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403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24화(403/432)
외전 24화
호치 (3)
“나도?”
용용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치는 난처함을 느꼈다.
“용용아, 아빠가 보고 싶어?”
용용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하고 있던 씩씩함은 금방 사라졌다.
용용이는 조금 침울해 보였다.
호치는 손을 뻗어 용용이의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빵떡같이 부드러웠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호재가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되었다보니 용용이도 불안해진 모양이다.
언제 이런 전투복까지 준비했을까.
제대로 된 군복이라기보다는 코스튬 복장에 가까워 보였다.
“용용이가 만든 거야?”
“응…….”
비록 이호재와 용용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호치도 마법에 조예가 있었다.
마법 물품을 알아볼 식견도 갖추고 있었다.
용용이가 준비해 온 옷이 그냥 디자인에만 신경 쓴 코스튬 복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투용 복장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 것인지 한눈에 보였다.
“용용아, 삼촌이 가면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호치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이호재는 말할 것도 없었고, 용용이와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지는 능력이다.
자신이 가 봐야 다른 사람의 발목만 잡을 것이 분명했다.
그냥 발목을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아냐, 삼촌도 가야 해.”
용용이는 드물게 고집을 부렸다.
아까의 씩씩한 태도는 아니었지만, 완강하게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호치는 이호재를 찾아갈 생각이 없었다.
물론 이호재가 걱정되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이 찾아간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고, 이호재라면 어떻게든 이겨 내고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꼭 가야 하는데.”
용용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호치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왜 삼촌이 꼭 가야 할까?”
사실 호치는 용용이가 혼자 떠나기 무섭거나 긴장되어 자신과 함께 가고 싶은거라면 기꺼이 함께할 생각이 있었다.
물론 방해가 되겠지만,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 한들 겁내는 아이를 혼자 내모는 것은 보호자가 할 행동이 아니었다.
용용이가 이호재를 찾아 떠나겠다는 것을 굳이 말릴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용용이는 예상과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그냥. 기분이 그래.”
“기분이 그랬어?”
호치는 용용이를 안아 들며 되물었다.
용용이는 호치가 거절할 거라 생각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호치는 용용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생각했다.
자신이 이호재를 찾아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 보라면 당장 몇 가지나 댈 수 있었다.
호치 자신의 판단과 용용이의 직관, 두가지를 저울에 올려 보았다.
균형의 추는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래, 가자.”
호치는 아침이 오기 전에 준비를 마치고, 편지 한 장을 써 내려갔다.
거창한 편지는 아니었다.
한동안 자리를 비울 것임을, 그리고 그동안 교단 일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였다.
집무실 책상에 올려진 편지는 다음 날 아침 김민혁의 손에 들려졌고.
김민혁은 비명을 지르며 당장 퇴교하겠다고 난동을 부렸지만, 다른 교인들의 만류에 결국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 * *
“삼촌, 우리 왜 몰래 가?”
용용이가 물어보았다.
호치와 용용이는 튜토리얼 60층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몰래몰래.
살금살금.
오랜 시간 그들의 집이었던 60층 거주지역에서 몸을 숨긴 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 용용이는 이상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사실 이상하긴 했다.
“…그런 게 있어, 용용아.”
벌컥!
이층집의 창문이 힘차게 열렸다.
예전에는 이호재가 자신의 방으로 쓰던 집이었고.
이제는 이연희가 물려받아 지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이연희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연희는 창문들에 팔을 기대고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호치는 창문이 열리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용용아, 우리 안 보이는 거 맞지?”
“응, 맞아.”
호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이연희의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용용이의 마법을 간파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삼촌, 근데 투명 마법은 왜 써 달라고 한 거야?”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호치는 결국 대답해 주지 않았다.
좋지 못한 판단이었다.
용용이는 끝까지 호치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고, 그래서 호치가 시키는 대로 정말 투명 마법만 사용했다.
투명 마법은 그들의 모습을 감추어 주었지만, 기척도 목소리도 지워 주지 못했다.
이연희는 창문에 기댄 채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아무래도 아직 대답이 준비되지 않은 모양이네.’
아니면 그냥 쑥스럽거나.
이연희는 그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 보았지만,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60층 구역 어딘가에 볼일이 있겠거니 했다.
십수 년을 여기서 살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호치와 용용이는 60층을 자주 찾아왔다.
호치는 용용이의 작은 손을 꼭 맞잡은 채 60층 거주 지역의 거리를 벗어났다.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한 채.
* * *
“자,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용용아.”
호치의 물음에 용용이는 신나서 설명했다.
“삼촌은 저쪽으로, 나는 이쪽으로!”
용용이는 화산과 얼음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호치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61층의 테마는 잘 알고 있었다.
두 갈래의 길 끝에서, 다시 만난 도전자들은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승자가 된 도전자만이 62층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문제는 호치 자신이 도전자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치는 용용이에게 61층을 그냥 넘어갈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여기서 따로 움직여야 한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따가 봐!”
용용이는 마법을 써 훌쩍 사라져 버렸다.
“이런…….”
호치는 난처해하다가 자신도 화산을 향해 이동했다.
다음 순간, 호치는 용암 화산의 심장지에 도착해 있었다.
“어서 오라.”
화산에서 호치는 확신을 잃어버린 거인을 만날 수 있었다.
용암에 누운 채 인사하는 영감과 마주쳤다.
“어… 영감, 괜찮아?”
호치는 자신도 모르게 걱정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만큼 영감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호치는 자신이 너무 영감의 일에 무심했던 걸까 싶어 괜히 미안해졌다.
“괜찮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거인의 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성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는 호치도 들어 알고 있었다.
신성의 상실은 호치가 생각했던 것보다 치명적이었다.
거인의 신체와 정신이 신이 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퇴화였다.
그동안 얻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니, 사실 모르겠구나. 내가 괜찮은 건지, 아닌지.”
거인은 그렇게 말했다.
어쩌면 신성을 잃은 채 안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고통을 받다가 죽어버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
너무 담담하게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거인의 모습에 호치는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자신의 신격을 내려놓은 신이 맞이해야 할 당연한 결과다. 내가 불러온 결과를 거부할 수는 없겠지.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이냐.”
영감이 물어보았다.
호치는 61층에 자주 놀러 오지 않았다.
사실 호치에게 61층은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나쁜 쪽의 기억만 충만했다.
영감도 다른 거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호치는 호재를 찾아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영감은 그 설명을 듣자마자 말했다.
“죽을 거다.”
악담이 아니었다.
영감은 정말 호치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사실 호치도 그렇게 생각했다.
용용이가 지켜 주겠지만, 상대는 초월신에 근접해 세상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질서의 신이다.
“그래도 가겠다는 거냐.”
호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뭐냐.”
“걱정되니까.”
걱정되었다.
사실 호치는 이호재가 이겨 낼 거라 믿었지만, 그걸 확신하지는 못했다.
이호재의 승리를 자신들의 신격으로 삼은 거인들과는 달랐다.
호치는 이호재가 이겨 낼 가능성과 결국 이겨 내지 못할 가능성 모두를 생각했다.
“혹시 호재 놈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럼 지금 찾아가 보지 않았던 걸 후회하면서 살게 되겠지.
어쩌면 찾아간다 하더라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넌 왕의 승리를 믿지 않는구나.”
당연했다.
이호재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부디 해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가까웠다.
“좋아.”
거인의 몸이 작아졌다.
2미터. 키가 큰 사람 정도의 크기로.
“나도 가겠다.”
영감이 말했다.
“네 말이 옳다. 나도 후회만 남긴 채 이대로 죽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왕을 찾아가다 죽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직 죽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모양이었다.
호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동행을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없었다.
호치와 영감 앞에 포털이 등장했다.
61층의 마지막 구역, 대결장으로 이동하는 포털이었다.
호치는 영감과 포털에 올라섰다.
“출발 안 하나?”
영감이 물었다.
호치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 포털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쩌지.’
과거 도전자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호치는 이곳에서 나아갈 수 없었다.
이호재가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호치는 결국 61층의 마지막 구역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영감, 혹시 안 넘어가지면 어쩌지?”
영감도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우리 둘 다 상당히 민망해지겠지. 넘어갈 방법조차 준비하지 않고, 무슨 자신감으로 찾아왔던 거냐. 너무 당당해서 넘어갈 방법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호치는 머쓱함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일단 해 보기나 하거라.”
영감이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호치는 자신의 발밑에 놓인 포털을 보며 말했다.
“이동.”
포털의 빛이 팽창했다.
빛이 호치와 영감의 몸을 감쌌다.
다음 순간, 호치와 영감은 대결장으로 이동해 있었다.
“어… 되네.”
* * *
[이호치(?)]Lv.499
힘: ?
민첩: ?
체력: ?
마력: ?
“상태창까지…….”
호치는 왜 갑자기 자신이 튜토리얼의 도전자로 받아들여진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그렇게 죽어라 해도 안 되었었는데.
조금 기다리자 용용이가 대결장에 도착했다.
호치는 용용이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용용이는 자신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냥 막연히 되겠지 싶어 데려온 걸까.
알 수 없었다.
“이다음은 어찌 넘어갈 생각이지?”
대결장에서는 양 갈래 길을 통해 도착한 도전자들이 전투를 벌이고.
승자가 된 쪽만 나아가게 된다.
호치는 생각했다.
‘혹시 용용이가 날 꼭 데려오려고 했던게, 여기서 넘어가기 위함이었나.”
만약 그렇다면 용용이는 61층을 벗어나게 되고, 자신은 60층으로 돌아가게 된다.
호치는 고개를 돌려 영감을 쳐다보았다.
또 민망해질 것 같은데.
괜히 후회니 뭐니 하면서 거창한 말을 했던 것 때문에 계속 민망해지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도 생각도 없이 용용이를 따라왔다고 솔직하게 말할 것을.
다행히 용용이는 호치를 61층의 제물로 쓰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61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손쉬운 클리어였다.
괜히 마음 졸이고 있었다.
그냥 용용이만 믿고 있으면 되는 것을.
어느새 자신의 곁으로 이동한 용용이에게 호치가 질문했다.
“어떻게 한 거야?”
“시스템을 뚫고 이쪽으로 이동한 거야. 그러면 저쪽에는 도전자가 다 없어져서 패배로 처리되고, 이쪽이 승자조가 되는거야.”
너무나 간단해 보였다.
호치는 생각했다.
이호재가 그 방법을 몇 년 일찍 알았다면 참 많은 것이 바뀌었을 텐데.
새삼 용용이가 대단해 보였다.
호치는 용용이와 영감과 함께.
다시 한 번 포털을 타고 이동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푸른 들판이었다.
“윙?”
그리고 들판에는.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키리키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