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55)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55화(155/350)
몇몇 교수들과 학생들을 단합으로 고대 드래곤의 움직임을 잠시 동안 봉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
뼈로만 구성된 고대 드래곤은 다시금 포효하였고.
거대한 몸체를 구속하고 있는 마법의 구속구들은 한껏 들썩거렸다.
마법을 시전했던 자들은 황급하게 추가로 마력을 쏟아부으며 강화를 이어 나가고 있으나.
과거, 마물의 지배자의 한 축이었던 십이신수, 그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자랑했던 고대 드래곤을 막기에는 역부족했다.
결국 거대한 뼈에 걸린 모든 술식은 파괴되고.
쿠웅⎯⎯!
잔뜩 화가 난 고대 드래곤은 자신을 속박하려 했던 모든 존재들을 벌한다.
그러나, 상대도 만만하기만 한 잔챙이들은 아니다.
어엿한 용사사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교수들.
방어막을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부상인원들을 재빨리 피신하게 만든 뒤, 저항의 열기를 올린다.
⎯정신 똑바로들 차려!
⎯2차 술식을 준비해! 다시 한번 합동 봉인 술식을 시전한다!
⎯부상당한 전위들은 황급히 후방으로 빼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상이 어지러운 가운데.
은은히 빛나는 프란체스카의 눈동자는 자신의 앞을 지키고 있는 숙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흔들리고 있다.
오셀 빅토리아 루센.
그는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이렇듯 온몸에 이상 반응을 일으키며 만신창이가 될 만한 이유도 없고.
명백한 악인이 된 자신을 지켜 줄 위인도 아니다.
몇 년을 같은 저택 아래에 있었다고는 해도 고유술식과 관련된 사항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대화조차 없다시피한 숙부.
그런 숙부가 어째서 자신을 지켜 주려고 하는 거지……?
그가 여신교의 신자라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는 자신의 앞에서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자신이 신세 지고 있는 것 하며 본인의 성격. 또한 이것저것으로 그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으니 외부로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대 드래곤에게 건 고유술식이 실패하고.
모든 권한을 힘없이 빼앗길 때.
어쩌면 숙부가 자신을 거두고 조력자가 되겠다고 밝혔던 까닭은 지금의 이 순간을 위해서라는 사고가 스치기도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도저히 리스크를 껴안으면서까지 자신을 도맡으려는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것 역시 여신의 인도인지 뭔지 하는 그러한 종류의 것으로 여겼다.
그럼… 지금 이것도?
심하게 망가져 가는 몸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지금의 이 모습조차도 여신의 뜻이라는 소리인가…?
지금까지 꽁꽁 숨겨 두었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까지……?
대체, 무엇을 위해서.
“숙부… 왜, 왜 저를…….”
“프란체스카.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다. 주교들은 무사히 난입하였고. 아카데미아는 전례 없는 혼란에 빠졌지.”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남은 건 고대 드래곤을 아카데미아의 정중앙까지 데려가는 거였다만… 이는 용이치 않게 되었으니 ‘계획’을 변경한다.”
프란체스카는 루센이 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여신교임은 알고 있었으나, 이는 자신의 일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계획 같은 것을 공유한 기억은 없다.
그런데도 그는 마치 자신들이 처음부터 함께 판을 짰고, 지금의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대한다.
아카데미아를 배반했다는 책임을 분산하여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아니, 그렇지는 않을 터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그 단독이라면 무사히 아카데미아를 탈출하여 아무런 상해 없이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구태여 이곳에 나타났다.
가장 안전한 안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스스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극심하게 망가져 가는 눈동자로.
루센, 그는 흘깃 프란체스카를 살피던 시선을 거두고 말한다.
“살아서 도망친다.”
“네…?”
“만반의 준비를 하여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어떠한 것을 준비한다는 것인지.
그는 정확한 목적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프란체스카는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그렇기에 녹슨 목울대를 울리며 물으려고 하였으나.
“루센⎯⎯!”
앞을 가리던 골렘 무리를 뚫어 버린 채.
맹렬하게 달려드는 전사.
루센과 같은 교수의 직함을 갖은 여인.
현역 시절 용사랭킹 12위까지 올랐던 강자, 루이사가 루센을 곧이라도 씹어 먹을 것처럼 강한 기세를 뿜어 댔고.
핏줄이 터져 나가는 두 팔로, 루센은 간신히 공격을 버티게 된다.
두 사람의 오러가 서로 상충하여 강렬한 빛을 내뿌린다.
루이사는 분노한 짐승이 되어 비틀린 입을 움직인다.
“이 X새끼⎯⎯! 살아서 돌아가? 오늘 네 사지는 사방으로 찢어질 것이고, 대갈통을 터트려 버릴 건데 웃기는 소리를 하는구나!”
“…입이 험한 건 변하질 않는군요. 루이사 교수.”
“네놈 같은 버러지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어떻게 고운 말로 살아가겠나. 이 X 같은 변질자 새끼야!”
“변질자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순서가 조금 다르군요.”
“뭐?”
“저는 아카데미아의 교수이기 전부터 여신교였습니다. 그리고…….”
루센을 말을 덧붙이려다 말았다. 대신, 작게 손짓하여 마나를 움직였다.
주변에서 배치되어 있던 최정예 골렘의 무리는 그의 작은 변화에 반응하여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한다.
고대 드래곤으로부터 끝없는 마력을 공급받은 채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해골 병사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서로 싸움이 엉키는 일은 없었다.
꿈틀꿈틀.
루시아와 격돌하고 있는 그의 팔의 근육 상태가 기괴하다. 멋대로 움직이는 근육은 부풀었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루이사는 그것을 보더니 불같이 타오르는 눈을 좁히며 묻는다.
“몸에다가 뭔 짓을 한 거냐.”
“글쎄요…. 적어도 이로운 것은 아니겠죠.”
“최근 연구를 이어 나가고 있더니 이런 알 수 없는 짓거리를 하기 위해서였군. 위력이 증폭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 어디 발악해 봐⎯⎯!”
루이사의 기세의 밀리는 루센.
고대 드래곤에게도 먹히는 루이사의 힘이다.
그녀와 루센의 차이는 명확했고. 루센을 지탱하는 두 발은 바닥을 긁으며 물러나진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루센은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그의 골렘 무리와 해골 병사, 그리고 고대 드래곤이 날뛰고 있어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적들은 여유가 없는 상황.
그러나 오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학생, 바르간은 어느 순간부터 근처까지 다가와 자신과 루이사를 지나치고 있었다.
루이사도 그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으나, 신뢰하고 있는 것인지 밀어붙이는 단검에 더욱 힘을 줄 뿐 말리지 않는다. 그의 방해를 하지 못하게 막기 위함이다.
루센은 이에 완전하게 저항할 수 없다.
걸음을 멈추지 않는 바르간.
그의 복장은 다른 학생들의 입고 있는 교복이 아니었다.
마치, 그림자와도 같이 새까만 정장.
길게 빼진 다리를 감싸는 천과 구두 역시.
한없이 어둡다.
“한눈팔 틈이 없을 텐데 루센⎯⎯!”
“…….”
바르간, 그는 혼자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는 프란체스카와 골렘들을 맞이한다.
***
“잘 만들어진 골렘이로군. 안에 사람이라도 들어 있는 것만 같구나.”
⎯…….
현재 프란체스카는 어느 정도의 마나가 남은 상태.
하나, 무리를 한 그녀의 몸은 마나와는 달리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런 프란체스카를 떡하니 지키고 있는 골렘 중 가장 으뜸인 개체. 루센의 걸작.
바르간은 녀석을 정확히 바라보았고. 녀석 역시 바르간이 제 자신을 언급하였음을 알고 있다.
단순한 골렘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완성도.
거기에다 목소리를 가진 녀석.
“아니…. 골렘이라고 부르기에는 뭐하군. 비록 몸이 돌덩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영혼의 무게를 생각하면 비하하는 것과 같지.”
저 잘 다듬어진 돌덩이 안에 박혀 있는 것은 아주 값진 물건이다.
루센 교수의 비장의 무기이자, 애장품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
“그 안이 답답하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내가 데리고 다니는 녀석은 그리도 갇혀 있는 것을 싫어하거늘.”
바르간은 프란체스카가 섣불리, 그리고 더는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우선 눈앞에 있는 골렘에 주목했다.
저 골렘 안에 들어 있는 생물은 정령.
정령위 공작의 나이아스와 동급. 수준이 높은 녀석이다.
본래의 전개에서 리암이 첫 번째로 얻는 에고웨폰.
어둠의 정령 아르카네.
골렘의 골조를 이루고 있는 게 공작급의 정령이라니 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아르카네는 서서히 자신의 팔을 움직였다.
겉보기에는 마네킹처럼 생겼으나 그 움직임은 사람과 비할 바 없이 자연스럽다.
“과연… 자신의 몸이 아니라 주변의 어둠을 실체화하여 조종하는 건가. 직접 보니 꽤 흥미롭긴 하군.”
이곳은 현재 달빛만이 세상을 비추는.
어둠으로 자욱한 공간.
공작위 어둠의 정령 아르카네는 이를 구성하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를 다룰 수 있다.
“기존 정령의 힘과 루센이 골렘에 투여한 마력이 공진하여 새로운 출력을 이끌어 내는 구조라. 효율성도 좋아 보이고 안정되어 있기까지 하니 금상첨화군.”
그것은 바르간의 습관에 가까웠다.
소설로만 봤던 존재를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철저하게 음미하며 강점을 찾아내는 것.
⎯…그 이상 다가온다면 저항하겠습니다.
아르카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골렘에게서 음성이 빠져나왔다.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무뚝뚝하고, 무감정한 톤이다.
바르간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참으로 아깝구나.”
그러면서, 또각.
걸음을 이어 나간다.
⎯…당신의 의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아르카네는 방금 전의 손짓으로 준비해 두었던 거대한 그림자의 뭉텅이를 움직인다.
주변의 어둠은 그 손놀림에 의해 완전히 제어된다.
잔뜩 응축되었던 연기가 터져 나간 영상을 역재생하듯.
산발되어 있던 어둠은 질량을 가진 채 벌레 떼처럼 바르간을 향해 달려든다.
그 움직임은 자못 신속하고.
파괴적이다.
순식간에 바르간을 가둔 검은 정육면체의 그림자.
아르카네는 허공을 움켜쥐었고.
그에 반응하는 육면체는 점차 면의 개수를 늘려 가더니 심장과 같이 뛰었고, 내부를 압축한다.
6개였던 면은 12개로.
12개였던 면은 24개로.
24개였던 면은 48개로.
…….
고동처럼 뛰던 그것은 순식간에 구체와 비슷한 정도에 이르게 된다.
이어서 아르카네는 두 손을 모아, 움켜쥐고 있던 허공을 끌고 와 더욱 힘을 주었다.
압력을 가하여 위력을 높인다.
바르간이 일반적인 학생들보다도 훨씬 상위에 속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정보는 이미 얻은 바.
굳이 잴 필요 없이 초장부터 전력을 다한다.
이윽고, 두 손이 잔뜩 떨릴 정도로 압축을 완료하자.
부여하던 마나와 함께 동작을 정지한다.
이 정도의 힘이면 어지간한 알티프의 주교급들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다.
연약한 인간의 육체 따위는 한 톨의 먼지가 되어 사라졌을…….
⎯……!
아르카네의 시야를 가리는 무언가.
이것은 방금 자신이 가두었던 남성의 손이다.
아르카네는 짧은 순간 인풋되어 있던 바르간의 정보를 훑었다.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
그는 사역마와 저주 마법을 특기로 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압축시켰던 게 바르간의 실체가 아닌 환각이었다고…?
단언하지만, 그럴 리 없다.
자신의 ‘눈’은 환각과 환영 따위에 속지 않는다. 정확하게 현실을 꿰뚫는다. 아무리 그 계위가 해득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환영의 수는 배제.
그렇다면… 설마……!
“…안타깝구나.”
아르카네의 안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바르간은 진심으로 말했다.
아르카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골렘의 크기는 일반 여성 정도의 신장이기 때문에, 바르간의 음성은 다소 위에서 들린다.
투드득.
무언가 부서지려는 소리가 난다.
그 순간, 아르카네는 바르간이 어떻게 죽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다시없을 이 골렘을 부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환각 따위가 아니었다면.
정면 돌파로 자신의 마법을 깨 버린 것.
사과를 으깨듯 아르카네의 안면을 쥔 바르간은 그대로 머리를 뜯어내었고.
머리를 잃은 아르카네의 목에서는 검은 불길이 타올랐다.
“…….”
바르간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골렘의 쓸모없는 파편을 털어 내고 검은 수정을 품 안에 넣었다.
여전히 다른 골렘들의 수는 많았고, 곧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이것으로 둘만 남게 되었구나. 프란체스카.”
“…….”
그는 한 떨기의 꽃처럼 주저앉아 있는 여성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로군. 죽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을 마주할 생각인가?”
그녀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용이치 않다.
처음 바르간이 조력자에 대해 언급했던 때처럼.
프란체스카는 날이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본다.
“…네가 뭘 안다고 그렇게 떠들어 대는 거지.”
“글쎄. 적어도 너보다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다만….”
바르간은 가볍게 웃음을 지은 뒤 묻는다.
“진실을 알고 싶나.”
“뭐…?”
“네가 모르는 모든 인과관계를 알고 싶냐는 말이다.”
그것은 현재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리암도 모르는 것.
이미 비틀어 버려 내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진실.
그리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