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95)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195화(195/350)
에리카를 잠재운 바르간.
갑작스레 등장한 그가 에리카의 마나 폭주를 막을 수 있었지만, 주변은 이미 냉동인간이 되어 버릴 것 같은 한기와 얼음덩어리가 솟아올라 와 있다.
도중에 막았음에도 이 정도. 해득으로 오른 에리카의 마나 총량에 비례해서 지금껏 본 적 없었던 폭발력이었다.
…그렇다면 이를 정통으로 맞은 그는 괜찮을까?
얼떨결에 바르간의 도움을 받게 된 디피엘리아는 정신없이 뛰어 대는 심장의 소음이 점차 잠잠해지자 그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괘, 괜찮아요? 바르간…?!”
에리카를 감싸 안았던 바르간의 거의 전신에 냉기의 꽃과 같은 얼음이 피었다.
그가 숨을 뱉을 때마다 뿌연 연기가 나오며 검은 눈썹이나 머리칼 역시 하얗게 물들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줘요…! 곧바로 치유 마법을…!”
놀란 디피엘리아는 황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 피해가 더욱 심하다. 극한의 찬기를 맞은 그의 몸이 멀쩡할 리 없다.
겉으로 봐도 이 정도인데 속이 괜찮을 리가. 아무리 그라고 해도 심한 동상에 걸렸을 터.
“됐다. 이 정도는 사역마로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
그러나, 바르간은 디피엘리아의 치료를 손으로 밀어냈다. 이를 간과할 수 없는 디피엘리아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밀어붙였다.
“아니요, 바르간. 지금은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에요! 처치가 급선무라고요!”
최대치까지 압축되어 있던 에리카의 마나가 터져 나오면서 단번에 빙결의 속성을 발휘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주교급도 충분히 순살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인데 이자는 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디피엘리아는 타들어 가는 속으로 치유 마법을 걸었지만, 바르간은 기어코 이를 거절했다.
자리에 일어선 그. 착마마법을 통해 한 사역마를 입었다.
그러자 그의 온몸에 허옇게 피어 있던 서리가 확산되어 서서히 사라져 갔다.
동상을 입었던 흔적도 녹듯이 아물어졌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성녀.”
바르간은 무감정하게 그 말을 뱉었다.
평소의 그라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으스댔을 텐데 에리카와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한없이 진지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더 강한 모습을 보이려는 건가.
“…….”
바르간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밴틀로 역시 에리카의 안전을 알렸다.
“마나 회로가 정상화되었습니다. 세기도, 흐름도 …다행히 문제없네요. 다친 곳도 없고요.”
겨우 안심하는 밴틀로. 바르간은 그를 내려보다가 도로 성녀에게 눈을 돌렸다.
그는 한 차례 후의 일을 언급했다.
“지금 있었던 일은 외부로 발설을 금한다.”
“네?”
“에리카의 마나 폭주 말이다. 괜히 떠벌리게 되면 이곳저곳에서 잡설이 들릴 뿐이야.”
“하지만… 에리카를 생각하면….”
“에리카를 생각하기에 말한 것이다.”
에리카는 현재 바르간과 떨어질 시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는 상태.
오로지 그 때문에 아카데미아에 간신히 재학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지금 있었던 일을 보고로 올리게 되면 그녀는 일종의 폭발물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위험물.
아카데미아에 다닐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되겠지.
무엇이 에리카를 위한 길일까.
그리고 무엇이 아카데미아를 위한 길일까.
“…알겠어요.”
성녀는 고민을 하다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에리카를 돌려보내는 건 마치 포기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기에.
디피엘리아는 다소 이기적으로 선택을 유보하기로 했다.
“…….”
“걱정하지 말거라. 에리카가 아카데미아에 위협이 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저도 그랬으면 하지만 쉽지는….”
“내가 항상 그녀와 있을 것이다.”
바르간은 담담하게 읊조렸다.
약혼녀 에리카가 이대로 무대에서 퇴장하는 일이 없도록.
“그녀가 오늘같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 깊게 살피겠다. …그게 약혼자로서 내가 질 수 있는 책임이겠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인걸요.”
“아니, 내 오판이 결과를 부른 것이다.”
바르간은 방금의 사건을 자신의 실책이라 했다.
에리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섣불리 행동해 버린 탓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럼 부탁할게요.”
디피엘리아는 바르간을 신뢰하기로 했다.
현재 에리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미약하기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바르간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
밴틀로는 무언으로 고개를 숙였다. 현재 에리카가 의존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바르간은 눈길을 방 안의 곳곳으로 돌리곤 곧 마력을 끄집어냈다.
투명한 마력이 방 안을 감싸고 얼음덩어리들을 덮었다. 그러자 꽁꽁 얼어붙어 있던 사물들이 점차 본모습을 찾았고.
마나 폭주의 흔적은 본래 없었던 것처럼 자취를 감췄다.
* * *
……에리카의 일은 아무런 잡음도 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바르간도, 디피엘리아도, 밴틀로도 그 사건에 관해서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동시에 시간도 함께 지나갔다.
끝을 모르던 과제의 열차도 끝을 보이고,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은 각자의 속도로 머지 않아 있을 기말고사를 준비했다.
리케이온과 협동으로 진행되는 토너먼트 시험.
단 2일 만에 모든 학생들이 시합을 치룰 수는 없음으로, 아카데미아와 리케이온의 내부에서 예선을 치뤄 수를 줄여야 했다.
기말고사까지 남은 기간은 2주.
예선까지는 앞으로 1주가 조금 더 남은 어느 날.
아카데미아 내부 형상파의 일원, 오셀 랑피트 보르그는 성난 숨을 씨익씨익 내뱉으며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망할 좀도둑 년…!’
바르간이 형상파의 실권을 잡게 된 후, 그 일부 권한을 프리다에게 양도했다.
어디서 굴러다녔을 지 모르는 슬럼가 출신. 권력 하나 잡았다고 이리저리 형상파를 굴리는 꼬락서니가 보르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프리다는 형상파를 이용해서 비밀리에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다.
물론 바르간의 지시였음이 틀림없다. 그 골 비어 보이는 년이 제대로 된 계획이라는 걸 세울 리 없으니까.
‘내가 가만히 따를 줄 아느냐?’
보르그는 비밀리에 전해 받은 쪽지를 무시했다.
내용을 읽어 보지도 않고 길게 찢어 바로 태워 버렸다.
여신교의 규율상, 무슨 지시가 내려왔는지를 알아 버리면 복종할 수밖에 없기에 애초에 읽지 않고 무시하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저항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게 대수인가?
귀족의 권위가 진흙탕을 구르고 있는데 말이다!
쾅—!
기숙사에 도착한 보르그는 거칠게 문을 닫았다.
‘앞으로 조금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보르그는 입술을 질겅거리며 씹었다.
바르간이 내렸던 저주,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는데 확실하게 그 빌어먹을 마법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게다가 아마도 바르간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자유를 되찾을 날이 머지 않았다.
‘내 몸의 주도권만 되찾게 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최근 보르그의 취미는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끔찍하게 바르간에게 복수할 수 있는지 구상하는 것이었다.
사지를 찢어서 들짐승의 먹이로 던지는 건 너무 약하다.
피부를 한 겹씩 벗겨 내며 화두를 지지는 것도 부족하다.
“죽인다… 죽인다. 죽일 거야…. 흐흐…. 끅, 끄으윽…!”
복수를 꿈꿀 때마다 고통이 찾아왔지만, 그는 실실 웃었다.
일부러 저주의 효과가 발동하도록 더욱 심한 고문을 떠올렸다.
고통이 심할수록 저주가 끝나는 시점이 훌쩍 다가온다. 갈수록 강도가 급격히 약해지는 게 그 증거다…!
그렇게 한동안 저주의 고통을 받으며 히죽이던 보르그는 뒤늦게 방 안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 누구냐…!”
“더럽게 늦게 알아차리네.”
방 안의 그림자에서 여우 귀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곁에서 장검을 들고 있는 남학생이 함께다.
“프리다… 네, 네년이 왜…!”
“상사한테 네년이 뭐냐 네년이. 버르장머리를 스프랑 같이 말아먹었나.”
화들짝 놀란 보르그의 반응을 무시하며 프리다는 한심하다는 듯 뱉었다.
그녀의 손에는 열쇠 구멍에 들어갈 법한 굵기의 철사가 대놓고 쥐어져 있다.
“너 같은 것도 신도라고 데리고 있어야 하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뭐 하나 특출난 게 없는 짐짝이면 말이라도 재깍재깍 들어야 할 거 아니야?”
“크으….”
보르그는 이빨을 꽉 깨문 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프리다가 이곳에 왔다는 게 의미하는 바가 확실하기에 잔뜩 경계가 되었다.
그녀 혼자라면 몰라도 저 남학생이 문제다.
“펠릭스 님! 어째서 그딴 년에게 붙어 계시는 겁니까! 귀족으로서 창피하지도 않습니까?”
하이오드 트로아 펠릭스.
검술 명가 하이오드가의 핏줄인 그는 입학성적 10위의 실력자였다.
비밀리에 연락하기 적합한 ‘축복’ 덕분에, 아카데미아 형상파의 리더였던 교수 루센을 제외하면 나름 견고한 입지를 가지고 있던 그.
…다만, 지금은 프리다의 수족이 되어 버렸다.
보르그는 귀족의 명예를 부르짖으며 펠릭스를 흉봤으나, 그는 비참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그럼 어쩔 거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쩌긴요! 지금 당장 저 좀도둑 년을 제압하시고 새로운 형상파를 이끌어 나가셔야죠!”
“하하. 보르그, 너는 아주 재밌는 농담을 하는구나…?”
프리다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바르간의 존재. 그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뭘 이끌어 나가라는 말인가.
그는 이미 의지를 잃고 복종한 지 오래였다.
보르그는 그를 설득하기란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고, 타겟을 바꿨다.
내키지는 않지만 어쩌면 파고들 수 있을지 몰랐다.
“프리다! 이 멍청한 것아! 어째서 바르간의 손에 놀아나고 있음을 모르느냐! 너는 이용당하는 거다. 그가 원하는 대로 가지고 놀아나다가 결국 버려질 거란 말이다!”
제법 눈치가 빠른 보르그는 프리다가 두려워하고 있을 점을 정확히 짚었다.
‘분명 여지가 있다. 아무리 아둔하다지만 제 처지를 모르지는 않을 터. 잘하면 오히려 내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 ’
보르그는 청산유수로 술술 문장을 내보냈고, 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보르그의 설득문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프리다는.
“하고 싶은 말은 다 끝났냐? X신 새끼야?”
성난 눈을 부라리며 단신으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보르그의 복부에 발차기를 날린 그녀, 쓰러진 보르그의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연이어 안면을 가격했다.
얻어맞으면서도 보르그는 반격을 하기 위해서 마나 회로를 가동했다. 하지만 마력을 한곳에 모으려 해도 어딘가로 빨려 나가는 것처럼 사라졌다.
“뭘 당황해하고 있냐. 왜? 나는 아르볼 프루탈에서 놀고만 있었을까 봐?”
피가 터져 나와 정신없는 와중, 보르그는 실눈으로 프리다가 끼고 있는 루비색의 반지를 보았다.
그가 마나를 모으려 할 때마다 반지가 반짝였고 마법은 완성되지 못했다.
프리다의 마력이 저 반지의 힘을 강화하는 듯하다.
‘뭐가 ‘놀고만 있었을까 봐?’냐 좀도둑 년! 순전히 유물의 힘이 아닌가! 분명 저것도 바르간에게 받은 것이겠지…!’
“커헉—!”
턱을 가격받은 보르그는 날아갈 뻔한 의식을 붙잡으며 몸을 튕겼다.
우선 프리다를 떨어뜨려 놔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체격 차로 인해 프리다의 몸이 떼어질 것처럼 불안해지자, 프리다는 곧바로 손톱을 꺼내 그의 손바닥 채로 바닥을 뚫었다.
“끄아아아악—!”
보르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은 철근이 박힌 것처럼 프리다의 손톱에 관통되어 있다.
프리다의 손톱은 어지간한 마물의 것보다 단단하고 날카로웠다.
“눈 깔아.”
프리다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눈 깔으라고.”
“아아악—!”
보르그가 지시를 따르지 않자 프리다는 손톱을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그때마다 그의 상처는 더욱 넓어졌고 진홍색의 핏물이 올라왔다.
같은 아카데미아의 학생이지만 프리다는 용서가 없었다. 타인의 고통을 모르는 것처럼 그녀는 보르그를 고문했다.
보르그는 귀족의 자존심을 버릴 수 없어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똑바로 프리다를 노려보았고,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 콧대가 좀 높다 이거지…? 어디까지 버티나 좀 보자.”
프리다는 보르그의 코를 잡고 비틀어 버렸다.
우드득. 연골이 꺾이는 소리가 보르그의 괴성과 함께 터져 나왔다.
프리다는 그가 고통스러워할수록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바르간 님이 나를 버리신다고? 하, 하하하! 네가 뭘 알아. 뭘 아냐고 새끼야—!”
그녀는 보르그를 사정없이 패며 말을 이었다.
짐승의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상대를 잡아먹을 것처럼 맹렬한 기세를 뿜었다.
“나는 이미 그날 충분한 증거를 받았어…! 이 반지도… 그때 받은 거라고!”
바르간이 프리다에게 증거로서 입맞춤을 한 날.
그는 프리다에게 2품 유물 반지 하나를 주었다.
몸이 닿은 상태라면 일정급 이하의 수준을 보이는 자들의 마력을 방해할 수 있는 물건. 무려 슈겐하르츠가의 창고에 있는 찬란한 유물 중 하나였다.
“나를 믿는다고 하셨어! 가치를 증명하는 만큼 아껴 주겠다고 하셨다고!”
입맞춤 이후, 프리다는 바르간이 뱉은 달콤한 말들을 전부 기억했고, 이를 모욕한 보르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네까짓 게 뭔데 그딴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한참 동안 주먹을 날린 프리다.
바닥에 깔린 보르그의 안면은 이미 기존의 상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프리다의 주먹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보르그가 아무 반응도 없게 되자,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곁에서 이를 바라보던 펠릭스를 불러 지시했다.
“이 녀석한테 치유 마법을 걸어. 제대로 개념이 잡힐 때까지 교육시켜 줄 거야.”
“프, 프리다 님… 이제 그만하시는 게….”
“야.”
프리다의 섬뜩한 눈길이 펠릭스를 향했다.
그녀의 정신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만 같았다.
“하라고.”
“예,예예 옙! 알겠습니다…!”
프리다.
바르간의 총애를 갈구하는 여인.
애정을 원하는 여인은 어디까지나 잔혹할 수 있었고.
어디까지나 미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