 온 해골 병사들이었지만, 볼 때마다 진절머리가 났다.
“이번엔 또 며칠이나 걸리려나.”
처음에는 신나서 해 대던 싸움박질도 이쯤 되니 정말 질린다.
쉴 틈도 없이 계속되는 전투는 정말 고역이었다.
“갸아아악!”
“그아아!”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해골 병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수백, 수천의 해골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괴성.
그 위압감에 지지 않기 위해 나도 마주 화답해 주었다.
“으아아아아! 썩은내 나니까 입 좀 열지 마라! 이 개새끼들아!”
[영혼의 외침]얼마 전 새로 얻은 영혼의 외침 스킬과 함께 고성을 내지르자 전열의 해골 병사들이 일순간 경직되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해골 병사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무거운 중검이 휘둘러졌고, 박살 난 뼈의 잔해가 정신없이 비산했다.
[모험의 신이 당신을 지켜봅니다.]* * *
[11회차, 19일. 2시 2분.]죽겠다.
진짜로.
보름 넘게 전투를 이어 오다 보니, 어느새 6층 스테이지 끝자락에 도달할 수 있었다.
6층 스테이지의 최종 목표인 16인의 사제, 그들이 거하고 있는 공동의 바로 앞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그들을 마주할 수 있다.
결과가 눈앞까지 다가왔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도저히 발이 나아가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벽에 기댄 채 인벤토리에서 육포를 꺼내 입에 넣었다.
일반적인 육포가 아니었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선두처럼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육포였다.
매우 비쌌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짜디짠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니 입안에 조금씩 침이 고였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두렁만큼이나 건조했던 입에 물기가 고이는 것을 느끼자마자 나는 깜짝 놀라 침을 뱉어 내었다.
엉겁결에 육포도 함께 뱉어 버렸다.
내 입안에서 시체 썩은내가 났다.
당연한 결과였다.
몸을 씻을 시간은커녕 입 한번 헹굴 시간도 없이 해골바가지들과 전투를 해 왔으니.
입안에 오물도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뱉어 낸 침은 구정물처럼 까맸다.
물로 입을 헹궈 내고, 육포를 하나 새로 꺼내 입에 넣었다.
다행히 해골 병사들이 다가오는 기척은 없었다.
아마 사제들이 나의 접근을 알아챘을 것이다.
해골 병사들을 내보내기보다는 공동에 꾸역꾸역 모아 두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한계치였다.
여기까지 처음 와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 때마다 이런 상태였다.
매번 스스로를 한계까지 내몰아야만 했다.
벽에 뒤통수를 대었다.
차가운 벽이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에 닿았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앉거나 누울 여유는 없었다.
만일 이대로 쓰러져 버린다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까 염려되었다.
‘너는 항상 그래. 도가 지나쳐’
몽롱해지는 와중 조용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들어 보았던 말이다.
누가 했던 말이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차라리 그냥 쉬어. 포기해 버려. 제발 그만 좀 해.’
아홉 살 때일 것이다.
나는 친구를 계단에서 밀었다.
계단에서 밀어 버린 아이를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초등학생 때는 같은 반이면 다 친구라 부르지 않던가.
나는 친구를 계단에서 밀어 버리고도 특별히 죄의식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사이코패스여서가 아니었다.
지금은 확신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그때는 확실히 아니었다.
몇몇 아이와 무리 지어 귀찮게 시비를 걸던 친구에게 대항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
심징어 강하게 밀지도 않았다.
소동이 일어났을 때, 나는 선생님이 반 내에 불화가 있음을 알아차릴 거라고,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얕은 생각이었다.
친구는 다치지 않았다.
무릎이 조금 까지기는 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교무실로 불려 갔고, 집에 전화가 갔다.
스스로 피해자라 생각했던 나는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교복을 입은 채 초등학교에 찾아온 누나와 함께 무릎 꿇고 빌어야 했다.
그렇게 학교에서 나오니 5시였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는 그랬다.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한적한 교문을 나서는 것이 참 어색했다.
우리 옆을 지나가는 승용차의 창문 너머로 비친 친구의 미소를 보는 것도 그랬다.
집에 가는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라도 하나 주워 날 혼낼 거라 생각했던 누나는 별말 없이 걷기만 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누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아예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버리지 그랬어.’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누나는 아홉 살 어린 동생에게 하기에는 교육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바람직하지 못한 말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따뜻한 말이었다.
잘잘못을 떠나 내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게 그렇게 큰 위안이 되었다.
다음 날, 나는 친구의 다리를 부러뜨렸고, 누나는 다시 학교에 불려 와야 했다.
그 이후로 누나가 학교에 불려 올 만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누나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게 그런 말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눈을 떴다.
[11회 차, 19일. 2시 36분.]잠시 눈을 붙였다 뗀 것뿐인데, 제법 긴 시간이 지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공동에서 해골 병사들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그 소리를 들으며 해골 병사들의 수를 유추해 보았다.
나는 이제 뼈다귀가 딱딱거리는 소리만 듣고도 해골 병사의 수를 얼추 때려 맞힐 경지에 닿아 있었다.
고작 15분 쉬는 동안 해골 병사들의 수가 제법 늘어나 있었다.
이제 다시 움직일 시간이었다.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위험해질 것이다.
천천히 벽에서 등을 떼었다.
기댈 곳이 사라진 등에서 무거운 피로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