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6)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6화(16/350)
원래 스토리대로라면 멸망해야 했을 루비드 마을이 살아남았다.
사태가 종결되고 마을의 주민은, 그중 특히 촌장은 땅바닥에 완전히 붙어 버린 채 몇 번이나 절을 해 댔다. 얼마나 해 댔으면 이마에서 피가 흐르기도 했으니 적당히 하도록 막았지만, 그는 연신 고개를 박아 댔다.
그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구세주이십니다! 저희 마을을 구해 주셔서…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는 내가 호의로, 혹은 선의로 이 마을을 구한 줄 알고 있나 보다. 내가 아무런 이득 없이 이 마을을 구했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지.
나는 그에게 똑바로 전했다. 그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노인의 귀에도 확실히 닿도록 말이다.
“당연히 도로 받아 낼 것이다. 내가 너희의 목숨을 모두 구한 것이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나는 그들의 마을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전했다. 본래였으면 망해, 이야기에서 퇴출당했을 그들의 운명이다. 그런 타 버린 재 같은 것들을 쓸모가 있게 재탄생시켜 주는 것이다. 다소 굴리는 것쯤은 이 세계의 신께서도 용서해 주시겠지.
아, 참고로 나는 무신론자다.
촌장과는 직접적인 계약을 맺었다. 쉽게 말하자면 일방적인 저주를 하사했다. 내 전문 분야가 저주, 그중에서도 환각계, 그리고 테이밍이니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나의 명령을 어길 시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든 저주다. 맹독을 가득 머금고 있어 순식간에 너의 온몸 구석구석에 파고들지. 그 고통은 혀를 잘라 내서라도 바로 죽고 싶을 정도로 강력하다.”
앞으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여야 하니 필요한 목줄이다. 반항만 하지 않는다면 발동될 일도 없으며 평소에는 기력을 돋우는 친절한 효능도 있다.
나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점에서 알리시아에게 건 계약과 뼈대가 같으나 세부 사항은 당연히 다르다.
이 마을은 앞으로 유용하게 재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끌 인물로 촌장을 선택했다. 이런 작은 시골에서는 나이가 곧 직급이나 마찬가지다. 촌장 역을 맡고 있기도 하니 반발도 적고,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은 확인했으니 그가 적임자다.
수정도 하나 건네주어 원한다면 나와 통신하는 것도 가능하다. 멀리 있는 내가 그에게 지시를 내리기 쉽도록 한 것이다.
아 그리고, 그에게도 떨어지는 보상이 있다. 서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보상인데 그에게 있어 그것은 재산, 사람 이런 것보다 중요하다. 바로, 수명.
그는 내 휘하 전문 의사의 지속적인 돌봄을 받게 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이나 통증을 최소화시켜 주고, 마나를 강제로 단련시켜 체력이나 몸의 상태를 호전시키도록 할 것이다.
뭐, 이렇게 한들, 앞으로 20년은 더 살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5년은 더 멀쩡히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쓸모가 있으려면 그 정도는 버텨야지.
자, 그럼 알리시아는 어떤가.
무사히 루프를 마친 알리시아는 벌써 정신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야 있어야 하건만 굳센 정신으로 버텨 내고 있다.
이 루프라는 것이 겉으로 보면 무척 효율적인 것으로 보이나, 알리시아가 같은 특수한 상황 아니면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을 정도로, 실상은 쓰레기 같은 효율을 자랑한다.
게다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상당하고, 며칠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는 부작용을 지니며 그것의 힘이 꽤 강력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에델이라는 꼬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과 내 방해가 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참 여러 가지로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여길 벗어나 마차에 타면 강제로 재워야겠다.
“무조건, 저택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버틸 겁니다…!”
“…알리시아, 고집 좀 그만 부려라. 눈을 감고 있는 시간과 뜨고 있는 시간이 동일한데도 말이냐.”
“공주님, 졸려 보여요. 힘든 거죠? 괴물들이랑 싸워서 쉬어야 하는데 나랑 한 약속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죠?”
“아니에요, 에델…! 자, 자… 보세요! 이렇게나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는걸요?”
“곤듀님… 모미 흔들려….”
프리지아의 악의 없는 말에 알리시아는 당황해하며 팔을 크게 움직여 보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휘청거린다.
이상한 쪽으로 고집이 세단 말이야.
“그만, 그 촐싹거리는 행위를 그만둬라.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구나. 그런 괴랄한 짓을 하는 건 한 명으로 족하다.”
“도련님, 지금 저를 보셨죠…? 왜죠, 왜 저를 본 거죠?! 선생을 공경하는 태도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무시하지는 말아 달라고요!”
파울라의 시끄러운 목청이 이 좁아 터진 집에 가득 찬다. 가구나 기구 들이 알맞게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집. 꼬맹이들의 부모가 정돈해 놓은 것이 눈에 띄지만 동시에 다소 난잡한 곳도 있다.
보아하니, 애들이 어지럽힌 듯하다. 이래서 애들은 질색이다. 말도 안 통하고 쓸데없는 낭비가 너무 심하다.
“나쁜 마법사가 대장 오라버니한테 대들어…! 대장 오라버니, 빨리 혼내요. 지금 혼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버릇없어질 거예요!”
에델은 나의 한쪽 팔을 그 작은 몸뚱이로 붙잡으며 말했다. 한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자기 쪽으로 끄는 것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수작이다.
“에델…! 왜 나만 나쁜 마법사고 도련님은 대장 오라버니야? 누가 봐도 그 사람이 더 나쁘게 생겼잖아. 아니지, 그리고 원래 ‘나쁜 마법사 대장’이었잖아. 어쩌다 그렇게 호칭이 바뀐 거야?!”
내가 기괴한 붉은 생물들은 멸절시킨 이후부터 이 꼬맹이들이 징그럽게 달라붙는다. 더럽게 반짝이는 눈으로 내 옷자락을 당기어 관심을 끌려든다. 껌딱지마냥 엉긴다.
이렇게 귀찮게 굴 것이라면 차라리 나쁜 마법사 대장일 때가 나았다.
“대장 오라버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공주님이랑 같이 무서운 괴물도 다 무찔러 주고, 마을 사람들도 지켜 줬어. 그렇게 말하지 마!”
“마댜, 나쁘게 말하디 마!”
“프리지아까지…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그놈들을 전멸시켰어야 했던 건데….”
오라버니라.
나한테, 그러니까… 바르간한테 여동생이 마침 두 명 있긴 하지만, 둘 다 성격이 평탄하지 않단 말이지. 그런 면에서 보면 차라리 이런 꼬맹이들이 동생인 편이 나으려나.
아니지, 걔네는 적어도 귀찮게 굴지는 않잖아. 귀찮게 굴기는커녕 평소에 대화도 잘 하지 않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파울라는 온몸으로 화를 표현하고 있는 에델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 잠깐, 에델. 손등 좀 보여 줄래? 내가 뭔가 있어선 안 될 것을 본 것 같거든?”
“싫어! 이건 대장 오라버니가 우릴 위해 만들어 준 문양이야, 나쁜 마법사한테는 보여 주지 않을 거야!”
“우리라는 말은 설마 프리지아도…?! 도련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여태까지 본 파울라의 표정 중 가장 놀람을 드러낸 듯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한 채 입을 벌리고 있다.
참고로, 내가 강제로 저주를 건 것이 아니다. 이 꼬맹이들이 촌장에게 무언가 하는 것을 보고는 자기들에게 저주를 걸어 달라고 조르기에, 입을 다물게 하려고 어쩔 수 없이 해 준 것이다.
물론, 제 어미가 알면 요절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녀석들이 촌장의 문양을 보곤 탐을 내서 말이다. 하나씩 찍어 줬다.”
“찍어 줬다니 그렇게 가벼운 게… 이거, 저주잖아요…! 이런 새파랗게 어린아이들한테 저주를 걸다니. 알리시아 양. 알리시아 양은 왜 갑자기 눈을 피해요? 설마… 알고 있었어요?”
“…네.”
파울라는 더욱 눈을 키우며 입으로 입을 가렸다. 그 알리시아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과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선생님, 하지만 나쁜 저주는 아니에요. 도련님께선 아무런 까닭 없이 그런 일을 하실 분도 아니고, 아이들의 몸에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아요. 오히려 도움이 되는 저주죠…!”
“아… 알리시아 양이 도련님을 옹호하고 있어… 아, 잠시만요. 머리가 지끈거려요.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에 과부하가 걸렸어요.”
파울라는 이번에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크게 한숨 쉬었다. 그러곤 알리시아의 말에서 이상한 부분을 지적한다.
“알리시아 양. 지금, 명확히 저주라고 말했잖아요. 저주, 저주예요. 저주라고요! 공평한 계약이 아닌 일방적인 관계이기에 저주라고 불리는 거라고요! 지금 이게⎯.”
“⎯알리시아. 파울라의 입을 막아라.”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선생님.”
알리시아는 순간적으로 뛰쳐나가며 손수건으로 파울라의 입을 막았다. 파울라는 지금의 알리시아의 행동조차도 믿을 수 없다며 저항을 이어 갔다.
하여간 시끄러운 녀석이다.
***
떠날 시간이 왔다.
드디어 이 촌구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져온 물건은 별로 없었기에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주려 나서기까지 했으니 더욱 빨리 끝났다.
우리의 짐들이 마차로 전부 옮겨지자 에델과 프리지아는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참 정도 많은 녀석들이다. 뭐 얼마나 있었다고 저렇게까지 슬퍼하는지.
그런 생각으로 꼬맹이들을 보고 있자 그들에게 다가가는 알리시아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녀는 꼬맹이들을 안아 주며 달래려 드나 정작 본인도 상당한 얼굴을 하고 있다.
누가 누굴 달래는지. 아무래도 알리시아는 저 녀석들과 정신연령이 딱 맞는 것 같다.
“에델, 프리지아. 건강하게 잘 지내요.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울지 말고요.”
“훌쩍, 진짜죠…? 진짜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죠? 저희, 공주님을 기억할 거니까요. 공주님도 저희 잊으시면 안 돼요…!”
“곤듀님… 기억할게.”
“절대로 안 잊어요. 그 증거로 자.”
알리시아는 본인의 눈물을 닦은 뒤, 다른 손으로 새끼손가락을 펴내 보였다.
에델은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끼었다.
프리지아는 쥐방울만 한 손을 언니의 손에 올린다.
“저번 약속도 지켰잖아요. 이번엔 그때보다 시간이 좀 더 길 뿐이에요.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응, 믿을게요. 기다릴게요…!”
‘내가 만나러 가는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런 약속을 하는 것이냐.’라는 말을 뱉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차피 효력도 없는 구두계약. 괜히 시간만 더 잡아먹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그쯤 해라, 알리시아. 저택까지 돌아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느니라.”
“예, 알겠습니다. …전 이만 가 볼게요. 나중에 봐요. 에델, 프리지아.”
“응 알겠어요. 그런데 공주님. 마지막으로 잠깐 이쪽으로. 아주 잠깐이면 돼요….”
에델은 알리시아의 귀를 자신의 앞에 놓이게 유도했다. 그러곤 까치발을 들어 무언가를 속삭이는데, 소리가 워낙 작아 뒤 문장만이 들렸다.
“…찾았다는 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에델의 귓속말을 들은 알리시아가 얼굴을 붉히며 빠르게 나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곤 내가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을 확인했는지 그런 게 아니라며 에델에게 강력하게 호소한다.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걸 보게 되면, 아무리 나라도 관심이 간다. 마차에서 재우기 전에 강제로 불게 만들어야 하나.
그 모습이 즐거운지 꼬맹이는 검지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헤실헤실 댔다.
“알고 있어요, 비밀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