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8)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8화(18/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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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친구 루이사에게.
친애하는 친구라니, 내가 썼지만 오글거리는 표현이네.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일을 하면 안 돼. 이제 편지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그만두고 싶잖아.
너에게 편지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내가 편지를 쓸 일이 없기도 했지만 말이야. 혹시 오랜만에 받는 절친의 연락에 울고 있는 거 아니야? 정말로 그렇다면 못 보고 있다는 게 한이다. 내가 근신만 아니었어도 아카데미아에서 직관할 수 있었을 텐데. 아, 생각해 보니 근신이 되지 않았다면 편지를 쓸 일도 없었겠다. 호호호.
총장님은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네. 나를 근신 처리했을 때는 스승과 제자든 뭐든 연을 잘라 버리고 싶었는데 그 왜, 스승도 나이가 적지 않잖아? 아무리 여러 가지로 괴물 같은 사람이라도, 결국은 사람이니까. 수명을 이길 수는 없을 거 아니야. 가끔 생각이 나더라. 나도 나이가 들었나 봐. 감수성이 예민해져. 아, 물론 네가 나보다 한 살 더 늙었고, 내가 근신 처리가 된 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았지만!
네가 궁금해할 내 근신 기간 동안의 일들을 적어 보자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적어 둘게. 뭐? 아카데미아에서 일할 때보다 놀랄 일들이 뭐가 있느냐고? 그게 또 있단 말이지.
내가 슈겐하르츠 본가에서 일했다는 건 알고 있지? 거기서 엄청난 인물 두 명을 제자로 뒀어. 둘 다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한데 아마 보게 되면 너도 깜짝 놀랄 거야. 물론, 선생이 뛰어나니까 제자들도 재능을 보일 수 있었던 거겠지만 말이야! 입학식 때 한번 잘 찾아봐 내가 누구를 말하는 건지.
뭐? 그냥 밝히면 될 것이지 왜 누군지 말해 주지 않는 거냐고? 에이, 그런 건 미리 말하면 재미없지. 외적으로나, 실력으로나 둘 다 상당히 눈에 띄니까 아마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나중에 확인할 테니까 반드시다! 꼭 찾아봐야 해!
아오, 팔 아프다. 이제 편지 줄여야겠어. 나머지 못다 한 이야기들은 만나서 이야기하면 되잖아? 역시 나는 손보단 입을 움직이는 게 편하다니까. 만나는 날에는 진하게 한잔하자고. 날이 새도록 마셔 보자!
그럼, 그날을 기약하며.
이만 마칠게. 잘 지내고 있어.
네 유일한 친구 파울라가.
ps. 지금 네 앞에 있는 물건들은 쓰레기가 아니라, 내 짐이야. 마땅히 보낼 곳이 없어서 네 방으로 좀 부탁했어. 버리면 안 된다? 곧 가지러 갈게~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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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
한 여성이 다 읽은 편지를 주먹으로 구겨 버렸다. 눈썹이 모이고 핏줄기가 올라와 안 그래도 험한 인상이 더욱 짙어졌다.
“이 썩을 파울라⎯⎯⎯!”
여성의 포효는 마나와 함께 방에 가득 차 주변의 물건들을 흔들었다. 달달달. 진동하는 찻잔의 소리가 요란하다.
일을 마치고 편히 쉬어 보려는 마음으로 방 앞에 도착했는데 자신을 반기는 거대한 짐의 무리.
처음, 물건의 주인이 파울라라는 것을 듣자마자 전부 꺼내서 부수거나 아카데미아 밖의 호수로 던져 버릴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겨우 참고, 천천히 그녀의 물건들을 살펴보다가 그 사이에 끼워져 있던 작은 편지 한 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개념은 있네.’라고 생각하며 펼쳐 봤건만, 글에서 느껴지는 파울라의 안일한 태도가 루이사의 분노를 부추겼다.
쿵⎯.
루이사는 그녀를 위해 제작된 특수한 샌드백에 주먹을 날렸다. 샌드백에는 그녀의 주먹의 흔적이 고스란히 파여 있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모습대로 복구된다.
쉽게 달아오르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케데미아에서 만들어 준 것인데 처음에는 필요 없다고 거절했으나, 한 번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담배보다 애용하고 있다. 사람을 때릴 수는 없으니 그 대용품으로 치는데 효과가 괜찮다.
쿵⎯.
또다시 엄청난 충격파가 퍼진다. 타격을 받은 샌드백은 물결치듯 퍼졌는데, 당사자의 몸에는 잔물결조차 없다. 한 점의 지방도 없어 보이는 단단하고 날렵한 신체다.
“그 개자식. 오기만 하면 뇌에다 술병을 꽂아 버려야지.”
두 번의 타격을 마친 루이사는 진정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봤을 땐 아닌 것으로 보여도 상당히 진정된 모습이다.
“그딴 녀석을 동기로 둬서 이게 무슨 꼴인지.”
파울라와 루이사는 학생 시절, 아카데미아에 입학했을 적부터 함께한 친구 사이다. 졸업해서는 용사 시절을 함께 보냈으며, 지금은 둘 다 교수로 활동 중이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질긴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루이사는 이를 빠드득거리며 생각했다. 파울라의 편지는 읽다가 화가 치솟기도 했고 별 중요한 내용도 없었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있었다.
“제자들이라고?”
파울라가 이렇게까지 흥분해서 말하는 것을 보면 무시할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그녀는 안다. 파울라는 자신을 전율시키는 정도가 아니면 이 정도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흥미가 없는 것은 거들떠도 안 보는 그녀가. 마법에 대해서는 나름의 권위를 차지한 그녀가. 자신의 제자라는 것을 강조하면서까지 자랑하기에 바빴다.
‘뭐 하는 놈들인데 녀석이 이 정도로 말하는 거지.’
루이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구겼던 편지의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
지면에 펼쳐진 초록빛의 향연이 눈부시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파릇한 풀들이 자신의 몸을 뽐낸다. 그러다 구름이라도 들어와 햇빛을 가렸는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색을 변화시키며 몸을 숙인다.
비구름이 몰려든 듯 세상이 어두워진다. 파울라는 이 그늘에 그리움을 느꼈다. 태양을 가린 그 거대한 무언가를 보며 감탄한다.
“오랜만에 보는 아카데미아도 멋지네?”
하늘의 도시.
마법의 상징.
그 용맹한 자태 앞에서 풀잎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웅장하면서도 고고하게 상공에 떠 있는 공중도시는. 그녀가 속해 있는 용사사관학교, 아카데미아였다.
전 세계에 용사를 전문으로 키우는 기관은 아카데미아를 포함해도 두 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교회를 주관으로 세워져 있는 이곳들은 비현실적인 외관을 자랑한다.
“저기 저 커다란 마석의 1할만 가져가도 엄청난 부자일 텐데.”
파울라는 너스레 웃음을 지으며 본인이 말도 안 되는 말을 했음을 인정했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아카데미아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가능토록 만든 구심점이자, 끝도 없는 마력의 덩어리.
그 크기는 압도적이라 파울라가 말한 1할이면 웬만한 저택의 크기였다. 가져갈 수도 없을뿐더러 티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카데미아에서 일할 때에는 그 위용이 잘 체감되지 않지만, 이렇게 가끔 밖에서 바라볼 적에는 저기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진다.
다양한 탈것을 타고 왔지만 여기서부터는 아카데미아를 감상하며 천천히 걷고 싶었던 파울라는 타고 온 지팡이를 자신의 곁에 띄운 채 걸음을 옮겼다.
그림자 져 있는 땅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기분 좋다. 약간 드는 냉기가 오히려 활력을 불어넣는다.
“도련님은 몰라도, 알리시아 양이라면 분명 아카데미아를 보고 나서 넋이 나가겠지?”
파울라는 혼자서 쿡쿡 웃어 대며 알리시아의 놀란 표정을 상상했다. 바르간처럼 직접 놀리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녀도 알리시아의 반응을 볼 때마다 속으로 웃어 댔다. 무시해서가 아니라 귀여워서라는 이유로.
그들과 함께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파울라는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기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아카데미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 놀래켜 주겠지.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헤어짐이 아쉽지 않았다.
‘알리시아 양은 무척 우울해 보였지만.’
헤어짐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였다. 안쓰러운 과거 때문인지 정신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변모했어도 그런 면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점도 알리시아만의 매력이다.
“브람 씨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바르간이 하도 부려 대느라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브람은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뭘 그렇게 바쁘게 다니는지 피로 칠갑이 되어 있을 적도 많았다.
대충 듣자 하니 루비드 마을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내막은 알려 주질 않으니 알 방도가 없다.
바르간은 그녀가 브람의 동향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알 필요 없다.
“선생을 뭐로 아는 건지… 그 잘난 도련님은…! 에잇!”
파울라는 길가에 굴러다니던 돌을 가볍게 찼다. 주변에 보이는 이도 아무도 없겠다. 약간의 마력을 담아서 말이다. 심심한 화풀이로 툭 하고 찬 것이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나 동물이 있으면 크게 다칠 정도의 힘이긴 하지만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 지금이라면 괜찮….
“어… 어어?!”
아니, 왜 저런 풀숲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는 거야!
고속으로 날아가는 돌 앞에 예상치도 못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파울라는 황급히 손을 뻗어 돌의 속력을 멈추려 들었다.
그러나 이미 돌은 청년의 얼굴 바로 앞까지 빠르게 날아가.
“깜짝이야.”
츠으으⎯.
청년의 손안에서 멈춰 섰다.
청년도 마나를 제법 다를 줄 아는지 주변에 일렁이는 마나와 돌을 잡은 손에서 치지직 하며 전류가 튀겨져 나간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천만다행이다. 일반인이었다면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크게 다칠 뻔했다.
“휴우… 아, 이게 아니지. 괜찮아요? 미안해요, 설마 거기서 사람이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파울라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청년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러운 만행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당연하건만 청년은 오히려 웃어 보이며 파울라의 걱정을 덜어 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 괜찮아요. 실제로 사람이 나올 만한 곳이 아닌 건 맞으니까요. 다치지도 않았고. 보세요.”
청년은 손을 활짝 펴 보이며 자신의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손에는 최근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굳은살이 알알이 박여 있다.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이네요…. 음? 그런데 진짜 왜 거기서 나오신 거예요? 그쪽은 마땅한 길도 없었을 텐데.”
“아, 그게 말이죠….”
사삭사삭. 청년이 빠져나온 풀숲의 가지들이 움직이며 자잘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를 뒤따라온 여성이 약간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뱉으며 빠져나왔다.
“이래서 길 찾는 건 나한테 맡기라고 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아카데미아로 가는 길은커녕 사람이 다니는 길도 아닌데 억지로 들어와선 이렇게… 어?”
‘누구….’
청년의 친구로 보이는 여성은 파울라와 마주치곤 그렇게 말하려 했다가, 멋쩍게 웃고 있는 청년을 발견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은 가늘어져 대상을 압박하고 있다. 말썽꾸러기인 그가 이런 뜬금없는 상황에 조우할 때라면, 대개 잘못한 사람은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뭐야, 또 뭔 잘못을 저지른 거야. 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