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8)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38화(138/350)
축제가 다가오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외부인의 출입을 허하지 않는 공중 도시 아카데미아, 이곳에 행상인들이 줄을 이으며 들어오고.
이곳저곳에서 점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교회에서부터 온 성직자들의 무리가 보이기도 했는데 축제가 위그드라실에 대한 제사의 의미를 포함해서였다.
최근 세상이 흉흉해지기 시작한 것을 감지해서인지, 이들에 대한 검사는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아카데미아의 방어 체계가 아무리 철통같다고 한들, 이는 외부에 있는 인물에 한한 얘기지 내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카데미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단순히 명패나 눈으로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각종 마도구를 사용하며 신원을 확인한다.
…뭐, 내가 봤을 때는 저런 건 하등 의미가 없었지만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출입이 어려워진 아카데미아 입장 절차에 대해 불평을 입에 담으면서도 순순히 따랐다.
아카데미아는 축제는 전 세계 귀족의 관계자가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니 운이 좋으면 크게 한몫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행렬에 눈길을 잠시 주다가 도로 돌리고는 갈 길을 이었다.
곧 있으면 3학년과 4학년이 비공정을 타고 아카데미아를 나선다.
1학년과 2학년만이 축제 기간에 남아 있는 전개 또한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좀처럼 내부 일정을 바꾸지 않는 데에는 분명 고여 있는 교회의 인물들이 크게 한몫했을 터이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아직 출발하지 않은 4학년의 무리가 보였다. 그중에서도 몇몇의 인물들이 따로 이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는데 학생회의 4학년들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다가서자 그 모든 인원을 통솔하고 있던 남자의 눈초리가 나에게 향한다.
그 눈매는 나, 바르간과 닮아. 보고 있는데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무슨 일이지?”
라인카르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는 나에게 물었다.
형제의 사이가 돈독한 것도 아니니.
아무런 이유 없이 내가 찾아왔을 리 없으니 제법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렇게 내가 입을 떼려고 하자.
방해꾼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긴~ 무사히 갔다 오라고 형에게 인사하기 위해서지. ‘라인’이는 형제애 많은 동생 둬서 좋겠네. 그렇지 ‘바르’야?”
“…….”
파울라 이상으로 두뇌가 어떻게 되어 버린 것 같은 여성, 알렉세리아가 난입하며 흐름을 끊었다.
라인카르벤은 익숙해하면서도 익숙해하지 못하며 차갑게 식은 눈길을 그녀에게 보낸다. 하지만, 막상 별소리는 하지 못하고 있다.
현 학생회장인 라인카르벤도 전 학생회장 출신이자, 선배인 알렉세리아에게는 쓴소리를 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저번에 클레멘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제법 선배의 면모를 보여 줬었는데 역시 잠시뿐이었다.
알렉세리아는 나와 라인카르벤이 대화를 하고 있는 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던 대화 계속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
입을 다문 채 시간이 이어지자, 어디선가 나타난 그녀의 약혼자 브락키움이 알렉세리아를 끌고 가기 위해 찾아왔다.
브락키움의 강압적인 태도에 알렉세리아는 저항하며 말한다.
“아끼는 후배들의 대화 좀 듣겠다는 게 그렇게 나쁜 거야? 왜 방해하는 건데~!”
“미안하게 됐다. 라인카르벤, 바르간.”
브락키움은 알렉세리아를 번쩍 들었다.
저항하는 알렉세리아가 아등바등하다 브락키움이 몇 대 얻어맞게 되었는데, 아프지도 않은지 브락키움은 내려놓지 않는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곤 입을 열었다.
“어차피 두 분께도 드리려 했으니 계셔도 됩니다.”
본래라면 라인카르벤을 통해서 전달해 주려 했지만, 이왕 모였으니 지금 해결하자.
조금 난잡해졌지만 상관없으니까.
나는 하얀이에게서 세 개의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이는 내 사역마의 일부로, 최대 12개까지만 이처럼 별도로 떼어 내어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구체의 무언가를 보더니, 자신도 남아도 된다는 말에 잔뜩 신나서 내려온 알렉세리아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비주얼이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바르야… 뭐야 이거?”
“제 사역마의 안구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클래스전에서 활약했던 쌍둥이 부엉이 사역마인 ‘왕눈이’의 눈알이다.
“이런 걸 왜 주려고…?”
“이번 현장 실습 때 가지고 다니셨으면 합니다.”
“응…?”
“아끼는 후배의 청이니 들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에 눈알 하나를 건네주었다. 질척거리는 촉감과 점액이 그대로 묻어난다.
“자, 잠깐만 바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윽.”
“알겠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알렉세리아는 질색을 표하는 한편, 브락키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전달받았다.
남은 하나는 라인카르벤의 몫이다.
“형님도 받으시지요.”
“용도에 대해 말해라.”
라인카르벤은 그것을 받기 전에 물었다.
본론에 대해 빠르게 확인하는 건 슈겐하르츠 핏줄의 특징인 모양이다.
“형님. 저희 형제자매가 전부 모였던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하십니까?”
다섯 명의 슈겐하르츠 본가 남녀 동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벌써 5년 정도 지난 이야기이다.
다소 뜬금없는 소리였음에도 라인카르벤은 가만히 이어지는 내 대답을 들었다. 나는 가족의 정을 그리워하는 이가 된 거처럼 말했다.
“가족끼리 화합의 장이 될까 하여 준비해 봤습니다.”
동시에, 축제 에피소드에서 써먹기 위함…이지만, 이건 말하지 말자.
***
공중 도시 아카데미아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숲이 있다.
이곳은 마법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는데,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우며 생명체들이 뛰어 논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각.
리암과 카이만은 이 숲의 한곳에서 함께 단련을 하고 있었다.
연습실을 빌리고 싶었지만 그 많은 방의 예약이 전부 차 버렸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서 단련을 했다가는 싸움으로 오해받고, 예전 바르간과 문제가 생겼을 때처럼 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일부러 이런 외진 곳으로 정했다.
어쩌다 보니 바르간의 제안대로 카이만과 최근 함께하는 일이 빈번하게 되었지만, 확실하게 도움은 되었다.
“역시 리암 형씨의 쾌검은 제법 상당하구만, 정확도는 조금 떨어지는 게 아쉽지만 말이오.”
카이만은 어느 순간부터 리암을 형씨라고 불렀다.
자신의 스승이나 대장으로 대할 수는 없지만, 그를 나름 인정하여 부르는 호칭이다.
일반적으로 둘의 훈련이라 함은, 리암과 카이만이 서로의 검술을 선보이는 것이다.
카이만의 검술은 날것 그대로라 스킬이 안내해 주던 대로 움직이는 리암의 검술은 효과적이고 잡스러운 동작이 없어 이를 배우고.
반대로, 리암은 카이만의 검술을 직접 보고 상대하며 그 전에는 없던 유연성과 주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번개의 속성을 확립하여 속도를 중요시하는 리암의 검술 시연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잠시 휴식을 이어 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격이 영 안 맞을 것 같은 리암과 카이만이지만 오히려 전혀 다르기에 서로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가능했다.
카이만은 리암의 검에 대한 감상을 내놓더니, 커다란 바위에 침대처럼 냅다 누운 채 말한다.
“형씨랑 함께하게 되어 다행이오. 영 말랑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끈기도 있고 나만큼 상당한 재능을 가졌으니 훗날 좋은 라이벌이 될 것 같소.”
“어쩐 일이야? 그런 말을 하고.”
“어쩐 일이긴. 내 저번에, 앞으로 형씨라 부른다고 했을 때 말하지 않았소. 형씨를 인정한다고.”
“그러긴 했었지….”
“톡 까놓고 말하자면 형씨가 나보다 ‘아주 조금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소. 대장에게 배움을 받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대장은 검사가 아니니까.”
카이만은 바르간을 대장이라고 언급하며 말을 잇는다.
바르간이 자신은 검사가 아니라고 말하며 리암을 추천했을 때를 떠올린다.
그러더니 자신과 같은 평민 출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문뜩 의문이 들어 묻는다.
“형씨는 나랑 똑같이 미천한 신분이면서 어찌 그렇게 정석적인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오? 누구에게 배우기라도 했소?”
“어… 뭐 비슷하지.”
“역시 스승이 있었구만! 그 스승 나중에 나도 좀 알려 주시오. 형씨와 같은 평민에게 검을 알려 주는 위인이라면 틀림없이 나에게도 가르침을 주겠지.”
“…그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리암은 말꼬리를 흐린 채 답하였고, 이내 정적이 흐르게 되자 카이만은 이미 그 주제에 대해서는 잊어버린 듯 입을 연다.
장난꾸러기처럼 입꼬리가 올라간 그는 과거를 회상한다.
“사실, 나는 아카데미아를 자퇴하려고 했었소.”
“그래…? 왜?”
리암은 원작에서 카이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카이만은 바르간이 이어 준 그가 몰랐던 캐릭터였다.
“용사를 키우는 기관이라더니 영 밍밍하게 느껴져서 말이오. 괴물을 때려잡는 거라면 모를까 사람 구하는 데는 재주가 없기도 하고.”
찝찝하다는 듯 입맛을 다시던 카이만은 말꼬리를 잇는다.
“확 끌리는 게 없었소. 싱거운 국을 먹는 기분이었지. 그러다가 대장을 보고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지만.”
아카데마아를 자퇴하여 마물을 때려잡는 헌터가 될 생각이었던 카이만.
하지만, 바르간이 보이는 무력과 전개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자퇴에 대한 생각을 접고 아르볼 프루탈에 가입했다.
거기까지 듣게 된 리암은 순수한 의문이 들어 자연스레 물었다.
“어떤 길드에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길드? 내가 만들 생각이었소.”
“아무런 지반도 없지 않아?”
“연고 따위는 가서 만들 생각이었지. 깊게 고민해 본 적은 없소. 길드 이름이랑 내 이름 정도만 새롭게 고민했었지.”
“하하….”
계획보다는 행동하고 나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한 카이만의 태도에 리암은 실없는 웃음이 새었다.
그러든 말든, 카이만은 당당하게 당시 자신의 유일한 계획이었던 길드의 이름과 헌터의 이름을 외친다.
“「혈맹전사길드」와 길드장 「마간」! 어떻소? 제법 멋들어진 이름 아니오?”
“세 보이기는 하는데… 전사만으로는… 음? 잠깐 무슨 길드라고?”
리암의 표정이 돌연 변하며 카이만을 향한다.
카이만은 왜 제대로 안 듣고 있었는지 성을 내며 이번에는 귓구멍 제대로 파고 들으라 한다.
“혈맹전사길드의 마간이오. 그러고 보니 바르간 대장과 비슷한 발음이기는…”
“⎯뭐어?! 혈맹전사길드라고?!”
리암은 크게 놀란 채 덥석 카이만의 두 어깨를 잡는다.
마간은 리암의 호들갑에 되레 놀랐다며 나무란다.
“나원 참, 아무리 멋들어진 이름이라도 그렇지. 그렇게 반응하면 대장부도 흠칫하오. 누가 들으면 놀라운 일인 줄 알겠구만.”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리암은 마음을 추스르며 생각한다.
혈맹전사길드라면 그가 읽었던 소설에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마간이라는 이름도 숱하게 봤다.
분명… 지금 시점에서 2년이 지나고 무섭게 성장하는 길드의 이름이었다.
이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인데, 리암이 이토록 크게 반응한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틀림없다. 마간은 분명 그때 있었어…!’
마간, 현재는 카이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남자가.
미래의 바르간 토벌 당시에 있었던 주축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광기에 취한 버서커와 같이 바르간의 세력을 깎아내리던 묘사가 분명히 적혀 있었다.
‘미래의 적이었을 상대를 포섭했다…. 설마 바르간은 전부 알고 움직인 건가?’
그런 의문에 이 이야기를 자신 말고 다른 이에게 했는지 물으려는 리암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방해로 하지 못하게 된다.
“너희… 너무 시끄러운데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 주면 안 될까? 잠자는 데 방해되거든.”
늘어질 대로 늘어진 남성의 음성은 어떤 나무 위에서 들렸다.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카이만조차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다 듣게 된 것인지 벌떡 일어나며 전투 자세를 잡는다.
“누구요, 당신!”
“…하암,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검 내려 줄래? 귀찮아.”
“정체를 썩 밝히는 게 좋을 거요. 이리도 인기척을 내지 않았다는 건 위협할 생각이었다는 것으로 간주할 터이니!”
“…피곤한 애였구나.”
그는 나무늘보와 같이 천천히 자신의 신원을 밝힌다.
말하지 않을 경우 일어날, 생각만 해도 번거로운 일들을 피해가기 위해서였다.
“나는… 2학년인 퍼티글이야…. 이제 됐지?”
“퍼티글… 퍼티글… 아, 퍼티글?!”
그의 이름을 듣고는 우물거리던 리암은 다시금 놀라 외쳤다.
퍼티글은 리암의 외침에 귀를 막으며 조용히 하라고 일침한다.
“시끄럽다니까. 떠들 거면 나가서 떠들어 줄래?”
선배인 퍼티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카이만.
그는 뭔가 아는 듯한 리암에게 물었다.
“왜 그러시오 형씨? 아는 사람이오?”
카이만의 정체를 듣고 한 번 놀란 리암의 가슴은 퍼티글의 이름을 듣고 또다시 부풀었다.
2학년 퍼티글.
다렉 연합국 소속이자 창술사.
졸업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든 그.
평화와 잠을 사랑하며 만사가 귀찮은 이 캐릭터의 주목할 만한 점은, 입학 때부터 현시점까지 모든 성적이 평균이었다는 것과.
리암이 알고 있는 축제 에피소드에서 1학년들을 압살한 2학년 선배.
오셀 율리오 클레멘스.
오셀 빅토리아 프란체스카를 잇는 마지막 세 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생물이며.
“아무튼, 둘 다 좀 나가 줘 이제….”
축제 에피소드에서 처음으로 본 실력을 드러낸, 현 2학년의 최강 전력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