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Is an Academy Honor Student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끝매듭 (3)
콰드득!!
지면을 뚫고 나오는 무언가.
나는 반사적으로 속도를 죽였다.
‘뭐지?’
바닥에 쌓여 있던 눈이 흩날리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검을 좌우로 휘둘러 눈을 날려 버린 뒤 녀석의 정체를 살폈다.
그렇게 확인한 상대의 정체.
“…?”
…봐도 알 수 없었다.
얼핏 보기엔 그냥 데스나이트였지만 하나가 달랐다.
바로 머리가 없다는 점.
그런 주제에 움직임은 여타 데스나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오히려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쇄애애액!!
“…!!!”
쇄도하는 검과 창날.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은 기억 속의 데스나이트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다.
카앙!!
“큭!”
검을 몸쪽으로 끌어당기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서 튀는 불똥.
당황한 와중에도, 나는 놈들의 공세를 받아내며 생각했다.
대체 어떻게?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데스나이트가 아무리 언데드라곤 해도 머리의 역할은 실제 사람과 같다.
머리를 잃은 데스나이트는 네크로맨서가 다시 수복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못한다.
이는 비단 데스나이트만이 아니라 모든 언드데가 마찬가지다.
그게 정설일 텐데….
“…….”
머리를 따로 보관하는 건가?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으니까.
아르칸은 자신의 생명력의 원천, 라이브 베슬을 따로 보관했었다.
그를 군사로 뒀던 네크로맨서가 그의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로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서.
히드라가 그랬던 것처럼, 밤이 되는 순간 내게 허무하게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아예 조종에 관한 건 본인이 할 생각으로 머리를 없애버리고 몸만 남긴 것이다.
어차피 이제 그가 지휘해야 할 군단은 없으니 모든 집중력을 온전히 쏟을 수 있다.
합리적인 선택과 집중.
그 결과가 이랬다.
“큭!”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공격.
데스나이트 특유의 원색적인 공격성은 죽어 있었지만, 반대로 통일된 지시로 인해 서로 간의 연계는 더욱 훌륭했다.
거기에.
[9계위 사령술] [강화의 술]두텁게 입혀지는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강화 마법.
원래는 군단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마법이 고작 수십의 데스나이트에게 집중된다.
빠른 속도로 수십, 수백 중첩까지 쌓이는 마법.
덕분에 내 짙은 신성력조차 막히고 말았다.
까드득!
짙은 신성력을 깎아내는 더욱 짙은 마기.
어쩔 수 없었다.
내 신성력은 그 양이 적어서 조절해야 하지만, 그는 수중의 언데드가 수십 남짓으로 줄어들어 거의 무한에 가깝게 마법을 걸어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일단은 방어에 집중했다.
쩌어엉!!!
하지만, 그런데도 굉음과 함께 저릿저릿한 떨림이 손목을 타고 올라온다.
놈들은 단순히 머리를 제거하고 끝난 게 아니라 무언가 강화 작업을 추가로 거쳤는지 확실히 더 강했다.
개체들 하나하나가 마스터급 기사에 필적하고도 훨씬 남을 정도라고 할까.
확실히 네크로맨서는 준비한 수가 있었다.
“흡!”
기합을 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공격을 받아낸 데스나이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이걸 보면 확실히 개인의 능력은 내가 우위에 있었다.
그것도 꽤 큰 차이로 말이다.
하지만.
쇄애애액!!!
“…!”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틈을 보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
덕분에 나는 쓰러진 녀석을 확실히 마무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전부 피하지 못한 상대의 공격에 상처가 쌓인다.
핏! 피핏!!
새빨간 피가 깨끗한 설원을 더럽힌다.
“크…!”
화끈한 고통과 함께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온다.
과연 네크로맨서의 강화 마법을 받은 데스나이트의 공격이라는 걸까.
제아무리 고통에 내성이 생긴 나라도 이것까지 태연하게 넘기기란 힘들었다.
“후.”
거칠어진 숨을 내뱉었다.
상처가 쌓인 몸에서 열기가 오르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반대급부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에 위기감이 자극당하며 정신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과연.’
네크로맨서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최종 보스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우우웅!!
‘음?’
지면을 뚫고 튀어나오는 검은 손아귀.
시야의 바깥쪽에서부터 뱀처럼 휘어들어 온 그것은 내 발목을 붙잡으려 했다.
“…뭣!?”
붙잡히기 직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황급히 물러섰다.
덕분에 크게 드러난 빈틈.
여지는 없었다.
촤악!!
어깻죽지를 크게 베이며 피가 튄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통보다 더한 수준의 정신적 충격 때문이었다.
뒤로 크게 도약해 물러나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깊게 가라앉는 눈으로 네크로맨서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뭐였지?’
조금 전 네크로맨서의 마법은 단순히 처음 본다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다.
아예 다른 마법사의 마법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법.
이건 히드라의 몸에 트롤의 심장을 이식하거나.
데스나이트의 혼을 스켈레톤에 빙의시키거나.
영혼의 타격을 막기 위해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제거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위의 모든 건 결국 내가 알고 있는 ‘사령 마법’의 범주 안이니까.
그렇기에 처음 겪었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콰드드득!!
사방에서 올라오는 검은 손.
사령술사보다는 마치 배틀메이지나 쓸 법한 마법에 혼란이 찾아온다.
‘설마….’
숨겨왔던 건가?
굳이 이날을 위해서?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예상 밖의 상황.
하지만 힘을 숨겨봤자 그가 얻을 이득이 없으니 이는 일리가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복잡한 이유가 아니다.
원래부터 쓸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쓸 일이 없었던 거다.
게임에서는 내가 한 번도 그의 앞까지 도달한 적이 없었으니까.
냉정히 말해 나는 그가 그의 모든 마법적 능력을 사용하게 할 만큼의 위기를 선사해준 적이 없었다.
“음?”
그때, 문뜩 네크로맨서와 눈이 맞았다.
그다음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그를 똑바로 마주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그의 푸른 눈은 생각만큼 광기에 젖어 있지 않았고, 표정에서 드러나는 인상은 그가 희대의 살인마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정했다.
그 모습에 여러 가지 생각이 일었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던 걸까.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지금껏 자신이 행한 일을 진심으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걸까….
“…….”
“…….”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우우웅!!
먼저 시선을 돌린 그가 다시금 공격을 시작했다.
사방에서 솟구치는 검은 손.
쇄도하는 데스나이트의 공격.
시도 때도 날라오는 저주 술식.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의 공방이 오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몸에는 계속해서 상처와 저주가 쌓여갔다.
치이이익…!
열이 오르는 몸.
확실히 그는 강했다.
나는 한 번도 반격하지 못하며 방어하기에 급했다.
하지만 나는 딱히 조급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게 끝인가?’
영혼 공격이 통하지 않는 강화된 데스나이트들과, 지금 처음 접하는 여러 종류의 위협적인 마법.
물론 위력적이지만….
‘…….’
충분하지는 않다.
만약 준비한 수가 이것뿐이라면 결국 시간은 내 편이 될 터였다.
‘얼마 안 남았다.’
밤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은 시간 감각이 이상하여 언제 밤이 되는지도 잘 모른다.
애초에 네크로맨서가 스스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멀었다는 뜻이겠지.
그러니 시간은 내 편이라는 말의 의미는 다름이 아니다.
“흡!”
허리를 꺾었다.
직후.
후웅!!!
아슬아슬하게 이마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검.
처음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빨라진 반응속도.
아니, 이는 반응이라기보다는 거의 예측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
그 낌새를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리는 네크로맨서.
그는 자신이 읽히고 있음을 눈치챘는지 즉시 패턴을 바꾸지만.
‘의미 없어.’
이미 사고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은 뒤다.
잔가지를 잘라내는 정도로는 큰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지금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를 줄 것인지조차 모두 예상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보였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완벽한 타이밍에 휘둘러진 검이.
서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데스나이트 하나를 베어 갈랐다.
* * *
달라졌다.
굳이 무엇이 달라졌는지 찾을 필요도 없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도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법이 파훼되고 데스나이트와의 연결이 하나씩 끊어진다.
원래라면 이렇게 사도가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반격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효과가 없었다.
그는 이제 쏟아지는 공세를 모두 한끗 차이로 회피하며 오히려 반격을 시도했으니까.
‘빠르다.’
경탄스러운 속도.
과연 인간을 초월한 신체 능력이라고 할까.
이쪽도 신체를 극한까지 뜯어고쳤음에도 움직임을 따라가는 게 버겁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사도가 계속해서 마법에 익숙해지고 있던 탓이다.
서걱!!
마법을 가볍게 피해내며 데스나이트를 집요하게 노려댄다.
그 절묘한 공격에 데스나이트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수가 줄어든다.
또 그럴수록 사도를 저지할 수단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줄어드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악순환의 반복.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서걱…!!
좌에서 우로 그어진 사도의 일검.
“아…!”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싶더니, 눈앞에 푸른 빛 검광이 일었다.
잠시 후, 사도를 향해 달려들던 마지막 남은 데스나이트 둘의 신체가 허물어졌다.
“…….”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흩날리는 눈발에 난반사된 빛이 눈을 간질인다.
그 너머로 보이는 황폐해진 설원에 남은 존재는 오직 둘뿐이었다.
사도.
그리고 자신.
다시금 마법을 써 보지만….
서걱!
단칼에 베어 가르는 사도.
검은 손아귀들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사그라들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사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의미 없어.”
“…….”
“같은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알고 있다.
그는 망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한 번의 깨달음은 그에게 숙달을 의미하겠지.
푹. 푹.
붉은 피와 검은 마기로 물든 눈밭을 밟으며.
사도가 다가온다.
“후…….”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미켈 셔우드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 그대로 사력을 다했다.
쓸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마법을 썼고.
남아 있는 모든 데스나이트를 사용했다.
그런데도 사도는 그 모든 수를 정면에서 쳐부수며, 지금, 이리로 걸어오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되나.”
이제, 남은 수는 하나뿐이다.
최후의 최후까지 남겨둔, 살기 위해 마련한 유일한 방법.
우우웅!
눈을 감고, 마법을 발현했다.
정신이 아득하게 변한다.
“음…?”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는 달려오는 사도.
하지만 조금 늦었다.
[9계위 사령술]그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미켈 셔우드의 마법이 발동했으니까.
[영혼 동결]이계의 힘이 휘몰아치더니.
칼날이 목에 닿기 직전.
쩌저저적!!
마법의 힘, 마계의 에너지로 생성된 수정이 미켈의 몸을 가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