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6)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36화(136/350)
사령술사 프란체스카.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의 대부분은 친절하고 상냥하셨던 아버지와 함께했다.
오셀 왕국의 빅토리아 백작가.
그 명망 높은 가문의 한 축을 맡고 있었던 게 프란체스카의 아버지 니클라스였다.
니클라스는 아카데미아의 교수이기도 했는데, 어려서부터 흑마법에 속하는 사령술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죽어 버린 것’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으로 그는 아카데미아에 잠들어 있는 고대 드래곤의 뼈 연구와 관리를 맡았다.
그는 본인의 일과 가정에 충실한 남자였다.
그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그의 인품과 열정을 칭송하였고.
그의 아내와 하나뿐인 딸아이는 그런 니클라스를 사랑하였으며, 그 역시 부족할 것 없이 가족을 돌보았다.
하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의 딸아이인 프란체스카가 그의 연구에 관심을 보였다.
사령술이 원체 복잡하고 적합성에 따라 크게 난도가 달라지는 학문인지라 니클라스는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그녀의 딸아이에게 사령술의 기초에 대해 알려 주었다.
나름 재미있게 설명한다고 허공에 각종 이미지를 띄우며 동화처럼 설명해 보았지만,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별종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이, 그것도 이처럼 어린 딸아이라면 듣다가 금방 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러나.
이는 니클라스의 오판이라는 걸 오래 지나지 않아 알았다.
지루했을 설명을 듣는 프란체스카의 눈은 한 차례도 떼어지는 일이 없었으며 총명함을 잃지 않고 반짝거렸다.
당시 프란체스카는 7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었는데.
평소에 어린아이치고는 지나치게 침착하고 무뚝뚝하던 프란체스카가 그 나이 또래와 같이 옷 끝을 잡아당기며 이것저것 질문 세례를 했다.
너무나 예상 밖의 모습에 니클라스는 당황하였지만, 동시에 기쁜 마음이 솟아올랐다.
아무래도 자신의 딸아이는 사령술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다. 하여간 누구를 그렇게 쏙 빼닮은 건지…!
그날 이후. 니클라스는 프란체스카의 아버지이자 스승이 되어 그녀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었다.
영특한 프란체스카는 즐거워하며 아버지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니클라스의 아내는 어린 프란체스카가 학문을 탐구하느라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점을 걱정하였지만.
환하게 웃는 니클라스와 프란체스카의 모습을 보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프란체스카의 가정은 그림으로 그린 듯한 행복한 가족이었다.
다른 귀족들이나 친척들도 그들의 화목함을 부러워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불행은 갑자기 찾아오고.
변화는 빠르게 일어난다.
⎯엄마…?
프란체스카의 기억 속에 상처로 남아 있는 기억.
프란체스카가 11살이 되었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언제나 밝고 건강하신 분이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고, 아마 그녀 자신 역시 몰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나를 야금야금 좀먹어 가는 병에 걸렸던 그녀의 어머니는 너무 늦게, 그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허무하게 잠들었다.
프란체스카는 소중한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어두워져 갔고, 예전처럼 순수하게 웃을 수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연구도 멈추었다.
죽어 버린 생물을 볼 때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던 마지막의 모습이 떠올라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나, 진정으로 힘들어하던 이는 그녀가 아니었다.
⎯미안해… 조금만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프란체스카의 아버지 니클라스.
그는 아내의 장례식에서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울었으며, 몇 날 며칠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
자신의 연구만큼이나 가족을 사랑했던 니클라스는 그녀의 딸아이를 위해 간신히 버티고는 있었으나.
곧바로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이 되어 버렸고 주변인들은 그를 걱정했다.
…아마 그때부터일 것이다.
프란체스카의 불행은 그 때부터 더욱 심화되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땅에 묻히고 나서부터, 아버지인 니클라스는 반쯤 죽어 버린 사람이 되었고.
점점 상태가 악화되어 가며 건강에 문제가 생길 때쯤에.
⎯당신… 거기에 있는 거야?
니클라스가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허공을 보고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천사의 나팔 소리를 듣는 어린 양처럼.
깊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광명을 본 인간의 얼굴이 되어 환호의 눈물을 흘렸다.
프란체스카는 황금색의 눈동자로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기뻐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니클라스의 웃음은 한없이 행복해 보였으며, 동시에.
⎯얼마 만에 듣는 당신의 ‘목소리’인지…! 기다려, 내가… 내가 구해 줄게……
더없이 구슬프게 들렸다.
***
축제가 2주일도 남지 않게 되었다.
프란체스카의 에피소드와 대주교 선발의 에피소드가 동시에 터질 것 같은 이번 축제는 앞으로의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함으로 확실하게 대비해야 한다.
해서, 나는 아르볼 프루탈 멤버들의 집중 관리 기간에 들어갔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대단하다 하여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다.
내가 이 소설의 엔딩을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까닭도 그러하기 때문인데.
이번 축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시점에서 아카데미아가 붕괴하거나, 인재들이 큰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총장인 굴레마시아나 아카데미아의 방어 체계가 이번에 무너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거기에 의존하는 건 최후의 수단이다.
두 카드는 후일에 쓸 예정이며. 특히 ‘굴레마시아’라는 수단은 필히 쓰일 적기가 있다.
지금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수이니까.
최악의 경우까지 치닫지 않는 이상 이번에 사용할 일은 전무하다.
이곳 모의 전투장에서.
나는 소중한 사역마들을 아낌없이 활용하며 이들을 단체로 훈련시키고 있다.
사역마뿐만이 아니라, 알리시아와 세레나 같은 간부급이나 알렉세리아, 브락키움과 같은 고학번도 동시에.
곳곳에서 원소 마법이나 검격이 날아다닌다.
학생들의 옷은 너덜너덜해지고, 흙투성이다.
“…흠.”
내가 보더라도 상당히 연구회원들을 ‘굴리고’ 있기는 했는데.
원래 아픔 없는 성장은 없다.
고통을 호소하는 멤버들이나, 몰아붙이는 인원들이나.
모두에게 도움이 될 터이다.
“알리시아. 네 앞에 있는 이들은 지금 이 순간, 멤버가 아니라 적이다. 적에게 감정을 품지 말고 나이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라.”
“아, 알겠습니다. 도련님!”
“에밀리.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느려 터졌다. 그래 가지고 간부라 칭할 수 있겠나.”
“진짜 크게 다치면 어쩌려고 자꾸 그런 말을… 윽.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진한 오러와 폭풍이 휘몰아치는 광경.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제대로 된 훈련이지.
한동안은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방임한 경향이 있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잡을 차례다.
그 혼란의 장 속에서 즐거움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어이, 세레나 동기. 고작 이 정도인 것이오? 같은 활쟁이인 밴틀로에 비하면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오만.”
“…….”
세레나의 활촉이 지금까지 보았던 광명 중 제일로 환히 빛난다. 속성 확립으로는 바람 마법이 들어가 있는데 아마 맞으면 상대의 몸이 뚫릴 것이다.
카이만은 오싹한 기운을 감지하며 입가에 길게 호를 긋는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할 맛이 나지 않겠소!”
아무래도 이번 훈련은 개싸움을 즐기는 카이만에게 적합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전투장을 전체적으로 살피며 조언을 주고, 난도를 더하고 있자니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에리카의 몇 없는 친구 중 하나이자, 세레나의 라이벌인 1학년 최강의 궁사 밴틀로다.
“훈련 도중에 죄송합니다.”
“됐다. 그보다 용무가 뭐냐.”
기본적으로 선한 인상의 밴틀로의 눈가가 웃음 지게 되니 더욱 상냥함이 돋보인다.
이 녀석과는 오랜만에 대화하는 거 같은데… 뭐 때문에 제대로 훈련 지도를 하지 않고 찾아왔는지 들어 보자.
“제가 신경 쓸 건 아니긴 한데, 알리시아와 축제를 다닐 예정이시라고요?”
“정말로 네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긴 하구나.”
“하하. 그렇죠.”
밴틀로는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며 웃었고 연이어 말한다. 그는 에리카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에리카와는 축제를 함께하시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그것 때문에 온 거였나.”
“친구의 일이니까요.”
“…네가 말하지 않더라도 에리카와는 축제의 첫날 함께할 것이다. 포트레트가의 가모(家母)님께서 방문하실 예정이라서 말이지.”
에리카의 어머니인 리리안스, 그녀의 상태도 호전되었는지 확인할 겸, 에리카와는 셋이서 돌아다닐 예정이다.
알리시아와는 축제의 네 번째 날로 일정을 잡아 두었다.
마지막 날인 다섯 번째 날은 2학년과 1학년의 전투가 벌어지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하니 축제의 일정이 꽉 차게 되었다.
밴틀로는 안심된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다행이네요.”
“…….”
나는 밴틀로의 진심 어린 눈을 흘겨보고는 말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에리카와 별도의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바르간 님.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정말로 에리카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누가 단둘이서 다니라고 했나.”
“예?”
기존의 스토리에서 에리카는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
즐기기는커녕, 이미 여신교의 사상에 전염되기 시작한 그녀는 여신교의 활동을 남들 몰래 돕는다.
또한, 축제의 첫날 역시 리리안스는 방문하지 않고 에리카는 바르간에게 파혼을 얘기한다.
바르간은 이를 승낙하였고 둘의 사이가 더욱 멀어져 가게 되는 기점이다.
이번 축제는… 원작과는 다르게 진행될 터.
어차피 그럴 것이라면…….
“너와 에리카 단둘이 아니라, 성녀나 다른 이들과도 함께 다닐 수 있지 않느냐. 네 말대로 정말 친구의 관계라면 그 정도는 자연스럽겠지.”
내 대답이 의외인 것인지, 밴틀로가 조금 놀랍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자신의 표정을 깨달았는지 금세 돌려놓으며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네요…. 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일정을 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괜히 에리카에게 내가 부추겼다는 식의 언질이나 하지 말거라. 긁어 부스럼이다.”
“그 정도 눈치는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밴틀로는 어떠한 말을 꺼내려다 말았고 나는 추궁하지 않았다.
한동안의 정적이 머물고 밴틀로가 이만 훈련의 지도로 돌아가려고 하자, 그 자리를 대신하듯 금발의 여인이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언뜻 불만이 담겨 있다.
“무슨 일입니까. 프란체스카 선배님.”
밴틀로는 눈치껏 자리를 피했고, 프란체스카는 입을 연다.
보름달을 연상시키던 눈동자가 지금은 초승달처럼 가늘어져 있다.
“…왜 요즘 안 오는 거지?”
“무엇을 말이죠?”
내가 여기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는 걸 에둘러서 표현하자 이를 알아차린 프란체스카는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한다.
“따라와.”
***
나와 프란체스카는 연구실에 마련된 작은 별실로 이동했다.
혹시 몰라 음성이 떠나가지 않도록 장치까지 해 두었으니 크게 떠든다고 한들 밖에서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마법을 걸자마자 프란체스카는 나무라듯이 말했다.
항상 잔잔한 호수와 같던 그녀의 목소리에 다소 노기가 들은 것으로 봐서는 최근 고분에 방문하지 않았던 게 꽤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연구를 도와주는 게 싫증 난 건가?”
“싫증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러면?”
“하늘 같은 선배님께서 아끼는 후배의 걸음이 뜸해지니 섭섭하신 모양이로군요.”
“…….”
프란체스카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함묵하였고, 나는 슬쩍 웃으며 답했다.
내가 최근 고분에 방문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것이다.
“이제는 제가 있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직 술식의 연구가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말이야.”
“완성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
고대 드래곤을 부활시킬 프란체스카의 고유술식.
현재 그 바로 앞턱까지 다다른 상황이다.
내가 있든 없든 프란체스카는 문제없이 술식을 완성할 수 있다.
“저는 시간과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말이죠.”
그녀의 술식을 도와주는 데 할애한 시간이 어디 한두 시간인가? 내 도움이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 시간이라는 자원을 다른 데 힘쓰는 게 옳다.
이러한 대답에도 프란체스카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살짝 모아진 눈썹을 풀지 않는다.
그녀는 애써 밝히지 않은 다른 이유를 집는다.
“…흔적을 남기는 게 무서운가 보네.”
“뭐, 그런 것도 있지요. 현시점에서 제가 손을 댈 경우 완성될 고유술식에 틀림없이 제 흔적이 남을 테니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프란체스카가 하고 있는 작업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녀를 뒤에서 몰래 지탱해 주고 있는 조력자와 같이 현장에 지문이 남지 않는 행동이라면 모를까. 굳이 장갑을 벗고 사건 현장의 물건을 만질 필요가 있나? 없지.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상은 겁이 많은 저에게 무리한 요구군요.”
“…….”
프란체스카는 눈매는 여전히 풀리지 않으나, 자신 역시 이 이상 밀고 나갈 생각은 없는지 눈길을 피했다.
그녀는 말한다.
“그래, 알겠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이유를 잃은 그녀는 별실에 걸어 두었던 마법을 제거하며 남은 대사를 털어 낸다.
“그동안 고마웠어. 네가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니 연구회 활동도 계속 도와줄게.”
고맙다는 말치고는 차가운 말과 함께 그녀는 계속해서 마나를 움직였다.
나는 그녀의 마나의 흐름을 읽었고, 그녀가 하려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했다.
프란체스카와 나 사이에 걸어 둔 계약을 위한 저주.
이것을 끝낼 때가 온 것이다.
“축제가 끝날 때쯤에 하고 싶었지만, 겁이 많은 너는 싫어할 거 아니야.”
“정확하시군요.”
나는 웃음을 지으며 마나를 끄집어냈다.
해약(解約)의 식을 정립하고 이를 현현(顯現)하게 만든다.
그녀와 나는 동등한 입장으로서 동일한 조건을 걸어 두었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니, 공존하던 저주는 멸한다.
저주의 해제는 금세 진행되었고.
이것으로 나와 프란체스카를 이어 주던 사슬은 끊어졌다.
축제 기간이 될 때는 미세한 마나의 여진조차 남지 않으리라.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자.
그녀는 남은 할 말이 없다는 듯 바로 걸음을 옮긴다.
“프란체스카 선배님.”
나는 죽음으로 다가설 사령술사를 잠시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녀의 고적한 눈동자가 보인다.
이어지는 대사는 여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프란체스카를 위한 나의 작은 배려였다.
“클레멘스 선배를 조심하십시오.”
당신의 아버지 니클라스와 클레멘스의 아버지 실베스테르의 사이에 있었던 사건은, 다시금 계절을 맞이해 봉우리를 맺고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