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390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11화(390/432)
외전 11화
이디 (11)
“안 됑!”
키리키리가 빽 소리를 질렀다.
밑도 끝도 없이 안 되긴 뭐가 안 돼.
“이건 내 거양.”
키리키리는 몸으로 케이크 접시를 감싸며 말했다.
야, 그거 내가 사 준 거야.
“힝, 이미 이 케이크는 내 소유가 되어버렸엉.”
“응, 아니야.”
키리키리는 닭이 알을 품듯 땅바닥의 케이크 접시를 몸으로 숨기고 있었다.
그녀의 팔과 머리가 정면을 철통처럼 막아서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옆구리 쪽은 훤히 뚫려 있었다.
손을 쑥 집어넣어 케이크 접시를 빼앗아 왔다.
“아아앙, 내 건데!”
키리키리는 빽빽거리며 내 손에 든 접시를 다시 빼앗으려 했다.
“사이좋게 먹을래, 아니면 사이좋게 서로 못 먹을래?”
“사이좋게 나 혼자 먹을게!”
케이크에 관해서는 타협을 모르는 키리키리였다.
좋게 설득해 보려 했지만, 어느 순간 설득 자체가 귀찮게 느껴졌다.
그냥 키리키리에게 접시를 돌려주고 이디에게는 따로 케이크 한 접시를 사 주었다.
“먹어.”
“고맙다. 케륵.”
키리키리는 자신의 케이크를 보전해서인지 다시 살가워진 태도로 이디에게 질문했다.
7층 스테이지에서 있었던 일을 묻는 것이었다.
“케륵, 나는 8번 방의 모체가 도망친 뒤에 그곳의 괴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괴물 하나가 8번 방에 들어오더니, 8번 방의 괴물들을 7번 방으로 데려갔다.”
이디는 케이크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하도 입이 크다 보니 먹으면서 말을 하는데도 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8번 방의 괴물들이 7번 방으로 옮겨 갔다라.
7번과 8번 방의 괴물들이 모여 4번 방에 몰려왔던 거네.
어쩐지 더럽게 많더라.
“케륵, 남은 잔당을 처치하고 나니, 괴물들이 방을 자유로이 옮겨 다닌다는 게 불안하게 느껴졌다. 만약 그들이 한곳에 모여 공세에 나서면 큰일이 아닌가. 그래서 대장이 있는 4번 방에 들어가 보았다.”
“좋은 판단이양!”
키리키리는 정답이야! 하고 말하듯 기운차게 외쳤다.
저, 저 얼굴에 묻은 케이크 크림이나 좀 닦고 말하면 좋을 텐데.
금세 케이크를 다 먹어 치운 키리키리는 이디의 접시를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나는 케이크 한 접시를 더 사서 키리키리에게 주어야 했다.
* * *
“그럼 8층 스테이지에도 7층하고 똑같은 괴물들이 나온다는 거지?”
“응응!”
특이하네.
키리키리가 말하길, 8층 스테이지의 적들도 7층 스테이지에 등장했던 덤배스들 이라고 한다.
같은 곳에서 같은 적들을 대상으로 두 개의 스테이지가 진행되다니.
처음 있는 일 같은데.
“또 궁금한 건 없엉?”
키리키리가 물었다.
물론 있었다.
“7층 스테이지. 그거 원래는 어떻게 클리어하는 거야.”
“히히, 지나간 스테이지는 안 궁금해하면 좋을 텐데.”
키리키리는 항상 지나간 스테이지에 대해 묻기보다 그 정보값을 아껴 다른 걸 물어보길 원한다.
하지만 나는 내 궁금증을 채우고, 밑에서 올라오고 있는 도전자들을 위해 지나간 스테이지의 정보를 꼭 수집한 뒤 넘어간다.
물론 내 뒤의 도전자들이 과연 7층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우선은 다섯 명의 파티원을 맞춰서 도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징.”
근데 나는 그게 안 되잖아.
아무리 그래도 파티원 없이 솔플로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겠지.
6층에서는 단순한 방법이 있었다.
그 많은 해골을 혼자 싸워 이길 만큼 강해지면 되었다.
단순하기만 하고, 존나게 어려워서 그렇지.
하지만 7층에서는 정말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파티원이 없으면 애초에 못 깨게 설계하지는 않았을 거고.
“…히힝.”
키리키리가 멋쩍게 웃었다.
…묘하게 불안한 웃음이었다.
“설마 진짜로 못 깨게 설계된 거야?”
“아, 아닝데?”
아니란다.
태도가 조금 많이 불안했지만.
일단은 아니라고 한다.
이거 나중에 진짜 혼자서는 절대 못 깨는 난이도의 스테이지가 나오는 거 아냐?
막 파티원 100인 규모 스테이지가 나온다든가.
불안한데.
“으으으으음?”
키리키리에게 케이크를 걸고 실토하게 하려 했지만.
키리키리는 아직 나중에 등장할 스테이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 주면 안 된다고 우겨대었다.
“그래서 7층을 혼자서 깰 방법은 없는 거야?”
“물론 공략 방법이 있징. 7-2층에서 모체가 도망치면 덤배스들이 좌절하잖아.”
키리키리가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덤배스들을 부하 삼아 데리고 다닐 수 있엉.”
뭐야, 그게.
사기잖아.
“물론 그게 쉽지는 않을 거야. 다른 거는? 다른 질문은 없엉?”
딱히 없었다.
8층 스테이지에 대한 조언은 이미 들었고.
“곧 대화합의 날이 열리는 건 알지?”
키리키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다음 대화합의 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김민혁이 하루에 한 번씩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고.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이제 어수선함을 넘어 험악해지고 있었다.
결국 대화합의 날 전까지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전쟁이었다.
* * *
[8층 스테이지에 입장하셨습니다.]키리키리의 기분이 전례 없이 좋았던 탓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키리키리의 들판에서 허비하고 말았다.
대기실에서 휴식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바로 8층에 진입했다.
8층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바닥은 분명 7층과 비슷했지만, 천장도 벽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어둠이었다.
아예 한 줄기 빛조차 없는 것 같다.
암시 스킬이 있었음에도 뭔가 또렷이 보이는 것이 없었다.
“케륵.”
“이디, 뭐가 좀 보여?”
“안 보인다. 내가 밤눈은 좀 밝은 편인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케륵.”
이디도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도마뱀이 못 볼 정도인데.
사람이 못 보는 건 당연하지.
인벤토리에서 발열석과 천을 꺼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발광석을 사 둘걸.
키리키리는 참 유용한 조언들을 해 주지만, 편리성만을 보장해 주는 조언은 잘해 주지 않는다.
발광석, 하다못해 횃불이라도 준비해 두라는 조언이라도 해 줬다면.
평소처럼 발열석으로 불을 붙였다.
그제야 바로 옆에 있는 이디의 얼굴이 보였다.
“케륵.”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천장은 너무 높아 점멸을 모두 사용한다 하더라도 닿기 어려운 높이에 있었다.
[8층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설명: 이자이쿠 던전을 차지한 덤배스 무리들은 수십 년간의 발전과 협력 그리고 전쟁을 통해 그들의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그들의 발전과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다름 아닌 이자이쿠 던전의 구조라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수천 개의 작은 방과 이동 포털을 통해 그런 방들이 연결된 이자이쿠 던전의 구조는 한때, 덤배스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적을 몰아내고 난 뒤에는 서로의 왕래를 방해하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덤배스들은 대확장 공사를 통해 그들의 벽을 허물었고, 이자이쿠 던전을 거대한 하나의 공동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덤배스들은 이제 이자이쿠 던전을 비좁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햇살 아래에서도 불편함 없이 행동할 수 있었고, 밖을 나다니며 주변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던전 인근 지역은 덤배스들의 침공을 두려워했고, 다시 한 번 모험가들에게 그들의 소탕을 의뢰했습니다.
덤배스들의 모체는 그들의 사회가 통합되면서 숫자가 극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모체는 여전히 덤배스 사회의 중심이며, 정신적인 지주입니다.
모체가 사라진다면, 덤배스들은 단합하여 외부를 침공할 생각조차 떠올릴 수 없을 것입니다.
덤배스의 모체들을 처치하고, 던전 인근 지역에 평화를 가져다주십시오.
[클리어 목표]1. 덤배스 모체 처치(0/36)
와오.
이번에는 퍽 친절한 설명이었다.
7층에서 찔끔찔끔 정보를 알려 주고, 내가 몸으로 겪으며 차이점을 알게 될 때마다 메시지로 뒤늦게 설명해 주던 것과는 달랐다.
처음부터 배경 설정부터 목표까지 모든 것을 알려 주었다.
메시지의 설명을 읽으면 8층 스테이지의 위치는 7층 스테이지의 배경이 되는 이자이쿠 던전이다.
다만 시간이 많이 흐른 시점인 것 같았다.
“좋은데?”
“뭐가 말인가. 케륵.”
메시지의 친절함이.
그리고 저기 달려오고 있는 괴물들이.
발화석으로 불을 피운 것을 보았는지, 덤배스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어둠 속이라 불빛이 눈에 잘 띄었나 보다.
그나저나 수백 년이나 발전했다는 놈들이 왜 등불 하나 못 만들고 있던 거야.
우리에게 달려온 덤배스들을 보고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저것들, 눈깔이 없었지.
당연히 불빛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우리를 찾아온 것은 불빛이 아니라 말 소리를 쫓아온 것 같았다.
가장 전면에서 달려오고 있던 덤배스 한 마리가 소리쳤다.
“정지! 당신들은 이자이쿠 왕국에 불법 침입했다!”
얼씨구.
말을 잘하네.
“입국소를 거치지 않고 침입했기 때문에 저항할 시 현장에서 사살될 수 있다! 잠자코 체포되어 입국 관리소로 동행해…….”
달려온 덤배스 무리는 다섯 마리 정도였다.
적은데.
정면에 있는 놈은 조금 화려한 복장이었고
뒤에 있는 덤배스들은 통일된 복장을 입고 있었다.
의상의 수준이 제법 높았다.
모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어찌할까, 대장.”
“어찌하기는.”
8층 스테이지의 임무는 수뇌부의 암살 미션이다.
결국 이들의 지도자를 죽이고 집단을 와해하는 것이 목표인데.
굳이 저들을 따라가서 대화를 통해 침투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처음부터 다 때려잡고 침투하면 되는데.
“케륵, 역시 대장이다.”
“그렇지? 좋은 계획이지?”
“아니, 역시 미친 소리를 하길래 대장다웠다. 케륵.”
이 자식이?
“케륵, 케륵.”
이디는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창을 쥐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디는 전투를 사양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참 바람직한 부하였다.
나도 인벤토리에서 검과 방패를 꺼냈다.
“정지! 그만…! 크하아악!”
조용했던 도시 외곽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지도를 구했다.
지도는 꽤나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다만 색상이 아니라 점자 부호처럼 촉감으로 표면을 만지며 확인해야 했다.
덤배스들은 촉감이 아니라 쓱 보면서 확인하는 것 같던데.
눈도 없는 것들이 어떻게 보는 건지 모르겠다.
초음파 같은 거로 보는 걸까.
아직은 모르겠다.
다음번에 덤배스를 잡으면 그것도 물어보아야겠다.
“케륵, 다행히 모체들은 여기저기 퍼져있다.”
이디의 말대로였다.
왕국이 되어 버린 이자이쿠 던전의 덤배스 사회에서 모체는 말 그대로 귀족이었다.
한곳에 모여 있기보다는 여러 용무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와 이디는 곧바로 도시를 정면 공격하기보다는 도시 내부로 침투해 몸을 숨겼다.
도시에는 덤배스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들도 소수 들어와 있었다.
괜히 8층에서 처음 만났던 덤배스들이 입국소 어쩌고 하는 말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덕분에 도시에 숨어들기 수월했다.
우리는 빈집을 하나 찾아 이곳을 은신처로 삼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개별적으로 돌아다니는 모체들을 노리기로 했다.
만약 모체가 열 마리 넘게 한자리에 모여 버린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한 채 당할 것이 분명했다.
모체의 경직 능력은 여전했으니까.
그래서 세운 계획이 도시에 숨어 모체를 한 마리씩 암살하며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케륵, 각자 하루에 하나씩. 보름이면 끝나겠다.”
보름은 무슨.
열흘이면 될 텐데.
“케륵, 계획이 있는가?”
“있지.”
우리 암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뭔지 알겠냐고 이디에게 물어보았다.
“모르겠다. 케륵.”
“우리가 모체만 노려 암살하고 있다는 걸 적들이 알면 안 된다는 거지.”
모체가 한곳에 모이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케륵, 그럼 어떻게 하는가.”
아주 유용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