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41)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41화(141/350)
축제 2일 전.
아카데미아가 아무리 분주해지더라도 수업은 그대로 진행된다.
합동 유물 실습 수업 시간. 어느새 사이클이 다 돌아 다시 1반과 2반이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
한데, 신기한 일이게도 알리시아와 아르텔리온은 또다시 짝이 되었고.
“…왜 또 너인 거지?”
“그리 불만을 보이지 말거라. 어디까지나 낮은 확률에 의해 걸렸을 뿐이 아니냐.”
나는, 현재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는 아르텔리온의 방패 라우가와 같은 조가 되었다.
“도련님아. 도련님아. 어때? 예뻐? 예쁘냐고~!”
정확히 말하면 사람 두 명과 늙은 정령 한 마리로 이루어진 조.
나이아스가 검은 드레스 자락을 이리저리 펄럭거리며 묻는다. 새로운 옷에 상당히 신난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그 상태를 쭉 훑어본 채 말했다.
“완성도가 괜찮아 보이는군.”
“오 정말? 정말로?! 진짜로 칭찬해 줄지는 몰랐는데! 도련님이 칭찬이라니 어쩐 일이래?”
나는 정신없이 움직이기 바쁜 나이아스의 팔 한쪽을 낚아채고는 매만지며 드레스의 재질을 확인했다.
정말로 평범한 옷감의 재질이다.
“도, 도련님아. 아무리 내가 예뻐도 밖에서 이런 건 곤란한데….”
“다물고 있어라. 제대로 확인해 봐야 하니.”
마력을 부여하며 세밀하게 상태를 점검한다.
언뜻 보면 단순히 새로운 옷을 입은 나이아스로만 보이나, ‘나이아스’와 ‘옷’은 마나를 공유하고 있다.
이건 즉, 하나의 몸이라는 소리와 같았으며 이중융합이 성립되었다는 말이다.
확인을 마친 뒤 나는 나이아스의 팔을 치워 버렸다.
“조금 난항을 겪긴 했다만 무사히 성공한 거 같군. 다음에는 다른 사역마와 붙여 봐야겠어.”
나이아스는 정령이지만 나의 사역마이기도 하다.
또한 사역마와 구성하고 있는 몸의 체계가 비슷하여 내 주력 사역마 중 하나인 그림자, 어둑이와 융합시켰다.
정령을 사역마로 데리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도 하고 이를 일반 사역마와 융합시킨 사례가 거의 없어서 논문을 찾기 어려웠는데.
프란체스카의 연구를 하지 않는 대신, 아카데미아의 도서관에 투자하였던 성과가 이것이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나이아스는 노파심에 말한다.
“예쁘고 귀여운 애들로만 해 줘. 그 거인… 태산이? 걔랑 키메라인 크라이는 특히 절대로 싫어.”
“어차피 크라이는 불가능할진대… 아무튼, 그건 고민해 볼 일이다.”
“아! 나 분명히 싫다고 말했다! 싫다면 싫은 거야!”
“떼쓰는 건가. 꼴불견이군.”
“융합에는 사역마끼리의 성향도 중요한 거 알지? 내가 이 정도로 싫어하면 분명 성향도 맞지 않는다는 소리일 거야. 억지로 시도하면 망가져 버릴 거라고!”
유감스럽게도 나이아스가 하는 말은 정론이었다.
모든 사역마를 자유자재로 융합시킬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가령, 뒤르테문드에서 활약했던 쥐 사역마 찍찍이와, 라우가의 몸을 구속시켰던 늑대 사역마 늑돌이의 융합은 성립될 수 없었다.
융합을 시도하기도 전에 구축해 둔 식에서 오류가 발생했었으며, 이를 강제로 진행시킨다면 두 사역마의 목숨이 위험했을 것이다.
때문에 듣기 싫지만 나이아스가 말하는 투정도 들어 줄 필요가 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아스의 의견을 존중해 주자 기분이 한층 더 좋아진 녀석은 으쓱대기 시작했다.
“나 지금 엄청 강하다는 느낌이 들어 다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나 자체로도 ‘무척이나 대단한’ 정령인데 거기에 심판무구까지 얻었지, 심지어는 상급 사역마와도 융합한 상태이잖아!”
나이아스가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며 기세등등해한다.
현재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검’은 알리시아가 들고 있지만, 정령만으로도 괜찮은 위력을 낼 수 있을 터이다.
녀석의 말대로 지금의 나이아스는 상당히 강해져 있으니까. 클래스전 때와 비교하자면 월등하게 회복된 힘과 찬란한 옵션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확인해 보고 싶기는 한데 적당히 시험해 볼 대상이…….
“…여기 있군.”
나는 커다란 방패와 검을 들고 있는 라우가를 바라봤다.
라우가는 1학년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그녀라면 현 나이아스의 상태를 파악하기에 적합한 전투력 측정기이다.
나와 나이아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라우가는 방패를 바로세우며 말을 내뱉는다.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바르간.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만만해 보이지 않아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너의 방검술을 제법 인정하고 있다.”
라우가와 같은 조⎯라고는 했지만,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 저번에는 서로 협력하여 비석을 깨뜨리는 것이었으나 이번에는 자유 주제.
즉, 서로의 유물과 능력을 부딪쳐 보며 잠재력과 성능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대놓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그녀에게 비언어적으로도 의사를 전달한다.
“라우가. 어차피 너 역시 나와 오순도순 협력하고 싶지 않을 터. 나와 겨루기를 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네가 원한다면 내기를 해도 좋다.”
정확하게 표하자면 내가 아니라 나이아스이지만.
다소 분류하기가 애매하긴 하나 나이아스는 정령, 사역마, 유물이라는 세 분류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따라서 나이아스로 전투를 치르는 것 역시 유물 실습이라는 수업의 목적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신호를 받아들인 라우가는 장검의 끝을 나에게 내밀었다.
“네 뜻대로 움직이는 건 내키지 않는다만… 좋다. 클래스전에서 당한 치욕을 갚을 수 있다면.”
“흠. 그럼 보상은 무엇으로 한다… 아, 그래. 패배한 자가 승리한 자의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과 시원하게 한 대 맞는 것. 이 둘 중 하나를 고름이 어떠냐.”
“후자가 마음에 드는군. 네 그 낯짝을 짓눌러 주지.”
“패기가 가득한 건 좋은 일이구나.”
아르텔리온만이 아니라, 라우가 역시 클래스전 이후로 상당히 고된 훈련을 이어 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건, 원작에서 강철방패(鋼鐵防牌)라 일컬어졌던 그녀의 현시점을 확인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나이아스 역시 입꼬리를 잔뜩 올리며 몸을 푼다.
“오랜만에 제대로 싸울 수 있겠다! 도련님아 저거 죽여도 돼?”
“실제로 살해하는 건 곤란하다만 그 기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알겠어! 위험하다 싶으면 도련님이 알아서 멈춰 줘!”
라우가는 인상을 찌푸리며 강렬한 오러를 내뿜는다.
그녀 역시 솔루스 가문이라는 고위 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
눈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 가고 있는데 용납할 리 없다.
라우가의 유물인 방패. 그 중앙에 새겨진 솔루스 가문의 문양에서 유독 빛이 발한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나이아스와 라우가는 곧바로 전투에 돌입했고.
쿠구궁⎯!
금세 결판 지어졌다.
***
“지금 울고 있는 건가? 라우가.”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두 팔로 눈을 가리고 있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여성은 대답하지 않고 분한 기색을 내비치며 이를 갈고 있다. 오죽했으면 억울해 보이기도 하다.
나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힘이 될 수 있는 따듯한 말을 해 주었다.
“처음 기세등등하게 밀고 가는 것치고는 후반이 영 아니었으나, 충분히 발전했다.”
“…….”
“특히 내 사역마의 위력에 놀란 네 표정은 일품이었다. 네 주군인 아르텔리온에게도 꼭 보여 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닥쳐라.”
“입이 험하군. 그렇게나 분한가?”
나는 바람 마법을 일으켜 적당히 주변에 있는 먼지를 쓸어 버리곤, 누워 있는 라우가의 곁에 앉았다.
끔찍하게 질색하는 내가 옆에 앉아 있음에도 라우가는 도통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나이아스는 검으로 돌려보냈는데, 승부가 끝나고 나서 한껏 신이 난 나이아스가 하도 라우가를 놀려 대기에 시끄러워서 한 조치였다.
…….
얼추 시간이 지나자.
가려진 틈새로 보이는 라우가의 입술이 움직인다.
“…가라.”
“같은 조원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미 승부는 끝났다.”
“아둔한 것. 수업이 끝나질 않았다. 조금 더 참거라.”
“…….”
라우가가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자, 나는 라우가가 반응할 만한 주제를 꺼냈다.
“아르텔리온의 훈련 강도가 날이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더군. 축제의 마지막 날 활약하여 표를 얻기 위함인가?”
기존 일정으로, 아카데미아를 무대로 한 1학년과 2학년의 전투가 있으니, 본인의 무력과 통솔력 등을 보일 기회이다.
특히 강력한 후보인 클레멘스가 2학년 세력에 있으니 선거의 연장선 안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라우가는 꾹 닫힌 입을 열지 않는다.
아르텔리온과 관련된 주제를 던졌으니 바로 떡밥을 물 줄 알았는데 상심이 크긴 한 모양이다.
나는 웃음기를 머금은 말투로 말했다.
“활약을 한다고 하면… 적어도 축제 마지막 날에는 아르텔리온과 붙어 다니겠군. 잘된 일이 아닌가 라우가.”
“…시끄럽다.”
“대화의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그럼 이런 주제는 어떠냐.”
“…….”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떤 남자를 찾았다.
그는 짙은 다크서클을 항시 지니고 다니는, 피곤한 기색의 교수.
그는 커피를 마시며 학생들을 살피고 있다.
“루센 교수의 최근 행동 중에 어떤 특이한 점이 있었나?”
“…….”
돌연 의미를 알 수 없는 물음에, 라우가는 감춰져 있던 눈을 드러냈다. 여전히 날카롭게 쏘이는 사나운 눈.
라우가가 묻는다.
“…왜 그런 걸 묻는 거지?”
“너희 담당 교수이기도 하고, 같은 오셀 왕국의 귀족으로서 내가 모르는 것을 아리라 판단하였다.”
“의미를 왜곡하지 마라. 바르간.”
그녀의 추궁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아니라는 반응으로 답변한다.
“그저 최근 유독 피곤해 보이기에 물은 것이다. 학생이 교수의 건강을 신경 쓰는 게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지 않나.”
“…신뢰할 수 없는 말이로군.”
“답변이나 하거라. 설마… 긍지 높은 귀족이 내기의 안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겠지?”
“대수롭지 않은 걸 건다 했더니 이런 까닭이었나….”
라우가는 멀찍이 떨어진 루센 교수에게 흘깃 시선을 주었다. 그러더니 못마땅하다는 듯 입맛을 다시더니 말한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장 최근에 아르텔리온과 함께 복도를 지나가다 루센 교수를 만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 오고 갔던 말과 행동…….
“특이하다고까지 말할 건 없군. 커피를 마시는 양이 늘어난 정도이려나? …애초에 루센 교수님에 대해서 아는바가 적다.”
“솔루스 가문과 빅토리아 가문은 제법 오랫동안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만.”
“공존의 역사가 짧지는 않으나 루센 교수님은 좀처럼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모른다. 내가 얼굴을 제대로 본 것도 아카데미아에서가 처음이지.”
“그렇군. 결국 특이점은 없다 이건가.”
“그렇게 되는군.”
특이점이 없다는 건.
루센 교수의 움직임에 변함이 없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그런데, 그런 게 왜 궁금했던 거지?”
사고가 이어지는 와중, 라우가는 그녀가 보인 최초의 물음을 다시 내보였다.
왜 궁금했냐니.
앞으로의 스토리와 관련된 사항인데 이걸 너에게 말해 줄 수 있을 리가 있나.
나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구부린 채 그녀의 이마 앞에 가져갔다.
라우가는 내 행동에 의문을 표하였고, 나는 친절히 답해 주었다.
“내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였으니 두 번째 안을 실행해야지 않겠나.”
“뭐? 그런 억지가 어디 있나…! 나는 분명…”
“나는 너에게 어떠한 특이점이 있는지 물었고 너는 특이점이 없다고 답하며 이를 재차 인정했다.”
“그건…!”
“시험의 질문에 대한 답을 공백으로 내 놓고 만점을 달라는 망발을 뱉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그녀의 앞에 모은 손가락에 힘을 주며 근육을 당기기 시작했다.
“카이만은 이걸 맞고 기절했다만 너라면 버틸 수 있겠지.”
…왜 내가 루센 교수에 대해 궁금해하는지를 물었었지?
그에 대한 질문은 답해 줄 수 없다.
내기에서 승리한 건 나이고.
너에게는 질문할 권한이 없으니까.
또한, 루센 그 남자는….
⎯타앙!
아카데미아에 숨은 「여신교」의 세력 중 주축에 해당하니 말해 줄 리가.
***
“오, 저게 아카데미아인가? 뭐 나쁘지 않네.”
“리엘 언니. 위험하니까 창밖으로 얼굴 내밀지 마요. 그리고 교양도 없어 보여요.”
지나치게 거대한 휘황찬란한 마차.
더 이상 마차라고 부르기에도 힘든 탈것의 전면에는 슈겐하르츠를 의미하는 독특한 문양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 마차에 타고 있는 귀족의 자제들.
그것도 대제국 트로아 제국의 자랑인 슈겐하르츠가의 형제자매.
사녀 리엘은 쌍둥이 동생인 리나의 말을 들었음에도 좀처럼 자리에 앉지 않았다.
오히려 다소 튕기는 말투로 대꾸한다.
“리나, 교양 얘기는 하지도 마. …그 새끼가 교양 선생을 바꾸고 나서 질리도록 교육받느라 힘들어 죽겠으니까.”
“언니, 그 새끼라뇨… 바르간 오라버니가 들으시면 또 크게 나무라실 거예요.”
“그 망나니가 뭐라 하든 말든.”
중얼거리는 리엘의 입이 삐쭉 튀어나오게 된다.
옆에서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또 다른 인물이 상냥한 미소로 웃는다.
“그래도 최근 바르간은 좋은 쪽으로 바뀌었잖아.”
“벨로 오빠. 그 새끼 칭찬하지 마. 달라진 거라곤 성격이 더 괴팍해진 것 말고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슈겐하르츠 트로아 벨로.
슈겐하르츠가의 차남으로 바르간 삼남인 바르간의 형이었다.
리엘의 불평불만을 차분히 들어 주는 벨로.
어느 정도 리엘의 화가 가라앉게 되자, 대화의 흐름은 아카데미아의 축제로 바뀌었다.
오녀인 리나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라인카르벤 오라버니도 함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유감이에요. 말씀이라도 해 주셨으면 기대라도 안 했을 텐데.”
“3학년이랑 4학년은 다른 곳으로 실습 간다고 했었나?”
“네 언니…. 그래도 벨로 오라버니께서 함께해 주시니 좋긴 하지만요. 아, 그리고 바르간 오라버니도요.”
“리나, 왜 또 그 녀석을 꺼내는 거야? 가만 보면 최근 이상하게 그 녀석을 자주 언급하고 감싸려 드는 것 같아, 너.”
“저는 가족 모두를 좋아하는걸요?”
리나의 반응에 리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는다.
“퍽이나. 나보다 네가 훨씬 그 녀석을 한심하게 여겼으면서.”
“어머, 리엘 언니. 이제 도착했나 봐요.”
리나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리엘의 시선을 분산시켰고. 도착한 마차는 멈추게 되었다.
바르간의 얘기를 계속해서인지 리엘의 머릿속에 바르간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
바르간이 1년 전에 시종인 알리시아와 브람, 가정교사였던 파울라만을 데리고 자그마한 마차로 이동했었던 적이 있었다.
다른 시종은 일체 데리고 가지 않은 채 말이다.
⎯덜컥.
마차의 문이 열리고 리엘은 중얼거린다.
“이해할 수 없어. 그 적은 인원으로 여행이라니 불편하지도 않나. 그리고….”
가장 문에 가깝게 있던 리엘이 하차하기 위해 문 앞에 다가가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사용인들이 분주하고, 각지게 움직인다.
순식간에 카펫이 깔리며 고개를 숙인 채 도열하는 사용인들.
당연히 주변의 모든 주목을 끌게 된다.
슈겐하르츠가 형제들의 하차.
너무나 이질적인 광경에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슈겐하르츠를 위해 준비한 일개 배경처럼 보인다.
리엘은 구둣발을 그 위에 내리며 남은 말을 마저 뱉는다.
그녀에게 있어 이 정도의 사치는 지극히 당연하며.
“마차는 하차감이 중요한데 말이야.”
필수적인 요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