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2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23화(223/350)
‘바르간 님이랑 아르하가 결투를 벌인다고?’
소식을 들은 핀은 토너먼트가 이루어졌던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설마,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 이곳을 다시 들르게 될 줄은 몰랐다.
번외 시합이라고 해야 하나?
등급전도, 시험도 아닌 승부.
아무것도 걸지 않고 순수히 실력만을 겨루기 위한 시합이란다.
‘어디 보자 자리가….’
복도를 지나 경기장에 들어선 핀은 앉을 자리부터 찾아 헤매야 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관중석.
거의 결승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모든 좌석에 빽빽하게 사람들이 차 있다.
바르간과 아르하라는 두 기관의 간판들이 붙게 되는 경기라서 그런지 정식전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아직 시합은 시작도 되지 않았건만, 곳곳에서는 누가 이기네 마네 입방아가 오르내렸다.
‘아, 여기 있다.’
겨우 자리 하나를 찾아낸 핀은 그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혹시 지인의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여기 자리 비나요?”
“아, 네네! 앉으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겨우 엉덩이를 붙인 핀.
벌 떼와 같이 사방에서 귓바퀴를 울리는 소음을 들으며 앞을 내다봤다.
썩 경기장의 내부가 잘 보이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음…? 잠깐.’
문뜩 이상함을 느꼈다.
‘옆자리의 여학생…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과 목소리인데?’
핀은 절로 옆을 바라봤다.
그러자, 시기적절하게 함께 고개를 돌린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저 점차 당황스러워 벌어지는 입과 눈 하며, 칼로 잰 듯 자른 단발머리.
조명이 꺼져 완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교류회에서 마주쳤던 그 여학생과 같다.
정령술사 에를리히.
무슨 우연인지 그녀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어… 안녕하세요?”
“아아! 네, 안녕하세요….”
“…….”
“…….”
‘이걸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찌 되었건 안면을 튼 사이었기에 먼저 인사를 한 핀.
에를리히는 어색하게 이를 받았고 침묵에 가까운 몇 마디가 오갔다.
“…아르하가 걱정돼서 오셨나 봐요?”
“네? 아아… 비슷해요.”
“비슷이요?”
“아, 아니…. 네, 맞아요. 그쪽은 바르간 때문이죠?”
“네. 걱정이 되는 건 아니지만요.”
“그렇군요….”
“…….”
열띤 주변과 완전히 대조되는 둘.
막혀 있는 수맥처럼 간신히 흘러가던 대화는 그마저도 끊겨 버렸고.
시선은 오로지 앞으로만 향한 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와아아아아!!
그러나 때마침 시합이 막 시작되어.
두 사람 사이를 감도는 어색함에서 벗어나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한 바르간.
그런 바르간을 바라보며 전혀 기죽지 않은 리케이온의 천재 아르하.
먼저 움직인 건 호기로운 아르하였다.
반사마법(反射魔法).
마나가 전신을 감싸는 건 프로텍터와 비슷하지만 원리가 완전히 다른 마법.
자신에게 향해질 물리력을 정반대로 돌릴 수 있는 힘.
아니, 제가 원하는 대로 가지고 노는 힘.
쿵—!
아르하의 뒷발이 바닥면과 부딪치자 바닥은 그녀를 튕겨 내듯 밀쳐 버렸다.
바르간을 향해 대포알처럼 쏘아지는 아르하.
날아가면서 속도가 되레 증가한다.
그녀에게 향할 저항력과 마찰력이 오히려 연료가 되어 속력을 높였다.
—즈와아앙!
그런 아르하에게 쏘이는 여러 갈래의 부패 마력포.
대기를 울리는 요란스런 힘이 그녀를 소화시킬듯 치달렸으나.
그러나, 그녀에게 꽂힌 마력포들이 차례로 먹혀 들어간다.
마치 수면에 총알이 박히듯 힘을 잃고 사라져 가는 마력포들.
비처럼 쏟아진 마력포는 우산에 막히듯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아르하가 바르간의 물리력을 자신의 것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씨익 웃음 짓는 아르하.
벌써 그녀가 저장하고 있는 마력포는 여덟 개.
그리고 아르하는 이 힘을 모두 합쳐 한곳에, 동시에 방출할 수 있다.
그의 몸에 닿기만 한다면 분명 지대한 피해를 남길 수 있을 터.
‘저주 마법의 대비책으로 대량의 해석 연산식을 암기했다. 멍하니 있지만 않으면 전처럼 쉽사리 당할 일은 없어.’
아르하는 바르간과의 대결에 대비하기 위해 처음으로 ‘공부’라는 것을 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닌 지식의 확장.
마법에 관해 특히나 비상한 그녀의 머리는 책 한 권 분량의 수많은 방정식을 순식간에 암기하였고.
불과 3일이라는 기간 만에 모조리 외워 활용하는 게 가능했다.
‘저번에 나에게 보인 저주 마법의 형태도 이미 완전히 파악했다. 이번에 재차 시도한다 해도 파훼는 빠르게 해낼 수 있어. 녀석의 마력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면….’
바르간이 아르하와 처음 만났을 때 걸었던 저주 마법.
아르하는 그 형상을 이해하였고 비슷한 식을 보인다고 해도 단번에 풀어낼 자신이 있었다.
즈으으윽—!
흡수된 12번째 마력포.
남은 것은 단 한 발.
그녀는 벌써 바르간의 코앞에 다가섰다.
‘이겼다.’
아르하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와 바르간의 사이에는 있는 마지막 13번째 마력포. 그것은 힘을 움츠리고 있다 기세 좋게 터트려 쏘아졌다.
그대로 손을 내뻗는 아르하.
반사마법에 닿아 사라져 가는 마지막 마력포.
부패의 불꽃을 담은 고농도의 마력 결정체가 허무하게 빼앗긴다.
아르하는 흡수한 모든 힘들을 손바닥에 모으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은 순식간에 진행되었고, 그녀의 손은 바르간의 얼굴을 노렸다.
얼굴을 잡고 그대로 축적된 모든 힘을 개방시킬 심산이다.
‘이런 상황에도 가만히 여유 부리고 있어? 그래, 맞고서도 그럴 수 있나 한번 보자!’
아르하는 아직까지도 관찰자마냥 팔짱을 끼고 있는 바르간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분명 허세.
13번째의 마력포마저 거의 흡수된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이 파괴력이 얼마나 어마무시한지를.
하나만 흡수하더라도 손이 저릿할 정도의 반동이 있는데 이를 전부 합산한 값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잘못해서 실수로 죽여 버릴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내가 알 바 아니지.’
시합 중에 일어난 실수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는가.
스으윽—.
결국 모든 마력포를 흡수하여 다루는 아르하.
바르간을 향해 고속으로 나아가던 아르하의 몸. 곧게 뻗은 손.
그녀의 손바닥이 상대의 안면을 덮을 것처럼 그림자 지게 만드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도 손바닥은 안면을 짓누르지 않았다.
그 대신, 호가 그려져 있던 아르하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너…. 대체 뭐 한 거냐.”
“무엇을 말이냐.”
“시치미 떼지 마. 뭐 한 거냐고.”
“말의 두서가 없어 이해가 어렵다. 알기 쉽게 설명해라.”
“그러니까!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내 몸이 허공에 멈춰 섰냐는 말이야!”
공중에 멈춰 선 아르하.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조금의 미동도 없는 그녀.
물리력을 무시하기라도 하는지 바닥으로 떨어져야 할 그녀의 몸이 떨어지지 않는다.
바르간을 향해 내뻗은 손도 다가가지 못한다.
손바닥에 방출시키기 위해 모아 두었던 모든 힘도 내뻗어지지 못한 채 부글거리며….
“…어? 뭐야 왜 이래 이건.”
방출하기 위해 모았던 물리력의 총합.
표현을 조금 달리해 말하면, 바르간의 마력이었던 것들로 인해.
손바닥에 옅게 층을 이루고 있는 반사마법이 끓기 시작했다.
마치 냄비에 담긴 스프가 끓듯.
고열을 내며 부글부글 기포를 형성하는 마력.
“X발! 왜 이러는 건데 이건—!!”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성질을 내는 아르하.
그녀의 팔목을 타고 점차 다가오는 마나의 기포는 점차 숨을 조여 오기 시작했다.
체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지독한 고통을 동반한다.
살가죽을 전부 벗기고 화두를 지지는 것 같은 아픔.
“끄으아아앗!”
터져 나올 것처럼 눈동자가 드러난 아르하는 비명을 질렀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정도의 통증.
이를 제지할 수 없이 굳어 버린 자신의 몸.
아르하는 잇몸이 나갈 정도로 강하게 이를 악물며 저항하려고 하나 소용이 없다.
조금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고.
체온은 계속해서 높아지며 고통은 커져 간다.
바르간은 그 모습을 관찰하다가 웃음 지었다.
그것은 명백히 상황을 즐기며 비웃는 자의 조소였다.
“아르하. 너는 왜 나를 제외한 다른 마법사들이 마력포를 사용하지 않는지 아느냐.”
바르간은 아주 느긋하게 물었다.
이는 당연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현재의 아르하가 답할 수 없었고.
바르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마력포는 심플하지만 그만큼 위협적이다. 대주교급들의 알티프들이 자주 사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지.”
“끄으, 끄으으윽!”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나 이외에 마력포를 사용하는 마법사를 보지 못했다. 아주 간단하면서 위협적인 무기인데 말이지. 그에 관한 답은 간단하다.”
바르간은 잔뜩 일그러진 아르하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꽉 깨문 이빨 사이로 게거품이 흐르고, 눈가의 핏줄이 시뻘겋게 올라온 아르하는 그 눈동자로 바르간을 담았다.
“마력이 과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마력포를 습득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귀족이라면 어린 나이의 아이들도 금세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마력포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에 소모되는 대량의 마나를 버틸 재량이 없기 때문에.
마력 총량이 초월에 오른 나 같은 경우가 아니면.
사용할 수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네가 깔끔하게 완식한 13개의 마력포는 기존 마력포에다가 부패에 마법을 섞어 넣었으니 그 마력량이 더욱 늘어났지.”
추가로, 아르하가 흡수할 것을 알았기에 일부러 더욱 밀도를 높여 쐈지만 그것까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벌써 정신이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제대로 듣지도 못할 테니.
이만 빠르게 답을 내 주고 끝내도록 하자.
“결국, 미친 재능에 심취한 너는 마법의 기본조차 살피지 않고 네 현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지.
“현 본인의 수용량조차 알지 못하는 녀석이 나와 같은 수석이라니. 나까지 얼굴을 들기 부끄럽구나.”
아르하의 반사마법은 무한정으로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한계가 있고 그 이상으로 취하게 되면 과부하가 온다.
하지만, 아르하는 지금껏 자신의 한계까지 반사마법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고.
자신의 현 최대치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 얼마나 오만한 여식이란 말인가.
“아… 아파….”
정신이 나가기 직전.
아르하가 간신히 제대로 된 언어를 내뱉기 시작했다.
“너무…끄으. 너무, 아파….”
아르하의 목울대가 떨리며 피눈물이 줄줄 흘렀다.
처참해진 몰골의 그녀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더는 버티기 힘들었기에 모든 걸 내려놓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시합을 끝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 그러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으니까.
“그만, 그만둬…윽! 그만둬 줘… 흐끄윽.”
바르간은 그런 아르하를 유심히 살폈다.
턱까지 짚은 채 눈을 좁히고는 현상 하나하나를 오목조목 보다가 가볍게 대꾸했다.
“내가 왜?”
“뭐…?”
“네가 이대로 죽어 버릴까 봐?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바르간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말하듯 의문을 표출했다.
아르하는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진 눈 사이로 그런 바르간을 바라봤다.
“시합 도중에 일어난 불행한 사고가 아닌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그는 장난으로 뱉는 게 아닌 듯했다.
아르하는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자신의 목숨이 꺼질 수 있는 위기 상황.
총장 하이겔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분명 심판이 시합을 중지시키고 구출해 줄 것….
“미안하지만, 외부의 도움은 받을 수 없다.”
바르간의 말이 들림과 동시에 아르하는 경기장을 막아서고 있는 그의 사역마들을 보았다.
난입하려는 이들을 막아서는 사역마들.
어쩐 일에서인지 여태껏 보았던 것보다 훨씬 수도 많다. 기세가 하도 살벌하여 이곳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만 같다.
“자, 아르하. 네가 좋아하는 오락 시간이다.”
바르간은 말했다.
땅이나 짚는 지팡이를 둔기처럼 손에 들고서는 장난스럽게.
“마법은 장난감에 불과하지 않느냐.”
그는 ‘놀이’를 이어 갔다.
***
“흐윽, 흐으으윽.”
“…….”
“흐으윽. 잘됐다…. 너무 잘됐어….”
“저기… 괜찮아요?”
“…흐끄윽.”
시합이 끝나고 울음을 터트린 에를리히는 무슨 감동적인 극이라도 본 사람마냥 흐느끼며 울었다.
‘아르하의 패배가 그렇게 마음 아팠나?’
시합이 시작하자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아르하.
무려 12발이나 되는 마력포를 흡수하고 나서는 저주에 걸려 버렸다.
반사마법에 부담이 실리면서 해석을 이어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결국, 가만히 멈춰 바르간이 보여 주는 세계에 갇힌 그녀.
시합이 끝났음을 안 바르간은 지팡이를 들어 힘차게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고.
정신을 잃은 아르하가 쓰러지자 다소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언뜻 들리던 의료진의 말을 되살펴 보면 만약 하나라도 더 마력포를 흡수했다면 그녀는 제어 불가능한 반사마법에 먹혀 위험했을지 몰랐다고 했다.
바르간은 그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는지 애초에 13번째 마력포를 꺼내지 않았었다.
은근한 그 나름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근데 뭐가 잘됐다는 거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말.
하지만, 모른 척하기에는 저 눈물샘의 기세가 상당했다.
도저히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연스레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건넸다.
때마침 챙기고 있었으니 자신이 아닌 다른 여느 누구였어도 건넸을 것이다.
“후….”
“이제 진정이 좀 되세요?”
“네…. 좀 괜찮아졌어요.”
“다행이네요.”
에를리히가 겨우 울음을 멈추었다.
임무(?)를 완수한 핀은 이대로 홀연히 떠나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이유 모를 책임감이 들어 자리를 일어날 수 없었다.
다시금 흐르는 정적.
하지만, 시합 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누그러진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우셨던 거예요?”
계속해서 들었던 의문.
핀의 질문을 들은 에를리히는 울다가 지쳤는지 피곤함이 엿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너무 대견해서요.”
“대견이요?”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요. 알티프에게 당해 눈을 잃고… 모두에게 무시를 당하고…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버텨 낸 거잖아요.”
“……?”
“비록 제가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며 응원하는 게 전부지만… 필사적인 모습을 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아, 말하니까 다시 나오려고 하네요.”
손수건으로 다시 눈가를 닦는 에를리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만 깜빡이고 있다가 물었다.
“아르하가 과거에 눈을 다쳤었나요?”
“네? 아니요. 전혀 아니에요.”
“예? 그럼 바르간 님이요?”
“당연하죠.”
“엥?”
“왜 그러세요…?”
서로를 바라보는 의문 가득한 눈동자들.
핀은 뭔가 커다란 오해가 끼어 있음을 눈치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핀. 괜히 여기서 더 꼬이면 골치 아플 수도 있을 거 같아 입을 뗐다.
“그러니까… 지금 바르간 님이 눈을 다치신 걸로 알고 있으신 거죠?”
“네에…. 아, 아닌가요?”
“전혀 아닌데요.”
“예? 그럼 안대랑 지팡이는 왜….”
“그건 지금 다른 사정 때문에 그런 거지 눈을 다치신 건 아니에요. 근데 알티프에게 당해서 눈을 잃다뇨? 무시를 당했다는 건 또 뭐죠?”
핀의 말을 듣는 에를리히.
입이 벌려진 채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던 그녀는.
“…예?”
바보 같은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