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화(1/350)
프롤로그
“뭐, 잘생겼네.”
사납지만 매력적인 눈매,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 생기 있게 빛나는 피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다시 봐도 꽤 잘생겼다.
이 수준이면 ‘원래의 나’와 맞먹을 정도.
키도 훤칠하여, 16세의 나이었음에도 쭉 뻗은 다리는 웬만한 성인 이상이었다. 게다가 탄탄한 잔근육까지.
아, 오해하지 마라. 나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다.
그야, 이 몸은 나지만, 내가 아니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도련님, 분부하신 대로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이제 출발하시….”
“안 그래도 가려 했다. 재촉하지 말고 문이나 열어라.”
⎯⎯끼이익.
커다란 문이 열린다. 빛이 들어오면서 그 앞에 나열된 하인들이 보인다. 모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질서 있게 예를 표하는 이들은 모두 나의 시종이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도련님.””
사람 수는 여럿이었지만 목소리는 동시에 들렸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잘나가는 공작가 자손의 외출이지.
“오냐.”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문을 나섰다.
기세 높은 공작가의 셋째 아들,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
이 소설 속 세계의 악역이자 악당.
그의 몸으로 빙의한 지 일주일째.
“자, 그럼. 히로인을 납치하러 가 보실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것이다.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예… 예?”
아,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군. 다시 말하겠다.
“따님을 제게 파시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흙이 묻은 천을 머리에 두른 채 나를 맞이하고 있는 이 여성은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이 집의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내 지위며 지금의 상황을 다 이야기해 줬는데도 이 모양이다. 역시 평민은 이해력이 느리다.
“오십 골드를 드리겠습니다.”
“오…오십…!”
거친 손으로 놀란 입을 막는다. 아마 이 여성이 평생 만져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액수의 돈일 것이다.
정확한 숫자를 듣게 되자, 여성의 눈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이내 헛기침을 한 여성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나를 바라본다. 저건 어미가 아니라 협상가의 눈빛이다.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 딸을 데리고 가시려는 연유를 알 수 있을까요.”
실례가 안 된다니, 충분히 실례다. 어차피 네년이 원하는 것은 충분한 액수의 돈이 아니던가. 보아하니, 내게 그 이유를 들어서 목적이 중하다 싶으면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함이겠지. 저 문장을 알기 쉽게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그…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송구하오나, 명망 높은 슈겐하르츠 공작가에서 제안한 금액으로는 다소 적은 것이 아닌지….
그래, 욕망이란 좋은 것이지. 자고로 초짜가 교환할 때에는 자신의 욕망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협상가로서의 재능은 없어 보이나 내 친히 이번엔 너의 그 욕망을 충족시켜 주도록 하마.
“10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
“자,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통보식으로 전한다. 마치 정말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따님을 제게 파시죠.”
그렇게 거래는 성사되었다.
***
덜컹.
마법으로 충분히 장치해 놓았는데도 이 모양이다. 가장 성능 좋은 마차라 해서 기대했건만, 포장된 도로를 매끄럽게 달렸던 시대에서 온 나에게 마차란 불편한 것이었다.
바깥 풍경이 지나친다. 쭉 뻗어 있는 도로가 보인다. 나름 매끄럽게 만든다고 만들었지만, 아스팔트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마차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의 문제인 것 같다.
“…….”
내 앞에 몸을 한껏 움츠러든 채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눈은 내리깐 채로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으며 작게 주먹 쥔 손은 마차의 반동 때문인지 떨리고 있다.
나이가 나와 같은 그녀는 평범한 농부의 딸치고는 지나치게 예뻤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설정된 것처럼 말이다.
“내가 널 구워 먹기라도 할 것 같으냐?”
떨고 있는 그녀에게 묻자, 질문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깜짝 놀란 모습이다. 간이 콩보다 작은 녀석이 틀림없다.
“걱정하지 말아라. 난 인육을 즐기는 변태도 아니고, 그런 취향을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래도 긴장되느냐?”
“…….”
“대답이 들리지 않는군. 이제부터 너의 주인이 될 자의 말인데 무시할 셈인가. 간이 콩알보다 작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배 밖으로 내버린 것이었구나?”
“아, 아닙니다! …저, 죄, 죄송합니다.”
당황한 여자는 머리를 숙이며 잘못을 고했다. 몸이 전체적으로 얕게 떨리는 것을 보아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거나 겁을 더욱 먹은 듯하다.
“귀찮은 녀석이군. 한 번만 말해 줄 테니, 잘 들어라.”
나는 가볍게 뱉었다.
“오늘부터 넌 내 전속 시종이 될 것이다. 내가 너를 너의 어미에게서 100골드라는 거액을 주고 샀다는 것이 그 까닭. 때문에 그에 대한 네 반론은 듣지 않겠다.”
“…네.”
여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할 일은 나를 보필하며 내가 주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쉬운 일들은 아닐 테지만. 네가 지금까지 했던 일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어미라 불리는 자에게서 노동을 착취당했으니 말이다.
내 밑에서 일하는 것은 훗날 그녀에게 있어서 보탬이 되는 일이니 더욱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주는 과제는 네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일 것이다. 으음… 그래, 숨길 일도 아니니 바로 말해 주겠다. 너는 마법이라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지?”
“마, 마법이라 하시….”
“아, 됐다. 그냥 말하지 말아라. 어차피 너에게 있어 마법은 감히 생각하기도 어려운 신비의 것이겠지. 하지만 마법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보아라.”
⎯⎯탁!
손가락을 튀기자, 공중에 작은 화염구가 생성되어 그 온기를 전했다. 크기는 작아도 정밀하고 농밀한 불이었다.
“부, 불이…!”
“촌것아, 그만 좀 놀라거라.”
그녀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심으로 놀라자, 나는 불을 꺼 버리곤 말을 이었다.
“방금 것은 귀족이라면 두 발로 뛰어다닐 시기에 배우는 아주 기초적인 것이다. 평민인 너에게는 놀라운 일일지도 모르나,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너는 마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예…?!”
…그것만 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정확히 말해, 넌 마법을 배워야만 한다. 이 세계를 위해서, 아카데미아를 위해서. 그따위의 것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나를 위해서.
“저 따위가 어찌….”
“쯧쯧. 누가 평민 아니랄까 봐 자존감도 매우 낮구나. 네 가치를 네가 폄하해서 어쩌자는 거냐? 어미를 닮아 너도 협상가의 자질이 부족하다.”
그딴 쓸모없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그야 넌….
“넌 미친 천재다.”
“미, 미친 천재…!”
“그래, 그냥 천재도 아니고 미친 천재!”
그녀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얼이 나간 것으로도 여겨진다.
“미쳤다는 말은 머리가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는 말이 아니라, 일반적인 천재를 넘어섰다는 강조의 표현이다. 그만큼의 재능이, 너에겐 있다.”
지금의 나이는 나와 그녀 모두, 16세.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아 온 나에 비해서 그녀는 마법을 배우는 시기가 느려 터진 것으로도 모자라 폭발해 버렸지만,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그녀의 재능은 아카데미아의 모두를 압도할 것이다.
“그러니 괜한 걱정은 하지 말아라. 그저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내가 빙의된 이 소설, ‘아카데미물 조연으로 빙의했잖아?!’의 최중요 인물이자, 히로인, 알리시아. 우연히 들른 교회의 순례자에 의해 재능을 알게 된 그녀는 아카데미아에 입학하여 말도 안 되는 천재성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거지, 그녀가 미래에 나의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는 것.
때문에 나는, 그녀가 나의 앞길을 막기 전에 내 편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여 즉시 실천에 옮겼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
⎯⎯나는 최중요 인물이자 히로인인 ‘알리시아’를 ‘전속 시종’으로 만들었다.
내 행동이 더럽다고? 돈과 지위가 있으면 마땅히 써야지. 쓰지 않는 게 바보 아닌가? 공작가에다 악역인데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아직 그 재능이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절묘한 시기.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쏘냐.
“다른 질문은?”
“…….”
“또 대답이 없구나.”
“앗, 아. 그… 그, 그것이! 이, 있습니다!”
급하게 몰아붙이자, 그녀는 자신이 계속 숨기려 들었던 마음속 보자기를 풀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은 왜 이리도 소중히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 잡다한 물건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널 지금까지 구박한 어미가 자신을 판 돈으로 잘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뭐 좋다. 네가 원한다면 아주 더럽고 치사한 방법으로 모든 그녀의 재산을….”
“그게 아닙니다!”
여자가 다급하게 외친다. 처음으로 들어 보는 제대로 된 힘이 담긴 목소리다. 흥미가 생긴다.
“…그래? 내 말을 중간에 끊은 것은 심기가 불편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네 말을 더 듣고 싶으니, 너그러이 용서하고 묻겠다.”
그럼, 뭘 말하는 것이냐.
“저 저희 어머니는….”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이 물기로 젖어 든다.
“저희 어머니는, 저 이외의 다른 가족이 없는 외로운 분이십니다. …제가 팔린 이상, 어머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서글픈 곳에서 남은 삶을… 앗?!”
툭툭.
그녀의 이마에 노크하듯, 몇 차례 쥐어박았다.
이게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나온 행동이었다.
나의 행동에 의문이 가득한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아, 내가 오늘 구매한 물건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잠시 확인한 것뿐이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내가 때린 부위를 두 손으로 감싼 그녀의 주위에 물음표가 가득하다.
미안하지만 그 물음표는 나도 마찬가지다.
이상하네. 이상해.
확인(?)해 봤을 때, 별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이딴 이상한 말이나 씨불이고. …아, 이거 설마.
그렇게 살짝 감을 잡은 나는
⎯⎯하아.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설마, 진심으로 네 어미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냐.”
“…예.”
“어처구니가 없구나.”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알리시아의 성격은 대강 알고 있었다. 그야 내가 읽은 소설 속 히로인들 중에서도 가장 분량이 많은 히로인이었으니까. 그만큼 그녀의 심리도 많이 표현되어 있었고.
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얼간이었다니.
직접 대화해 보니 느낌이 새롭다.
“넌, 네 어미에게 팔린 것이다. 그것을 잊었느냐?”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도 이러는 것을 보면, ‘미쳤다’라는 표현이 재능이 아니라 머리를 의미하는 게 맞는 것 같구나.”
“…….”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주 정중하다.
“…이 미천한 여식이, 위대하신 공작가의 자제분에게 감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안 된다 하면?”
“…그리 말씀하신다면 더 이상의 무례를 보이지 않겠습니다.”
오호, 이것 봐라.
“말해 보아라. 내키지는 않지만 너의 무례를 용서하마.”
“감사합니다…. 바다와 같이 넓으신 아량….”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 본론을 말해라.”
“…예.”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가득하던 눈동자에는 어느새 곧은 심지가 보였다.
“부디, 저희 어머니를… 1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찾아뵐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는 어떤 말씀이라도 따르겠습니다.”
어떤 것이라도.
그녀는 어떤 것이라도 따르겠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너는 지금 분명… 어떠한 것이라도 따르겠다고 하였다? 네 발언에 일말의 거짓도 없는 것이겠지?”
뭐, 여차하면 죽이면 되긴 하지만.
“일말의 거짓도 없습니다.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어떤 명령이라도 수행하겠습니다.”
“그래…?”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일이 한층 쉽게 풀릴 것 같다.
“…!”
나는 불쑥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와 나의 얼굴은 바로 앞에 위치해 옅은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다.
“…….”
이어서, 끼고 있던 얇은 장갑을 벗어 그녀의 턱 끝을 잡고 끌었다. 그녀의 목 넘김마저 내 손에 전해진다.
입술이 닿을 듯 더욱 가까워진다.
정말, 농부의 여식이라곤 믿기 힘든 고운 피부다.
그녀의 볼의 열기가 뜨겁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당황한 것일까.
나는 그녀의 입술을 지나쳐, 뽀얀 귀에 도착했다.
그러곤 작게 읊조린다.
“네 제안을 받아들이마.”
⎯⎯덜컹.
마차가 멈췄다.
도착한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대저택이었다.
마중 나온 하인의 손에 의해 마차의 문이 열렸고, 그 햇살 속으로 몸을 일으킨 나는 주저앉아 있는 알리시아를 뒤돌아봤다.
“오거라. 이곳이 이제부터 네가 살 곳이다.”
자, 알려 다오. 알리시아.
미래의 내가.
너를 죽였는지, 살렸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