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33화(133/350)
아카데미아에 여섯 명의 용사가 찾아왔다.
이들은 각자 멘토링을 하고 있는 이들로 방학이 끝난 뒤, 정식으로 맺어진 멘티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수련을 돕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알리시아의 멘토, 샤를로테는 간단하게 그녀의 소중한 멘티의 성장을 확인하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하나를 알려 주면 열 이상을 아는 알리시아.
무언가를 가르쳐 주면 얻는 성취감과 동시에, 알리시아라는 아이 그 자체가 샤를로테에게는 너무 예쁘고 대견스러웠다.
샤를로테의 정식 멘티로는 알리시아가 선정되었다.
잠시 동안 임시 멘티였던 리암과 에밀리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샤를로테가 알리시아를 택했다.
이 과정에는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자신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뽑은 것이었으나.
일체의 이기심이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만은 없었다.
순수하고 배움에 대한 열의가 있는 알리시아를 보고 있자면 없던 친동생이 생긴 것만 같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역시 내 동생 너무 귀엽고 대견스러워!”
“으, 샤를로테 님….”
아카데미아의 본 건물 한 외곽.
아직은 푸릇한 기운을 유지하고 있는 풀잎들이 주변에 나 있는 하얀 벤치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샤를로테는 알리시아를 껴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알리시아에게는 좋은 냄새가 났다. 은은한 꽃밭의 향기가 얼굴을 문질 때마다 올라오는 것이다.
햇살을 따스하게 받은 이불을 끌어안은 듯, 샤를로테는 세상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으며.
알리시아는 그런 샤를로테의 반응에 부끄럽고 당황스러웠지만, 내심 미소가 그려졌다.
잠시 힐링(?)을 마친 샤를로테는 이만 그녀를 떼어 내곤 주먹 쥔 손을 내밀었다.
샤를로테가 건넨 건 어떠한 액체가 담겨 있는 병이었다.
“교회에서 주는 선물. 뭔지는 알고 있지? 쓰임새가 아주 다양한 물건이니까 사용하고 싶은 데 사용하면 돼.”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선물.”
“샤를로테 님께서 주시는 선물이요?”
“응. 대단한 건 아닌데, 그냥 정식으로 멘티 된 기념으로 주고 싶어서.”
샤를로테는 방긋 웃으며 포장을 풀 것을 권유했고, 알리시아는 조심스럽게 묶여 있는 리본을 풀었다.
정성스레 감춰진 포장지를 벗겨 내자, 목걸이가 나왔다.
중앙에 박혀 있는 푸른 보석은 대충 봐도 급이 아주 높은 마석. 걸려 있는 마법과 장치들을 보아하니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액세서리’였다.
그것도 아주 귀한 물건에 속하는 물건으로.
모르긴 몰라도 아마, 고급 마차 몇 대는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알리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급히 손을 젓는다.
“이런 귀한 물건은 받을 수 없어요…!”
“귀한 거 아니니까 거절할 거 없어.”
“귀한 게 아니라뇨! 까막눈인 저라도 알 수 있을 정도인데… 샤를로테 님.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이건 정말….”
“그냥 모른 척 받아 줘. 멘티가 생기면 꼭 주고 싶었단 말이야.”
샤를로테는 자신이 이 물건을 건넨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했다.
자신도 과거 아카데미아를 다닐 적, 멘토였던 용사에게 받은 물건인데 아쉽게도 마검사가 아닌 일반 검사였기에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알티프에 의해 전사하곤 중앙교회의 공동묘비에 묻혀 있는 인물.
샤를로테는 그녀와의 추억을 알리시아와도 공유하고 싶었다.
“이대로 가만히 썩히는 것보단, 유용하게 사용해 주는 게 내 멘토였던 분에게도, 이 액세서리에게도 좋은 일이잖아.”
“하지만… 그런 소중한 물건을….”
“소중한 물건이니까.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었어.”
샤를로테는 알리시아의 양 볼을 살짝 터치하며 말한다.
“이걸 받는 게 내 동생이라 다행이야.”
“샤를로테 님….”
알리시아는 고마운 감정이 올라오는 듯,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미소를 지었다.
샤를로테의 의지는 확고히 알리시아에게 전달되었고.
알리시아는 두 손으로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소중히 간직할게요. 항상 차고 다니겠어요….”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잘 때도 빼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잃어버리지도 않을 거구요.”
“이렇게까지 반응해 줄 줄은 몰랐는데. 선물한 보람이 있네. …원래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주려고 했는데 요즘 교회의 일로 바빠서 당분간은 못 볼 거 같아 미리 준 거야.”
최근 급격하게 활발해진 알티프의 움직임과 이를 추격하며 막아서는 교회.
본래 샤를로테와 함께 아카데미아를 방문했어야 했을 용사들이 전부 오지 않은 것 또한, 시간을 비우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못 볼 것 같다는 말에 명백하게 아쉬워하는 기색을 비치는 알리시아.
샤를로테는 그런 그녀를 귀여워하며 볼을 꼬집으려고 손을 뻗다가.
“어? 저 사람은….”
날렵한 눈매가 독특한 남자가 지나가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도 샤를로테와 알리시아를 알아차리고는 눈길을 준다.
샤를로테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였고, 조금 늦게 남자를 발견한 알리시아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정중함을 보인다.
샤를로테는 흔들어 대던 손으로 이리로 오라고 알리며 남자를 부른다. 무시하고 지나칠 것만 같은 인상의 남성은 의외로 걸어와 주었다.
샤를로테는 주머니를 뒤지며 말했다.
“마침 잘됐네. 헤일리온에게서 전달해 줄 것들이 있었거든.”
알리시아에게 건넸던 병과 동일한 물건을 꺼내 보이는 샤를로테.
동행하지 못한 헤일리온 대신 교회의 선물을 전달하게 된 그녀였다.
“우리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다. 그렇지? 소문으로만 듣던 도련님을 이렇게라도 보게 되네.”
장신의 남성은 슈겐하르츠가의 삼남 바르간.
헤일리온의 정식 멘티이자, 그와 함께 뒤르테문드를 구한 영웅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학생이었다.
“반갑습니다. 샤를로테 님.”
언뜻 상냥한 말투로 보이기도 하지만, 알리시아와는 정반대되는 까칠한 고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바르간은 간략하게 인사를 한 뒤 그녀가 건네려는 물건의 정체를 언급하였고, 곧바로 샤를로테가 들고 있는 물건을 받아 가려 한다.
하지만.
“아, 잠깐잠깐.”
그가 채 가지 못하게, 샤를로테는 물건을 움켜쥐었다.
바르간이 다가오자 명백하게 표정이 달라진 알리시아를 보고 있자니,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알리시아의 성격상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분명 제대로 봄도 찾아오지 못한 채 끝날 터.
그녀의 언니를 자칭하는 자로서 발 벗고 나설 때이다.
샤를로테는 바르간의 머리끝부터 발끝을 훑어보았다.
자신의 동생으로 여기는 알리시아가 지극히 모시며 입이 닳도록 말했던 이를 이번 기회에 눈에 새길 요량이었다.
쭉 살핀 그녀는 감탄한다.
“진짜 잘생기긴 했다.”
“…….”
“이거 주기 전에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
“금일 불참한 헤일리온 님 대신 건네주려고 하셨던 게 아닙니까?”
바르간이 다소 따지는 어투로 말했지만, 샤를로테는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품에 손을 감추며 대꾸했다.
“부탁받은 건 맞지만 그걸 제대로 전달할지 안 할지는 나에게 달린 일이잖아.”
바르간은 잠시 샤를로테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으며 답했다.
“말씀해 보시죠.”
“말이 통하는 도련님이라 다행이네. 별일은 아니고….”
샤를로테는 알리시아를 흘깃 바라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눈길을 받은 알리시아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머지않아 아카데미아의 축제가 있지?”
“그렇습니다.”
“그 축제 기간 중 하루는 알리시아랑 단둘이서만 돌아다녀 줘.”
“샤를로테 님…?!”
깜빡거리던 알리시아의 눈꺼풀이 높이 올라가며 동시에 입도 벌어진다.
하지만 샤를로테는 멈추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알리시아랑 하루 동안 데이⎯읍?!”
이번에는 샤를로테의 눈이 회동그래진다.
그녀의 입은 알리시아의 양손이 단단히 봉인하고 있다.
알리시아는 황급히 입을 더듬거린다.
“도련님?!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샤를로테 님께서 잠시 장난기가 발동하셔서 그러신 거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거절하시면……!”
바르간은 얼굴이 달아오른 알리시아를 보았다.
지금까지 알리시아가 얼을 타거나 당황해하는 수많은 모습을 봐 왔지만 지금의 그녀는 또 새로웠다.
확실하다면 확실하지만,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알리시아는 바르간이 거절할 거라고 거의 확실시하고 있으나 묘한 다른 반응이 숨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
바르간은 잠시 고민을 하며 자신의 계획을 되짚어 보다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맞습니다. 도련님께서 그런 제안을… 예…? 네에?! 도련님?!”
알리시아의 손이 샤를로테의 입에서 떨어져 나가 이번에는 더없이 벌어진 자신의 입을 감췄다.
바르간은 태평하게 알리시아과 마주하며 말을 끊었다.
“하루 정도는 여유가 있으니까요.”
***
샤를로테, 알리시아와 헤어진 나는 홀로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에는 아무도 없다.
오늘은 아무런 일정을 잡지도 않았고, 시간도 애매하여 중간에 들르는 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차분히 한 인물을 기다리며 샤를로테에게 건네받았던 교회의 선물을 흔들어 보았다.
점성이 높은 은색 액체가 병 안에서 끈적하게 움직인다.
「위그드라실의 수액」
오로지 교회에서만 채취할 수 있는, 신성한 나무인 위그드라실의 수액이다.
기본적으로 매매가 금지되어 있는 성물로.
멘토링이 선정된 학생들이나, 업적을 달성한 용사들에게 수여되는 희귀한 액체다.
용도는 마법 술식, 무기 등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 대개는 강화나 접속을 위한 재료로 사용된다.
나 역시 이 수액을 무기의 제작을 위해 쓸 생각이다.
‘현재까지 모은 무기의 준비물은 세 개.’
내 마나야 처음부터 갖추고 있었고.
과거 에리카가 생일 선물로 건네준 마석.
이번에 얻은 위그드라실의 수액.
어린 에리카가 준 마석은 특상품 중에서도 상당히 질이 뛰어난 것으로 위그드라실의 재료들과 일으키는 반응성이 좋다.
기존의 바르간은 이 사실을 알았으나, 시기와 기회가 마땅치 않아 사용하지 않고 보관을 해 두기만 하였는데 나는 묵힐 생각이 전혀 없다.
재료는 쓰라고 있는 거다.
장식용도 뭣도 아니다.
마침 나에게는 준비할 시간과 계획도 있으니.
‘남은 무기의 재료는 두 개.’
하나는 1학년을 수석으로 마치게 되면 얻는 ‘위그드라실의 가지’.
마지막 하나는 심판무구.
무기의 몸이 될 위그드라실의 가지야 순조롭게 있으면 얻게 될 터이지만, 문제는 심판무구이다.
아미의 심판무구를 얻지 못하였으니 다른 곳에서 얻어야 할 터인데. 그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늦어도 1학년이 끝나기 전에는 얻고 싶은데 말이지….
드륵⎯.
생각에 잠겨 있던 내 시선을 끄는 소리.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우리의 주인공 리암이다.
전에 그가 말했던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빙의자인 그는, 마찬가지로 빙의자인 나와의 대담을 원하고 이를 이루어 주었다.
이 얼마나 관대하고 친절한 귀족이란 말인가.
나는 하얀 손수건 사역마, 하얀이의 안에 병을 넣으며 턱으로 적당한 자리를 가리켰다.
“앉아라.”
“…….”
리암은 의자를 끌며 내 앞에 묵묵히 앉았다.
그의 표정은 다소 긴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가 입을 뗐다.
“자리를 마련해 줘서 고맙다거나 그런 말은 생략할게.”
“나야 시간 절약이 되니 좋은 일이지.”
“…….”
“침묵을 유지하면 생략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아, 그래. 묻고 싶은 게 워낙 많아서 고민 중이었어.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은 이걸 먼저 말하는 게 좋겠다.”
내가 누구인지, 정말 같은 세상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왔는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등 리암이 묻고 싶은 게 한가득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리암은 사적인 궁금증을 몰아내고 현 상황에서 필요한 안에 대해 물었다.
평소에 온갖 헛짓거리를 하고 다니더니 이제야 철이 좀 든 모양이다.
“바르간. 여신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당연히 내가 알고 있을 것을 전제로 말을 꺼내는 리암. 그의 눈동자가 웬일로 의젓하게 자리 잡혀 있다.
“내가 예상하기로는 대주교 선발의 시기가 앞당겨진 거 같아.”
그의 추측에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소설의 안에서, 소설을 읽었던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는 신비한 감각.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벌써 두 마리의 대주교의 목이 떨어졌으니 그럴 만하지.”
자간, 아미.
여신교의 세력 중 벌써 두 다리가 무너졌다.
변화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리암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큰 사건들을 쭉 나열하며 말한다. 전부 주교급 알티프들이 사람들을 납치하거나 알티프의 모체로 삼은 일들이었다.
그는 확신을 가지며 입을 연다.
“내가 아는 스토리로는 네 명의 주교가 앞장서서 경쟁을 벌였었어. 그들은 주교급 중에서도 최상의 무력을 지닌 놈들이지.”
“계속 말해 보거라.”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한들, 그 세력에 큰 변화는 없을 거야.”
최근 여신교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이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대주교 혹은 추기경의 눈에 띄려는 실력 있는 주교급들이 날뛰며 세력을 불리고 강함을 표출하는 것이다.
내가 읽었던 이야기와 리암이 읽었던 최초의 원작의 이 혼란의 시기는 같았으나.
바르간으로 내가 활동하면서 앞당겨지게 됐다.
리암은 침을 삼킨다.
그가 긴장하고 있는 까닭은 추측과 추론을 통한.
그만의 답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놈들이 날뛰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겠지. 하지만… 그래서 문제라고 생각해.”
“문제라….”
“알면서 모른 척하지 말고 답해 줘. 긴박한 사안이잖아.”
“…….”
리암은 언급한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개를.
이를 막기 위해 내 손을 빌리려 한다.
“놈들은 아카데미아의 축제를 노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