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음?”
천마는 요동치는 기운에 미간을 좁혔다.
대전 중앙 대기가 요동치더니 엄청난 기운에 공간이 찢어졌다. 찢어진 공간 너머로 단 한 번 보았지만 결코 잊어본 적이 없는 얼굴, 바로 야현이 서 있었다.
“호오!”
천마는 찢어진 공간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야현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맞춘 듯 찢어진 공간으로 야현이 걸어 나왔다.
그 뒤로 카이만, 베라칸, 콰스타, 초량과 흑오도 모습을 드러냈다.
“뭐라 할 말이 없군.”
천마는 야현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질질 끄는 건 영 성미에 안 맞아서 말이야.”
“그대는 원래 말을 높이지 않나?”
“보통은 그렇지.”
“그런데 본좌는?”
“그대는 예외.”
“예외?”
“그대는 친우보다 더 가까운 본인 일생의 적수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야현의 반짝이는 눈빛에 천마는 대소를 터트렸다.
“그대와 함께 온 이들인가?”
야현 뒤에 서 있는 이들을 일견하며 물었다.
“본인의 수족이지.”
“그렇군.”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중 콰스타를 직시했다.
“놀랍군. 저런 이가 서방에 있었다니.”
천마의 시선에 콰스타가 투기를 드러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야현 역시 천마 뒤에 자리한 이들을 살폈다.
“그대가 마뇌로군.”
그 물음에 마뇌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과거야 어찌 되었든 천마와 동등한 입장인지라 예를 표한 것이었다.
“저 치들은?”
“아, 소개하지.”
천마는 샤울 3세와 윌콕 2세, 바우텔 8세를 소개했다.
덧붙여 마교의 열두 장로와 폭성의 마탑주 세타스와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여기는 흑탑의 주인 카이만, 그리고…….”
야현도 함께 온 수하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어떤가?”
천마의 물음에.
“마뇌는 함께 갈 수 없고, 열두 장로들은 왕국 하나 세워 주고.”
“장로들에게 왕국을?”
“어차피 무인들의 왕국을 하나 세울 예정이라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아.”
“장로들에게 왕국이라.”
“턱밑에 비수 한 자루쯤 놓아두면 삶이 좀 덜 지루할 것 같아서.”
“하하하하하!”
야현의 말에 천마가 대소를 터트린 후 말을 이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좋은 생각이야.”
천마는 콰스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고민이 필요할까?”
야현이 씨익 웃자.
“필요하지. 그대에게는 헛된 상상일지 모르겠지만.”
천마도 씨익 웃음을 드러냈다.
펑!
그러면서 불식간에 야현을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강력한 강기는 야현의 어깨를 스치며 날아가,
콰과과과광!
대전 벽을 터트렸다.
“둘이 놀기에 제법 정원이 넓어.”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함께 턱으로 부서진 벽을 가리켰다.
부서진 벽 너머로 상당히 넓은 정원이 보였다.
천마가 야현의 어깨를 툭 치며 먼저 걸음을 내디뎠다.
쐐애애애액!
야현은 앞서 걸어가고 있는 천마의 등으로 권능, 바람의 칼날을 날렸다.
바람의 칼날은 천마의 어깨와 허벅지 부근 옷자락만 가볍게 베며 부서진 벽으로 날아갔다.
콰과과과광!
벽의 구멍이 더욱 넓게 부서졌다.
“크크크크.”
천마는 자신의 어깨를 툭 치고 먼저 정원으로 나가는 야현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 * *
아름다운 궁정 정원 중앙에 야현과 천마가 마주 섰다.
“술이라도 한잔할걸 그랬나?”
야현의 말에 천마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가 피식 웃었다.
“지금이라도 한잔할 텐가?”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야현의 미소는 점점 차갑고 음산하게 바뀌었다.
“크크크크크.”
천마가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야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천마는 몸을 틀며 다급히 양팔을 교차해 야현의 주먹을 막았다.
쐐애애액!
뒤로 밀려나는 천마를 향해 야현은 더욱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아공간에서 야월을 꺼내 휘둘렀다.
콰앙!
천마도 천마검을 뽑아 야현의 일검을 빠르게 막아갔다.
야현은 다시 뒤로 미끄러지는 천마를 향해 몸을 띄워 야월을 크게 내려찍었다.
콰앙!
그 충격에 천마의 발이 바닥에 박혀 땅거죽을 갈며 뒤로 밀려났다.
뒤로 밀려나는 힘에 다시 중심을 잡는 천마,
쑤아아악―
야현은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허리를 베어 갔다.
팅―
천마는 가볍게 검을 틀어 야월의 검면을 툭 쳤다.
야현의 검이 궤적을 벗어나자 천마는 왼쪽 팔꿈치로 야현의 가슴을 찍어들어갔다.
퍽!
재빨리 몸을 틀어 천마의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온전히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내주고 말았다.
어깨의 타격에 야현의 신형이 흐트러지자 천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검을 사선으로 베어 올렸다.
서걱!
뒤로 물러나는 야현의 가슴에 핏물이 튀었다.
“흠.”
다시 거리를 넓힌 야현은 가슴에 난 검상을 내려다보았다. 깊지 않은 상처에서 검은 피가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야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천마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형환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순간 이동.
천마는 모든 기감을 사방으로 풀어헤쳤다.
츳!
아주 미세한 소리가 좌측에서 들렸다.
평소라면 듣지 못했을 것이고, 무시해도 좋을 법한 아주 작은 소음.
천마는 재빨리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쾅!
역시나! 좌측에 검을 맞댄 야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크크크.”
천마는 기쁨은 드러내며 검을 맞댄 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야현의 거대한 힘이 느껴지는 순간 천마는 다리를 쓸어 야현의 오금을 걷어차 올렸다.
단숨에 균형이 깨진 야현은 등으로 바닥에 떨어졌고, 천마는 그런 야현을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콱!
천마의 검이 심장을 꿰뚫으려는 순간 야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검은 애꿎은 맨바닥을 찍었다.
“쯧.”
천마는 검을 뽑아 들며 혀를 찼다.
“고작 이 정도인가?”
나직한 목소리에는 실망감과 더불어 분노도 담겨 있었다.
“그럴 리가.”
야현의 목소리가 천마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분노가 드러나던 천마의 눈이 부릅떠졌다.
화르르르르르륵!
그가 서 있던 바닥에 찢어지며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오른 것이었다.
퍼엉!
불기둥 한쪽이 터지며 천마가 튀어나왔다.
쑤아아앙― 쑤아아앙!
그는 곧장 야현이 떠 있는 하늘로 허공답보로 튀어 올라가 세 줄기의 검강을 쏘아 보냈다.
야현은 단숨에 허공을 건너뛰어 천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권능 속박, 붉은 눈동자가 천마의 눈을 파고들었다.
“흡!”
몸이 굳어지자 천마의 눈이 부릅떠졌다.
야현은 그런 천마의 가슴을 그대로 베어 버렸다.
하지만.
“크합!”
천마는 기합으로 몸을 속박한 기운을 풀며 허공답보를 다시금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서걱!
그러나 완벽히 피할 수 없었기에 그의 가슴에 제법 중한 검상을 입어야 했다.
“무공은 형편없지만…… 그대의 능력은 정말 멋지군.”
천마는 빠르게 혈도를 눌러 지혈을 하며 히죽 웃었다.
“그 웃음, 마음에 안 드는군.”
야현도 따라 웃었다.
“그런가?”
“그래도 한번 봐주지. 그 웃음이 마지막일 테니까.”
“과연.”
“훗!”
비릿한 웃음을 터트리는 야현의 주위로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쳤다.
권능, 바람의 칼날.
쐐애애애애애― 사삭! 사사삭!
엄청난 폭풍은 수백 수천 자루의 검이 되어 천마의 몸을 단숨에 휘감았다.
콰광― 콰과과과광!
바람의 검날로 만들어진 용풍권 속에서 엄청난 폭음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매서운 검날들이 한 자루도 예외 없이 산산조각이 났다.
“흡!”
야현이 몸을 웅크리며 내력을 폭사시켰다.
두둑― 두두둑!
야현의 피부색이 희미하게 회색빛으로 변했고, 동시에 몸집이 조금 커지며 몸은 더욱 단단하게 바뀌었다.
가고일의 왕 갈리오스가 남겨준 가고일의 힘을 깨운 것이었다.
“크핫!”
야현은 검날의 용풍권을 깨고 나오는 천마에게로 날아가 야월을 내려찍었다.
투로도, 오의도 담지 않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검세.
천마는 어렵지 않게 검을 들어 야현의 검을 막아갔다.
콰아아앙!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힘에 밀린 천마는 허공답보마저 깨어지며 땅으로 처박혔다.
야현은 그런 천마 위로 뚝 떨어지며 검을 내려찍었다.
“흡!”
천마는 야현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압박에 이를 악물며 재빨리 몸을 굴려 그의 검을 피했다.
권능, 화염의 폭발.
야현의 눈이 붉게 변하자 반경 십여 장에 땅거죽이 퍽퍽 터지며 엄청난 화염이 휘몰아쳤다. 천마도 그 화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천마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허공답보를 밟아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야현은 그런 천마를 올려다보며 그림자로 모습을 감췄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천마가 입술을 깨물고는 기감에 집중하며 더욱 단단하게 검을 움켜잡았다.
츳!
미세한 파음이 머리 위에서 들려오자 천마는 몸을 틀어 머리 위로 검강을 쏘아 날렸다.
콰광!
야현은 힘으로 검강을 부수며 천마의 머리로 야월을 내려찍었다.
“큭!”
천마는 입술을 깨물며 검을 들어 방어에 들어갔다.
콰과과과― 파장창창창창!
엄청난 폭음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천마의 검이 부서져 흩날렸다. 그리고 야월은 단숨에 천마의 어깨를 베었다.
콰앙!
천마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크윽!”
처음으로 천마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대가 그랬던가? 무의 기초가 없다고?”
야현의 말에 천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본인은 무인이 아니다. 본인은 본인의 힘으로 널 죽인다.”
쾅!
야현의 신형이 화살처럼 천마 앞으로 튀어 나갔다.
“흐악!”
천마는 거대한 기운을 터트리며 일보를 밟았다.
콰르르르르르!
그 일보에 주위의 땅이 뒤집혔다.
천마군림보!
야현의 신형이 흔들리자 천마는 이형환위를 선보이며 야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일권을 내질렀다.
파천수라장, 천마의 마공이 야현의 몸을 가득 덮었다.
“크하아아앙!”
야현은 몸을 웅크렸다가 펴며 포효했다.
가고일의 포효가 사방으로 퍼지며 천마의 몸을 휘감았다.
“……!”
천마의 몸이 일순간이지만 공포에 젖어 경직되었다.
“이익!”
천마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입술을 베어 물더니,
“크하합!”
일갈을 터트리며 주먹을 내질렀다.
야현도 그 주먹에 야월을 바닥으로 던져버리며 모든 힘을 담아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
엄청난 폭발이 둘 사이에서 터졌다.
단순히 폭발만이 아니었다.
정원의 모든 땅이 뒤집혔고, 하늘에는 폭풍이 온 것처럼 바람이 날뛰었다. 모래 폭풍이 들이닥친 것처럼 정원을 뒤덮은 모래 안개가 하늘을 뒤덮을 것처럼 치솟아올랐다.
쿵!
그 안에서 들려온 미약한 파음.
누군가가 쓰러졌다.
“크하하하하하하!”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듯한 광오한 웃음이 모래 폭풍 안에서 터져 나왔다.
그 웃음도 잠시―.
파앙!
대기를 흔드는 파공성과 함께 모래 폭풍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제 밤은 우리의 것이다.”
야현은 카이만, 베라칸, 초량, 흑오, 그리고 콰스타를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