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5)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15화(115/350)
그때는.
에리카의 짧은 인생에 있어 가장 지옥 같았던 시간의 일부.
타인을 믿을 수 없고,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없었던 순간.
에리카의 오랜 시종이자 또 한 명의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라일라가 바르간에 의해 살해되고, 고작 수일밖에 지나지 않았던 날의 일이다.
에리카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침대에서 자신의 인형들을 가득 모아 둔 채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있다.
독한 감기에 걸린 것처럼, 전율하고 있는 13세의 에리카.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생기 없이, 세상의 모든 작용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녀의 침대 저 멀리에는 바르간이 선물해 줬던 고양이 인형이 널브러져 있다.
그녀의 뇌는 멋대로 악몽 같았던 그날의 시간을 되감는다.
“라일라… 라일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싫어, 싫어싫어싫어.”
아무리 아우성을 치고, 잊으려고 해도.
그 각인은 더욱더 강렬하게 떠오르며 그녀를 옥죈다.
“싫어, 싫어요! 제발 멈춰 주세요 바르간 님…!”
라일라를.
라일라를 죽이지 말아 주세요!
그녀가 보는 환각 속에서 수도 없이 그렇게 부르짖었다.
반복되는 연옥을 벗어나지 못하고, 라일라는 바르간에게 죽임을 당한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꺄아아아⎯⎯!”
…….
⎯똑똑.
모든 불을 꺼 둔 채 여전히 공포에 질려 있는 에리카.
그런 그녀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문의 뒤편에서 이어지는 음성이 없더라도, 에리카는 그게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에리카. 들어가도 괜찮겠니?”
조심스레 손잡이가 돌아가고 한 여성이 들어온다.
에리카의 어머니인 리리안스였다.
그녀는 오늘도 에리카의 상태를 살피며 달래 주기 위해 찾아왔다.
방 안으로 들어온 리리안스는 구석에 내던져진 고양이 인형과, 차갑게 식어 있는 음식을 보았다.
에리카가 오늘도 식사를 걸렀다.
날이 가면 갈수록 야위어 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인다.
“…….”
우려의 한숨을 내보낸 그녀는 에리카의 침대로 다가왔다.
에리카는 리리안스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비로소 인기척을 느낀 사람처럼 힘없는 얼굴을 들었고, 다시 내렸다.
리리안스는 그런 에리카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오늘은 기분이 좀 어떠니?”
“…….”
“밖의 날씨가 아주 좋단다. 멀리 안 가도 좋으니까 산책을 나가지 않으련?”
“…….”
리리안스의 음성은 에리카를 움직이지 못한다.
에리카는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인형 무리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안에 담긴 것이라고는 솜밖에 없는 듯.
밖과 소통하지 못한다.
리리안스는 강제로 에리카를 끌고 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옆에 붙어 가만히 시간을 보내거나, 종종 말을 걸어 주기만 했다.
최근 리리안스의 일과는 에리카와 함께였다.
그날도 마찬가지.
에리카의 상태를 확인하며 말을 걸고, 몸을 닦아 주고, 옷을 갈아입혀 주는가 하면.
그 주변의 의자에 앉아 에리카가 어릴 때 좋아하던 동화나 책을 읽어 주었다.
돌연 에리카가 겁에 질린 인상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같은 말을 반복할 때면, 그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아 주어 심장 고동 소리를 들려주었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끔, 진정 효과가 있는 아로마 향이 리리안스의 품에서 맡아질 때.
에리카는 조금씩 거센 기운을 죽이고 잠에 들 수 있었다.
…리리안스는 에리카를 위해 부단히도 힘썼다.
에리카의 주변에는 시종을 일체 두지 않았다.
라일라를 떠올릴 수 없게 관련된 물건들도 다 치웠다.
리리안스는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혼자의 힘으로 모든 일을 해냈다.
그러면서도 리리안스는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거나 기색을 비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사근사근한 태도로.
에리카를 정성스레 돌보았다.
그녀의 정성이 통한 탓인지 에리카는 서서히 회복기에 들어갔다.
이제는 비명을 지르거나 발작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몸도 움직여 산책을 하는 날도 있었고, 식사도 적은 양이지만 가능했다.
심지어는 에리카가 먼저 걸기도 하였는데, 리리안스는 이 첫 순간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에리카의 상태가 호전되는 걸 지켜보는 게 리리안스의 유일한 삶의 의미인 것처럼 느껴지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바르간이 찾아왔단다. 만나 보는 게 어떠니?”
그건, 놀랍게도 리리안스가 에리카에게 한 말이었다.
날씨가 좋아 산책을 가자는 말처럼 어렵지 않게 꺼낸 그 문장에, 에리카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에리카가 이렇게 된 건 전부, 그 바르간이 라일라를 무참하게 죽였기 때문이었다.
그날의 칼날은 에리카의 심장에 버젓이 꽂혀 있다.
일부러 라일라의 모든 흔적을 지워 자신에게 보이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아는 에리카로서는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도 반성을 하고 있단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에리카를 보고 사과하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해.”
거기까지 말을 들었을 때.
에리카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고는 ‘가문과 돈’이었다.
설마, 그러한 일이 있었음에도.
자신이 어떤 꼴이 되었는지를 알았으면서도.
자신의 어머니는 이 약혼을 이어 가려고 하시는 것인가.
“어, 어떻게, 어떻게….”
“우리 귀여운 요정. 걱정하지 마렴.”
리리안스는 몸을 떨기 시작하는 에리카를 안아 준다.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언제나와 같이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다.
에리카는 그녀의 체취를 맡는다.
덕분에, 경직되어 가는 사고가 간신히 이어진다.
가문의 이해관계 때문에?
아니.
아니다.
자신의 어머니는 결코 그런 분이 아니시다.
어머니의 눈은 거짓을 담고 있지 않으시다.
어머니의 입은 가문이 아닌 명백하게 자신을 위한 진심을 머금고 있으시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뭐지…?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리리안스가 보였던 정성과 애정을 에리카는 너무나 잘 알았다.
바르간에게 배신을 당했던 때와는 또 다르다.
바르간은 돌변하였고, 명백하게 에리카를 밀어내며 흉흉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평소와 변함이 없다.
리리안스는 에리카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 말한다.
“이건 다 너를 위한 거란다.”
마치, 최면을 걸린 듯이. 신앙에 가까운 말을 연이어 내뱉었다.
“모든 게 다 잘 해결될 거야.”
이해 불가한 상황과 지나친 따뜻함 속에서.
에리카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섬뜩함을 느꼈다.
“내 사랑스러운 요정. 에리카.”
***
바르간의 편지를 다 읽은 에리카는 한 시간 정도 고민을 하다가 바르간을 찾아갔다.
그는 여전히 호숫가에 있었다.
푸른 달빛을 반사하는 호수를 바라보며 몇 시간을 그대로 서 있었던 것 같다.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시간을 항시 아까워하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와 주었구나.”
“…….”
에리카는 대꾸 없이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키 차이 때문에 고개를 올려야 하지만, 그녀는 제법 가까이,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정도까지 걸어갔다.
바르간은 그런 에리카를 보며 묻는다.
“이렇게 왔다는 건, 내가 제안한 안을 받아들였다고 판단해도 되는 것이겠지?”
그 물음에 에리카가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약간이나마 수면을 취해서인지 몇 시간 전에 비하면 안색이 한결 편해진 것 같기도 하다.
무채색이던 감정도 겨우 색을 보인다.
“제안? 그래 말 잘했네. 그 이상한 편지는 뭐야?”
“네가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돌아가 버리지 않았느냐. 해서, 내 뜻을 알아보기 쉽도록 적은 것이다.”
“…….”
“아, 아니면 그 편지지 자체를 묻는 건가?”
바르간은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에리카에게 보냈던 편지지는, 에리카가 보관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유사했다.
잘게 찢겨진 것을 이어붙이고, 꾸깃거리는 질감까지 표현했다.
“일반적인 형태면 재미가 없어서 말이다. 과거에 내가 우리의 편지를 찢었던 것을 사과할 겸해서 형상화한 것이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나 보군.”
“…마음에 들긴.”
자신이 그때의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르간이 알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였기에 상당히 놀랐었다.
이 남자의 능글맞은 반응을 보면 알고 그랬는지 정말로 모르고 그런 건지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뒷일.
“우리 어머니의 상태를 네가 낫게 할 수 있다고?”
바르간이 보낸 편지의 내용은 그가 어떤 방법으로 불안 증세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또한, 목소리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어떻게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지도 함께.
하지만, 목소리가 무엇인지, 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쏙 빠져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에 드는 의문점과 비어 있다고 느껴지는 문단이 많았는데.
한번 발길을 돌렸던 에리카가 다시 돌아온 건, 이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기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바르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그래. ‘목소리’의 구조를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이랬다.
현재 리리안스는 목소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인데 이게 아무런 경고 없이 사라진 게 문제가 된 것.
그렇다면 갑자기가 아니라, 천천히 줄이면 된다.
그녀에게 ‘가짜 목소리’를 들리게 하고 서서히 빈도를 줄여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리리안스도 이 주기에 적응을 하게 될 것이고, 마지막까지 문제없이 따라와 준다면 가짜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불안하지 않을 때까지 나아질 수 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을 들은 에리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 가짜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네 저주 마법을 써야 한다며.”
“저주 마법을 써야 하는 게 반드시 나일 필요는 없지만… 포트레트가의 명성을 생각하고, 저주 마법이 해득의 계위에 오른 마법사를 따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따지면 내가 하는 편이 맞지.”
사실 에리카는 포트레트가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에게 가문의 명성과 어머니의 건강은 가치를 비교할 저울도 필요가 없었다.
에리카가 신경 쓰는 부분은 바르간의 저주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
바르간이 아니라면 다른 마법사를 구해야 하는데.
저주 마법에 능통한 마법사를 구하기 위해 드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고, 그사이에 어머니께서 어떤 돌발 행동을 하실지 모른다.
반면, 여기에 서 있는 바르간은 수상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상당한 저주 마법의 수준을 갖추고 있는 마법사.
조건만 두고 본다면 바르간에게 부탁하는 게 맞을 터이다.
…그러나, 바르간에게 어머니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큰 불안 요소였다.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판단을 도울 재료가 필요했다.
“몇 가지만 묻게 해 줘.”
“말해라.”
에리카가 짚는 건 바르간이 고의인지 아닌지 모를, 생략된 설명이었다.
“목소리는 정체가 뭐지? 그리고 넌 어떻게 어머니가 목소리를 듣고 계셨다고 확신한 거야?”
목소리라는 것이 어머니의 행동을 움직이려고 했다면 그렇게 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을 터.
대체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벌였나.
또한, 슈겐하르츠가 어머니께서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들 정확한 증세나 원인은 몰라야 하는데 어째서 자신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최근 그의 행보가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던 에리카는 알리시아의 건이나, 기말고사 때의 일이 순간적으로 연상되었으나.
털어 냈다.
지금은 어머니와 관련된 일을 생각하는 것만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건.
“너에게 어떤 이득이 떨어지기에 이러는 거야?”
슈겐하르츠는 본인에게 발생하는 이익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남자다.
그 가치가 적으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 그가 정성일 정도로 도와주려 하고 있다. 그만큼 현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소리다.
차라리 슈겐하르츠가 확실히 이익을 보는 편이 낫다. 그래야 거래의 조건이 성립될 테니.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먼저, 앞선 두 질문에 대한 답이다만, 이는 답해 줄 수 없다.”
…뭐?
이어서 들리는 까닭 또한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현재의 네가 알아서는 안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답해 줄 수 있는 건 마지막 질문이로군.”
그는 답한다.
그 자신에게 떨어지는 것을.
“이익 같은 건 없다.”
바르간은 에리카가 의미하는 이익이 물리적인 것을 묻는 것이라면⎯이라고 참언하였지만.
에리카에게 있어 덧붙여지는 말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그녀가 말한다.
“지금 나랑 장난해?”
조금씩 마음이 동하려 했던 에리카의 시선이 매서워지며 바르간에게 쏘인다.
이유를 얘기해 줄 수 없다는 것도 기가 찬데, 현재의 자신이 알아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마땅한 이익도 없고?
헛소리도 정도 것 해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걸 어떻게 믿어?”
앞의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하더라도 그가 어떠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을지 몰랐다.
교섭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바르간은 이를 포기했다.
그 잘난 세 치 혀를 놀려 남을 현혹하는 주장과 논리를 보이지 않고.
적합한 근거와 까닭을 준비하지 않는다.
“…에리카.”
겉으로 드러나는 에리카의 사고와 감정을 직시하는 바르간. 가만히 그것을 들여다보다가 입을 뗐다.
“그래서 처음부터 못을 박지 않았나.”
“…….”
“나를 얼마나 믿느냐고.”
바르간은 자신이 리리안스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들먹이며 무언가를 뜯어내는 일은 결코 없다고 단언한다.
이번 일은 자신과 에리카 둘만의 것으로 묻을 것이라고도.
…이상하다.
너무나도 이상하다.
지금의 그는 비논리적이다. 아니면, 그렇게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유도하는 것일까.
하지만 왜? 밝히지 않는 것보다 밝혔을 때가 더욱 확실하게 대가를 받을 수 있을 텐데 굳이?
…….
그렇다고 한들, 무언가 숨기고 있을 게 분명하다.
뒤에서 이득을 챙기려 한다. 그럴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그는 진의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에리카는 고뇌를 이어 가다 고개를 들며 외쳤다.
그녀 자신이 품고 있는 바르간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여실 없이 드러낸다.
“슈겐하르츠! 날 속이려 하지 마. 대체 뭐가 목적인 거야. 교섭을 하려면 최소한 상대를 설득시켜서 해야지. 네가 잘하는 거잖아!”
“…목적. 목적이라.”
그와 눈을 마주쳤다.
바르간의 눈은 한없이 잔잔하다. 달빛을 받아 여리게 반짝이는 호수의 표면이 그의 눈에서 다시금 반사된다.
이윽고 그의 입이 열린다.
비릿한 미소도, 오만한 표정도 짓지 않는다.
들리는 바르간의 음성에 눈 밑이 떨릴 때까지 에리카의 눈이 확대되었고. 그 매끈한 표면에 파문이 일었다.
그가 뱉는 말은 이성에서 크게 벗어난, 감정적인 문장이며 에리카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
“내가 너를 도와주고 싶다.”
그것은 과거부터 지니고 있었지만 결코 드러내는 일이 없었던, 감정의 편린.
“그게 전부다.”
그의 몸에 깃들어 있는 ‘두 개의’ 영혼 중.
본래의 몸의 주인이었던 자의 진의.
동시에, 죽어 가고 있는 자의 후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