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15)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15화(215/350)
사로잡은 이들은 전부 해서 20명.
이는 중간에 알티프로 변모하거나 확실히 여신교임이 드러나 살해된 인원들을 제외한 수였다.
하이겔과 페랑기스는 이 20명을 일일이 검문했다.
뇌를 왜곡 없이 ‘제대로’ 열람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여 체내 신충의 유무를 파악하는 방법. 이를 이용한 이들은 순조롭게 신도들을 밝혀내어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4일이라는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뇌의 기억을 살필 수 있는 게 하이겔과 페랑기스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르간 또한 뇌를 확인하는 게 가능했지만 학생의 신분이기에 맡지 못했다.
뇌를 살핀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고난도이며 신중에 또 신중을 가해야 한다. 또한 오랜 시간과 체력, 방대한 양의 마나를 쏟아붓게 되는 일.
그나마 마법의 성취가 월등하게 높은 하이겔과 페랑기스였기에 적게 걸리는 편이었다.
모든 학생들의 뇌를 살피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가용 가능한 인원도 소수인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상당했으니 모든 인원을 검사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이 작업을 이어 가는 동안 모든 학생들은 개별 행동을 금지당했다.
아카데미아의 한 조와 리케이온의 한 조가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바르간 역시 알리시아를 비롯한 기존 조원에다 추가로 리케이온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이어 나갔다.
—왜 우리가 네 지시에 따라야 하는 건데?!
바르간의 조원들과 함께하게 된 리케이온의 한 학생이 불만을 품고 말한 적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머물 장소도 바르간이 정하고 이동 범위나 패턴도 전부 그가 멋대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바르간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식으로 뻔뻔하게 답했다.
—내가 수수께끼를 맞히고 받기로 한 상품 중 하나가 이거다. 그러니 닥치고 따라라.
—무슨 말이야 그게?!
하도 어이가 없어 위에다 항의하자 그의 말이 맞다며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아 버렸다.
담당 교수가 총장으로부터 직접 부탁받았다며 양해를 바란다고 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학생은 오히려 멋대로 단독 행동을 했다고 제지를 당했으니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억울할 따름.
그런데도 시간은 지났고, 29일이 되자 모든 상황이 해제되었다.
이 과정에서 바르간과 그 조원들의 독한 훈련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리케이온의 학생들은 혀를 내둘렀고 시작할 때의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져 버렸다.
끈질기게 저주 마법을 배우는 알리시아와, 잠은 자는지 모를 정도로 검만 휘두르는 핀.
묵묵하게 마나를 다스리는 세레나, 갈증을 호소하듯 수련에 힘쓰는 리암.
그런 리암과 함께하는 에밀리.
결정적으로 이를 통괄하며 제 연구까지 진행 중인 아카데미아의 수석 바르간.
‘단체로 종교에 빠진 거 같아. 저 정도는 돼야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거구나….’
오히려 뜻밖의 교훈(?)을 받게 된 인원들은 노력의 의미를 되새기며 복귀했다.
그리고 지금.
모든 학생이 리케이온의 대강당에 모였다.
아카데미아와 비슷한 구조의 대강당은 전교생이 집합하더라도 문제없이 들어설 수 있었다.
일의 경과와 앞으로의 일정에 관한 공지를 하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의 무리의 속에 있는 바르간. 그에게 엉기는 한 여성.
“싸우자! 나랑 싸우자고!”
“아르하. 너는 앵무새인가? 왜 계속 같은 말만 쫑알쫑알 반복하는 것이냐. 여기에 있지 말고 네 조원들이나 찾아가라. 한시라도 빨리.”
“네가 나랑 싸우겠다고 확답을 주면 물러설게.”
“알리시아도 간신히 이기는 주제에 말은 많아 가지고….”
“…그 얘긴 꺼내지 마. 나중에 다시 겨룰 때는 제대로 밟아 버릴 예정이니까.”
“하. 잘도 그러겠구나.”
바르간은 콧방귀를 뀌었다.
아르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크게 반박할 수 없었다.
8강에서 접전을 보인 것은 사실이고 알리시아의 성장은 날이 가면 갈수록 되레 빨라지고 있다고 느껴졌으니 입이 무거워졌다.
“…아무튼. 어서 확답이나 줘. 그럼 물러난다니까?”
“그래그래. 알겠다, 알겠어. 리케이온에서 떠나기 전에 특별히 너와 치고받아 줄 테니 이제 좀 꺼져라.”
“말하는 싸가지가 되게 없네.”
“내가 네까짓 것에게 예의까지 갖추어야 하나?”
“…와.”
자신 이상으로 남에게 무례하게 말하는 이를 처음 본 아르하.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어찌 되었든 목적은 달성하였으니 해탈을 한 듯 순순히 떠나갔다.
그러곤 잠시 후.
—또각또각.
무대의 중앙에 빛이 모이며 아름다운 금발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리케이온의 학생회장. 오셀 뷔 에디나입니다.
그녀의 첫마디로 소란은 종식되었다.
모두의 주목을 받는 그녀는 침착한 어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바르간은 그녀의 말투에서 다소의 분노와 배신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숨겨져 있음을 느꼈지만, 어지간해선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리라 봤다.
본심을 숨기는 기술이 나쁘지 않았다.
—현재, 리케이온 내부에 잠복해 있던 모든 여신교의 세력을 찾아내고 처형을 완료했습니다. 그들이 뱉어 낸 정보를 종합한 결과 총 12명의 신도들이 잠입해 있음을 알아낸 것이기에 확실합니다.
‘12명이라… 원작과도 일치하는군.’
바르간은 에를리히를 제외한 무형파의 인수를 떠올렸다.
당연하게도 기존 전개와는 달리 일찍 밝혀지기는 했지만 수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이겔과 페랑기스가 부단히 애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서 다소 일정이 늦춰졌지만 결승전은 내일 오후 2시에 치를 예정이며 해당 학생으로는 아카데미아의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 마찬가지로 아카데미아의 오셀 뷔 아르텔리온의 시합이 되겠습니다.
바르간과 아르텔리온.
명색이 리케이온에서 열린 토너먼트인데 결승전에 리케이온의 이름이 없다.
불명예스럽기 짝이 없는 일.
하나, 이번에 리케이온에서 있었던 사건이 사건인지라 에디나는 눈살을 찌푸리지도 불쾌함을 갖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일로 번지지 않았음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하는 판국이기에 그랬다.
—결승전이 끝나고 나면 저녁에는 기존 일정대로 교류회가 열리게 됩니다. 학우 여러분들께서 착용할 복식도 대여가 가능하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류회.
친목을 도모하며 앞으로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자는 대표적인 겉치레.
평소라면 화려한 쓰레기와 동급으로 여길 바르간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교류회의 중간에 중앙교회로부터의 발표 사항이 있으니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 점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사들이 리케이온에 온 건 여신교의 세력을 색출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원래 스토리에서는 없었던, 또 한 차례의 거대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온 것이지.’
바르간은 수수께끼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그에 관한 소식도 미리 접하였기에 다른 이들처럼 고개를 갸웃할 일이 없었다.
새로 불어올 바람은 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약간의 불안함이 있기도 하지만 기대감이 훨씬 크다.
변동을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아무런 진척이 없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깊은 사죄를 올리겠습니다.
오셀 왕국의 공주인 에디나가 모두의 앞에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평생을 남 앞에서 떳떳했을 그녀가,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했다.
—학생회에서 여신교의 신도가 나왔음에도 이를 미리 인지하고 처리하지 못했던 점.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미숙하게 대처하여 학우 여러분께 혼란을 야기한 점. 등 이번에 발생한 모든 문제가 제 역량 부족으로 인한 것입니다.
에디나는 그녀가 볼 수 있는 시야에서 최선을 다했고 적절한 판단을 내렸음에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그녀에게 무지(無知)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설령 중앙교회와 총장이 비밀리에 해결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원인과 그 진행과정을 알아내지 못한 것 역시 자신의 탓.
라인카르벤의 동생 바르간은 빠르게 모든 정황을 이해하고 도망치려는 교수조차 잡아 넘기지 않았는가.
‘부끄럽고, 분하다.’
지금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 이유는 부학생회장이었던 제라만이나 믿었던 학생들과 교수들의 배신이 아니다.
토너먼트 1위에 눈이 멀어 학생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자신이 한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야 라인카르벤에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지.’
문뜩 오랜만에 아카데미아에서 그를 만나 했던 대화가 스쳤다.
그는 리케이온 내부에도 여신교가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였고, 에디나는 수긍하였음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왜 넓게 보지 못한 걸까.
“…….”
고개를 든 에디나.
그녀의 눈빛은 떨리지 않았다.
자신을 질책하고 과거의 행적에 괴로워할지라도 그 정도에 꺾일 여자가 아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일을 교본으로 삼아 학습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르텔리온을 닮은 황금의 여인.
고귀한 공주 오셀 뷔 에디나는 선언했다.
—이 이상 자질구레한 말을 잇지는 않겠습니다. 행동으로, 여러분들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직접 움직여 보일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
***
“이건 굉장하군.”
생각으로 한다는 걸 나도 모르게 소리 내서 말했다.
사역마에 관해서는 빠삭한 지식과 원작의 정보를 종합해서 보고 있으니 절로 뱉을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이 사역마들이 그렇게 대단한 아이들입니까?”
“당연한 소리. 그걸 딱 보면 모른단 말이냐?”
“죄, 죄송합… 아, 아니! 아닙니다! 절대 죄송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그만 손을 거두어 주십시오!”
알리시아의 요란스러운 반응을 보고 있자 어쩐지 죄책감 비스무리한 감정이 들어 손을 내렸다.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고작 딱밤인데 저렇게까지 학을 떼고 싫어할 일인가?
잔혹한 범죄자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앗!”
그게 괘씸해서 딱밤을 때렸다.
이른바 괘씸죄다.
“우으으….”
“아픈 척은 그 정도로 하고 너도 유심히 살펴보도록 해라.”
“저도… 말입니까?”
“그래. 명색이 슈겐하르츠가의 종사자인데 사역마가 한 마리도 계약되어 있지 않아서야 쓰겠느냐. 여기에 있는 사역마들은 하나같이 상급이니 원하는 대로 마음이 가는 아이를 택하도록 해라.”
이곳은 내가 살해했던 교수의 전용 사육실.
잘 손질된 아이들을 둘러보며 새롭게 계약을 맺을 개체를 고르는 중이었다.
왜 갑자기 사역마를 픽업하는 보상 타임을 즐기고 있냐고 물으면 답변은 간단하다.
며칠 전 이면세계를 발견해 낸 나는 하이겔에게 교수의 시체와 그가 뱉은 정보, 그의 음성을 담은 마도구를 건네주었다.
당연히 선의로 벌인 일은 아니었고 합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귀찮은 일을 사서 했겠는가.
하여간, 나는 교수가 데리고 있던 사역마들의 전권을 위임받고자 함을 밝혔고, 총장인 하이겔은 거절하지 못했다.
대신 그의 재산이나 정보는 리케이온의 것으로 넘겼으니 서로에게 있어 남는 장사였다.
아, 그리고 어째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이득을 취한 인물이 하이겔이었는지에 관해서는 나중에 알려 주겠다.
우선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귀여운 아이들이 먼저다.
‘사역마만 돌본 교수라 그런지 상태가 정말로 좋군…. 게다가 전부 희귀종. 눈을 뗄 수 없다.’
입에서 마그마를 토해 내는 사역마며, 수중과 하늘을 고속으로 이동 가능한 사역마, 모든 신체가 도살을 위해 발달된 사역마까지…!
어찌나 아름답고 고귀한지 마음 같아서는 전부 계약을 맺은 채 데리고 다니고 싶을 심정이다.
…마나의 효율을 위해서 그러지는 않겠지만, 꿩보단 닭이라고 나이아스의 비밀던전에 데려다 놓아 주민들과 계약을 맺게 하면 지금보다도 훌륭한 자태를 뽐낼 게 분명하다.
—미야옹.
“에리카. 너도 그리 서 있지만 말고 둘러봐도 된다.”
“…….”
랙돌 고양이가 마음에 드는 건지 아직도 품에 안고 다니는 에리카.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는 듯 고양이가 소리를 내었다.
흠…. 저 아이는 나중에 써야 하니 곤란한데 말이지.
“…에리카, 미안하다만 그 사역마 말고 다른 개체로 골라 주었으면 한다.”
“아, 아니야 이건….”
“음?”
“그냥… 안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돼서….”
에리카는 별것 아닌 이유를 꺼내는 게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고양이에 묻어 갔다.
하기야 원래도 인형을 좋아하니까 그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걸 수 있겠다.
그러더니 에리카는 빼꼼 고개를 올리며 말했다.
“사역마는 괜찮아. 나한테는 까막이가 있으니까.”
“네 마나 총량과 자질이면 한 마리 정도 더 있어도 문제 될 게 없거늘.”
“으응. 까막이면 충분해. 이 고양이는… 조금만 더 안고 있을게. …그래도 될까?”
“그럼 그러도록 해라.”
“응, 고마워.”
나는 고양이를 에리카에게 맡긴 뒤 다시 사역마를 관찰하는 데 집중했다.
직접 계약을 맺을 개체를 선발하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여기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 건가?’
나는 사역마를 살피는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 교수에게서 특징적으로 빼먹을 건 랙돌 고양이와 성체 사역마만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
분명 소설에 적혀 있었고 후반부에서도 대단한 위용을 보여 주었었는데… 어디에 있는….
“찾았다.”
구석에서 발견된 그것.
실물을 보게 되자 나는 산에서 산삼을 발견한 것보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번지르르한 광택을 좀 보라!
이 귀한 존재를 이딴 누추한 구석에 처박아 두다니! 보는 눈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수수께끼의 알]이라고 불렸던 이것.자고로 소설에서 그 정체를 알리지 않고 나중까지 미룬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고 대단한 파급력을 지녔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반부에 등장하여 후반부에서 겨우 정체가 드러난 이 알에 실린 무게를 쉬이 알 수 있다.
‘아직은 가치를 모르는 때. 하지만, 진가를 알고 나면 이 알은 그 어떤 테이머들이라도 침을 흘리며 원할 보물 중의 보물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이건 단순한 달걀 따위가 아니라.
무려 현 마물들의 정점.
십이신수라고 불리는 존재의 알이니까.
“그야말로 땡잡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