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396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17화(396/432)
외전 17화
도플갱어 (3)
“누구도 혼자 있어서는 안 됩니다.”
기사가 말했다.
공동의 중앙에 서서.
그는 모두가 공평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자 짝을 지어 서로를 감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짝이 안 맞는데?”
용병의 말대로였다.
공동에 있는 사람의 수는 다섯.
둘씩 짝을 지으면 한 사람이 남았다.
“각자 양쪽에 있는 두 사람을 감시하는 건 어떤가?”
성기사가 의견을 내었다.
나와 용병이 짝을 맺었을 때를 경계하는 듯한 아이디어였다.
부디 그래 주었으면 좋겠다.
“두 사람을요? 경계가 분산되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이 경우 양쪽에 있는 두 사람에게서 감시를 받는 거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걸세.”
성기사의 의견이 가장 타당해 보였고, 일행은 그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앉은 배치도를 보면, 나-용병-마법사-성기사-기사-나 순으로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
이 경우 나는 용병과 기사를 감시하고, 반대로 용병과 기사가 나를 감시하는 형태다.
성기사가 용병의 감시를 위해 마법사와 자리를 바꾸지는 않을까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쓸데없이 자극하는 일을 피하려는 건가.
아니면 아직까지 용병이라고 확신하지 못해서인가.
그도 아니면 자신보다 마법사가 용병 옆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 판단한 건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오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하지.]도플갱어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도플갱어는 내 생각을 훤히 읽고 있었다.
[아니, 남의 생각을 읽고 싶다는 게 아니야. 남의 생각을 읽는 건 참 유용하다는 말이었다. 독심은 실로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다른 한편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악마는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소리 때문인지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올라왔다.
등골까지 송연해지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그때 기사가 고개를 꺾어 나를 쳐다보았다.
의구심이 가득 담긴 눈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내가 몸서리치는 걸 보기라도 한 걸까.
불가능하다.
나는 교묘하게 남들보다 뒷선에 앉아 있었다.
원을 그리고 앉아 있는 배치 상황에서, 나는 기사가 목을 확 틀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는 범위에 앉아 있었다.
“가, 갑자기 오한이 좀 들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군요. 오랫동안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뭐라도 먹어야겠군요.”
기사는 다시 공동 중앙으로 올라갔다.
잠시 식사 시간을 갖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냥 자리에서 해도 되는 말인데, 공동의 주제라 생각한 건지 성실하게도 공동 중앙으로 향했다.
기사는 밥 먹자는 간단한 말을 하기에 앞서 영양 상태가 사람에게 미치는 체력적 그리고 정신적 영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연이었을까.
저 기사는 분명 앞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움직였을 때, 그를 쳐다보았을 때 고개를 돌려 정확히 나를 쳐다보았다.
두 번이나.
청각이 비정상적으로 좋아서 내가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쳐다보는 걸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고개를 돌린 것도 아니었다.
내 착각인가.
과도한 긴장 때문에 기사의 옆통수에 눈이라도 달려 나를 항시 감시하고 있다는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것이다.
가능성이 있었다.
던전에서 미쳐 버려 착시와 환청을 동반한 과대망상증에 시달리는 모험가들을 숱하게 보았었다.
[착각이 아니다. 인간 친구. 저 기사쯤 되는 인간에게 시각이란 세상을 파악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뭔 개소리야, 그건.
* * *
도플갱어는 마력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마력을 다루어 눈이 닿지도 않는 곳을 인지할 수 있다고?
뭐야, 그게.
사기잖아.
식사가 시작되었다.
선발대가 편성되면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탐사가 지속될지 몰라 식량은 넉넉히 챙겨 둔 상태였다.
“기사님, 이것도 좀 드시죠.”
보급 식량에 더해 나는 몇 가지 간식거리를 더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일행에게 나눠 주고 있는 이것.
이주 신맛이 나는 자두를 말리고 설탕을 뿌려 절인 것인데, 하나씩 먹으면 입에 침이 고이고, 피로가 쌓였을 때 먹으면 기운이 난다.
던전에서 조난당하거나 고생한 경험이 많았기에 식량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 왔다.
마지막으로 기사에게 자두 말린 것을 나눠 주고는 슬쩍 그와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맛있네요. 평소라면 너무 시어서 잘 못 먹었을 것 같은데. 먼지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오히려 신맛이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모두에게 자두를 나누어 주었지만, 이 기사가 가장 친절히 고맙다고 말해 줬다.
이 양반은 성격도 좋은 모양이다.
너무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사람이라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는 인간이었다.
“자두는 피로 회복과 장 활동에 좋고, 눈의 피로와 사람의 면역력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 면역력이 무슨 뜻이냐면 말입니다. 사람은 다양한 질병에 일정 수준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마법사들이 이야기하는 세균학에 따르면….”
좀 수다스럽고 아는 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좀 많이.
나는 눈곱만큼도 이해되지 않는 말을 경청하며 ‘오, 그렇군요. 과연. 역시. 이야. 그럴 수가.’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기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용병이 가까이 다가왔다.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로 보이니 자기도 수다를 좀 떨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사 나리, 원래 고향은 어디였수?”
“말씀 안 드렸던가요? 프렘베 지방 출신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은 동향이라고 하셨었지요?”
그렇게 고향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용병은 신나서 자신의 고향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병은 실제로 나와 동향이 맞았다.
그저 내가 그를 기억하지 못할 뿐이었다.
“우리 마을에는 나무 바위라는 명물이 있었는데…….”
기억났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
애들이 나무에 그네를 걸어서 놀기도 했었다.
특이한 나무라고, 그 아래에서 기도하는 어른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 마을에 그런 바위가 있었던가?”
“응? 기억 안 나냐?”
용병은 어떻게 바위 나무를 기억하지 못하냐는 듯 물었다.
“…모르겠는데. 다른 마을이랑 착각한 것 아니야?”
용병은 자기가 착각할 리가 있냐며 소리쳤지만, 나는 역시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렸다.
용병은 나에게 기억력이 좋지 않다며, 기억력에 좋은 약재라도 달여 먹으라고 말하고는 넘어갔다.
별일 아닌 듯 넘어갔지만, 저 뒤에서 우리를, 정확히는 용병을 바라보고 있는 성기사의 눈의 의구심의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기사님의 고향은 어떤 곳이었습니까?”
화제를 전환할 겸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라면 특유의 수다로 이 애매한 상황을 단숨에 잊어버리게끔 만들어 버리리라고 생각했다.
* * *
“그 평민 친구와의 약속은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사에게 고향 이야기를 묻지 않았을 것이다.
수다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알았다면.
“기사가 된 것은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 기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지요. 강해져서 초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도, 국왕폐하께 충성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었습니다. 그저 상황에 따라 흘러가는… 그래, 조각배처럼 파도에 실려 떠내려가고 있었을 뿐이죠. 그런 제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준 게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그를 만나고 저는 더 많은 사람을 지키고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를 얻었습니다. 저는…….”
도대체 언제 끝날까, 이 지긋지긋한 수다는.
“그렇게 저는 다시 검을 수련하기 시작했고…….”
나는 말 많은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
주로 그들은 술에 취했을 때 말이 많아지는데,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면서 술김에 끝도 없이 나불거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했던 말을 반복하지도 않았다.
저긴 수다를 중복되는 내용 없이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못해 경이적으로 느껴졌다.
“왕실 기사가 되기 위한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기사는 계속해서 떠들었다.
계속해서
[눈 똑바로 떠라, 인간 친구.]도플갱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잠깐 졸아 버렸다.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급히 기사를 쳐다보았지만, 내가 졸고 있던 건 신경도 쓰지 않는지 여전히 이야기 중이었다.
용병은 너무나 재밌게 경청하고 있었다.
“빛이여!”
“빛이여!”
둘이 이상한 구호까지 함께하며 제대로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바보들도 아니고.
“참 이상한 일이지요. 광검의 창시자께서는 단 한 마디를 남겼다고 합니다. 정 못 할 것 같으면 한 번 죽어라.”
“하하하하!”
도대체 방금 이야기 어디에 웃을 포인트가 있는 건데.
못 할 것 같으면 죽으라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밖에 답이 없다 이거야 뭐야.
재능 없는 놈은 그냥 뒈지라는 거야?
듣기만 해도 빡치는 이야기였다.
주변을 살폈다.
마법사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성기사는 여전히 용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상황을 유지해야 했다.
용병이 의심을 받고 있지만, 아주 도플갱어라 낙인찍혀서는 안 되었다.
혹시 용병이 의심을 받아 죽기라도 한다면 다음 타자는 높은 확률로 내가 될 것이다.
내 목표는 절대 일행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이 공동 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간다고 해 보자.
결국은 나를 포함한 두 사람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마지막 사람에게 죽겠지.
압도적 최약체인 나로서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구조대가 도착해 막혀 버린 길이 다시 열릴 때까지.
[길이 열린 뒤는 걱정하지 마라. 벽 너머에 있는 기절 마법 함정을 다시 한 번 발동시키고 모두를 죽인 다음 이곳을 빠져나가면 된다.]아주 좋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도플갱어에 대해 모른다.
일행과 구조대를 모두 죽이고 나 혼자 입구로 돌아간다면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겠지.
살아남을 수 있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었다.
보물을 찾겠다며 고향을 떠났을 때, 내 인생은 망가졌다.
그 이후 내 삶은 똥통을 구르는 것과 같았다.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속이고, 사람을 배신했다.
또 그만큼 배신당했고, 속았고, 얻어맞아 죽을 뻔했다.
내게 남은 결과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뿐이었다.
그 길고 긴 구렁텅이의 끝이 허무한 죽음이라니.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 * *
밤이 저물었다.
해와 달의 움직임도 빛과 어둠의 교차도 보이지 않는 동굴 속 공동이었지만.
우리는 시계를 통해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움직임과 별개로
밤에는 사건이 일어났다.
언제나 그러했듯.
마치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것처럼.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예민해졌다.
식사 시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험악해졌다.
식사 이후 몰려오는 피로와 졸음이 문제였다.
공동 안에 아직 도플갱어가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잠들기 두려워했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날카롭게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름 먹은 도화선 위로 불꽃이 떨어졌다.
마법사가 갑자기 구석에서 볼일을 보겠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반대했다.
한 사람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건 지나치게 위험했다.
“안 된다니까 그러네! 거 씨발, 다 늙어서 쭈글쭈글한 물건이 뭐가 부끄럽다고 유난이요. 우리 다 조금씩 떨어져서 볼일을 해결했구만.”
용병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마법사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볼일을 봐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용병이 마법사를 도플갱어로 의심한 건 어쩔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용병이 보기에 일행 중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마법사뿐이었으니까.
그는 우발적으로 도끼를 꺼내 들었고.
그를 지켜보던 성기사도 우발적으로 망치를 들어 그를 가로막았다.
“뭐여, 이건! 저 늙은이를 공격해야지, 왜 나를 막아!”
성기사는 그 말에 대꾸하는 대신 신성 주문을 사용했다.
“광명 된 빛 아래 그늘진 그림자를 비추어라. 홀리 마크.”
“시벌,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지!”
성기사의 망치와 용병의 도끼가 부딪히기 시작했다.
기사는 갑작스럽게 전개된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짜져 있었다.
성기사는 마치 필생의 원수를 상대하듯,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필사적으로 망치를 휘둘러 대었다.
하지만 전 대륙을 아우르는 용병 길드를 대표하는 전사의 전투력은 만만치 않았다.
“크윽!”
성기사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그때 용병의 눈에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법사가 보였다.
“이 정신 나간 늙은이들이 쌍으로…!”
용병은 복대에 숨겨져 있던 단검을 뽑아 던졌고.
마법사는 단검에 맞아 쓰러졌다.
“그만하십시오!”
쾅!
갑작스러운 폭음.
기사가 검을 휘둘러 바닥을 때리자 마치 마법이 작렬한 것 같은 폭음이 울리며 바닥이 흔들렸다.
용병이 그것에 놀라 기사를 돌아보는 사이, 성기사가 냅다 망치를 집어 던졌다.
“홀리 스마이트!”
신성 주문까지 가미된 망치는 그대로 용병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용병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허허, 개판이군.]악마의 말대로였다.
젠장, 어떻게든 싸움을 말렸어야 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급작스럽게, 그것도 마구잡이로 싸움이 일어나 버렸다.
내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내겐 그들의 싸움을 말릴 힘조차 없었다.
무턱대고 저 사이에 끼어들었으면 1초만에 죽었겠지.
성기사는 헐레벌떡 뛰어와 망치를 다시 집어 들었고.
기사도 마찬가지로 다가와 쓰러진 용병을 끝장내려는 성기사를 말리기 시작했다.
좆 됐다.
진짜 좆 됐다.
저 흥분한 양반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용병의 머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폭포수처럼 펑펑.
“그만하십시오!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비키게. 저자가 도플갱어야! 이 기회에 끝장을 내 버려야…….”
성기사는 말끝을 흐렸다.
그제야 용병의 뒤통수가 완전히 박살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미 바닥에 뻗어 있는 용병의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주, 죽었어?”
당황한 성기사의 눈동자가 서서히 올라와 내게로 향했다.
그 눈동자에 새로운 의심이 피어오르기 전에.
나는 반사적으로 내가 해야 할 행동을 했다.
“안 돼!”
나는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쓰러진 용병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성기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성기사님! 치유 주문을 사용해 주십시오!”
“하, 하지만…….”
“도플갱어는 죽을 위험에 처하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 친구는 도플갱어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성기사는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용병의 뒤통수에 치유 주문을 쏟아부었다.
용병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아주 잠깐.
“언젠가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네 누이… 유리에게 청혼하고 싶었는데.”
용병은 내 손을 꼭 부여잡고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그의 유언이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는 완전히 숨을 거두었다.
“안 돼!”
나는 세상이 끝난 사람처럼 엉엉, 울며 통곡했다.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은 풀리지 않은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근데 이 용병 새끼, 도대체 누구지.
누군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내 누이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거지.
의구심은 풀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던 용병은 이미 죽어 버렸다.
당황한 일행이 침묵하는 와중 용병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내 울음소리 만이 공동 안을 울렸다.
그리고
[이히히히.]악마의 웃음소리도 공동 안에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