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61)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61화(161/350)
용사 샤를로테 팀이 대주교 살레오스를 마주쳤다.
그들에 관한 소식은 삽시간에 아카데미아까지 번지게 되었고, 에밀리를 통해서 알리시아는 이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샤를로테 팀은 샤를로테를 제외하고 네 명 모두 사망.
팀장인 샤를로테만이 남았으나 그나마도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
알리시아의 공손히 모으고 있는 양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입술은 깨물 듯이 강하게 다물고 있으며 눈가는 슬픔에 젖어드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오늘도 일과와 마찬가지인 알리시아의 발전 정도를 확인하였고 모든 점검을 끝냈다.
알리시아의 눈가가 새빨갛다.
내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지만, 분명 에밀리에게 들었을 당시에는 눈물이 마를 새 없이 울어 댔던 게 틀림없다.
나는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알리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것인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인지 물러나지 않고 서 있기만 한다.
“알리시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생각이냐.”
다소 나무라는 어투로 말했다.
알리시아는 고개를 들었지만, 입을 열기까지는 힘에 겨워 보였다.
그녀의 멘토이자, 언니와 같은 존재였던 말총머리의 용사 샤를로테.
그리고 여름방학 동안 함께했던 샤를로테의 팀원들.
알리시아의 일이다. 분명 끊을 수 없을 정도의 정을 쌓았을 것이고, 그 충격이 컸겠지.
갑작스러운 전개에 감정의 폭풍이 일었음을 모르지는 않으나,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분명 미리 알리시아에게 말했었다.
오늘까지 잡생각을 정리하라고.
“샤를로테는 잘 버텼다. 권능해방을 한 대주교와의 생사결에서 약 2시간을 버텼지 않느냐.”
모든 팀원들이 살해당하고도, 샤를로테는 꿋꿋하게 버티어 지원군을 기다렸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도착한 용사의 증언에 따르면, 살레오스는 지원군이 도착하자 빠르게 자리를 피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샤를로테만은 검을 든 채 서 있었는데, 그녀의 몸 상태는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
뼈는 뒤틀리고, 근육의 결이 그대로 보일 정도의 깊은 상처들.
잘린 팔 한쪽은 피를 토한 채 주변에 나뒹굴고 있고.
숨은 풍전등화와 같은 희미한 오러와 함께 간신히 명맥을 이어 가고 있었다.
지원군이 자신의 근처에 도착하며 치유 마법을 급하게 걸어 주자, 그제야 눈동자를 움직였던 샤를로테.
익숙한 얼굴을 확인하게 되자, 비로소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의식의 끈을 놓았다고 하였다.
“샤를로테는 끝까지 자신이 용사임을 잊지 않고 승리할 수 없는 적과 맞서 싸웠다. …너는 그녀를 모욕할 셈인 거냐.”
샤를로테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에 있으며 잃어버린 팔 한쪽은 마법으로도 다시 붙일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치유가 끝난다고 하여도 용사의 일을 이어서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또한 마나 회로 역시 지나치게 과부하되어 남용되었기에, 마나를 다루는 것 역시 재활치료로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즉, 샤를로테는 자신이 지고 있던 용사의 삶을 끝낸 것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팀장을 맡고 있는 유망한 인재였지만.
이와 같이 되어 버린 것이 결코 드문 케이스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역시 세상의 어느 한구석에서는 용사들의 촛불과 같은 목숨이 알티프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약한 모습을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도련님.”
알리시아는 꾹 다물며 울음을 참아 내고 있던 입술을 움직였다.
푸른 눈동자에는 여전히 물기가 어려 있었으나, 고이지도 않고 흐르지도 않는다.
“도련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 멘토이신 샤를로테 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분의 멘티인 제가 슬픔을 이겨 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다면 모욕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그래. 드디어 이해한 듯하구나.”
그래서, 여기에 남아 있는 연유가 무엇이냐.
나는 알리시아의 의중을 물었고, 그녀는 눈썹을 모으며 강조해서 말한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도련님.”
“너는 충분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내가 미친 천재라고까지 말한 네가 아니더냐.”
알리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나의 말을 부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번에는 제법 의사가 강인한 듯하다.
“말씀은 감사하오나, 저는 이번에 여러 경험을 하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저는 미약합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누군가를 구하기는커녕, 제 스스로의 목숨조차 지키지 못합니다.”
“오호라.”
나는 눈썹을 달싹이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 그녀를 교육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절차를 밟게 한 나의 앞에서 제법 당돌한 발언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웃긴 일이게도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그녀가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알리시아가 꺼내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직접 꺼내 보았다.
“그래, 마법사인 나에게서 더는 배울 것이 없다는 말이로구나.”
알리시아는 마법사가 아닌 마검사의 길을 걷고 있다.
마법 역시 중요한 사항임은 맞으나, 사실 기본 몸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검술이다.
1학기의 중반, 그녀가 제법 검을 제 몸처럼 휘두를 수 있게 된 시점부터 나는 그녀의 검술에는 일체의 조언이나 관심을 주지 않았고 오로지 마법에만 집중하였다.
왜냐, 내 조언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부디 그런 말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지금까지 하늘과 같은 도련님의 은혜를 받았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크고 보니 나에게서 배움을 얻는 게 더는 예전만큼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냐. 알고 있다. 잠시 환기를 시킨 것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
애처로운 눈빛으로 입을 다무는 알리시아.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겠다만, 사실 나도 시기를 노리고 있었다.
그녀가 저주 마법에 재능이 있는 이상, 내가 그녀에게 가르칠 것은 아직 끝이 아득하여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남아 있다.
하나, 검술은 내가 건들 수 없는 영역이고.
그녀의 기본적인 마법의 체계는 구성이 끝났다.
…보조적인 수단을 위해서 메인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지.
나는 알리시아에게 말했다.
“네 검술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자를 찾아온 거 같구나.”
“…사실을 고하자면, 그렇습니다.”
알리시아는 오해가 없도록 자질구레한 뒷말을 덧붙였다. 누가 알리시아 아니랄까 봐 아르텔리온에게도, 나에게도 실례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대략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에게 배운 것에 비하면 세 발의 피이지만, 아르텔리온에게도 얻을 것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확인하고 싶다.
이 간단한 말을 하는데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오셀 왕국의 왕자님께서는 너를 어여삐 여기시는 모양이시다. 직접 옥체를 행차하여 가르침을 주려 하시니.”
“…저도 정확한 연유는 알 수 없사오나, 감히 추측하건대 저를 어여삐 여기시기보다는 서로의 함양에 도움이 될 듯하여 말씀하신 게 아닌가 합니다.”
“…이건 뭐, 눈치가 없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예?”
“혼잣말이니 무시하거라.”
……아무튼.
황금의 기사, 미래의 검제 님께서 특별 과외를 시켜 주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나 지금 같은 시기.
전개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혼돈을 야기하는 때에는 더욱.
살레오스가 본래 2학년 1학기 에피소드인 아카데미아의 비극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전개는 이미 옛날 옛적에 날아가 버렸다.
살레오스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를 조종하는 것은 추기경 제파르다.
탐구하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왕성하며.
세상을 제 실험터쯤으로 여기는 미치광이 과학자 놈.
다른 생물을 먹음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키메라, 대주교 글라샬라볼라스를 창조해 낸 것도 녀석이다.
녀석은 따르는 대주교가 많지 않은 대신에 상당히, 지극히도 귀찮은 추기경이다.
다른 추기경들은 내가 일으키는 변화를 살피며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녀석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커다란 변수를 두지 않는가.
그 때문에 우연이라고는 해도 살레오스가 샤를로테를 의식불명에 빠지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아직 알리시아가 살레오스의 정체를 모르기에 망정이지, 알았다면 충격으로 인해 꽤 긴 시간 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알리시아는 현재 살레오스를 향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
일이 조금… 아니, 꽤 꼬였다.
알리시아가 살레오스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은 우선 나중으로, 훗날로 미뤄야 한다. 그래야 흐름을 타고 정체 없이 성장할 수 있으니.
…추기경 제파르, 녀석이 활발하게 새로운 수를 쓴다면.
나 역시 새로운 대책을 세워 움직여야 한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자, 알리시아가 말문을 열었다.
다소 대화의 결에서 벗어난 것을 사고하고 있었는데 내가 자신의 사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여긴 모양이다.
“…도련님께서 안 된다 하시면 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할 것입니다.”
나는 곧바로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하려다가 말고, 재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알리시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제… 생각 말입니까?”
“그래, 아르텔레온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빠르게 붉은 오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여기냐는 말이다.”
“…….”
알리시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을 내민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라….”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가까운 말.
그 알리시아가 최초의 주인공인 아르텔리온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되레 이용하려고 있는 것인가.
나는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래, 네 뜻대로 하여라.”
나는 검술의 전문가가 아니다.
하여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검을 다루는 그녀가 직접 판단하여 행하는 게 최선의 수이다.
알리시아는 감사하다며 깊이 고개를 숙였고. 나는 첨언을 하였다.
“또한, 매일같이 하던 검사의 시간은 대폭 수정한다. 앞으로는 주에 한 번. 유동적으로 할 것이야.”
검사를 명목으로 상태를 확인하며 마법을 가르쳤던 시간이지만 더는 매일 할 필요가 없다. 효율성을 생각하면 그 시간 재원을 검술에 투자하는 게 옳다.
“저주 마법의 지도는 이어 가겠다만 주 한 번이면 족할 듯하니 적당하겠지.”
“도련님….”
알리시아는 울적한 표정으로, 어딘가 서운한 기색이 남아 있는 얼굴을 보이며, 기나긴 미사여구를 이어 붙였다.
내 배려에 감사하다느니, 지금까지 귀찮을 텐데도 시간을 내주어서 어쩌구저쩌구… 하는 말을 쭉 이어 갔다.
나는 그것이 듣기 싫어 중간에 끊었고. 알리시아는 마지막 한마디로 제 뜻을 줄였다.
샤를로테의 정황을 들었음에도 굳세게 버티는 알리시아.
그녀는 하염없이 슬퍼하는 것 대신 각오를 다진다.
“반드시 도련님의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보이겠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로.
알리시아는 내가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
바르간은 알리시아를 물려 내고 혼자 방 안에 있었다.
추기경 제파르에 의해 일어난 경로의 이탈과 새로운 대안을 세우며 보내면서 지속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의 앞에 놓인 탁자의 위에는 보기만 해도 시큼한 레몬이 잘 잘린 채 접시 위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그 특유의 냄새가 코끝과 침샘을 자극한다. 바르간은 무심하게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각이 되어 날이 바뀌게 되었고.
바르간은 기다렸다는 듯 레몬 조각을 하나 들어 입안에 집어넣었다.
요 1달 동안, 고유술식의 제한으로 인해 마력뿐만 아니라 미각을 잃은 채 살고 있는 바르간은 자신의 주변 인물들, 심지어는 알리시아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그들의 요란스러운 반응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까닭이 있기도 했다.
바르간은 레몬의 감각을 혀로 느꼈다.
그러자, 과육이 닿으며 신맛과 약간의 단맛을 낸다.
바르간은 지금, 정확하게 맛을 느끼고 있었다.
1달 만에 느끼는 감각은 왠지 낯설기까지 했으며 잔뜩 민감해져 있었다.
혀의 세포가 살아난 듯이 활기를 띈다.
“…….”
바르간은 입 속에서 레몬을 머금은 채 숨을 돌린다.
레몬의 향은 그 맛을 증폭시켜 더욱 신맛을 강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랜만의 감각이라 예민한 혀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신맛과 단맛을 구분하지 못했을 수 있다.
바르간은 그 이유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후각(嗅覺).
첫 번째 달에 제약이 미각이었고.
두 번째 달의 제약은 후각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냄새를 맡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큰일은 아니다.
미각이라고 해 봐야 맛을 못 느끼는 것뿐이었고.
후각이라고 해 봐야 조금 조심만 하면 되지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해서 별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이후로는 사정이 다르다.
‘청각, 시각, 촉각.’
그리고 마지막 달에 이르러 오감(五感).
전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감각들.
때문에 바르간은 본인이 지고 있는 제약의 요소가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미루려고 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의 목숨이나 틈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테니까.
바르간은 씹고 있던 레몬의 과육을 목 뒤로 넘겼다.
목구멍을 통과하면서 시큼한 맛이 느껴졌지만 그 향을 감지할 수는 없다. 참으로 묘한 감각.
‘추기경 제파르의 수를 읽어 낼 수 없으니 난처하군. 그렇다고 고유술식의 연구를 멈출 수도 없고….’
바르간은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앞으로 남은 5달 동안 자신을 옥죌 고유술식을 중단해서도 안 된다. 고유술식이 완성되어야지 앞으로 일어날 전개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