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405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26화(405/432)
외전 26화
101층 (1)
[101층]“이거 생각하고 너무 다른데.”
[그렇습니까?]아부부가 되물었다.
세레지아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녀가 소통 능력을 재활성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질서의 신은 튜토리얼을 통해 찾아갈 수 있었다.
시스템 그 자체라는 질서의 신은 튜토리얼에 기생하고 있었다.
61층 스테이지를 통해 튜토리얼에 재입장했고, 키리키리의 안내를 받아 100층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100층에서 클리어 메시지와 함께 지구로 이동되었던 이전과는 달리 다음으로 넘어가겠냐는 메시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100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도전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더럽게 심플한 질문이었다.
당연히 나는 질문에 긍정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질서의 신을 마주할 거라 예상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단기간 내에 결판이 날 거라고.
하지만 예상과 달리 101층은 몇 달째 끝나지 않고 있었다.
꼬르륵.
배 속이 울렸다.
허기가 느껴졌다.
“허 참.”
나는 아공간에서 먹을 것을 꺼냈다.
다행히 식량은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이호재교의 보상을 위해 먹거리를 대량으로 준비해 둬 다행이었다.
덕분에 궁상맞게 식재료를 구해 불을 피워 요리를 해 먹을 일은 없었다.
귀찮은 것도 귀찮은 거였지만, 품위 유지 면에서도 정말 다행이었다.
신까지 되어서 혼자 모닥불 피워 가지고 고기나 구워 먹고 앉아 있으면 그 꼴이 얼마나 궁상맞을까.
[지금은 신이 아니시잖습니까.]아부부가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나는 지금 신이 아니었다.
허기를 느끼지도 않을 것이고, 샌드위치를 베어 먹으며 안도감을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101층에서 몇 달이나 되는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겠지.
[신격이 동결됩니다.]101층에 입장하자마자 본 메시지였다.
신격의 동결.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내 신격이 사라져 버렸다.
내 몸 상태는 내가 신이 되기 이전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마치 천공의 신이 만들어 낸 가상 세계에서 겪었던 것처럼.
“천공의 신은 이곳을 따라 한 건가?”
[예, 그렇죠.]아부부가 내 물음에 긍정했다.
천공의 신은 아부부를 매개체로 신격을 소멸시키고, 신이 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그 안에서 무한히 분화된 아부부를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려 했었다.
나름 천재적인 발상이었는데, 이곳 101층을 카피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조금 실망이었다.
샌드위치를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손에 빵가루가 묻어 남아 있었다.
아공간에서 물티슈를 찾아 손을 닦아 내어야 했다.
귀찮았다.
“백신전의 신들은 왜 이딴 곳을 만들어 둔 거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곳 시련의 장 101층은 백신전의 신들이 질서의 신을 막기 위해 만들어 둔 장치에 불과했다.
키리키리는 101층을 클리어하면 질서의 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말 속 편한 이야기였다.
이딴 곳을 만들 능력이 있었으면 처음부터 질서의 신을 손쉽게 제압할 방법을 만들어 두면 되잖아.
그럼 얼마나 편하고 좋아.
[제가 알기로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아부부가 말했다.
다시 만난 아부부는 신들에 대해 정말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이전에는 기억에 이래저래 제한이 많았다고 한다.
잘난 체하며 떠들기 좋아하는 아부부는 자신의 기억들을 아낌없이 풀어 주었다.
[질서의 신은 처음부터 다른 신들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 신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기계 신의 통제권이 어느 한 신에게 집중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답니다. 그래서…….]“아무도 통제하지 못하게 한 다음에 혹시 기계 신이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 이딴 시련의 장을 만들어 둔 거라고?”
[예.]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런 시련의 장이라면, 백신전의 어떤 신이 여차했을 때 클리어해 낼 수 있어야 하잖아. 왜 신력을 없애 버리는 거야.”
이게 문제였다.
질서의 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은 좋았다.
실제로 문제가 생겼으니까.
그런데 그 장치를 실행할 방법이 문제였다.
[그것도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뭔데?”
신력을 날려 버리는 개 같은 시련을 굳이 넣어 둔 이유가 도대체 뭔데.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게 더 신기할 것 같았다.
[신격을 모두에게 합리적인, 올바른 하지 못한다는군요.]“뭔 소리야, 그건.”
[신들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신성에 따라서만 움직인다죠. 합리적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도 자신의 신성이 세상의 멸망을 바라고 있다면 기꺼이 멸망을 택한다는 겁니다.]잠시 아부부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장 빛의 신을 떠올려 보자.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멸망한다.
그런데 그 멸망의 방법이 우주의 폭발이라면.
빛의 신은 멸망에 찬성할 것이다.
희망의 신.
모험의 신.
결투의 신.
자연의 신.
죽음의 신.
희생의 신.
헌신의 신.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제정신이 박힌 신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
‘상식적인 판단’이라는 분야에서, 신격들은 모두 결격 사유가 충만한 꼴통 문제아였다.
“그래서 신격을 없애 버린 거라고?”
[예. 신격을 없애 버린 이곳에서라면 밖에서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할 거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질서의 신을 막는 것이 세상을 위해 정말 옳은 것인지.
신격을 없애고 다시 판단한 뒤에 결정하라는 건가
이해했다.
정말 합당한 이유가 있기는 있었네.
그 사실이 더 놀라웠다.
“그럼 신들이 직접 질서의 신을 막지 않은 이유는 뭐야.”
굳이 튜토리얼을 만들고, 도전자를 육성시켜 이곳에 도전하게 한 이유는 뭘까.
그렇게 시간이 질질 끌리는 동안 질서의 신은 단순한 문젯거리를 넘어서 초월 신에 근접하게 되었다.
[신격이 없어지지 않습니까. 어떤 신께서 스스로 신격을 내려놓으려 하시겠습니까. 아무리 일시적이라지만.]“어휴.”
너무 신들 같은 이유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이 다가오고 있었다.
적은 거대한 야수형의 괴물이었다.
검은 솜뭉치를 대충 뭉쳐 만든 것 같은 기괴한 모습에.
황금빛이 발하는 발톱을 가진.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흥분으로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래, 신격이 동결되고 이거 하나만은 좋았다.
신이 되기 이전의 흥분과 쾌감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부부를 들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야수 괴물이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 놀라운 현상이었다.
질서는 특이한 개념이었다.
과거 호치와 함께 질서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어디부터가 질서이고, 어디까지가 혼돈인가.
신력이란, 법칙을 뒤흔드는 힘이다.
아래로 떨어져야 할 사과가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충격력을 허공에 만들어 내고, 아무런 성분 없이 생명체를 창조해 낸다.
신력이란 그런 힘이었다.
그 자체로 질서를 무너뜨리는 그런 힘이었다.
질서의 신의 신력이 담긴 황금빛 발톱은 휘둘러지는 순간 경이적인 현상을 자아내었다.
질서의 신의 신력은 기적을 만들어 내었고, 질서의 신의 의지는 기적이 세상의 법칙을 엉클어 놓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력과 의지의 충돌은 차원의 분화를 이끌어 내었다.
세상을 엉클어 놓는 신력의 작용을 현실에 구현해 내는 대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내었다.
세상의 분화, 그것이 질서의 신이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황금빛 발톱이 휘둘러짐에 따라 수많은 우주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우주는 황금빛 발톱과 함께 나를 향해 떨어졌다.
일점에 가까운 공간에 압축시킨 우주였다.
하나의 세상을 가득 담은 중량이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 충격량을 계산해 보려 했다.
불가능했다.
한낱 필멸자가 감히 상상할 수 있는 물리력이 아니었다.
신력이 동결된 이후에도 나는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신력이 제한된 공간에서도 나는 충분히 강했다.
오산이었다.
이곳은 신력을 제외하고 필멸자 시절의 능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매 순간이 자신에 대한 시험이었다.
나는 압도적인 힘 앞에서 스스로를 관철할 수 있는가.
나는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가.
나는 신이 될 수 있는가.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고.
다시 한 번 답을 내었다.
황금빛 발톱 아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신이 되었다.
“죽어라.”
아부부가 휘둘러졌고.
내 신력을 담은 검은 야수와 황금빛 발톱을.
분화된 우주들을 그대로 소멸시켜 버렸다.
[신격이 동결됩니다.]다음 순간, 내 신력은 다시 사라져 버렸다.
잠시 신이 되었던 나는 다시 인간이 되었다.
“이 짓도 하다 보니 익숙해지는데.”
[…뭐라 드릴 말이 없군요.]아부부가 중얼거렸다.
몸을 풀었다.
잠시 신이 되었다가 인간으로 돌아온 몸은 긴장으로 뺏뺏이 굳어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한 놈만 튀어나와서 다행이었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습격해 오면 신격을 얻었다가, 잃었다가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몸이 버티질 못한다.
과한 긴장으로 신제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나아가기에 앞서 몸을 추슬러야 했다.
결국 몇 달째 나는 이곳 101층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공의 신께서는 실패하셨겠군요.]아부부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천공의 신께서는 도전자에게 모든 일을 맡기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하셨었죠.]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천공의 신은 그런 신이었다.
[그 해결 방법은 용사님도 아시다시피 저를 무한히 분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무한대에 가까운 숫자의 아부부.
분명 어마어마한 전력일 것이다.
[하지만 천공의 신께서 저와 함께 이곳에 들어오셨다 한들 성공하셨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마 실패하셨겠지요.]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천공의 신의 준비는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질서의 신이 초월 신에 다다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초월 신에 다가서고 있다는 질서의 신은 분명 상식 밖의 능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제한적으로나마 질서의 신의 힘을 담고 있는 괴물들은 어지간한 대신격도 흉내내지 못할 초월적인 현상을 구현해 내고있었다.
순간적으로 우주를 여러 개 창조하고, 극점까지 축소시킨긴 우주의 무게를 이용해 상대를 깔아 버린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놀라웠다.
그나저나 또 하나 의외인 것이 있었다.
아부부가 천공의 신에게 보이고 있는 호의 때문이었다.
아부부가 천공의 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보이는 애정과 충성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럼요, 그분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요. 쌓인 정이 크죠.]“나보다?”
물어보았다.
나도 물어보면서 유치하다는 걸 알았다.
[당연하죠.]아부부는 즉답했다.
솔직히 섭섭했다.
그래, 나는 유치하다.
“의외네. 나 같으면 안 그럴 거야.”
만약 누군가가 나를 튜토리얼에 가두고, 빼 온 뒤에도 이리저리 부려 먹기나 하고.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
꼭 뒤통수를 쳤겠지.
[용사님은 굳이 부려 먹지 않아도 기회만 생기면 자기 위에 있는 사람의 뒤통수를 때릴 위인이잖습니까.]아부부가 말했다.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을 함께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처음?”
[예. 저는 그분이 신이 되기 이전, 아직 미숙한 인간이던 시절을 기억하거든요.]아부부는 그렇게 또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