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54)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54화(154/350)
신목제를 열었던 중앙광장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던 1학년 1반의 담당 교수 루이사와 리암, 에밀리.
가장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이곳은 지켜야 할 목숨의 수가 많았으나, 비교적 튼튼하게 방어 체계가 형성되었다.
고오오⎯!
대기가 진동하고.
고대 드래곤은 요란하게 움직인다.
루이사는 고대 드래곤의 동선이 파악되자, 우선순위를 따져 이동을 결심하였고. 리암과 에밀리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중앙광장에서 벗어나 고대 드래곤의 마나가 일렁이는 진원지로 달려가는 세 사람.
달려 나가는 루이사는 침착하게 모든 이들의 목적을 잡아 준다.
“일이 이렇게 되어 심히 유감스럽다만, 현 상황은 아카데미아의 명백한 위기다. 따라서, 너희는 용사 지망생 따위가 아니라 어엿한 용사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
사람들의 보호와 안정화.
그리고 이를 위해서 현재 급선무로 해야 하는 것은.
“저 미친 듯이 커다란 뼈다귀를 멈춰야 해.”
고대 드래곤이 아카데미아의 대시계탑에 이르러 마석의 조절 장치를 부숴 버린다면, 제대로 마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공중 도시 아카데미아는 땅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는 아카데미아 내부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정보였는데, 현역 시절 용사랭킹 한 자릿수까지 올라갔던 루이사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대시계탑의 조절 장치를 지키기 위한 마법식들이 즐비하기는 하여도, 이를 노리는 건 과거 십이신수 중 하나였던, 그중에서도 상위에 자리 잡았던 존재.
위험은 방지해야만 한다.
아카데미아가 추락하는 일은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미래였다.
“리암, 에밀리. 너희에게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결코 무리하지는 마. 너희가 무리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어.”
루이사는 이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 이러한 말을 뱉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X신같이 포기하지도 마.”
그녀만의 방식으로 이들의 각오를 다잡아 준다.
루이사의 의지와 같이 강인한 목소리가 확실하게 들린다.
“우리의 존재 의의는 수호하는 데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네!”
이에 리암과 에밀리는 각자의 음성으로 대답하였다.
사실, 이들의 굳은 결심 따위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루이사였다. 비교적 안전한 중앙광장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겠다고 밝힌 순간.
이미 용기를 표출한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학생들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전장에서 한 사람의 목숨은 어찌 될지 모른다.
어쩌면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바람에 쓸려 나가는 모래알과 같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결심이 흔들리지는 않아야 한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니 최소한 미련이라도 없어야 하니까.
다소 험하게 들리는 말은 여신교의 세력에 의해 수많은 동료와 제자를 잃어 왔던 루이사만의 배려였다.
그런 와중.
즈앙⎯⎯.
대기에 널리 퍼진 독특한 마나.
이 마나는 명령을 담고 있었다.
루이사에게는 친숙하기까지 한 개인의 마나.
제법 오랜 시간을 아카데미아에서 함께했던 인물의 것.
그러나, 이는 명백하게.
‘왜 아직까지 골렘을 쓰지 않나 했는데 그런 거였나…!’
루이사는 분노를 참아 내지 못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꽉 깨물었다.
빠드득거리는 이와, 잔뜩 솟아오른 근육은 루이사가 현재 얼마나 잔뜩 성이 났는지를 대놓고 드러냈다.
뒤에 학생들이 있건 없건, 루이사는 욕을 뱉는다.
“루센 그 X새끼가……!”
아카데미아에 깔린 수많은 골렘.
이를 총괄하는 교수 루센.
그가 현재 골렘들에게 내린 지시는 수호가 아니다.
아카데미아의 파괴와 혼란.
현 순간부터, 루센은 정체를 숨기지 않고 아카데미아에 대한 배반을 선포한 것이다.
아카데미아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오염물들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한다.
쿠궁.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도 시간은 제 갈 길을 간다.
고대 드래곤의 진격은 어느새 건물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대시계탑의 근방에 이르렀다.
루이사는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는 두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전한다. 핏줄이 올라올 정도로 화가 나서인지 각오를 심어 줄 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속도를 낼 거다. 따라올 수 있는 사람만 따라와라.”
현재 몇몇 주교급들과 해골 병사들로 인해 난장판이 된 아카데미아.
루이사는 리암과 에밀리의 보호를 겸해서 최대 속력을 내지 않았다.
하나, 더는 정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녀의 말에 리암과 에밀리는 알겠다고 대답하였고. 동시에 마나를 끌어올린다.
리암의 푸른 전류가 전신을 타고 흐르며.
폭발적으로 높아진 신체 능력은 근육을 뒷받침한다.
리암은 주변을 살핀다.
자신의 근육을 달아오르게 만들며 사고하였다.
너무나도 달라진 전개.
지금의 상황 역시 바르간은 알고 있었을까?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사태가 눈에 띄게 악화되어 가고만 있다.
만약, 바르간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면 무엇을 위해서…?
파지직⎯.
리암은 쥐고 있는 검의 손잡이에 더욱 힘을 준다.
바르간은 자신과 같은 세상에서 온 사람이다.
너무나 다른 것처럼 보여도.
비슷한 교육을 받았고, 비슷한 윤리와 사고를 가지고 있을 터이다.
…그래,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지금까지 이상적으로 전개를 바꿔 갔으니까.
이번에도 틀림없이 그러한 사고가 바탕을 이루고 있을 거다.
“…….”
정체 모를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루이사가 전해 준 각오를 가슴에 새기고, 땅을 박차며 달려 나간다.
***
프란체스카의 증오에 반응하는 고대 드래곤은 여전히 대시계탑을 향해 진격하면서도 클레멘스를 거세게 공격하였다.
클레멘스는 자신의 와이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잽싸게 회피, 틈을 노리었고.
프란체스카를 묶고 있는 심장에 제법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전신이 투명한 마나의 막에 의해 가려져 있던 프란체스카의 형체가 보인다.
그녀의 주변에서는 끊어진 마나의 막이 후드득 잔여물을 남기며 떨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2학년 최강이자 붉은 오러를 다루는 클레멘스라고 하더라도 한계는 있다.
클레멘스의 몸은 서서히 충격을 쌓아 가고 있었고.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였으나 도망치지 않는다.
‘상황이 여의치 않군. 지원군은 오고 있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멀리서 루이사 일행과 다른 학생들의 무리가 고대 드래곤을 막기 위해 급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나, 현재 고대 드래곤의 주위는 특히나 많은 해골 병사들이 득실거리는 상황.
심지어는 본래의 임무를 잊은 골렘들까지 가세하여 그 수가 더욱 불어나게 되었다.
클레멘스와 프란체스카. 그리고 고대 드래곤은 그 정 가운데에서 전투를 이어 가고 있다.
와이번을 탄 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뼈 무더기를 간신히 피하며.
클레멘스는 화염을 머금은 붉은 눈동자로 프란체스카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항상 잠잠한 체하던 프란체스카의 동공에는 적의가 득실거린다. 이제 더는 감출 이유가 없다는 듯.
적개심으로 물든 마나를 뿜어낸다.
이를 가만히 살피던 클레멘스는 말한다.
“프란체스카. 네 분노는 잘못되었다.”
“시끄러워…! 다물어……!”
황금 머리칼의 여인은 붉은 여인의 말을 무시한다.
술식의 통제를 따르지 않을 고대 드래곤은 클레멘스의 존재를 성가시다고 인식하여 프란체스카가 내어준 방향대로 죽음의 안개를 뱉어 낸다.
와이번을 탄 클레멘스는 마나로 자신의 호흡기를 가린 채 빠르게 그 속에서 탈출하여 비상하였다.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와이번 중 한 마리는 추락하고 역소환된다.
이로써 클레멘스가 활용할 수 있는 와이번은 수는 넷. 또다시 수가 줄게 되었다.
클레멘스는 와이번의 피해를 보고도 조금의 감흥도 없다는 듯, 잠시 주던 담담한 눈길을 거두었고.
다시, 프란체스카를 향한다.
“내 아버지인 실베스테르에 대한 분노 역시 잘못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용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악인을 처벌한 것일 뿐.
그 누구도 아버지를 비난하거나 헐뜯어서는 안 된다.
설령 그게 심판을 받은 범죄자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극심한 범법 행위가 용납받아서는 안 되니까.
“아카데미아와 기타 관련자들에 관한 분노 역시 잘못되었다.”
마땅히 잘못을 하여 죄를 씌운 것인데 어디에 저리도 역정을 표할 요소가 있단 말인가.
클레멘스와 프란체스카는 기본 사고의 골격 자체가 아예 달랐다.
철저하게 틀을 갖춘 정의와 신념으로 둘러싸인 클레멘스가 볼 때.
지금 프란체스카의 안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분노는.
“이해할 수 없군.”
어린 아이가 악바리로 생떼를 쓰는 것과 같았다.
“오히려, 범죄자 니클라스에게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텐데. 그 사상에 전염되어 길을 잘못 들다니…”
“……!”
콰앙⎯⎯!
프란체스카의 노여움.
나아가기 바쁘던 고대 드래곤의 오른발이 프란체스카의 몸처럼 빠르게 휘둘러졌다.
산만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몹시도 날쌘 일격.
거대한 질량에 치인 클레멘스는 이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타고 있던 와이번과 함께 건물의 외벽을 몇 차례나 뚫고, 네 번째 건물의 벽과 맞닿아서야 겨우 멈추게 되었다.
“큭……!”
완충제 역할을 한 와이번은 역소환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주검이 되어 버렸고.
얇은 오러의 막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으나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된 클레멘스는 피를 토하였다.
절대 놓지 않을 것 같던 긴 랜스는 바닥에 쿵. 떨어져 꽂힌다.
멈추지 않는 고대 드래곤.
지면을 울리는 거대한 소음이 클레멘스에게도 전해졌다.
자신을 막고 있는 건물들을 부수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대시계탑을 향해 나아가던 무거운 발은 클레멘스의 죽음을 위해 잠시 유보한다.
명확한 위기를 맞이한 클레멘스.
일반인은 절대 불가능한 수준의 정신력으로 붉은 오러로 치장한다. 그녀의 전신에서 불길을 닮은 오러가 활활 타오르며 새로운 출력을 준비한다.
한편, 프란체스카는 비명과도 같이 울부짖으며 마나를 뽑아낸다.
잔뜩 격양된 어조로 클레멘스가 뱉었던 말에 대항한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아빠의 죽인 이들을 증오하는 게. 부모가 했던 일들이 사실은 올바른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게…! 그게 그렇게나 잘못됐어⎯⎯?!”
설령 정말로 잘못되었다고 해도.
이를 쉽사리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프란체스카가 쏟은 시간과 받았던 고통이 너무나 컸다.
속으로는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앎에도.
프란체스카는 부정하는 말들을 쏟아 낸다.
“내가 ‘너희’를 미워하는 게 그렇게나 이치에 맞지 않는 거냔 말이야……!”
고대 드래곤은 자신의 앞을 가로 막고 있던 모든 건물을 파괴하여 도달했다.
드래곤의 입에서는 거대한 마력포가 잔뜩 충전되어 발사될 준비를 마쳤다.
맞으면 틀림없이 즉사.
어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
클레멘스는 큰 위기를 마주하면서도 상황을 탐색하며 최적의 수를 살핀다.
굴하지 않는 여성, 용사랭킹 1위의 딸은.
탈출 방법을 모색하다, 돌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쾅⎯!
상황은 급변한다.
대포와 같이 날아든 루이사가 고대 드래곤의 거구가 휘청거릴 정도의 위력을 보인 것이다.
그녀는 정확히 드래곤의 심장을 노렸고, 이로 인해 프란체스카는 구속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다.
푸른 전류를 일으키는 리암은 고속화된 상태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클레멘스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벗어난다.
입안에 머금어진 채, 갈 곳을 잃은 마력포.
그 거대한 질량은 그대로 최초의 명령지인 클레멘스가 박혀 있던 건물을 향해 내뱉어지듯 쏘아진다.
혼란스러운 와중, 짙은 색의 광선만은 직선으로 내리꽂혀.
거센 진동과 함께 자욱한 먼지의 폭풍을 일으킨다.
***
“…….”
바닥에 낙하한 프란체스카는 두 눈을 감고 있다.
고대 드래곤과 동화되었던 마나 회로가 다시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재부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녀가 여유를 부릴 틈을 주지 않는다.
『⎯⎯⎯!』
심장 역할을 하던 프란체스카가 떼어진 상황.
음성기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드래곤이 울부짖자, 대기가 일렁거린다.
프란체스카의 눈꺼풀은 급하게 떠졌고.
그녀의 여린 몸은 부풀어졌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며 숨을 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대기를 자욱하게 가린 먼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몇십 초도 지나지 않은 것 같다.
프란체스카는 감각을 확대하여 주변을 살핀다.
이미 고대 드래곤에 의해서 상당량의 마나를 쥐어짜 내진 그녀였으나, 기본 마나 총량이 많은 만큼 아직 어느 정도의 여력은 남아 있었다.
달을 닮은 황금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고대 드래곤이 이대로 자신을 놓아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분명 무언가의 방해를 받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러다, 프란체스카는 ‘두 남자’를 보았다.
“…일어났나. 계속 그대로 자고 있다면 곤란할 뻔했는데 다행이군.”
낯익은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커피의 향이 날 것만 같은, 숙부의 음성이다.
그는 자신을 막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골렘 중에서도 최상위의 무력을 자랑하는 개체들이 외부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숙부인 루센 교수는 자신이 아카데미아에 들어온 이후, 여느 학생들을 대하듯 자신에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아카데미아가 아닌 외부에 있더라도 이것은 변하지 않았는데, 지금 그는 마치 과거의 자신을 대하듯 말한다.
“숙부…?”
그래서인지 프란체스카는 루센을 교수라고 부르지 않고 숙부라 불렀다.
그의 상태가 좋지 않다.
평소에도 짙게 내려와 있는 다크서클은 최대한도까지 내려온 듯하고.
얼굴을 죽은 사람처럼 허옇게 질려 있다.
과거, 몇 날 며칠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않은 채.
그의 방에 들러 거울로 자신의 상태를 처음으로 살폈던 것보다 심각해 보이는 루센의 모습.
그의 안면 근육의 움직임 역시 기괴하다.
무뚝뚝한 표정을 일관하지만, 부분적으로 살아 있는 것만 같은 미세한 근육들이 피부를 뚫고 도망치려는 듯 날뛴다.
안구에는 핏줄이 올라온 것을 넘어 터져 있고.
오른팔은 저린 것인지 떨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위험하다.
마치 극심한 독에 중독되어 곧 있으면 죽을 사람처럼.
“참으로 천인공노할 일이로다…!”
지금 들리는 음성은 루센의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젊은, 다른 남성의 것.
프란체스카의 연구를 도왔던, 어떠한 인물 특유의 목소리.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은 말을 이었다.
“빅토리아 가문이 이리도 타락하였단 말인가. 여신이라는 불경한 계집의 치마폭을 목에 두른 채, 감히 교회를 배반하고 신성한 배움터를 혼란에 빠트리는 만행을 저지르다니! 그것도 둘씩이나…!”
그는 일부러 주변의 모든 인물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명확한 악인과 선인을 구분 짓고.
그 경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자신들의 정당성을 설파한다.
“저들의 죄는 이미 세상에 알려진 바. 이는 명실상부한 악인을 의미한다! ‘우리’는 저 간악한 죄인들을 심판하여 세상을 이롭게 해야만 한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학생들과 교수로 이루어진 무리.
그 선두에 서 있는 바르간.
프란체스카는 멀리서부터 보이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보았다.
그는 자신이 정의의 사도를 대변하는 인물인 양 떠들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판단하건대.
“우리는 죄인들의 목을 바침으로써 그 죄를 용서하려 한다. 무거운 죄를 사하여 주시는 자애로우신 위그드라실 님의 은혜를 감사히 여기고 그 명을 내놓도록.”
적어도 ‘정의’를 부르짖을 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눈이다.
“알아듣겠나. 죄인 프란체스카.”
그는 죽음만이 자신의 소명을 다할 길이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