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6)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06화(106/350)
이번 뒤르테문드 에피소드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먼저, 십이신수인 프릭칸리스크.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신수와 배반할 수 없는 계약을 맺었다.
이번 전쟁에서 나를 방어하는 방패가 되어 살레오스를 막아 주었듯, 그녀는 몇 년 후 있을 대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크라인을 택하지 않고 프릭칸리스크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 차이가 너무나 명확하기에 명시하는 건 고인 모욕에 가깝다.
두 번째로, 뒤르테문드 성왕의 명패.
각 지부의 성왕과 중앙교회의 성제에게는 명패가 있는데, 이것이 주어지면 해당 인물은 중앙교회의 ‘메인 창고’에서 원하는 물건을 하나 골라 가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수여하지 않으며, 그 수도 극히 제한되어 있는데, 뒤르테문드에서 한 업적을 인정받아 명패를 받게 되었다.
명패는 성공의 열쇠라고 보면 된다.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큰 집단의 보물창고 중 가장 으뜸인 창고이다.
안에 얼마나 다양하고 신비한 보물들로 가득하겠는가. 그중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팔아도 평생을 먹고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원작에서 리암이 이 창고에 도달하는 게 3학년 1학기다. 그걸 2년은 앞당겼다.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되겠군.’
어떤 유물이나 보물을 가져갈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원작에서 리암이 택한 검도 탐나기는 하지만, 이는 내가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무기는 다른 방법으로 제작할 것이다.
직접 찾아보면서 나에게 딱 어울리는 것으로 골라야지.
세 번째로, 중앙교회의 보상.
이는 명패와는 별개의 것으로 진행된다.
교회에서 보상을 명목으로 주는 건 대략 그 범위가 정해져 있다.
토지와 작위, 금은보화, 유물.
보통 이 안에서 주어지게 되는데 당연히 가치는 그 인물이 달성한 가치에 비례한다.
예상하자면… 유물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잡다한 창고들이 아닌 메인 창고에 있는 물건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사실 중앙교회의 보상으로 받을 건 이미 정해 놓았다. 만약 원하는 물건과 다른 걸 제안한다면 거절하고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성.
내 개인적으로 명성을 높여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용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이번 사건의 크기가 크기이니 이제 세상 어딜 가더라도 내 이름을 들먹이는 것만으로 호감이라는 감정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나에게는 슈겐하르츠라는 가문이 있어 효과가 배가된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거냐면, 가령. 내가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 가는 거지에게 빵을 나눠 줬고 그게 소문이 났다고 해 보자.
그럼 나는 뒤르테문드를 구한 명문가의 용사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녀 이번에는 굶어 죽어 가는 사람을 구했다!
이런 식으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큰 아량을 베푼 것처럼.
그 틀이 되는 커다란 업적을 이루는 게 어려운 것이지, 뼈대가 잡히면 살이 붙는 건 순식간이다.
그만큼 악행을 했을 때 발생하는 반동이 커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양날의 검이라고 해도, 민심을 통해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활용하면 이보다 효과적인 게 없다.
그 외의 사소한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제외하면, 이 네 가지가 이번에 내가 나서서 얻어 낸 ‘도구들’이다.
이것들을 잘 조합하고 활용하도록 하자.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이번에 얻어 낸 건 결과가 아닌 도구이다.
물감, 붓, 팔레트….
언젠가 완성될 그림을 위한 밑바탕.
이젠 줍기만 하면 된다.
차례로 이것들을 주워 붓에 물감을 찍어 도화지에 그어 보자.
물론, 명화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상식이니 나 역시 이대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을 것이고.
목표한 성취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잠시도 멈출 수 없다.
***
최근 며칠 동안은 온종일 수련에만 몰두했다.
헤일리온의 단독 강습은 스파르타식이 아닌 방목형에 가까웠다.
처음에 문제와 답을 풀기 위한 몇 가지의 힌트를 줘 놓고서는 학생이 스스로 찾아오기까지를 기다리는 것처럼.
이중융합까지 선보인 헤일리온은 그 뒤로 어떠한 마법도 보여 주지 않았다. 내 발전도를 확인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제한 기한도 없다.
늘어지려고 하는 사람은 늘어질 때까지 늘어지게 되겠지. 이런 면에서는 나의 성격을 고려한 것 같기도 하다. 어련히 알아서 잘하리라고 본 것이지.
어차피 그가 바쁘기도 했고, 나 또한 지나친 간섭은 원하지 않으니 어찌 보면 합이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찾아온, 중앙교회로 향하는 날 아침.
새벽에 1시간 정도 잠을 청하고 일어나 새롭게 식구가 된 키메라 사역마를 길들이고 있었다.
7마리의 상급 마물이 합쳐진 녀석인 보랏빛 마법진 위에서 몸을 잔뜩 짓눌리고 있으나 기세가 죽지 않는다.
이 얼마나 용맹하며 사랑스러운가!
태생은 비극이었다고 해도 남은 인생만은 희극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우리… 우리…아. 그러고 보니.
“이름을 정하지 않았구나.”
본 주인인 크라인. 그 어두컴컴한 녀석이 정했을 이름은 센스가 없을 터이니 그대로 이어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어차피 뭐라고 불렀는지 알 턱이 없이 가 버렸으니 새로 지어야 한다.
키메라… 크라인… 흠.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자 녀석이 ‘크라인’이라는 이름에 반응하는 걸 보았다.
“크라인… 크라인.”
전 주인을 잊지 못한 것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다신 만날 수 없게 되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아, 좋은 안이 떠올랐다.
나는 키메라의 멋들어진 갈기를 천천히 쓸어 만졌다. 이를 거절하려고 하나 억눌린 탓에 저항이 쉽지 않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크라이’다.”
일부러 호칭이 헷갈리는 것으로 했다.
현재 아이가 반응하는 유일한 단어라는 탓도 있으나, 크라인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함이다.
언젠가 이 아이에게서 크라인은 사라지고 크라이만 남을 때까지 실컷 불러 주기 위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헤매고 있을 크라인도 기뻐할 텐데. …뭐, 아니면 말고.
똑똑⎯.
“바르간 님. 이만 출발하셔야 합니다.”
문 밖에서 핀이 시간을 알렸다.
이래서 사역마와 시간은 함부로 보내는 건 위험하다. 나도 모르게 금방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리니 말이다.
“금방 나가겠다.”
아직도 그르릉거리며 경계하고 있는 크라이를 역소환으로 돌려보낸다.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저어 바닥에 새겨 둔 보랏빛 마법진도 지운다.
마법진이 사라지자, 희미한 아침 햇살이 비치는 방 안이 보였다. 허공을 배회하던 먼지가 침착하게 가라앉고 있다.
“흠.”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핀과 함께 나섰다.
숙소 밖으로 나서니 헤일리온 일행과 야닉의 팀이 보였다. 아무래도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나와 핀이 근처까지 걸어가자 곰을 닮은 용사 야닉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며 다가오며 말했다.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워낙 커다란 일이 연달아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너에게 신세도 많이 졌고.”
용사에 대한 신념이 나름 착실하게 박혀 있는 남자다.
대충 표정을 읽어 보자면, 크라인이 벌인 만행을 창피해하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야닉이 말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도 없지만. 너는 정말 많은 일을, 아주 잘해 주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사건들을 최소한의 피해로 넘길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이야.”
“저 개인이 아닌, 다른 우수한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너스레를 떨면서 답해도 야닉은 마땅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차분히 그의 말이 이어지는 것을 기다렸다.
야닉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용사와 교회에 실망하지 말아 다오.”
교회가 어떻게 일 처리를 하는지를 직접 관찰하게 된 것을 염려하는 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생각보다도 섬세한 사람이다.
미래의 인재가 교회에 신물이 나 용사가 되는 것을 그만두지 않게 하려는 처세인가. 상당히 저자세다.
흠. 그렇단 말이지….
“괜찮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용사와 교회에 관해 제 시선이 바뀌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그야, 애초에 선망의 시선 따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기대를 안 하는데 실망을 하지 않는 것처럼.
내 사고를 전혀 읽지 못한 야닉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그런가. 음, 그래. 자네라면 그럴 줄 알았다.”
야닉은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악수로 인사를 할 생각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말하게. 뒤르테문드의 영웅인 자네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멀리 있다고 해도 달려갈 테니.”
나는 그 손을 잡고 흔들었다.
옅은 미소를 짓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그땐 도움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나중에 나름대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로써 사용할 수 있는 게임 말이 추가적으로 생성되었다.
…….
야닉 팀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헤일리온 일행과 함께 마차에 올랐다.
향하는 곳은 대륙의 중앙에 자리 잡은 중앙교회.
용사랭킹 10위 안에 안착한 자들이 지키는, 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거룩한 성지이다.
***
바르간의 예상대로 그에 대한 소문은 헤일리온과 함께 대륙 전체로 퍼지게 되었다.
삽시간에 퍼진 그것은 인간은 물론, 아인종, 십이신수, 심지어는 여신교의 깊숙한 곳까지 닿게 된다.
그렇게, 트로아 제국의 남부로 향한 알리시아와 그 일행에게 도달하는 데까지는 단 며칠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알리시아 기분이 좋아 보이네?”
바르간에 관한 이야기를 이미 전해 들은 에밀리는 다 알면서 괜히 한번 알리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최근 좀처럼 진심으로 웃지 못한 알리시아의 찬란한 미소를 보게 되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귀여웠기 때문이다.
알리시아는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뒤돌아봤다.
에밀리가 정확히 지적을 해서 당황스러운 건지, 자신의 하얀 두 볼을 만지며 묻는다.
“…많이 티 나나요?”
“응. 모르면 바보지 이건.”
“오랜만에 듣는 도련님의 소식이었는데, 심지어 도련님께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거라 기뻐서 그만… 아, 이제 돌아왔나요?”
“아니 전혀. 여전히 입꼬리가 하늘까지 올라가고 있는데?”
“예?! 그, 그럴 리가 없는데….”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허둥지둥대는 알리시아의 모습은 방금 전까지 난전을 벌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수했다.
용사 샤를로테의 팀원의 일원으로 주교급의 둥지 퇴치 임무를 받았던 이들.
무사히 사제들과 둥지를 파괴하고 주교급을 토벌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모든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
“알리시아는 슈겐하르츠 가문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었지?”
알리시아와 에밀리의 대화에 난입한 말총머리의 용사, 샤를로테. 배시시 웃으며 말을 잇는다.
“자랑스러운 도련님을 모시고 있었네?”
“네, 바르간 도련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알리시아는 자신이 너무 호들갑스럽게 반응했다는 것을 인지하곤 ‘앗’ 하고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인다.
알리시아의 귀가 빨개져 있다.
이 과정을 보게 된 샤를로테는.
“꺄아⎯! 내 동생 너무 귀여워!”
알리시아를 힘껏 껴안으며 예뻐한다. 그녀의 과격한 반응에 알리시아는 이도 저도 못 한 채, 실컷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둥지에 돌입하기 전.
알리시아는 용사 샤를로테에게 그녀의 친언니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바르간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트라우마였으나 샤를로테는 금세 알리시아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알리시아는 그녀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데 있어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치유받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샤를로테는 알리시아를 포근히 감싸며 깊이 공감해 주었다. 샤를로테의 가족도 알티프에게 몰살당했었기 때문에 그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샤를로테는 알리시아를 자신의 친동생처럼 대하며 실제로 동생이라고 불렀다.
입장 차이도 있고 감정적인 면도 있고 해서 알리시아는 샤를로테를 언니라고 부르지는 않았으나, 자신을 친동생처럼 대해 주는 그녀에게는 감사함과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친언니가 살아 있었다면 이랬을까.
샤를로테를 친언니와 비추어 보기도 했다.
“…….”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꽃피워지는 와중.
이를 바라보는 리암은 웃지 못했다.
1학기 기말고사의 일이 있고 나서부터 리암은 단 한 번을 웃지 못하고 있다.
그의 입과 눈꼬리는 웃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축 처져 있다.
알리시아가 샤를로테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히게 되어 얼떨결에 에밀리와 리암 역시 그녀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에밀리는 처음 듣는 것이었으나, 리암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였다.
바르간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흐름 역시 그가 바꾼 결과.
지금 이 순간에도 바르간은 척척 이야기를 바꿔 가며 주도적으로 휘두르고 있다.
반면 자신은 어떤가.
…….
어느덧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리시아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어여뻐하던 샤를로테는 정신을 차리고는 앞으로 나선다.
그러고는 모두에게 말한다.
“모두 너무 고생 많았어. 이것으로 우리의 이번 임무가 순조롭게 끝이 났습니다.”
그 활기 넘치는 목소리는 그들의 다음 일정을 잡는다.
“아카데미아의 후배들! 실전은 충분하게 경험했으니 이젠 내실을 다질 차례지?”
대륙의 곳곳에서 멘토링을 받는 학생들.
한층 성장하기 위한 각자의 훈련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