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386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7화(386/432)
외전 7화
이디 (7)
나는 이달타르에게 설명을 마치고 곧바로 마지막 방에 들어가려 했다.
“잠깐!”
“왜?”
“케륵, 그냥 이렇게 대뜸 가는 건가?”
이달타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그렇게 물었다.
그럼 그냥 도전하지.
돼지 코에 돈 꼽고 고사라도 지낼까.
“케륵, 먼저 식사라도 하는 게 어떤가?”
“밥 먹자고?”
“나는 이제 막 부활하지 않았는가. 식사가 필요하다. 케륵, 케륵.”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식수와 육포를 꺼내주었고, 이달타르는 그것을 거부했다.
이달타르는 제대로 된 ‘식사’를 원한다고 우겨 대었다.
식사는 얼어 죽을 식사.
늪에서 개구리 잡아먹을 것처럼 생겨서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이달타르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제로 끌고 가는 건 어떨까.
관두기로 했다.
기껏 이야기가 잘 통해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괜히 삐뚤어지게 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은 좀 아까웠지만.
“육포가 어때서 그래?”
“영양분이 충분하지 못하다. 케륵. 사람은 고기뿐만 아니라 야채도 먹고, 과일도 먹어야 한다.”
조금 놀랐다.
첫째로는 리자드맨에게 균형 잡힌 영양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고.
둘째로는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부르는 점에서 놀랐다.
아무래도 바벨 이전의 지식 스킬을 통해 번역되는 ‘사람’의 범위가 내 생각보다 넓은 것 같다.
“케륵, 나는 보다 다양한 영양분이 포함된 식사를 원한다.”
이달타르는 강고하게 주장했다.
나는 그 주장을 반박해 주었다.
“이거 종합 영양 육포야.”
“케륵, 그딴 게 어디 있는가.”
진짜다.
이것은 정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육포다.
그런 육포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튜토리얼 시스템의 상점창에 있었다.
실제로 나는 허구한 날 육포만 뜯어 먹었지만, 영양 부족 등의 문제는 전혀 겪어 보지 못했다.
“케륵.”
내가 육포의 영양 성분에 대해 설명해주자 이달타르는 조용히 케륵거리며 육포를 먹기 시작했다.
어쩐지 처량해 보였다.
“케륵, 케륵.”
이달타르는 꾸역꾸역 육포를 씹었다.
육포를 싫어하나.
“그럼 이거라도 먹을래?”
인벤토리를 뒤져 보니, 키리키리에게 주려고 사 둔 생크림 케이크 한쪽이 있었다.
그걸 꺼내 주었다.
“케륵,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먹어 보겠다.”
이달타르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든 육포를 얼른 치워 버리고 접시를 받아들었다.
“케륵, 이건 뭔가?”
“케이크.”
“이것은?”
“생크림. 위에는 그냥 과일이고.”
그나저나 저거 유제품인데, 괜찮으려나.
도마뱀이 유제품 먹으면 탈 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
“케륵, 먹어도 괜찮다.”
다행이었다.
빵에도 우유가 많이 들어가서 못 먹는건 아닐까 했는데.
이달타르는 손가락으로 케이크를 조금씩 폭폭, 찍어 먹었다.
기뻐 보였다.
아무래도 이달타르가 원했던 건 전투를 앞두고 영양을 보충하는 게 아니라 이런 휴식 시간을 조금 더 갖는 것이었던 것 같다.
“케륵, 이건 뭐로 만든 빵인가?”
“밀가루, 우유, 달걀, 버터. 뭐 그런게 들어갈걸.”
“케륵! 밀로 만든 빵이 이렇게 부드럽다니!”
이달타르는 연신 케륵거리며 놀라워했다.
“대단하다. 케륵, 케륵.”
맛있어 하는 이달타르를 보고 있자니
묘하게 뿌듯했다.
이게 이세계물의 매력인가.
“이렇게 맛있는 걸 두고 육포를 주다니!”
아니, 육포가 뭐 어때서.
육포 차별적인 비하 발언은 지양해 주었으면 좋겠다.
“케륵, 아무리 영양이 충분하다 해도 매번 육포를 먹는 건 좋지 않다.”
“좋지 않기는, 간편하고 딱 좋드만.”
“그러다 미각이 퇴화하는 수가 있다. 케륵, 케륵.”
미각이 퇴화한다니.
그게 말이 되냐.
심지어 사소한 문제였다.
내가 최근 미각을 활용해 본 게 언제였지.
아마 3층에서 화살촉에 묻은 독을 핥아보고, ‘아, 이건 신경독이군’ 하고 넘어갔던 게 마지막인 것 같다.
차라리 미각이 퇴화했으면 좋겠다.
허구한 날 적들의 뺏조각과 살점, 피가 입에 들어가는 통에 역겨워 속을 게워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케륵, 예전에는 나도 육포를 많이 먹었다.”
예전?
“부족에서 추방당하고 먹을 게 항상 부족했던 탓에, 사냥에 성공하면 매번 육포를 만들어 아껴 먹었었다. 케륵.”
느닷없이 비극적인 과거사가 등장했다.
그보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과거의 이야기, 특히 사냥을 했다는 이야기가 그랬다.
“그때를 기억해?”
“케륵,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튜토리얼에 들어오게 된지도 기억하는 걸까.
우연치 않게 튜토리얼의 비밀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흥분에 급히 질문해 보았다.
“케륵, 모르겠다.”
* * *
안타깝게도 이디의 과거를 통해 튜토리얼의 비밀을 파헤칠 수는 없었다.
튜토리얼로 들어오게 된 시점을 떠올리게 해 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이달타르는 그 순간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당시의 기억이 지워진 것이 아니라 튜토리얼과 연관해 기억을 떠올리려 하면 시기와 상관없이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시스템의 제약으로 보였다.
이래저래 시스템의 제약을 우회해 과거를 떠올려 보게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관두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달타르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 자체에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참 이상한 튜토리얼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그랬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달타르는 5층의 보스몹이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도전자가 5층 보스룸에 도전했을 때, 마주할 이달타르는 또 무엇인가.
이 이달타르와 그 이달타르를 같은 이달타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과거의 설정이 바뀌었지만, 현재가 달랐고,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사자 소환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 이달타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식사를 마치고, 마침내 세 번째 방에 들어갈 모든 준비를 마쳤다.
포털에 손을 대고 이달타르에게 물었다.
“준비됐지?”
“케륵.”
이달타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케륵거렸다.
여러모로 참 다행이었다.
이렇게까지 이달타르가 협조적으로 나와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동하시겠습니까?]“예.”
포털을 통해 세 번째 방에 진입했다.
앞선 두 방에서 괴물들이 내 진입을 뒤늦게 눈치챘던 것과는 달리, 세 번째 방의 덤배스 괴물들은 내가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반응했다.
마치 내가 들어올 것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이 미친 눈깔 병신!] [이리 와라! 살고 싶나?] [젠장! 젠장!]그새 추가된 어휘력을 활용해 가며 바락바락 괴성을 질러 대며.
괴물들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나를 단순한 침입자 정도로 보지 않았다.
넘실거리는 적의.
격퇴가 아니라 반드시 잡아 죽여야 하는 원수로 보고 있다.
그 와중에 달려들지는 않고, 서로 다닥다닥 달라붙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젠 아주 제대로 방진을 짜고 있다.
괴물들이 보여 준 변화의 원인이 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가장 뒤편에 서 있는 세 마리의 모체.
그들의 눈이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케륵, 나는 꼬리가 마비되었다.”
이디가 경직된 부위를 알려 왔다.
꼬리라니.
거 개꿀이네.
왜 인간은 꼬리 같은 걸 안 달고 다니는 거지.
“나는 양팔.”
나는 양팔 모두가 경직되었다.
“괜찮은 건가?”
그럼 괜찮지.
양다리가 경직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좋다.
공격력이 대폭 날아간 셈이지만.
“케륵, 케륵. 아무래도 이 몸이 나서야겠군.”
이달타르가 창을 굳게 쥐며 앞으로 나섰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달타르는 신중한 창사였다.
방어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면서, 적의 빈틈을 노려 푹푹, 찔러 대는 적이었다.
대인전에서는 매우 까다로웠지만, 다수의, 그것도 방진을 짜고 있는 적들을 어떻게 상대하려고 나서는지 의문이었다.
괴물들에게는 무기가 없다.
아마 창의 길이를 활용해 끝에서부터 하나씩 끊어 내며, 괴물들이 방진을 풀고 끌려 나오기를 유도….
쐐!
하기는 개뿔, 이달타르는 냅다 창을 집어 던졌다.
[짜릿!]이달타르의 커다란 창은 좁게 모여 있는 괴물 두 마리를 동시에 꿰뚫었다.
창에 꿰뚫린 두 마리의 괴물이 고꾸라지면서 그 몸에 밀린 주변 괴물들까지 자세가 흔들렸다.
그리고 이달타르는 그 지점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오오오!
이달타르의 눈에서 붉은빛이 맴돌았고, 가뜩이나 거대했던 팔다리의 근육이 더욱 팽팽해졌다.
아주 초리자드맨이 따로 없었다.
아, 재, 저런 능력도 있었지.
나도 저 능력에 크게 당했었다.
날 강간하려는 그릇된 열망에 이글거리는 눈빛까지 더해져,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공포스러웠다.
쾅!
달려든 이달타르가 바닥을 찍자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닥이 갈라졌다.
괴물들은 다시 크게 흔들렸고.
이달타르는 두 마리의 괴물을 꿰뚫은 창을 그대로 집어 들어 휘둘러 대었다.
창을 휘두를 때마다 창에 꿰여 있는 괴물들의 팔다리가 부산스럽게 휘날렸다.
괴물들이 우르르 무너졌다.
나도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디가 돌격한 지점의 전열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굳이 다른 곳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저 지점을 집중 공략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탈라리아의 날개] [점멸]탈라리아의 날개로 몸과 머리를 보호하며 괴물들을 향해 점멸을 사용했다.
이제 검을 다루는 것도 많이 능숙해졌고, 거기에 더해 마력까지 섞어 쓴다.
신체의 근력과 순발력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지만, 아직도 점멸의 속도를 이용한 충격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4층 초입부터 주구장창 써 온 점멸 몸통 박치기가 아직도 내 필살기라는 뜻이었다.
[짜릿!] [그만하다! 짜릿.]나와 부딪힌 괴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당탕탕 나뒹굴었다.
내게도 그 충격이 전해져 왔지만, 고통 내성과 기절 내성을 괜히 키워 온 것이 아니었다.
곧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케륵! 다시 내 차례!”
이달타르가 그렇게 외치며 내 몸통 박치기에 무너진 전열을 향해 다시 뛰어들었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키보다 큰 창을 크게 휘두르자 괴물들은 야구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날아갔다.
반지의 제왕 처음에 나오는 사우론같이 싸우네.
아무튼 그 덕분에 다시 한 번 틈이 만들어졌다.
처음 이디의 돌격에서 시작된 틈을 번갈아 가며 일직선으로 계속 후벼 파면서 전진했다.
괴물들의 진형 한가운데까지 파고들었다.
이 정도면 가장 뒤에 있는 모체들에 닿기에 충분한 거리였다.
“다시 내 차례! 수고했어, 도마뱀!”
“케륵! 도마뱀 아니다!”
아니긴 무슨.
다시 이디를 제치고 내가 치고 나갔다.
괴물들은 양옆에 있는 동족들의 어깨를 감싸고 벽을 형성했다.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자신들의 뒤에 있는 모체에게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확실히 지능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점멸]정면 천장을 향해 45도 각도로 점멸을 사용했다.
그리고 허공에 뜬 상태에서 다시.
[점멸]정면 바닥을 향해 45도 각도로 다시 한번 점멸을 사용했다.
바닥이나 벽을 향해 점멸을 사용할 때는 거리를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점멸의 속도로 벽이나 바닥을 들이받고 그대로 기절하는 수가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훈련과 연습 끝에 나는 완벽한 숙련도를 이루어 내었다.
모체 한 마리의 바로 앞으로 이동했다.
내 왼발은 정확히 지면에 착지했다.
왼쪽 다리를 축으로 그대로 돌려차기.
발차기는 모체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모체의 목이 팽이처럼 돌아갔고, 머리는 덜렁거리며 어깨너머로 넘어갔다.
모체 하나가 죽었고.
내 오른팔의 경직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만하다! 미친 눈깔 병신!]괴물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무시했다.
[인벤토리]외날검을 오른손에 쥐었다.
바로 옆에 있는 다른 모체를 향해 휘둘렀다.
[그만…!]그 말을 끝으로 모체의 머리통은 세로로 토막 났다.
화수분처럼 피가 뿜어져 나오는 사이, 마지막 모체는 내게서 등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이달타르가 냅다 던진 창에 꿰뚫려 즉사했다.
이걸로 세 마리의 모체는 전멸.
“카오오!”
이달타르가 포효했다.
자신의 몸에 매달려 있는 괴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호기로운 포효였다.
괴물들은 그 함성에 눌려 멈칫했다.
적들의 전의마저 꺾어 버리는 실로 담대한 외침이었으나….
“카오오오!”
이달타르가 다시 한 번 포효했다.
바벨 이전의 지식은 참 대단한 스킬이다.
그저 다른 언어를 알아듣게 해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억양과 뉘앙스에 따른 의미 그리고 몸짓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신호 또한 알게 해 준다.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다.
“캬오오오!”
저건 구애의 의미를 담은 포효였다.
겁에 질린 괴물들은 바닥에 엎드렸고, 그 한가운데 거대한 석상처럼 서 있는 이달타르는 천천히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케륵, 하지 않겠는가?”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