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7)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37화(137/350)
프란체스카의 기억 속.
아버지인 니클라스가 혼잣말을 시작한 시기부터 몇 년 동안은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에게 사령술에 대한 지식을 전파받거나 함께 식사를 하는 건 예전 일일 뿐,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극히 적었다.
당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니클라스가 전과 달리 ‘어떠한 연구’에만 몰입하였고 그를 믿고 따르던 사람들은 떠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프란체스카는 점차 사령술과 무관한 인간이 되어 갔고 반대로 그녀의 아버지는 사령술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그녀의 운명은 멋대로 뻗어 가기 시작했다.
ㅡ프란체스카, 더 빨리 달려라. 어서! 이대로라면 놈에게 잡히고 말아…!
확장된 동공과 가쁜 숨.
그녀를 끌어대는, 땀에 젖은 거칠어진 손.
프란체스카는 니클라스의 손에 의해 거의 끌려가다시피 도망치고 있었다.
프란체스카의 얇은 손목은 붉게 멍들었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나, 그녀는 입 밖으로 아픔을 표하지 않는다.
신발이 벗겨져 더럽혀진 발에 가시가 박혀도, 고운 뺨이나 몸 곳곳에 상처가 늘어나도.
아버지는 그녀가 몸을 챙길 틈을 주지 않은 채 강압적으로 끌어대기 바빴으며, 프란체스카는 그런 니클라스가 짓고 있는 표정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사그락사그락.
당시는 몹시 추웠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겨울은 아니었을 터이다. 아직 질감이 남아 있는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으니까.
⎯쿠구궁!
전쟁이라도 난 듯, 뒤편에서 숲이 요란스럽게 울어 댔다.
니클라스는 종종 고개를 돌리며 뒤를 살폈다. 벌써 이만큼이나 따라잡혔다. 필사적으로 도망치고는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달이 구름에 가려져 어두운 숲속은 그들의 모습을 감춰 주었지만, 동시에 그들의 눈을 가리기도 했다.
프란체스카와 니클라스는 돌부리나 나무뿌리에 종종 다리가 걸렸으며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품에 보관하고 있는 커다란 책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않았는데.
프란체스카의 눈에도 익은 그 책은 니클라스의 태도가 변한 이후로부터, 그가 한시도 뗀 적 없이 적어 내려간 결과물이었다.
금은보화는 내버리고 나오더라도 그는 프란체스카와 책만큼은 가지고 나왔다.
니클라스는 헐떡이면서 말했다.
그가 전하는 말에는 간절함과 애환이 담겨 있다.
⎯잘 들어라. 프란체스카. 절대로 잊지 말고…!
정신없이 끌려가는 와중.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추격하는 폭음 속에서, 그녀의 아버지의 음성만은 확실하게 들렸다.
⎯엄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의 일부를 이 책에다 적어 두었다.
니클라스는 만약 자신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책과 함께 자신의 연구를 이어받아 줄 것을 간청했다.
프란체스카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사령술은 일체 눈에 두지 않았으나 그만큼 그녀의 아버지가 필사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합의가 아닌 일방적인 물림.
그녀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 대화는 종료되었고.
⎯부탁한단다….
추격자가 들이닥친다.
번쩍⎯.
하늘이 붕괴하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다.
순간 어두웠던 세상이 밝아지며 아버지 니클라스의 우묵한 눈, 살짝 눌린 코, 살며시 웃어 보이는 입이 보였다.
무언가에 들이받혀진 그.
니클라스는 바로 그 직전에 책과 프란체스카를 놓았다.
⎯아빠…….
매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때의 기억은 눈을 감으면 떠올릴 정도로 생생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웃고 있는 입과는 대비되게 무척이나 서글픈 눈매를 하고 있었다.
이를 언어로, 입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프란체스카에게는 고스란히 전해졌다.
‘미안해… 우리 딸.’
달이 떠 있지 않던 밤.
보름달과 같은 샛노란 그녀의 눈동자가 이를 똑똑히 보았고 기억한다.
단숨에 니클라스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이를 비추고 있던 그녀의 노란 달에는 대신 붉은 머리칼이 담겼으며, 이는 남자의 것이었다.
시뻘건 머리칼이 피와 함께 흩날렸다.
같은 계열의 색이었으나 둘은 주인이 달랐다.
마법을 쓴 건지 어떻게 한 지는 그때도 지금도 모르겠다.
그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아는 사실은, 그 피의 주인은 자신의 아버지인 니클라스의 것이었으며.
붉은 머리칼은 용사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 실베스테르의 것뿐.
…….
그리고 지금 프란체스카의 앞에 버젓이 서 있는 이 여자는.
그 남자와 같은 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다.
“클레멘스….”
프란체스카 입에 담은 여인은 기다란 랜스를 한 손으로 휘두르며 여유롭게 웃고 있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두 사람은 현재 1 대 1 실전 대련 상대로 정해진 상황.
프란체스카는 수많은 해골 병사를 이용해서 그녀를 막으려 했고, 클레멘스는 특기인 와이번을 타지 않은 채 랜스와 오러만으로 전투를 이어 가고 있다.
클레멘스가 들고 있는 랜스는 특유의 길이와 형태 때문에 무언가에 타지 않으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는데.
그녀에게 물리성은 존재하지 않듯 가볍게 다루며 백골들을 흙으로 돌려보낸다.
그녀의 한 걸음.
한 동작에, 달그락거리던 병사들은 박살 나고.
결국에 프란체스카를 지키는 병사들은 두 체만이 남게 되었다.
클레멘스는 이 해골들을 살피며 말한다.
“오랜만에 보는 두 병사군.”
“…….”
마지막까지 프란체스카를 지키는 해골들은 다른 해골과는 외관이 달랐다.
다른 병사들이 어중간하게 갑옷을 걸치고 있거나 아예 무기 따위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 두 병사는 완전하게 무장해 있다.
풀 플레이트 아머로 전신을 보호하며 한 명은 도끼를, 한 명은 장검을 든 채 살벌한 예기를 뽐낸다.
푸른 오러가 깃든 도끼와 장검이 번쩍거린다.
여기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 다른 것들과는 달리 실제로 살아 있는 생물처럼 생동감이 있다.
클레멘스는 몇 번인가 이 병사를 본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과 같이 그녀와 모의 전투를 벌일 때 상대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제법 귀찮았던 존재이기도 했다.
클레멘스가 들고 있는 랜스의 붉은 오러가 한층 견고해진다.
클레멘스의 눈동자는 붉은 오러의 빛이 반사되어 더욱 색이 짙어졌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
프란체스카와 클레멘스는 아카데미아에 입학했을 때부터 쭉 부딪혀 왔으나,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프란체스카는 두 병사를 강화시키며 손짓하였고, 클레멘스는 대답을 듣지 못하였으나 말을 이으며 이들을 상대했다.
랜스를 내꽂는 클레멘스.
“소문 하나를 들어서 말이다.”
“…소문?”
클레멘스는 순식간에 도끼를 들고 있는 병사의 빈 곳으로 파고들었고.
공격이 쏘아진 병사의 갑옷은 두꺼운 오러로 둘러싸였음에도 송곳에 찔린 두부처럼 파이게 된다.
프란체스카는 병사를 황급히 물리고 검을 든 병사에게 힘을 실어주어 검을 내리치게 만든다.
클레멘스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이를 회피한 채 물음의 꼬리를 이었다.
“네가 매일 밤마다 몰래 기숙사를 나간다는 소문을.”
“…….”
“부정을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라는 의미인가.”
“기숙사 건물에 통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프란체스카의 대답에 클레멘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프란체스카는 클레멘스의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병사들에게 붓는 마력의 질을 높였다.
병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재빨라지고, 행동 패턴은 복잡해졌다.
클레멘스의 눈동자는 이 두 병사들의 움직임을 읽었고.
이를 피하거나 랜스로 맞받아치며 이들이 점차 뒤로 밀려나게 만든다.
제법 과격한 몸놀림이었음에도 클레멘스는 일정한 호흡, 안정된 목소리를 보였다.
“한번 나가면 오랜 시간이 지나야 돌아오는 것 같던데… 어디에 가는 거지?”
“…나한테 관심이 이렇게나 많았었나?”
“유능한 사령술사이자 동기인 너에게 무관심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프란체스카는 더욱 마력을 끄집어낸다.
대기에 포진된 마력의 흐름이 반응하여 진동된다.
하이라이트를 맞이하는 지휘자처럼, 프란체스카의 움직임이 격해진다.
그녀는 클레멘스에게 답한다.
“내가 답할 의무는 없어.”
그러자, 클레멘스의 평온하던 음성이 싸늘해진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
프란체스카의 동공이 확대된다.
그녀의 망막에는 지금의 광경이 박힌다.
화약의 냄새와 함께, 클레멘스의 모습은 사라졌다.
프란체스카를 보호하고 있던 두 병사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해 클레멘스와 두 병사는 정확히 눈에 비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이처럼 사라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콰아앙⎯⎯!
클레멘스가 워낙에 빠르게 두 병사를 랜스로 관통시켜 버린 채.
그 세 번째 일격을 프란체스카에게 내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가떨어진 병사들의 소음이 채 귀에 닿지도 않았거늘.
그녀는 프란체스카를 지금이라도 죽여 버릴 것처럼 사납게 달려드는 것이다.
⎯미안해… 우리 딸.
아직도 생생한 과거의 편린.
당시, 그녀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자신과 겹쳐지며, 클레멘스는 붉은 머리의 남성과 동일시된다.
아빠.
상냥했던 우리 아빠….
그리고, 아빠를 온기 없는 시체로 만들어 버린…….
⎯삐이이익!
대결의 끝을 알리는 소란스러운 고음이 들렸다.
프란체스카의 또렷해진 눈동자는 앞을 바라본다.
클레멘스의 랜스는 프란체스카의 이마를 뚫지 않았다. 수업의 일부였으니 당연한 사실이었다.
“…좋은 승부였다. 프란체스카.”
클레멘스는 내뻗었던 랜스를 거두며 말했다.
프란체스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
수업이 종료되고 모두는 떠나갔다.
프란체스카와 승부했던 클레멘스 또한 그녀를 추종하는 인물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현재 이곳에는 프란체스카만이 남아 있다.
정적을 귀로 듣고, 피부로 닿은 채 가만히 서 있다.
그녀의 눈은 한적했다.
투명하고 쓸쓸했다.
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
굳세 보였다.
***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밤의 단련을 하고 있었다.
다만,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밤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환기시킬 겸 달빛 아래의 공터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체적으로 저주를 걸어 다소 불편해진 마나를 움직이며 변화시킨다.
마나의 성향을 바꿀 때마다 고유한 성질도 함께 바뀌었으며 이 사소한 변화가 체감되었다.
아무리 제한을 하고 있다고 한들, 초월에 오른 마나 총량이다.
마나를 다루는 섬세함이나 반응성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를 체화시키기 위해 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뇌의 한편에서는 스토리를 위한 사고를 굴린다.
‘기존 전개에서의 프란체스카….’
원작의 축제 에피소드에서.
리암의 말놀림에 넘어간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통제를 전혀 따르지 않는 고대 드래곤과 이에 의해 강력해진 해골 병사들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고, 난처해 있던 중.
방법을 한 가지 꺼내 보인다.
미완성되었다고 한들 고대 드래곤의 술식은 그녀의 아버지의 것을 이어받아 프란체스카 자신이 만든 것.
따라서 시전자인 자신이 죽으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씨 착한 주인공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고 함께 다른 안을 모색한다.
그러다, 고대 드래곤에 의해 일행의 직접적인 위기가 도래하자, 프란체스카는 끝까지 감추고 있던 안을 펼친다.
바로 술식의 매개체인, 자신의 아버지의 유품인 ‘책’을 소멸시키는 것이었다.
프란체스카는 결심을 마치곤 아버지의 흔적을 불태운다.
책을 소멸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고대 드래곤의 힘을 상당히 약화시킬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적들은 무사히 진압되었으며 에피소드는 무사히 마무리된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고대 드래곤이 그렇게 손쉽게 쓰러져서는 안 돼.’
프란체스카는 날뛰어야 한다.
그녀의 세력도, 고대 드래곤도 더욱 크게 저항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해서는 프란체스카의 서사는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 방증으로 프란체스카는 2년 후에 자살을 하지 않았는가.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그녀의 몸 구석구석 쌓여 있던 불순물들을 모조리 방출시켜야 한다.
나는 프란체스카를 부추기고 있다.
프리다를 통해 클레멘스에게 살짝 정보를 흘리며 프란체스카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프란체스카는 축제를 혼란으로 이끌 것이다.
지금껏 참아 왔던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 내곤, 군중의 비판과 비난을 받으며 히로인 따위가 아닌 악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프란체스카를 모두의 앞에서 파멸시키며 프란체스카의 서사를 종식시킬 것이다.
사령술사 프란체스카.
그녀는 이번 축제를 통해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해야만.
되레 연명하여 나의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