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384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5화(384/432)
외전 5화
이디 (5)
[7-2층]“살고 싶냐?”
아무래도 그래 보이는데.
7-1층의 괴물들은 자신의 목숨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달려들었다.
여기 이놈들은 분명 다치는 것을 그리고 죽는 것을 겁내 하고 있었다.
흥미로웠다.
언어의 습득이 지능의 발달로 이어지고, 발달된 지능이 자의식의 향상을 불러왔다.
[살고 싶다.] [살고 싶나.]괴물들은 또 내 말을 따라 했다.
그 의미를 알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그들은 더이상 나와 싸우고 싶지 않다는 듯,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공동의 적을 죽여야 하는 공동체의 의지라기보다는, ‘내가’ 살고 싶다는 개인의 의지였다.
공포에 질려 우물쭈물하는 적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으로, 힘을 덜 소모하며 죽일 수 있을까.
말이 통했으면 좋을텐데.
이 괴물들이 내 말을 따라 했지만, 대화가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깽깽이 발로 한 걸음 괴물들을 향해 다가갔다.
괴물들은 딱 내가 다가간 만큼 뒷걸음질 쳤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 뒤로 물러나며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아예 뒤돌아 벽 쪽으로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공포에 질렸음에도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괴물보다 뒤로 가려 몸싸움을 하거나, 동족들을 내 쪽으로 미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것들이 어영부영 스크럼을 짜고 있다.
알고 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음.… 이거 곤란한데.
내 다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저렇게 단단히 뭉쳐 수비적으로 대응하는 적보다는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적들과의 난전이 편했다.
할 수 없지.
점멸을 더 소모해서라도 괴물들 한복판으로 다시 비집고 들어가, 억지로 난전을 유도해야 한다.
다리가 경직된 상황에서는 점멸 한 번 한 번이 소중했지만,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때였다.
싸움에서 떨어져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모체가, 돌연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 하는 건가 싶어,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시종일관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모체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공동의 벽에 다가간 모체는 포탈 마법진에 손을 대었고, 그대로 옆방으로 넘어가 버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모체의 움직임에 벙쪄 버렸다.
아니, 여기서 도망가?
동족들이 아직 싸우고 있는데?
모체가 사라졌기 때문인지, 다리의 경직마저 풀려 버렸다.
당황스러웠다.
나를 포위한 채 전열을 유지하고 있던 괴물들은 나보다 더 크게 당황했다.
몇 안 되는 단어가 조합된 웅성거림이 공동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돌연 벼락이 떨어지듯,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만! 그만하다아!] [미친… 그만할까.] [그만! 그만! 그만!]한 번 비명이 터져 나오자, 모든 괴물들이 발광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울부짖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구가 없어,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괴물들의 목소리에서 짙은 상실감과 배신감이 느껴졌다.
허, 참.
모체가 다른 괴물들에 비해 특별한 개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무리에 단 하나 있는 유니크한 개체였다.
홀로 눈을 가지고, 그 눈을 통해 적의 사지를 경직시키는 능력마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괴물들에 비해 지능이 더 높아 보이는 모습을 보여 왔다.
괴물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듯한 태도부터.
보다 그럴싸한 단어의 조합까지.
하지만 공동을 떠나 혼자 도망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괴물이 포탈을 사용할 수 있을거라 예상하지도 못했고, 괴물 무리의 중심이자 리더로 보이는 모체가 동족들을 버리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괴물들은 계속 울부짖고 있었다.
내게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도 유지하던 전열은 그냥 그대로 무너졌다.
괴물들은 내 존재보다 모체의 배신에 더 큰 충격을 받았는지 이리저리 서성이며 울부짖었고, 바닥에 쓰러져 울부짖었다.
모체를 따라 도망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뭔가 김빠지는 꼴이 되었지만, 여기 일은 끝내야겠지
[그만. 그만….]괴물들은 완벽히 전의를 상실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리 와라.”
[영혼의 외침.]6층에서 얻은 스킬 중 하나였다.
전투의 외침 스킬이 변화한 스킬이다.
사용하면 내 전투력을 조금 상승시켜주고, 상대방에 약한 위압감을 준다.
그리고 나와 싸우고 있는 적이 함부로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6층 해골 기사의 검처럼 멀리에 있는 적들마저 불러들일 만큼 강한 어그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나와 싸우고 있는 적들이 물러서지 못하게, 도망치지 못하게 만드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상황에 따라, 내 컨디션에 따라 효과가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그만.]멘탈이 날아가 버린 괴물들은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는 듯 흐느끼면서도 발을 끌며 내게 다가왔다.
[그만!] [살고 싶다!] [눈깔 병신은 살고 싶다.] [미친. 그만 싶다.]나는 전의를 상실했지만 도망치지도 못하는 적들을 아무런 위험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전투가 재개된 지 고작 5분 만에 시끄러웠던 괴물들의 보금자리는 침묵에 잠들었다.
생각보다 스테이지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오늘 내에 7층을 클리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잠시 잠깐의 착각이었다.
* * *
7-2층 스테이지는 3개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방에는 정면에서 왼쪽 벽에 그리고 오른쪽 벽에 포탈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모체가 도망쳤던 왼쪽 마법진을 향해 손을 내뻗으려던 그 순간.
나는 내 실수를 깨달았다.
젠장.
내 생각이 짧았다.
모체를 그냥 도망치게 두었으면 안 되었다.
본래 모든 방에는 한 마리의 모체가 있다.
하지만 방금 모체가 도망친 왼쪽 방에는 이제 모체 두 마리가 있을 것이다.
모체 두 마리.
두 마리의 모체 모두 경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
나는 팔다리 사지 중 2개를 봉인당한 채 싸워야 한다.
엠병할 헬 난이도.
최악의 경우, 다리 두 쪽이 경직될지도 모른다.
젠장.
이건 훈련 못 해 봤는데.
아니, 누가 다리 두 쪽을 다 잃은 상태에서의 전투를 대비하겠는가.
전투 중에 다리 두 개를 다 읽었으면 그냥 죽은 거지.
물론 오른쪽 방에는 한 마리의 모체밖에 없다.
문제는 이 모체가 또 도망을 쳤을 때, 세 번째 방에서는 세 마리의 모체가 남게 된다.
팔다리 사지 중에서 하나만 가지고 싸워야 한다.
세상에.
이건 도저히 각이 안 나온다.
무턱대고 도전해 보기에도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덤배스에 대한 정보가 갱신됩니다.]-덤배스는 특별한 생명체입니다.
높은 지능과 습득력, 뛰어난 육체 능력과 던전의 마력만 있다면, 오랜 시간 영양 공급 없이도 신체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체질까지.
하지만 그들의 가장 특별한 점은, 무리를 이끄는 모체입니다.
모체는 그들의 특별한 안구를 통해 적의 사지 중 하나를 마비시킵니다.
분명 강력한 효과였지만, 대여섯 명 이상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모험가 파티는 덤배스 무리를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덤배스 모체는 위기를 피해 다른 덤배스 무리가 서식하는 방으로 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모험가들은 가면 갈수록 더 많은 모체가 포함된 덤배스 무리를 상대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덤배스의 영역은 모든 모험가들에게 기피되기 시작했습니다.
덤배스가 번식에 번식을 거듭해, 이자이쿠 던전 심층부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까지 뚜렷한 공략법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나 덤배스와 그 모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아아주 고오마운 설명이었다.
해결 방법이라도 알려 주나 하고 열심히 읽어 보았더니, ‘결국 공략법은 없습니다, 하핫’으로 끝나는 설명이었다.
왜 설명해 준 거야, 그럼.
얼마나 난이도가 높은지 미리 체감해보라고?
내 멘탈을 긁어서 조금이라도 더 빡치게 하려고?
* * *
착잡하네.
공동을 둘러보았다.
7-1층과는 달리, 7-2층의 방에는 이것저것이 있었다.
뭐가 있었냐면, 이것저것이 있었다.
뭐라고 콕 집어 지칭하기가 어려웠다.
누더기 이불 같은 걸 나무 막대기에 얹어 텐트 천장처럼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 있었다.
모체가 사용하던 침실 정도로 추측된다.
7-1층의 덤배스 무리에 비해 지능이 발달해 있다는 걸 단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증거였다.
혹시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나 뒤져보았다.
보통 게임을 보면 이런 데에 중요한 단서나 아이템을 숨겨 두기도 한다.
쓰레기 썩은 내가 나는 텐트를 뒤져 보니, 그럴싸한 게 하나 있었다.
가죽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붉은색 염료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네모 세 개가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지도처럼 보였다.
별로 쓸모는 없어 보였다.
쓰레기 탐색은 관두기로 했다.
이 방에는 두 개의 포탈이 있었다.
정면에서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
모체가 도망친 건 왼쪽 벽의 포탈이었다.
일단 오른쪽 벽과 이어진 방으로 가 보자.
그곳에는 모체가 한 마리밖에 없을 테니.
그리고 도망치려 하기 전에, 모체부터 우선 죽이는 거다.
그 뒤에, 왼쪽 방 공략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
* * *
“아, 쫌! 제발!”
빌어먹을.
도대체 헬 난이도 스테이지를 설계한 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될 처먹고 다녀야 이딴 괴악한 스테이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지.
[살고 싶다.] [그만한다. 눈깔 병신 그만한다.]“닥쳐, 이 새끼들아!”
바닥을 기어 다니는 괴물의 뒤통수를 후려 차면서 외쳤다.
괴물들은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낑낑거렸다.
아무래도 이 괴물들은 신성한 칼라로 연결되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첫 번째 방에서 내가 했던 말을 따라하는 괴물들의 행동을 봐도 그랬지만.
모체의 반응이 더 충격적이었다.
두 번째 방에 내가 입장하자마자 이 방의 모체는 그대로 뒤돌아 도망쳐 버렸다.
급히 영혼의 외침 스킬을 사용해 보았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적으로 취급되지 않는 건지 아예 무시해 버렸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 싶다.] [닥치다…]주변을 기어 다니고 있는 괴물들이 또 내 말을 따라 했다.
사람 신경 긁는 데에는 아주 특화된 괴물들이었다.
으휴.
생각을 정리해 보자
7-2층은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나는 두 개의 방을 정리하는 동안 마주친 두 마리의 모체 모두를 놓쳐버렸다.
다시 말해, 7-2층의 마지막 방에는.
세 마리의 모체가 있다.
세 마리의 모체가 각각 다른 사지를 봉인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사지 중 남은 하나와 머리통과 몸통만 가지고 싸워야 한다.
머릿속으로 전투 상황을 대충 그려 보았다.
팔이나 다리 하나에 이동을 의존한 채 몸통 박치기와 이빨로 적을 물어뜯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시발 내가 무슨 뱀장어나.
이건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하.”
이렇게 되면 키리키리의 두 번째 조언을 들을 수밖에 없나.
키리키리는 7층 공략을 위한 두 개의 조언을 해 주었다.
하나는 내가 최근 하고 있는 훈련이 매우 유효할 것이라는 조언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자 소환 (Lv.???)]설명: 자신의 신명을 도전자에게 알리는 것을 거부한 어느 이름 모를 신의 권능이다.
사자의 영혼의 일부가 각인된 물품을 매개체로 사자를 일정 시간 동안 소환할 수 있다.
신의 제약이 걸려 있는 권능이다.
시전 가능 횟수 (5/5)
이 사자 소환 스킬을 활용하라는 조언이었다.
[리자드맨 이달타르의 영혼석]설명: 아이딘 늪지대에 서식하는 리자드맨 중 가장 강하고, 가장 불길한 전사 이달타르의 영혼석이다.
상점창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으음….”
이게 과연 맞는 판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