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SS 410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외전-31화(410/432)
외전 31화
소년과 검 (5)
[이럴 리가 없는데…?!]검이 중얼거렸다.
어지간히도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아니, 토끼들이 설탕 타는 냄새를 맡고도 안 온단 말이야? 이건 말이 안 돼!]하이시커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산 중턱에 있었지만, 고원의 위치는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 까마득하게 높은 곳이다.
저곳에 사는 토끼들이 설탕 타는 냄새를 맡고 내려올 수 있을까.
부정적이었다.
여기서 설탕이 아니라 시체를 태워도 냄새가 저기까지 전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냐, 그 토끼들의 설탕에 대한 집착은 상식을 뛰어넘는다고, 이게 어떻게 된 거지…….]짐작 가는 바가 없지는 않았다.
검이 인간으로 활동하던 시기는 먼 과거다.
그 시간 동안 이곳에도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한 지역이 번성하고 몰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십 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극단적인 경우 일 년 안에 흥망이 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 흐름을 생각하면 이곳에 무언가 변화가 있었다고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어떤 이유로든, 이곳에 사는 토끼들이 더 폐쇄적으로 변했든.
설탕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든.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죠. 일단 마을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혼자 산을 올라 보겠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마을로 돌아가 좀 씻고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식량도 더 구해야 했고, 마을 사람들에게 고원에 올라갈 수 있는 방법도 물어야 했다.
하이시커는 푸른 산맥의 초입에 있던 마을로 돌아갔다.
작은 마을이었으나 여관이 하나 있었다.
주방과 홀이 있고, 구석에 작은 방 두개가 딸려 있는 1층 여관이었다.
여관 주인은 하이시커에게 식사를 차려주고는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취조를 위해 캐묻는다기보다는 시골 사람들 특유의 호기심이었다.
하이시커도 소년이던 시절 오지를 돌아다닌 경험이 많기에 잘 알고 있었다.
거리에 의해 외부와 격리된 지역의 사람들은 대부분 바깥세상에 아주 무관심하거나 반대로 매우 궁금해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 여관 주인은 무심함보다는 호기심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하이시커는 대륙 정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여관 주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었다.
둘은 금방 친해졌다.
나이 대가 비슷해서일지도 모른다.
여관 주인과 함께 밍밍한 식초 같은 맛이 나는 포도주를 마시며, 하이시커는 푸른 산맥의 고원에 대해 물어보았다.
“하하하, 거길 일주일이나 올라갔다고? 사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 계단을 오른 적이 있을 거야. 고집이 센 사람은 이틀이나 사흘까지 오르다가 결국 포기하고는 하지. 하지만 일주일이나 계단을 오른 사람은 내 또 처음 보는군!”
여관 주인은 껄껄 웃었다.
“어쩐지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흐흐, 다들 그렇지. 신비한 동화 속 세계 같은 곳이니까. 어쩌면 나라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다들 그런 생각으로 등반을 시도해 봤을 거야.”
여관 주인은 하이시커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하이시커는 토끼들의 도움 없이 고원에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토끼들 도움 없이 올라가는 방법은 없을 거야.”
여관 주인은 단언했다.
문제는 그 토끼들이 설탕 냄새를 맡고도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다른 곳으로 가자. 굳이 고원에 올라가야 할 이유도 없잖아.]검이 물었다.
하이시커가 푸른 산맥의 고원을 찾아온 것은 본인의 직감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의 직감이 지도 위로 표시된 푸른 산맥의 고원에 꽂혔다는 것 정도 딱 그뿐인 이유였다.
[직감은 얼어 죽을. 그냥 대륙 끝을 향해 여행하고 싶었던 것 아니야? 만약 그런 거라면 다시 서쪽으로 가자.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제법 괜찮은 여행이 될 거야. 같이 서쪽 끝에 있는 무의 전당도 가 보고]검이 하이시커를 설득하려 했다.
하이시커는 고민했다.
자신의 직감에 대해서.
대륙 각지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계곡에서 만난 이무기도 그중 하나였다.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큼 ‘신격’과 연관된 사건이 많았다.
수행을 통해 신적인 존재로 거듭나거나 신적인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소동이 벌어지는 사건들이 잦아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 허황된 사건들 중에서 정말로 신적인 존재에 올라서는 경우가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페어리들의 여왕인 페어리 퀸이 호수의 수호신이 되어 근방의 날씨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쪽의 도깨비들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이가 투선이 되어 우화등선을 이루어 냈다는 소문도.
계곡의 이무기가 사람들과 숲의 동물들을 잡아먹다가,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는 소문은 직접 눈으로 확인까지 했었다.
한낱 필멸자들이 신이 되고자 한다는 것도 놀라운데,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는 점이 더 놀라웠다.
한 시대에 벌써 세 건이나.
고작 십 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이었다.
천 년에 한 번 일어나도 놀라울 일이 너무 짧은 시간 내에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하이시커는 우려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더 많이 벌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되는 점은, 그러한 일이 하이시커 본인에게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신비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단순히 강한 초인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아니라 정말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능력들을 체험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들렸다.
다음 날의 날씨가 예견되었다.
한두 번은 그냥 기분 탓이나 운이 좋았다고 치부했지만, 그게 몇 번씩이나 반복되자 그냥 웃으며 넘어가기 어려워졌다.
그저 강하기 때문에 혹은 초인이기 때문에, 라는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이었다.
하이시커는 왕좌에서 내려오자마자 자신의 직감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왔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신비한 현상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가자, 서쪽으로.]검이 말했다.
하이시커는 고개를 저었다.
[왜, 어차피 못 올라간다잖아.]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하이시커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직감은 아직 푸른 산맥의 고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고원 위로 이끌어 줄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 꼬맹이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노망이 났어, 노망이. 아니면 치매인가?]검은 악담을 쏟아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악담이 무색하게도 여관의 문이 벌컥 열렸다.
햇살을 등지고 선 방문객의 정체는.
토끼였다.
머리 위에 기다란 토끼 귀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 귀를 제외한다면 일반 사람과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
평범한 여행복.
입은 것뿐만 아니라 얼굴에 달린 눈, 코, 입도 사람의 것과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그냥 귀만 달려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소나 말이 끌어야 할 것 같아 보이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점 정도가 신기했다.
토끼 귀를 한 여자아이는 하이시커와 눈이 마주치자 뭘 그렇게 쳐다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흥!”
까칠한 토끼였다.
콧방귀를 뀐 토끼는 고개를 치켜세우고 성큼성큼 여관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여관 문 넓이의 세 배쯤 되는 배낭을 메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끄앙!”
배낭이 여관 문에 걸리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뚜벅뚜벅 걷던 토끼는, 요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져 버렸다.
배낭이 터지면서 안에 든 물건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이시커는 눈이 마주친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에 난처해하면서도 넘어진 토끼를 도와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하이시커는 토끼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검이 조언했던 대로 설탕을 선물하니 토끼는 마냥 좋아했다.
하이시커는 내친김에 자신을 고원 위로 데려다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토끼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재차 물어볼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단호한 거절이었다.
대신 토끼는 자신의 여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토끼는 고원에서 내려와,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인간 대륙의 도시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도시로 안내해 준다면 고원에 데려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쁠 것이 없는 거래였다.
하이시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토끼도 크게 기뻐했다.
아무래도 인간 도시를 찾아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다.
토끼는 자신을 키리키리라고 소개했다.
* * *
“으음…….”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어지나.
혹시나 하면서 듣고 있었는데, 결국 키리키리까지 등장했다.
이러다가 백신전 신들 다 나와서 출석 체크라도 하겠네.
“도대체 거긴 뭐 하는 행성인데, 내가 아는 신들이 다 모여 있냐. 완전 고인물 행성이네.”
한둘도 아니고
백신전 신 대다수가 저 행성 출신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었다.
[그쪽 출신들이 많이 살아남긴 했죠.]살아남았다, 라.
흥미로운 말이었다.
그저 저 행성이 많은 신을 배출해 낸 것이 아니라.
저 행성 출신의 신들이 많이 살아남은 것뿐이라.
어쩌면 아부부의 이야기가 천공의 신의 인간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그 이후에 있었던 신들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핫, 뭐, 신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니까요. 제 고향이 좀 대단하긴 해요.]하핫은 무슨 하핫이야.
아부부는 신들이 와왜 이리 많냐는 내 말을 자기 고향에 대한 칭찬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절대 아니었다.
신이 많은 동네는 절대 좋은 동네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시대상이 심상치 않았다.
신이 되기 위해 혹은 더 높은 신격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것만 같은 미친놈들이 여럿 깔려 있는 듯한 세계잖아.
심지어 백신전이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이니 신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나 규칙도 없을 것이다.
이야기 속 하이시커는 신격들의 발호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건 이미 늦은 상황이다.
신에 근접한 놈들은 어떻게든 신이 되려고 눈에 보이는 대로 필멸자들을 잡아먹으려 했을 거고.
애매한 신격들도 더 강력한 신격으로 거듭나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강한 신들은 신들끼리 잡아먹고, 약한 신들은 필멸자를 잡아먹고.
지옥도가 따로 없을 것이다.
[예, 그래도 저 당시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저때까지는요. 저기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났을 때, 그때부터가 정말 문제였죠.]그럴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발하시나요?]“그래.”
이제는 다시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아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못해 흥미진진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정말로 움직여야 했다.
[에이, 조금만 더 듣고 가시지. 재밌잖아요. 궁금하잖아요.]아부부가 나를 꼬셔 대었다.
확실히 아부부의 이야기는 재밌었다.
내 호기심을 자극하다 못해 아주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이제는 급하게 움직여야 할 이유가 생겼다.
“최대한 빨리 결판을 내야겠어.”
[굳이 무리해서 그럴 필요가 있나요?]있다.
정확히는 방금 생겼다.
“호치가 여기 들어왔어.”
느껴졌다.
호치 놈의 존재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길 따라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다.
호치는 이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설령 용용이나 할멈이 따라 들어왔다고 해도.
초입에서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일주일.
이제 와서 뒤로 돌아 호치를 구해 주러 갈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먼 거리를 와 버렸다.
호치를 구하려면 뒤가 아니라 앞으로 향해야 했다.
망할 호치 놈이 이곳에서 죽어 버리기 전에 질서의 신을 처치해야 했다.
“젠장”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타임 어택까지 걸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