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406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27화(406/432)
외전 27화
소년과 검 (1)
작은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은 특별한 마을이었다.
다른 마을과는 다른 특별한 점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마을이었고.
그랬기에 마을은 특별한 마을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마을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산 아랫마을들이 세금 징수에 쪼들려 생계의 유지조차 힘들었던 반면에, 마을사람들은 영주에게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마을은 화전민들이 숨어 사는 화전촌이었다.
세금을 피해 도망친 영지민들이 모여 화전촌을 형성했다.
몇 사람이 산에 숨어 살 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용히 밭을 일구고, 사냥으로 고기와 가죽을 얻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영주들의 폭정으로 영지를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화전촌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영주들은 화전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영주들은 화전촌을 불태우지 않았다.
대신에 화전민들에게 더 가혹한 세금을 할당했다.
화전민들은 저항했다.
그때부터 화전민들은 반란군이 되었다.
화전촌은 반란군 근거지가 되었다.
반란군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달게 되었지만, 실상 그들을 군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는 하나도 없었다.
사냥용 활이 세 점이었고, 밭을 가는 나무 고랑이 열 개가 넘었다.
험한 산세 속에는 수렵용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게 반란군이 가진 전부였다.
백 명도 되지 않는 반란군들이 화전촌을 버리고 도망쳐야 하는지, 짱돌을 들고 싸우다 죽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을 때.
어떤 소년이 산을 올랐다.
“야, 잠깐만.”
나는 잠시 아부부의 말을 끊었다.
이야기를 계속 듣기에 앞서서 물어볼 것이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아부부가 물었다.
“갑자기 이렇게 긴 이야기 시작하기야? 느닷없이?”
너무 한가한 거 아니냐.
우리 그래도 질서의 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101층에 들어와 있는 상황인데.
[어차피 회복하는 동안 조금 쉴 거 아닙니까.]그렇긴 한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쉬는 동안 안 끝날 것 같으니까 그러지.”
이래 놓고 내가 중간에 말 끊고 이동하자고 하면, 섭섭해할 거잖아.
내가 다 알아.
아부부 네 녀석의 수다를 한두 번 겪어봤는 줄 아나.
[에이. 금방 끝나요. 긴 이야기 아닙니다.]“진짜?”
[예. 그럼요.]아부부는 장담했다.
나는 알았으니,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길지 않은 이야기라면 상관없었다.
아부부가 말했던 대로 어차피 회복을 위해 조금 쉬었어야 했다.
아부부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혼자서 산에 오른 소년은 문제를 해결해 버렸다.
병사들을 이끌고 산을 포위하고 있던
영주들을 본인들의 영지로 돌려보냈다.
반란군 수장과의 합의를 통해, 3년간 모든 세금을 면제하고, 그 이후에는 소득에 맞는 합리적인 세금을 납부하겠다는약속을 받아 내었다.
그렇게 반란군은 다시 특별한 마을의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되었다.
촌장은 자신들을 죽을 위기에서 구해준 소년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는 그들의 마을이 특별한 마을이라 불리는 또 다른 이유를 보여 주고, 그것을 선물하려 했다.
촌장이 소년을 데리고 간 곳은 작은 동굴이었다.
동굴 깊은 곳, 돌바닥에 검이 꽂혀 있었다.
“마검입니다.”
“…마검이라고요?”
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검을 함부로 잡으면 화를 내고, 허락없이 뽑았다가는 피에 미치게 만드는 마검입니다.”
“그런 마검이라면 용광로에 던져 녹여버리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소년이 말했다.
그러자 동굴 바닥에 꽂혀 있던 마검이 웅웅 울리기 시작했다.
괴기스럽고 음산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촌장은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현명한 마검입니다. 저희가 이곳에 작게나마 마을을 형성하고 살고 있던 것에는 저 마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좋은 조언자가 되어 주는 마검이라니.
“저 마검은 항상 자신을 가질 만한 주인이 없다며 한탄했습니다. 저 검을 다루려면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마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이 필요합니다. 용사님이야말로 저 검의 주인이 되기에 충분한 분이라 생각됩니다.”
그게 소년과 검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다가 결국 끼어들고야 말았다.
“아부부야. 너 진짜 마검이었냐?”
어쩐지 하는 짓이 천상 마검이더라.
처음부터 성검이었다는 이야기보다 이쪽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아부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소년은 검을 마음에 들어 했다.
검은 마검이라 불렸지만,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해치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 주고, 종종 대화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지혜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검으로서 가장 중요한 성능이 아주 뛰어났다.
검령의 심성이 조금 잔인하긴 했고.
피를 좋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것을 감수하고 검을 가져가기로 했다.
검은 본래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 검이 어떤 일을 행하게 될지는 결국 휘두르는 자의 소관에 달려 있었다.
검도 소년을 마음에 들어 했다.
깊은 산속 동굴에서 검에 재능이 있어보이는 소년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영지는 어떻게 구한 거냐.]마검은 영지가 처해 있던 상황을 알고 있었다.
세 명의 영주가 자신의 사병과 기사들을 이끌고 산 아래 진을 치고 있었다.
이틀 이내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내려와 항복 의사를 밝히고 처벌을 받고, 또 세금을 내놓지 않았다면 병사들이 산을 올랐을 것이다.
[여차하면 내가 촌장 아들 손을 빌려서라도 싸울 생각이었는데.]“그랬습니까?”
소년이 물었다.
[응. 촌장 아들놈이 그나마 팔 힘이 좋거든]소년은 이 마검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마을 사람들을 아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인 일이었다.
소년은 마검에게 자신이 어떻게 마을을 구했는지 알려 주었다.
솔직하게.
“제가 샀습니다. 이 산을. 이제 이곳은 제 영지죠.”
욕심 많은 영주들이 그냥 돌아갈 리가 없었다.
소년은 영주들에게서 이 산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 산에 거주하는 소수의 영주민들도 함께.
영주들은 이웃한 땅에 새로운 영주가 생긴다는 것도.
병사들을 이끌고 왔음에도 괘씸한 놈들을 벌주지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년은 영주들이 그 모든 불만을 감내할 만한 값을 지불했다.
[뭐야, 귀족이었냐.]마검은 조금 실망했다.
특히 돈으로 영주들을 설득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 돈으로 소년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어리석은 소년은 욕심 많은 영주들의 배만 불려 주었다.
“하지만 당장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용병을 구입할 수도 있었어. 그만한 돈이면 중앙 정부를 통해 허가를 받고, 정당하게 영지전을 통해 쟁취할 수 있었다고]“그렇다면 용병들도, 돌아간 영주들의 병사들도 구한 셈이겠네요.”
소년은 낙천적이었다.
[꿈 많은 바보였군. 젠장, 주인을 잘못 정한 것 같은데.]소년은 검을 뽑아 들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집어 들면 거칠게 웅웅거리고 피에 미치게 만든다는 마검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소년은 마을을 떠나 모험을 이어 나갔다.
[너 검 배운 적 없냐? 왜 이렇게 쥐는게 서툴러.]검이 물어보았다.
소년은 이번에도 솔직히 대답하기로 했다.
“사실 창밖에 못 써요.”
검은 의아해했다.
귀족들은 기본적으로 검을 쓴다.
어렸을 때부터 호신용으로 그리고 단련용으로 가르치는 무기술이 검술이었기 때문이다.
“병졸 출신이거든요.”
병졸이 뭔 짓을 하면 산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을 만큼 출세할 수 있는 거지.
귀족 딸내미라도 꼬셨냐.
검은 그렇게 물어보았다.
소년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었다.
별로 재밌는 과거사는 아니었다.
검도 보답 삼아 자신의 과거를 소년에게 말해 주었다.
검령이 되기 전, 자신이 인간이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는 살아생전에 대단한 검사였다.
그의 말년에 재능 있는 제자 하나를 거두었다.
그 제자는 자신의 기술을 모두 익혔고, 세상에 나갔다.
그리고 스승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 버렸다.
[내가 쌓아 올린 모든 게 제자 놈의 업적으로 알려져 있지. 빌어먹을.]“그걸 뒤집으려 하십니까?”
소년이 물었다.
검은 즉답했다.
[아니, 이미 늦었어. 이렇게 죽어 버려 검령으로 남게 된 지금은.]검은 침울해했다.
놀랍게도 소년은 자신이 쥐고 있는 검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이 위로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을 때, 검은 자신의 포부를 드러내었다.
[대신에 더더더 멋진 것을 개발해 그것으로 제자 놈의 허명을 덮으려 했다.]“멋진 것이요? 그게 뭔데요?”
[엄청난 기술이지. 내가 직접 써 본 적은 없지만 완성은 했어. 혹시 너에게 내 반만큼의 재능만 있다면, 너도 쓸 수 있을 거다.]소년은 새로운 기술을 궁금해했다.
검은 소년에게 자신이 죽기 직전에 개발해 낸 기술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공간절리심검(空間節理心劍). 세상을 바꿀 기술이지.]* * *
팡!
“아뜨뜨!”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소년은 검을 놓쳐 버렸다.
오늘만 벌써 몇 번째 일어난 일이었다.
소년이 허공에다 대고 검을 휘두를 때면, 검에 화약이라도 묻혀 두었는지 폭발이 일어나고는 했다.
소년은 급하게 검을 주워 들었다.
[야! 그게 아니라니까! 왜 오러를 가만 내버려 두지 못하는 거냐고, 이 기술의 생명은 간결함이라니까! 오러가 광견병 걸린 개새끼처럼 날뛰니까, 서로 충돌해서 불이 튀는 거잖아!]검은 버럭 성질을 내었다.
“죄송해요…….”
소년은 급하게 사과했다.
오늘 하루 동안만 벌써 몇 번이나 실수해 버린 소년은 조금 침울해져 있었다.
검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래도 잘했다며 칭찬해 주었다.
검은 정말로 소년이 잘해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말로는 멍청하고 재능이 없다고 욕했지만, 검은 매일매일 놀라고 있었다.
실로 괴물 같은 재능이었다.
그렇게 느껴질 만한 성장 속도였다.
검은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라면 이런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스승이 있다 하더라도, 고작 이 년이 안 되는 시간 만에 오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했다.
검은 즐거웠다.
소년의 성취가 자신의 성취인 것처럼 느껴졌다.
소년의 모험은 계속되었다.
소년은 사람들을 구하고 또 구했다.
소년은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사람은 선해질 수도, 악해질 수도 있었다.
소년에게 구해진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이 구해 줬던 사람을 다시 찾아와 징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이 감옥에 가두었던 사람이 갱생해 새 삶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현실성 없는 몽상가.
제멋대로 살고 싶어 하는 철부지.
모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멈추지 않았다.
법의 방패가 닿지 않은 곳에, 구렁텅이 속에서 자신들을 끌어올려 줄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항상 시간에 쫓겨 다녔지만, 소년은 항상 늦게 도착했다.
고블린 떼에게 습격당하고 있던 도시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이 도착했을 때, 고블린 떼는 이미 성벽을 넘어 도시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다행히 도시의 병사들과 소년의 분전으로 고블린들의 습격을 막아 낼 수 있었지만,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말았다.
급히 만들어진 공동묘지에서 추모를 마치고 나와, 혼자 술이라도 마셔 볼까 고민하던 소년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공동묘지 앞에서 마주친 사제는 환호하고 있었다.
“검사님, 아까 그거 해 주세요! 또 해주세요!”
“예?”
사제는 소년이 고블린들과 싸우던 중 검이 쾅쾅 소리를 내며 폭발하는 모습을 보았다.
결국 오러가 폭발하는 문제를 해결해 내지 못한 소년은, 검과 함께 그 폭발을 전투적으로 이용해 낼 방법을 찾아내었다.
검은 멋지지 못하다며 투덜거렸지만, 불과 빛을 싫어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효과가 있기는 했다.
“그거 한 번만 더 해 주세요! 콰앙! 번쩍! 하는 거!”
소년은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사제님. 그 기술은 마을 안에서 사용하기에 너무 위험합니다. 게다가 너무 큰 소리가 나서 사람들이 놀랄 겁니다.”
사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을 빛의 신 교단의 사제라고 소개한 그녀는 하루 종일 소년을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다.
소년은 결국 전력을 다해 달려, 사제에게서 도망쳐야 했다.
[저 미친 광신도 연놈들이 아직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게 놀라운 걸.]검이 빛의 신의 사제에 대해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소년은 검에게 물어보았다.
“저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저는 빛의 신이라는 신명을 오늘 처음 들어봤습니다.”
[신도 수가 백 명도 안 되는 작은 종교야. 내가 살아 있을 때는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