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23화(123/350)
“하늘이라… 클레멘스에게 유리한 주제로 선정됐네.”
아르볼 프루탈의 모든 인원이 모인 연구실에서.
과거 학생회장의 경험이 있는 4학년 알렉세리아는 자신의 볼을 톡톡 건들며 생각에 잠겼다.
항상 보이던 장난스러운 모습이 사그라들어 제법 진지하게 보인다.
그녀는 차기 학생회장 유력 후보 중 하나인 클레멘스에 대한 정보를 입에 담았다.
“클레멘스는 용기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만큼 공중전에서 강세야. 적어도 2학년… 아니, 3학년까지도 클레멘스를 하늘에서 대적할 수 있는 인원은 없다고 봐야지.”
용기사 클레멘스.
사실 그녀가 타고 다니는 사역마는 와이번이지만, 전신 갑옷을 입고 4m가 넘는 랜스를 든 채 하늘을 누비는 그녀는.
드래곤을 타고 있는 것처럼 기품 있고 위엄이 있다.
하늘은 그녀를 위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날짜와 주제 말고는 나온 게 없는 거지?”
“예, 항시 그랬듯 이번에도 3일 전에 모든 사항이 공표될 예정입니다.”
나는 웬일로 선배의 모습을 보이는 알렉세리아의 물음에 답했다.
1차 선출이 있기 3일 전에 모든 내용이 공개된다.
그 전까지 모든 내용은 아카데미아의 총장이나 몇몇 관계자들만 알고 있으며, 학생들만이 아닌 일반적인 교수들에게까지도 정보가 도달하지 않는다.
즉, 이후의 전개를 읽었던 나와 리암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후보도 알지 못한다는 소리다.
혹여나 주제가 달라질 경우도 고려했었는데, 클래스전에서도 그렇고, 내부 일정에서는 크게 변동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알렉세리아는 입을 꾹 닫고, 목울대를 울렸다.
대충 살펴보자면, 조언을 해 주고 싶은데 고민하고 있는 눈치다.
…뭐,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녀가 말한 대로, 클레멘스는 공중에서 특히나 위협적인 인물이다.
1차 선출은 일종의 떨거지 후보자들을 걸러 내는 거름망이지만, 그때 활약하는 모습은 마지막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클레멘스의 팀은 1차 선출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그대로 승승장구하게 되니까.
고민을 이어 가던 알렉세리아는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초반부터 쉽지 않겠네.”
결과적으로 클레멘스는 학생회장에 당선된다.
또 하나의 강력한 3학년 레제크와 최초의 주인공 아르텔리온을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학생회장 선거에서 나는 기존의 전개를 뒤집고 정해진 역사를 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런 난관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움직인 것이니까요.”
나는 그녀의 우려를 가볍게 털어 내며 말했다.
애초에 디피엘리아를 학생회장으로 추대하려는 게 쉬운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뭘 이제 와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게 효과가 있었는지, 알렉세리아의 톤이 도로 돌아왔다.
“그래, 바르와 성녀님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는 바르를 응원해!”
저 빌어먹을 ‘바르’라는 호칭과 함께.
클레멘스는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면서 왜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부르는지는 원작에도 안 나와 있다.
…아무튼, 선거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면 되었고.
“이번 승급식에 대한 결과는 다들 알고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하겠다.”
나는 알렉세리아에 대한 관심을 지우고, 모두를 바라봤다.
내 앞에는 새롭게 짜인 그룹 ‘뿌리’.
아르볼 프루탈 간부의 멤버들이 앉아 있다.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빠르게 진행한 두 번째 승급식.
뿌리의 멤버만 보자면 기존 인원들에 추가된 형태이지만 명확히 변화가 존재한다.
“기존 목대의 멤버였던 프란체스카와 밴틀로는 뿌리로 승격되었다.”
사실 실력만으로 놓고 본다면, 기존 목대의 인원 넷은 모두 뿌리로 이동되는 게 자연스럽다.
평균치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인 에밀리와 간부급이 되기에는 아쉬운 프리다가 뿌리의 그룹에 존재하니까.
하지만 4학년은 졸업반이라 연구회의 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내가 원할 때 사용하거나, 혹은 연구회의 활동을 주도해야 하는데 이래서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4학년 알렉세리아와 마찬가지로 4학년인 브락키움은 목대에 남아 다른 이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이로써 뿌리의 멤버는 7명.
“이번에 그룹의 변화가 크게 일어난 데는 이유가 있었지.”
시야를 앞이 아닌 주변으로 돌리자, 그 전보다 많은 수의 눈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엄중하게 걸러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신입 6명이 추가로 들어와 현재 우리 연구회의 인원수는 전부 38이다.”
…하나는 잠시 수련을 위해 떠나간 핀의 공석이니, 정확하게 말해 현재 이곳에 있는 멤버는 37.
신입과 승급식으로 인해 바뀐 그룹의 구성은 이러하다.
뿌리 5명 -> 7명.
목대 4명 -> 5명.
줄기 16명 -> 19명.
가지 6명 -> 6명.
단순 수치로만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나.
내부 정보를 살펴보자면.
이번 신입들은 목대에 1명, 줄기에 2명, 가지에 3명이 들어가게 되었고.
두 번째 승급식으로 인해.
가지에서 3명이 줄기로, 줄기에서 2명이 목대로, 목대에서 2명이 뿌리로 이동하였으니 격변이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리 말해 두지만, 먼저 연구회에 들어왔다고 하여 텃세를 부리는 것은 용납지 않을 것이다. 아르볼 프루탈은 절대적으로 실력우선주의. 남을 깔보고 싶다면 정진해서 그룹을 올라가는 것으로 보여라.”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내부에서 자잘한 싸움이 아예 없길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부추기고 싶은 건 이곳에 있는 모두를 경쟁자로 보고서 얻는 상승욕.
남을 괄시하며 자신을 뽐내려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했으면 한다.
다만, 그 수단이 자신의 성장이 아닌 남을 막아 세우는 것이라면 내 목적에 위반되니 곧바로 제지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그룹에 책임자를 둔 것이고.
“프란체스카와 밴틀로는 목대 인원들의 책임자를 맡는다. 또한, 그 전까지 책임 구역이 없었던 프리다 역시 이제부터는 에밀리와 함께 가지의 멤버들을 관리한다.”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면서 언급하자.
이들은 각자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대답을 보이며 확인했음을 알렸다.
그 전까지는 간부의 인재 수가 부족하여 내가 직접 목대의 인원들을 점검했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프란체스카…보다는 밴틀로가 기록을 남기고 4학년 두 명이 남은 인원들을 도와주는 형태가 되겠지.
대략적인 재확인을 마친 나는 시선을 거두었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추가적으로 질문이 있다면 새롭게 배치된 그룹의 책임자들을 통해서 전해라. 늦지 않게 답변을 줄 것이다.”
““알겠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들리는 대답.
어떻게 보면 군대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래 봐야 한낱 연구회이지만… 아니, 한낱 연구회는 아닌가, 아카데미아의 알짜배기들을 모아 둔 것이니.
나는 그 소중한 미래의 새싹들을 다시 살폈고 보고서를 덮었다.
“이것으로, 금일 연구회 공지를 마친다. 각자 그룹에 맞게 흩어져 훈련을 시작도록.”
***
공표를 끝내고, 바르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계획해 둔 연구회 활동은 끝이 났지만, 아직 남아 있는 계획이 빽빽했다.
모두 진행하려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그렇게 연구회의 문 앞으로 나아가던 순간.
바르간을 제외하면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때임에도.
그 속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성대를 긁는 거친 목소리로 외치는 이가 있었다.
“내가 좀 묻고 싶은 게 있수다!”
짧게 머리를 친 남자.
눈 밑에 길게 칼자국이 나 있다.
걸음을 재촉하던 바르간은 잠시 멈추어 서선, 그를 바라봤다. 주변에서는 이에 주목해서인지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질문은 각 그룹의 책임자들에게 하라고 했을 텐데.”
낮게 깔리는 그의 음성이 냉기를 머금어 차갑게 느껴진다. 눈빛은 귀찮다는 걸 대놓고 드러낸다.
바르간의 성격이나 행동거지를 알고 있는 몇몇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황급히 눈알을 돌리며 바르간을 멈춰 세운 남자를 바라본다. 제발 사과를 하거나, 까먹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넘기라는 눈길을 보내며.
하지만 눈 밑에 길게 상처가 나 있는 남자는.
“당신이 여기에 있는데 왜 빙 돌아간단 말이오?”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순간 놀라 작게 비명에 가까운 새는 소리를 내는 이도 있었다.
바르간은 눈을 좁히며 그를 바라봤다.
불쾌함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하려는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
바르간의 입이 열리며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카이만…. 첫 번째 승급식 때 유일하게 승급에 성공한 놈이로구나.”
바르간의 앞에서도 조금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무례할 정도로 떳떳하게 말을 뱉는 남자는 카이만.
트로아 제국 평민 출신의 1학년으로.
그 근방의 깡패들을 모두 제압하면서 다니기를 즐기던 청년이다.
바르간이 스토리 라인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아카데미아를 자퇴해, 마물들을 잡고 다니는 헌터가 되었을 그.
고상하게 앉아서 책을 읽으며 연구를 하는 것보다는, 실전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게 익숙한 카이만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온다.
바르간의 앞까지 걸어가 그를 올려다본다.
키 차이는 제법 났지만, 강렬한 눈초리는 그와 맞먹는다.
그것을 보던 바르간이 한 방향으로 손을 뻗는다.
“됐다, 알리시아.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도련님.”
어느새 차고 있던 대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마나를 끌어모으던 알리시아는 힘을 풀었다.
하지만 맹금류와 같이 쏘아보는 눈은 조금의 방심도 없다.
카이만은 알리시아의 살기에 기가 차 헛웃음을 뱉었고, 다시 바르간에게 얼굴을 돌려 못다 한 말을 잇는다.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잘 알고 있수다. 내가 이 연구회에 있는 것도 다 당신 때문이지.”
“…그래서, 묻고 싶은 게 뭐냐?”
“거 되게 급한 사람이구만. 알았수다. 내가 왜 갑자기 당신을 불렀냐면은….”
그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퉁퉁, 치며 말했다.
“왜 내가 이번 승급식에서 ‘목대’로 올라가지 못했는지 영 모르겠기에 불렀소.”
카이만이 속한 현 그룹은 줄기.
첫 번째 승급식 때 유일하게 상승 이동이 가능했었으나, 이번에는 하지 못했다.
그의 발언에 바르간은 카이만의 머리끝부터 발끝을 한 번 훑더니 흔들림 없는 어조로 전했다.
“네가 목대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니까 그랬던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한다며, 고작 그따위의 안으로 바쁜 자신을 붙잡은 거냐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문장이었다.
“그럴 리가 없소! 눈 땡그랗게 뜨고 잘 보시오! 내가 저기에 있는 놈들에 비해 못할 리가 없다고 자부하오!”
“…….”
바르간은 더 이상 대답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눈길을 보이며 입을 닫았다.
그런데도 카이만은 멈추지 않는다.
“재심사를 하면 알 거요! 뭣하면 여기에 있는 모두 앞에서 객기를 부리는 것으로 여겨도 좋으니 다시 한번 제대로 봐 주시오!”
“…재심사라.”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내가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보여 주겠소. 저기 보이는 어리바리한 놈들과는 심지가 다르다는 것을 말이오.”
갑작스러운 카이만의 제안에 바르간은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보이더니.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러더니 곧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정말로 괜찮겠느냐? 심히 창피를 당하게 될 텐데.”
“내 걱정은 마시고, 재심사나 봐 주시오. 어떠한 방식이든 좋소.”
그의 확신에 찬 대답에 바르간은 주변의 마나를 살피며 현 시각을 파악했다.
…이후의 약속에 조금 늦을 거 같지만 괜찮아 보인다.
빠르게 이번 일을 처리하고 가면 얼마 늦지 않는다.
다만, 카이만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다른 멤버들도 재심사를 요청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용하지 못할 것은 또 아니지.’
“그래, 알겠다. 특별히 재심사를 봐 주도록 하지.”
“오, 역시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구만! 고맙소.”
“하나, 심사의 방식이 조금 색다를 것이다.”
“그까짓 거 뭔들 못 하겠소. 그래서, 뭘 하면 되는 거요?”
바르간은 자신의 스승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에게 들었던 대사를 그대로 내뱉었다.
그가 했던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헤일리온은 바르간의 훈련을 도와주기 위해 한 말이었으나 바르간은.
“나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낼 수 있다면, 내 권한으로 너를 승격시켜 주마.”
철저히 ‘교육’을 위해 뱉은 말이라는 점이다.
이건 카이만뿐만이 아니라 모든 연구회의 멤버들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재심사’라는 게 어떠한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