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2)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12화(112/350)
오랜만에 슈겐하르츠 본가로 돌아온 바르간.
슈겐하르츠가에서 새로운 던전을 발견하였고 내부 마물들의 진압을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른 때였다.
새로 발견된 던전은 대부분이 중급 사역마들로 꽤 급이 높아 베테랑 헌터들이 다수 요구되는 곳.
중심인 가주가 직접적으로 현장을 지도하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었으나.
가주인 바르간의 아버지는 트로아 제국 황실의 부름을 받고 수도에 향한 상황.
따라서, 바르간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업을 돕기 위해 던전으로 나서게 되었다.
이때 예상된 진압 기간은 2주.
투입되는 인력과 던전의 난도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 2주는 걸릴 것이라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하지만.
“리나야. 너는 저걸 어떻게 생각해?”
“…리엘 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느껴져요. 저도 궁금하네요.”
위험천만한 던전에서 화려하고 움직이기 힘든 복장으로 힘껏 꾸민 두 소녀.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가 꼭 닮아 판으로 찍어 낸 것만 같은 두 소녀는,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넋이 나가 있다.
“대체 저 녀석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곳저곳에서 설치고 다닌다는 것도 들었고, 헤일리온의 멘티가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건….”
“언니. ‘저 녀석’이라뇨. 오라버니께서 들으시면 또 한 소리 하실 거예요. 최소한 오빠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겠어요?”
“흥. 저 녀석한테 오빠는 무슨. ‘저 새끼’라고 부르지 않는 게 다행이지.”
키와 목소리.
슈겐하르츠 독특의 강렬한 눈매와 또렷한 이목구비.
너무나도 닮은 둘이었지만, 다르다.
말투와 성격. 그 외 풍기는 분위기가 완전히 독립된 개인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리나야. 진압하는 데 예상 기간으로 얼마 걸릴 거라고 했었지?”
“2주였을 거예요. …으음. 하지만.”
콰광⎯⎯⎯!
던전이 무너질 것 같은 폭음을 내며 사방에서 파편이 흩날린다. 마물의 비명이 메아리 되어 울렸고, 그들의 육신은 정지한다.
그 중심에서.
폭풍과 같이 방대한 마력과 술식으로 현장을 쓸어버리고 있는 단 한 사람.
마물들은 미쳐 버려 가지고는 눈에 보이는 것 없는 좀비처럼 그에게 달려들었고, 정지하게 된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런데도 놀랍게도.
이들은 죽음으로서 정적을 맞이한 게 아니었다.
“저게 말이 되냐고.”
“언니. 우린 나설 필요가 없겠는데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구역을 맡은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야. 저 녀석 그걸 알고 일부러 더 저러는 거 같아. 과시하려고.”
자석과 철가루처럼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고 있었으나, 놀랍게도 단 한 마리의 마물도 중상을 입지는 않는다.
잠깐 주춤거릴 정도의 피해.
그리고 그 위에다 마비의 저주를 걸어 마물의 동작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던 슈겐하르츠 사녀(四女)이자 쌍둥이 언니인 리엘은 못마땅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고.
오녀이자 동생인 리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뭔가 한 번에 강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받아먹은 게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야 저건 말이 안 되잖아!”
사녀 리엘은 인정하고 싶은 않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떼쓰듯 말을 뱉었다.
오녀 리나는 말을 받아 주며 그녀의 투정도 받아 준다.
“그러게요. 바르간 오라버니께서 중앙교회에서 좋은 걸 드시고 오신 모양이에요.”
2주가 걸릴 거라 예상했던 기간은.
바르간의 투입으로 3일도 되지 않아 정리되었다.
***
던전 앞에 만들어 둔 거처.
공략을 위해 준비한 신식 건물은 완공하는 데까지 매우 짧은 시간이 걸렸음에도, 제법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 한 객실에서 바르간은 두 여동생과 함께 있었다.
“오 그래그래. 귀여운 녀석. 이토록 애교가 많은 아이였으면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야.”
“이름을 뭐로 지으면 좋으려나… 어디 보자. 멋스러운 외뿔에 말의 몸을 가졌으니 유니콘을 닮았고… 그래. ‘유니’가 좋겠구나.”
“내 말 안 들려? 야!”
“이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유니, 내 새로운 사역마가 된 걸 환영한다.”
“야⎯!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 무시하지 말라고!”
씩씩거리는 리엘이 있는 힘껏 소리를 쳐야지 바르간은 겨우 눈길을 주었다. 그러곤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바르간.
“리엘. 내 변변찮은 동생아. 품위를 지켜라.”
“뭐?”
“네가 아무리 천방지축에다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는 말괄량이라 할지라도, 너는 슈겐하르츠의 이름을 이어받은 여식이다. 네가 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가질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하고 체통을 지켜라.”
순식간에 바르간에게 혼나 버린(?) 리엘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곧 두 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잡으며 성을 낸다.
“누가 누구보고 품위를 지키라 마라야! 이 망나니가!”
길길이 날뛰는 리엘에게 관심을 주기를 그만둔 바르간.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빗으로 유니의 털을 정리해 주다가.
한심하다는 말투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다.
“쯧쯧. 이번 예절 선생도 바꿔야겠구나. 성과가 전혀 없이 월급만 따박따박 받아 가니 도둑과 다를 바 없다.”
“이 새끼가…!”
“오라버니….”
“리나. 너는 저 몇 분 차이도 나지 않는 언니를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라. 절대로 저렇게는 되어서는 안 된다.”
바르간은 있는 성격 없는 성격 모조리 드러내는 쌍둥이 언니 리엘과, 차분하게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동생 리나를 달리 대했다.
둘의 행동거지가 다르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를 보여 주려는 듯, 지팡이를 꺼내 들려는 리엘과 이를 온몸으로 저지하려는 리나의 실랑이가 펼쳐진다.
리엘은 바르간에게 마법을 쓸 생각이다.
“3살밖에 차이도 안 나면서 우쭐대기는! 요즘 이름 좀 퍼진다고 해서 네가 뭐라도 된 거 같아?!”
“3살밖에 차이도 안 나는데 이 정도의 격차라… 한 살이라도 더 벌어졌으면 창피해서 차마 같은 핏줄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도 못하였겠지.”
“아! 진짜 개 짜증 나⎯⎯!!”
그렇게 고래고래 외친 리엘은 성질을 내며 벌떡 일어나더니.
쾅!
발로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바르간도, 리나도 그런 리엘을 붙잡지 않는다.
리엘의 행동에는 몇 가지 정형화되어 있는 패턴이 있어, 화가 풀리면 곧 돌아올 거라는 걸 알았다.
“…….”
둘만 남게 되어도 바르간은 빗질을 멈추지 않는다. 빠진 곳은 없는지 세밀하게 살피며 사역마의 털을 펴 준다.
“오라버니.”
그런 바르간을 리나가 불렀고, 리엘 때와는 달리 바르간이 한 번에 눈길을 준다.
막내를 특별히 예뻐하는 건 아니었으나, 대화 성립이 가능한 사람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겉치레였다.
리나는 말을 이었다.
“리엘 언니. 저렇게 말하긴 해도 바르간 오라버니께서 가주 승계 권한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듣고 되게 신경 썼었어요. 이번에도 그래서 함께 던전에 온 것이고요.”
이를 들은 바르간은 비릿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원작에서도 그랬고, 남아 있는 바르간의 기억에서도 그렇고.
이 두 여동생은 좀처럼 바르간과 엮이지 않는다.
4년 전. 바르간이 변하기 시작한 때부터 멀어진 이들은 벌어진 거리를 좁히지 않고 종장까지 유지했다.
그런 두 사람이 돌연 관심을 보이며 던전까지 따라왔는데 마치 자신들만의 의지인 것처럼 행세한다.
우습기도 하지.
장남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걸 알고 있는데 같잖지도 않다.
“너는 여전히 말을 잘 골라서 뱉는구나. 항상 본의에서 크게 둘러 가는 채로 말이지. …뭐, 그건 되었고. 묻고 싶은 거나 물어라.”
리엘은 거짓말을 잘 못하지만.
리나는 거짓말과 둘러서 말하기를 잘한다.
바르간은 이 점을 콕 짚었고. 리나는 옅은 미소와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는 눈을 걸어 두더니 입을 열었다.
“바르간 오라버니께서 경계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는 교류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아니.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경계 따위는 하지 않는다. 나는 가주에 대한 관심을 진심으로 껐으니.”
“…네?”
사역마의 털 손질을 끝낸 바르간은 이를 역소환시켜 버렸다.
이제 그의 주목이 쏘이는 대상은 리나 한 명이었다.
“그러니까, 겉으로 이것저것을 잴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된다는 뜻이다. 나와 장남은 동맹 관계가 아니더냐.”
궁금한 것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가령, 중앙교회에서 받았다는 등외품이 무엇인지 등.
그렇게 말한 바르간은 하얀 손수건을 쫙 펼치더니, 그 안에서 향수병 하나를 꺼내 보였다.
절반 정도가 차 있는 향수다.
언뜻 봐서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일반적인 향수처럼 생겼다. 그 내용물을 흔들며 바르간이 말한다.
“중앙교회에서 받은 등외품이 이것. 「생명의 향수」다.”
정사(正史)에서는 용사랭킹 6위의 용사가 사용하게 될 유물.
“한 번 뿌리면 6시간 동안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마력 출력의 배. 강제로 두 배의 파괴력을 내게 해 주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심지어 부작용도 없다.
바르간이 알기에, 소설의 그 어떤 유물도 마력의 출력을 부작용 없이 2배로 올려 주는 건 없었다.
원작에서 랭킹 6위였던 미래의 주인이었을 용사는 이 향수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단숨에 3위까지 급히 올라간다.
본래의 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은 맞았겠으나, 향수의 도움 없었다면 불가능한 단기간의 성적이었다.
게다가, 또 하나 좋은 점이 일회성 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향수인 만큼 사용할 때마다 양이 줄어들지만, 마력을 가진 생물을 죽일 때마다 향수가 차오르는 구조이지.”
충전식인 생명의 향수는 한 번 뿌릴 때 반드시 통의 용량의 1/3을 사용하게 된다.
내용물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분사 자체가 되지 않아 다채로운 사용은 불가하나, 기본 성능이 워낙 좋으니 그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향수에 대한 설명을 끝마친 바르간은 더 궁금한 것은 없냐는 눈치로 리나를 바라보았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리나는 천천히 두 입술을 뗀다.
“바르간 오라버니…. 정말로 변하셨군요.”
차분하게 생긋거리던 리나의 눈동자에 일순간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바르간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표정을 읽으며 분석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으로 봤을 때, 거짓은 없어 보였다.
“내가 왜 이런 정보를 먼저 불어 대는지 안 물어보나?”
“…라인카르벤 오라버니와의 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요?”
“그래. 참언하자면 둘밖에 없는 내 동생들의 신뢰 또한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얻고자 한 것이지.”
바르간이 다소 장난스럽게 말하자, 굳어 있던 리나의 얼굴이 풀리며 본래의 선한 인상으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르간을 향해 짓고 있던 기본 미소의 형태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마치 서로 본 모습을 확인하고 나니 후련한 것처럼.
“아카데미아의 축제에 저랑 리엘 언니도 가요. 본래는 라인카르벤 오라버니를 따라다니며 즐길 예정이었는데, 이번에는 바르간 오라버니와도 가족끼리의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네요.”
“나는 귀찮게 하지 말고 리엘을 데리고 함께 장남이랑 놀아라.”
“어머. 저는 바르간 오라버니와도 함께 축제에서 놀고 싶은데요. 저는 바르간 오라버니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요?”
리나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무언가 여망을 담은 반응이다.
“바쁠 예정이라 가족과 시시덕거릴 시간은 없다.”
“뭔가 준비하고 계신가 봐요?”
“그건 당일 직접 확인해 보거라.”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성을 내고 나갔던 리엘이 멀리서부터 돌아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리나 또한 이를 감지했고. 늦기 전에 마지막 질문을 한다.
“오라버니와 길게 대화를 나눠 보고 싶지만, 이제 곧 시간이 끝나서요. 이거 하나만 여쭤볼게요.”
그래도 괜찮나요?
리나는 바르간이 허락할 것을 알면서도 괜히 입에 담아 본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이 애용하는 익숙한 대화의 수법을 직접 보게 된 바르간. 빙그레 웃으며 허락하였다.
“이제부터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이세요?”
요컨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빙 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바르간은 망설일 것 없이 답한다.
“며칠 뒤, 포트레트가를 방문할 예정이다.”
“오라버니. 제가 지금 그런 단순한 일정을 여쭤본 게 아니라는 걸 아시면서. 너무하시네요.”
“나도 단순한 일정으로 언급한 게 아니다.”
“네?”
고개를 갸웃하는 리나를 앞에 두고 바르간을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현재 그 둘의 상황이 비슷하군.’
아직 여름방학은 끝나지 않았고 알리시아는 복귀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멘토링은 종료되어 언질을 넣어 둔 대로 양부모와 자택에서 있을 것이다.
에리카도 마찬가지.
포트레트가에서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다만, 문제는 둘 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 거라는 것이지만.
덜컹⎯!
문을 거세게 열어젖힌 리엘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지 깔깔거리며 웃어 댄다.
그녀의 손에는 포트레트가의 문양이 뜯어져 개봉된 편지가 쥐어져 있다.
“야! 너 네 약혼녀한테 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