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89)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89화(189/350)
“담화를 위해 찾아온 인원이 직전에 사라지다니. 리케이온의 학생회는 세대교체를 이루며 과거보다 추락한 것인가.”
아카데미아의 학생회장 라인카르벤은 낮게 읊조렸다.
그의 서늘한 눈매는 상대를 우습게 여기지는 않았으나, 배려 따위의 무른 감정을 담고 있지도 않았다.
이를 들은 리케이온의 학생회장 라인카르벤은 움찔하더니 곧 눈매를 좁혔다.
사과와는 별개로 리케이온을 무시하는 발언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최근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는 아카데미아에게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카데미아였기에 그 정도로 그칠 수 있었다. 1학기 기말고사와 축제, 두 사건의 정황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보고를 받았을 텐데?”
1학기 기말고사 시즌, 1학년들의 시험장을 급습하였던 대주교 자간.
그녀는 되레 데려온 주교 몇 체와 토벌을 당하였고 아카데미아의 피해는 소수의 사망자들과 부상자들로 그쳤다.
축제의 기간에도 최상위급 주교 2체의 사망, 주교급 3체의 사망. 주교 1체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축제로 인해 수십의 학생들이 죽음을 맞이하였고 교수까지 죽는 피해를 받아야 했다.
이는 충분히 큰 손실이며 심지어는 아카데미아의 내부에서 여신교도 속속들이 나오지 않았던가.
그것을 뭐가 잘났다고 저리도 뻔뻔하게 언급하는지.
에디나는 다소 공격적인 어조로 말을 뱉었다.
“애초에 아카데미아의 무른 방침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닙니까. 성스러운 배움의 터에 여신교의 신자들이 득실거리다뇨. 그런 망신이 어디 있습니까.”
“…리케이온은 사정이 다르다는 뜻인가.”
여신교에 대해 언급하자 라인카르벤은 한 발자국 무른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기세를 탄 에디나는 자신들은 아카데미아와 다르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리케이온은 학생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바른 사상을 가꿀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설립의 철칙도 잊어버린 아카데미아와는 다르지요.”
“독재와 억압을 통한 사상 개조를 자랑스럽게 밝히는군.”
“사상 개조라뇨……! 말을 삼가세요. 아카데미아처럼 어이없이 여신교의 세력이 침투한 악재를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입니다.”
대화를 듣고 있던 바르간은 에디나의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소설에서 벗어나, 현세에 대입하자면 아카데미아나 리케이온은 이른바 군인을 양성하는 기관.
적과 싸워야 하는 단체에서 사상을 통일시키는 것은 꽤 중요한 사안이다.
본래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내부의 적.
내정을 살피지 못하여 망한 국가나 단체가 어디 한둘인가.따라서 에디나의 의견은 타당하다.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며 학생들을 육성하는 게 아닌 필요한 사상의 주입과 억제가 일반적이겠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신교는 조금 다른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
“그들의 신앙심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르는 게 그들이다.”
라인카르벤은 그들의 사상이 하루 1시간 정도의 교육으로 바뀔 리도 없으며 ‘축복’으로 인해 분별이 어렵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그들은 집단으로 움직이며 마법으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가지각색의 축복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
“에디나. 그토록 사상 교육에 힘쓰는 리케이온이라 할지라도 사정이 다르다는 판단은 착각일지 모른다.”
“…….”
아카데미아 또한 알티프에 대한 교육과 가치관을 심어 준다.
다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건드리지 않는데 이는 여신교의 인자들을 수색하는 게 그 정도로 어려우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리에 섞여 있다.
그게 여신교가 진정으로 무서운 점이다.
“……충고는 받아들이지요.”
에디나는 떨떠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완전히 깨끗하다고 자신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도 바르간을 바라보게 되었고, 라인카르벤은 에디나에게 그를 소개했다.
“슈겐하르츠가 삼남인 바르간. 이번 1학년 대표로 나왔다.”
“알고 있어요. 이리도 똑 닮았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애초에 그를 지정한 인물이 리케이온의 총장이었다.
그가 현재까지 벌인 행각들은 전해 들어 알고 있다. 기상천외한 일을 많이 저지르고 다니던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에디나는 바르간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현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그보다 다른 인원들에게 관심이 갔다.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설마 찾으러 간 가바도 같이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슬슬 속으로 안달이 나기 시작한 에디나.
바르간은 그런 에디나의 표정을 읽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살피는 데 능통한 그에게는 훤히 보였다.
‘리케이온의 독보적인 천재이자 별, 아르하…인가.’
원작에서 아르하는 알리시아가 교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 그 빛을 전부 독차지하고 있었던 리케이온의 학생이었다.
알리시아와 마찬가지로 평민 출신이며, 늦게 마법의 재능을 개화했다.
한데 그 점을 제외하면 알리시아와는 아주, 매우 다르다.
단순히 마법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던 게 3년 정도 빠르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성격(性格), 사고(思考).
기본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이끄는 두 메커니즘이 아예 색다르다.
사실… 바르간은 알리시아가 트라우마 극복에 실패해서 못 써 버리게 될 것 같으면 그 대비책으로 아르하를 고려하고 있었다.
밑바닥부터 가르쳐야 하는 알리시아에 비해 그 당시에 벌써 높은 성취를 이뤄 냈으니 시간의 낭비도 덜하니까.
다만, 아르하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이었지 절대로 최선책이 될 수 없었다.
알리시아에 필적할 정도로 더없는 천재이지만 되도록 탐하지 않았다.
……왜냐고?
그건 지금의 상황이 충분히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더는 안 되겠어요.”
마나로 시간의 흐름을 살피던 에디나가 벌떡 일어났다.
무언가 결심한 듯한 눈매는 함께 온 근육질의 신사, 제라만에게 향했다.
“이제 곧 교수님들이 도착하실 거예요.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제가 가도록 하죠. 회장님께서 분부만 내리신다면 바로 말괄량이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니요, 제라만.”
에디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저도 가도록 하겠어요.”
***
“있잖아, 알리시아. 우리 한번 싸워 보자! 너와 꼭 싸워 보고 싶었어!”
‘아르하가 또 이상한 말을 하고 있군.’
에디나의 명에 따라아르하를 데리러 온 1학년 부대표의 남성, 가바.
그는 아르하를 발견하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저 천재가 또 이상한 바람이 불었나 보다. 재능은 인정하지만 저런 면은 아무리 봐도 적응할 수 없다.
가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아르하에게 다가갔다.
“아르하,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회장님이 잔뜩 화나셨을걸.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그 불똥이 나한테도…….”
가바는 말을 이으려고 했으나.
그만 걸음과 함께 멈추고 말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투명한 호수를 닮은 눈동자에 은하수와 같이 찬란한 머리칼. 잡티 하나 없는 고운 피부에 오목조목 붙어 있는 눈, 코, 입.
살면서 별처럼 많은 수의 여성을 보았지만 이런 미인이 있었을 줄이야……!
가바는 아르하에 의해 당황스러워하는 알리시아를 보게 되었고,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아르하가 만들어 준 상황을 이용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아리따운 여인을 곤란하게 하지 마라, 아르하.
순식간에 아르하와 알리시아의 사이를 막아선 가바.
그의 마나회로는 모터가 돌아가듯 순간적으로 마나를 발현시켰고, 육체를 강화했다.
“뭐야……? 너한테는 관심 없는데.”
아르하는 방해하지 말라는 듯 말했고, 가바는 낮게 깐 목소리로 대꾸했다.
“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 무고한 여인이 희생되는 걸 가만히 볼 수 없다.”
“잘은 모르겠는데…… 그거, 지금 나를 막겠다는 말이야?”
“그게 이 가련한 여인을 돕는 길이라면.”
아르하의 어조 또한 변했다. 마치 곧이라도 전투를 벌일 거처럼 날이 서 있다.
가바는 그런 아르하에게 굳센 태도로 대항하려 했다.
아르하가 리케이온의 제일가는 천재이기는 하지만, 그는 아르하보다 많은 전투 경험과 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두 사람의 기류가 이상해지자, 졸지에 도움을 받게 된 알리시아가 황급하게 나섰다.
“자, 잠시만요……! 우선 두 분 다 진정하시고 이야기를…… 읍!”
“쉿. 아무 말 않아도 되오. 그대는 내가 지켜 주겠소.”
가바는 검지로 알리시아의 입술이 열리는 것을 막았다.
힘을 최소화하여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을 강하게 밀지 않는 게 유의점이었다.
가바의 돌발 행동에 미간을 좁히는 아르텔리온.
상황을 정리하고자 나서려다가, 돌연 등장한 덩치에 알리시아의 손을 잡고 뒤로 빠졌다.
-콰앙!
의문의 덩치가 거대한 해머를 내리찍었다.
가바는 프로텍터를 감싼 팔로 그 충격을 견뎠다.
슬쩍 알리시아가 무사히 피했는지를 확인하고는 앞을 바라본다.
“……크윽, 부회장님. 타교의 학생이 다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왜 이러시는 겁니까!”
“타교의 학생에게 손대려고 한 네가 잘도 말하는군.”
“오해가 갈 법한 말씀 마시지요. 저는 그저 한 여인을 지키려 한 것뿐입니다……!”
가바는 양팔에 가득 힘을 주어 해머를 밀어냈다.
부학회장 제라만은 해머를 거두어 어깨에 올렸고, 가바는 무투의 자세를 잡으며 숨을 내쉬었다.
미리 한 발 빠져 있던 아르하. 그녀는 슬금슬금 옆으로 새려다 대놓고 화난 표정의 에디나에게 딱 걸렸다.
피할 길이 없자 아르하는 오히려 뻔뻔하게 나왔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왜 나를 대표 같은 거로 세우냐고. 나는 귀찮은 게 딱 질색인데.”
“아카데미아가 궁금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모른 척이야? 이번에는 조용히 따라 주기로 했었잖아.”
“내가 그랬었나? 기억 안 나는데.”
기억을 되짚는 체를 하는 아르하. 고개를 까딱이며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보였다.
이에 에디나의 황금빛 눈썹이 달싹였고, 푸른 마나가 올라왔다.
아르하는 일이 재밌게 흘러간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회장이 나랑 싸워 주는 거야? 그것도 좋긴 하지. 아쉽지만 알리시아와의 싸움은 조금 이따가로 미뤄야…….”
문뜩 아르하는 자신이 보고 있는 현상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그녀가 아니라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수준.
‘저주 마법인가? 어느새에…….’
아르하는 술식의 골자를 파악하며 단시간에 답을 찾아냈다.
상당히 복잡하고 견고한 술식이기는 하지만 파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술식을 깨뜨리자 유리창이 깨지듯 현상들이 깨져 나가고 곧이어 나온 검은 머리의 남성이.
“케헥!”
프로텍터를 두른 주먹을 휘둘렀다.
아르하는 목과 함께 몸이 돌아갈 정도로 강한 일격을 뺨으로 받았고, 그대로 넘어지게 되었다.
검은 머리의 남성은 타격을 날린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은 완성도이군.’ 하며 아예 흡족해하는 대사 또한 뱉었다.
아르하의 뛰어난 뇌는 지금 일어난 순간에 대해 빠르게 분석했다.
저주 마법에 걸렸었다.
저주 마법은 환각을 보였고, 그 환각은 실제 현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른 것은 하나, 검은 머리 남자의 유무.
‘아니 그보다, 전개 시간도 없었는데 저주에 걸렸다고?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아니. 전혀 본 적 없는 얼굴이다. 복장 또한 아카데미아의 것이니 높은 확률로 생전 처음 본다.
그럼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인가.
아니. 그렇다 한들 그 정도의 ‘이해도’를 가지고는 저주 마법을 거는 데 큰 효력을 미치지는 못할 터.
‘이건 술자와의 차이. 단순한 깨달음과 실력의 차 때문에 걸린 거다.’
수준의 차이……?
용사도 아니고 교수도 아닌 학생에게서 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방금의 주먹, 프로텍터 또한 자신이 반사 마법을 순간적으로 발휘했음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어중간한 성취는 아니라는 말이다.
“도련님……!”
알리시아가 검은 머리의 남자를 도련님이라 불렀다.
‘도련님?’
아, 알고 있다.
알리시아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때 그녀와 주종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이름이 분명…….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
아르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르간을 마주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바르간은 그런 아르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감히 누구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냐, 천한 년.”
그는 지독하게 고압적인 모습이었다.
“신분이 비천하다고 해서 행동마저 누천한 건가. 1학년 대표라는 자가 이 모양이니, 리케이온의 수준을 딱 알 법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