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03화(103/350)
크라인은 연행되고 있었다.
쇠창살로 만든, 우리와 같은 탈것에서 그는 온몸이 봉인당한 채 죽기 위한 길을 떠나고 있었다.
다그닥다그닥.
바퀴가 포장된 도로를 구르는 소리와 이를 모는 말의 발굽 소리와 사람들의 원성 소리가 들린다.
시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며 눈에 피가 흐른다 하여도 크라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
계속되는 저승길의 안내를 받으며 그는 생각한다.
하늘을 보고 싶었지만, 저 검은 천장에 가려져 있었기에 그것을 보았다. 성애가 일어 있다. 뿌옇다.
“…….”
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마물을 좋아했던 그는 마물이라는 생물체 자체가 좋았다.
동물과는 달랐고, 사람과도 다른 그들.
마법에도 나름의 흥미와 재능이 있었지만, 마물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러기에 그들과 계약을 맺고 다루는 사역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첫 번째 마물과 계약하여 사역마가 되었을 때는 정말이지 기뻤다. 작은 강아지과의 마물이었는데 정성을 다해 교육하고 단련시켰다.
맞아. 이름도 붙여 줬었지.
이름…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이름은커녕 모습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히 오랜 세월을 애지중지 키웠던 녀석인데도.
7살 무렵에 계약했고, 31세까지 함께했었으니까… 오래되긴 참 오래됐군. 귀여운 아이였지.
…그런데 녀석이 왜 죽어 버렸더라?
아, 그래.
‘첫 번째 실험의 재료’로 사용했구나.
그 실험을 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글라샬라볼라스… 결국 너를 같잖게 흉내 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 대주교를 보고 나서부터.
그 아름답고 조화로운 존재를 보고 난 이후로부터.
주변에서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프릭칸리스크를 탐냈던 것도 그를 목도하였기에 파생된 감정에 불과하다.
글라샬라볼라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
알티프는 다룰 수 없을뿐더러, 그는 대주교였고, 대주교 이상급에서 유일하게 지성체가 아니었다.
본능에만 충실한 짐승.
신기하게도 그는 대주교라는 직함에도, 별다른 명령도 받지도, 내리지도 않는다.
그저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한량꾼이자 파괴자가 되어 하고 싶은 대로 산다.
그의 원동력은 오로지 식욕과 살해.
사람을 죽이기만을 위해 태어난 짐승, 글라샬라볼라스.
사람이 주식인 그는 종종 사제급 알티프를 먹기도 하였는데 그가 무언가를 입에 넣을 때마다 그 내용물은 몸 일부가 되어 강화되었다.
‘강화되었다. 혹은 발전되었다.’라는 말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대상을 먹는 것만으로 능력을 흡수하고 신체에 변형이 일어났으니까.
…그 괴이하고도 신비로운 생명체에 반했다.
그를 가질 수 없다면 직접 만들어서라도 소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몰입했던 게 융합 술식이다.
“…결국은 실패했지만.”
두 마리의 사역마를 합치는 이중융합까지는 가능했다. 그러나 삼중융합부터는 관심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영역은 재능.
압도적인 재능!
그것이 필요했지만 불행하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남들보다는 갖춘 듯해도 부족했다.
해서, 삼중융합을 이뤄 낸 용사에게까지 직접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배우려 했지만 실패.
가르침을 받았으나 도달하지 못했다.
이 이상은 재능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참 서글픈 현실이지.
‘…그러고 보니, 바르간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도 이런 까닭이었겠군. 그라면 언젠가 도달할 터이니.’
그리고, 한창 융합에 몰두한 그때 즈음이었을 것이다.
첫 사역마였던 강아지과의 아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죽을 게 확실해 보였다. 원인은 불명이었지만, 죽을 운명이다.
녀석의 죽음이 다가오는 건 슬펐지만, 동시에 사고의 전환점이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어차피 꺼질 생명이라면.
마지막까지 주인을 위해 바쳐지는 게 사역마가 아닐까?
지금까지 충분히 애정하지 않았나.
하하….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건지,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아이를 새로운 형태의 융합을 위한 연구 재료로 사용했다.
정식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니 그 대신.
일명 꼼수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던 순간이다.
…그때부터 연구를 쭉 진행된 연구가 지금에 이른다.
소중한 사역마를 갈아 버린다는 고통은 잠시였고, 점차 이들이 생명이라기보다는 물건이나 도구로만 보여 갔던 것 같다.
결국은 그렇게 했음에도 완성하지 못하였지만 말이다.
아, 그래도.
프릭칸리스크를 얻었다면 어쩌면 닿았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에 이르러 다시금 보니.
그녀를 본 이후 내부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결국 모른 채이지만, 욕망을 건드렸던 건 맞는 거 같다.
괜히 바르간에게 이상한 말을 뱉었군. 내가 한 게 아니라니.
아니… 아닌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지 않나.
모르겠다. 더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덜컹⎯.
주변의 풍경이 멈췄다.
흐려진 초점을 조금씩 맞추어 바라보니 뒤르테문드가 아니었다. 사형이라면 전쟁이 끝나고 광장에서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이곳은 뒤르테문드 근방의 설산.
희고 두꺼운 눈에 둘러싸인 산의 중턱.
낯선 풍경이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허옇다.
끼이익. 갇혀 있던 철창의 문이 열리고 크라인을 거칠게 끄집어 던져 낸다.
힘없이 눈 속에 파묻힌 크라인을 바라보던 교회의 사람들은 몇 마디의 말을 나누더니 곧장 돌아간다.
그들이 뱉었던 말을 재조합해 보면 욕을 한 것 같다.
‘죽어 버려’였나.
‘개 같은 새끼’였나.
중요하진 않다.
“…….”
두껍게 쌓인 눈은 푹신하지만 차갑다. 그래서 얼굴을 들어 앞을 바라봤다.
누군가가 다가와 있다.
물빛 색의 긴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다.
여성의 얼굴은 바닥에 깔린 눈보다도 차가웠고, 달궈진 쇠보다도 뜨거웠다.
모순되지만 분명 그리 보였다.
“프릭칸리스크….”
그녀의 두 번째 이름을 불렀다. 목이 텁텁해서인지 갈라지게 나왔지만, 전해지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아인테른은 말이다. 너를 동료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입술이 떨린다.
분노에 의한 반응인지, 슬픔에 의한 반응인지.
분간되질 않는다.
“내 남편… 아인테른은. 너 같은 걸 친구라고 생각했단 말이다.”
아인테른.
그리운 이름이다.
그는 선한 사람이었지. 질투 때문에 그를 뿌연 시야로 봐서 그렇지 객관적으로도 착한 남자였어.
…동료.
친구라.
“저도 그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눈발이 거세진다.
작게 간간이 내렸던 눈송이가 어느새 주변의 풍경을 가릴 정도가 되었다.
살랑이던 바람도, 머리를 헝클어트려 버리게 바뀌었다.
크라인은 갈라진 입술의 틈새를 벌린다.
“저도 아인테른을 동료로 여겼으며, 친구로 대했습니다.”
그러자.
“그 더러운 입으로 아인테른을 부르지 마라⎯⎯!”
주변의 기후가 그녀의 감정을 대변한다.
바닥에 깔린 눈보다도 층이 두꺼운 허연 구름이 잔뜩 끼었고, 칼바람이 피부를 갉아 먹어갔다.
“아인테른은… 내 남편은… 뒤르테문드의 용사는… 너 같은 쓰레기도 끌어안을 정도로 착하고… 배려가 많은 주제에….”
프릭칸리스크의 입이 달싹거리며 말을 이어 나간다.
속에서 나오는 건. 차가웠음에도 얼지 않고 울음기가 섞여 있는, 그런 목소리였다.
“용감하게 적들과 싸우며… 사람들을 지켜 주는 듬직한 면모를 보여 주는 용사였으며. …웃는 모습이 예뻐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남편이자. 나와 아이, 더 나아가 마을과 사람들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껴 주는… 그런 남자였단 말이다.”
“…….”
“왜 죽였는지, 더는 궁금하지 않아. 더 이상 네 더러운 욕망 따위 알고 싶지도 않고, 네 입에서 그이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듣고 싶지 않다!”
프릭칸리스크의 감정이 점차 격해진다.
크라인의 몸에 눈이 쌓여 가고, 발은 눈 속에 파묻혀 간다. 조금 꿈틀거려 보지만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
“너는 내 소중한 사람을. 단 한 명뿐인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놈… 그와의 결실이자 증거인 내 아이를 납치한 놈. 이젠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해.”
프릭칸리스크의 발은 눈 위를 걸어온다. 푹푹 빠지지 않고 무게를 망각한 듯 표면에 반사된다.
크라인은 고개를 올려 그녀의 눈과 마주했다. 비극에 빠진 여인의 눈을 하고 있어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왕이면 글라샬라볼라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었지만. 당신에게 최후를 맞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프릭칸리스크가 뱉는 말은 무채색의 톤이다. 조금 전에 남아 있던 물기는 얼어 버린 듯하다.
그녀는 크라인의 최후를 전한다.
“아니, 넌 죽지 않아.”
그녀의 새하얀 손이 크라인의 이마에 닿았다.
복잡한 식의 마법이 전개되더니 사방에 널린 마나가 한 곳으로 그 손끝에 모였다.
크라인은 의문이었다.
“죽이지 않는다니… 그럼….”
“네놈이 죽으면 아인테른과 내가 함께할 사후세계에서 마주치게 될 테니까. 죽이지 않을 것이다.”
프릭칸리스크의 손끝 온도는 극한으로 떨어져 절대영도와 같았다. 그런데도 크라인은 죽지 않는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한계까지 다다른 그녀의 마법을 바라보고 있자.
폐에 닿는 냉기를 느꼈고 힘 빠지게 소리를 냈고 눈을 감는다.
“…그런 거였군요.”
크라인의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단순히 얼음조각이 되는 감각과는 달랐다. 크라인의 외관은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마치 내부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듯, 그의 몸은 성질 자체가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손발이 가장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는 것도 안 된다.
입을 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마지막 유언이라는 멋들어진 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그의 청각은 프릭칸리스크의 한을 담았다. 그게 그가 이 세상과 접하는 마지막 감각이었다.
“내가 살아온 500년,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가게 되겠지. 그 어두컴컴한 세상에서 얼마나 정신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녀는 말한다.
짙은 분노를 담아서.
“너는 평생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으며, 영원토록 혼자 그 세계에 존재할 것이다. 다른 세계와 접하는 일 없이, 네 정신이 망가지더라도 벗어날 수 없는 연옥이 되어 너를 가둘 것이야.”
그건 그녀가 내릴 수 있는, 죽음보다 가혹한 최대한의 처벌이자 복수였다.
“너는 영원토록 죽지 않는다. 불로불사가 되는 것이지! 네 고통이 해소되는 건 이 세상의 종말이 찾아오는 순간. 그때가 되면 죽음을 허락하겠다.”
이윽고 음성마저 들리지 않게 되고 그의 사고가 현 세계에서 잘려 나간다.
그는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확실히… 그건 꽤 괴로울 것 같다.’
이윽고 마법이 끝나고.
그의 몸은 완전히 정지한다.
“…….”
그가 사라졌다. 고작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크라인의 정신은 더는 이 세계에 없다. 몸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만의 세상에 갇혀 없는 것과 같다.
“…흐, 흐윽.”
프릭칸리스크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복수의 대상 중 하나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 않는다.
대신, 헐떡거리는 숨에 괴로워하며 눈물을 쏟아 낸다.
이는 마나를 과하게 소모하는 마법이라 몸에 무리가 가는 탓이기도 했으나.
“아인테른…. 내 남편아…….”
이미 비극으로 끝나 버린 그녀와 아인테른의 이야기를.
그와 아이. 셋이서 꾸려 갈 줄 알았던 행복한 이야기를.
“조금만 기다려 줘. 당신과 나의 아이가 다 클 때까지만… 아주 잠시면 되니까….”
이젠 둘이서.
아이와 그녀만이 이어 가야 하는 게.
“내가 곧 따라갈게….”
앞으로 남은 인생에 그가 없다는 사실이 다시금 슬펐기 때문이었다.
“알겠지…? 어…?”
이제야 겨우, 아인테른에게 제대로 말을 올린 그녀는 목 끝까지 차오른 숨을 뱉어 내며 울었다.
모든 것을 게워 내고 싶다는 듯.
지금까지 억지로, 또 억지로 참아 왔던 울음이 홍수가 난 댐처럼 터져 나와 감당할 수 없었다.
그를 지켜 주지 못해서.
그가 지켜 내려 했던 것들을 감싸지 못해서.
그가 사랑했던 것들을 사랑하지 못해서….
여러 이유로 하지 못했던 아인테른의 추모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직접적으로 허락하지는 않았어도 그녀는 그렇게 느꼈다. 스스로 옥죄고 있던 사슬이 풀렸고.
그녀를 짓누르고 있던 거대한 돌무더기 일부가 떨어져 나가 비로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처럼.
자신보다 미리 먼 곳에 가 있는 남편을 위해.
그녀는 처절하고 처연하게.
아인테른을 애도했다.
…….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트로아 제국 북부를 터전으로 잡은, 겨울을 관장하는 드래곤, 프릭칸리스크가 노하면 뒤르테문드의 설산에서는 눈사태가 일어나고 슬픔에 눈물을 흘리면 우박이 내린다고 한다.
그녀가 지금 있는 곳은 아인테른과 함께했던 오두막도, 근처의 마을도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아인테른이 가장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
솨아아.
하얀 눈을 태운 바람이 분다.
그 서늘한 바람은 그녀를 둥글게 감싼다.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전쟁의 냄새와 소리에서 잠시 떨어져. 그녀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는 와중 주변은 변한다.
어느덧 눈은 그치고 구름은 흩어져 간다.
그 사이에서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오랜만에 내리는 뒤르테문드의 여름 햇살이었다.
***
뒤르테문드의 성직자 몇이 함께 데려온 프릭칸리스크의 아들을 그녀에게 돌려보냈다.
신수와 인간의 자식은 아이는 조금 이질적인 외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만물을 비치지 못하는 눈은 유전으로 인한 게 아니라 폭력과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아이를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오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는 그녀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는 듯했으나, 아직 감정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 사실이 그녀를 더욱 아프게 했다.
…….
바르간은 가장 늦게 프릭칸리스크를 찾아왔다.
굳이 크라인이 죽는 걸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을뿐더러, 그녀의 감정이 정리된 상태에서 말을 해야 뒤탈 없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서 나는 네 제안 두 가지를 들어주었다.”
크라인과 그녀의 아이.
프릭칸리스크가 바라는 것을 모두 들어준 바르간은 대가를 원한다.
“이번 전쟁에 참여한 건 나를 보호하라는 조건의 부속 조항. 내가 너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그런 자잘한 게 아니다.”
바르간은 프릭칸리스크와 직접적인 계약을 통해 힘을 얻고자 하지 않았다.
알티프를 제외하고는 모든 존재의 사고를 읽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너는 훗날 있을, ‘이번과는 비교도 안 될 대규모의 전쟁’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를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 너도 기억하겠지. 네가 마련한 장소가 내 아이를 해하려 든다면 나는 조약에 의거해서 계약서를 파기하고 너를 죽일 것이다.”
“내가 제안한 걸 모를 리가 있겠느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프릭칸리스크는 눈의 힘을 사용하며 바르간의 심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계약을 했다고는 해도 신뢰는 별개의 문제였다.
프릭칸리스크는 경계를 지우지 못한 눈으로 묻는다.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은 어디지?”
그러자, 바르간의 머릿속에서 산골짜기 작은 마을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주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외부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시골의 풍경이다.
바르간은 말한다.
“너희가 살게 될 곳은 루비드 마을에 있는 비밀 던전이다.”
그는 자신의 애장품을 모으듯 차곡차곡 준비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