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32)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32화(232/350)
입안에 돌을 문 채 괴로워하는 남자아이.
그는 글썽이는 눈망울과 함께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나는 녀석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피며 거짓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혹시나 몰라 입안의 돌을 빼 준 뒤 한 번 더 물었다.
“다시 한번 묻겠다. 네 이름이 ‘아미’가 맞느냐.”
“네, 네… 맞아요.”
“네 이름은 ‘자간’이 맞고?”
“…켁, 오, 오빠!”
“그만 울먹거리고 똑바로 말해라. 한 번만 더 대답을 회피한다면 정말로 저주 마법을 걸어 평생 한 단어밖에 말하지 못하는 바보천치로 만들 것이다.”
“마, 맞아요! 제 동생의 이름은 자간이에요! 그러니 그만 놔주세요! 동생이 괴로워해요!”
아미의 절실한 부탁에 나는 잡고 있던 자간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그러니까… 정말 그 둘의 이름이 맞다는 거지?
외관으로 보이는 나이대와 생김새가 워낙 닮기는 했다만… 정말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시련이 내 기억 속에 있는 형상들을 조합하여 거짓 환상을 보여 주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아직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해.’
“괜찮아 자간?”
“괘, 괜찮아. 오빠.”
조금 전에 멱살을 잡고 있었던 게 괴로웠는지 켁켁거리며 숨을 뱉어 대는 자간. 그녀를 곁에서 걱정스럽다는 듯 보살피는 아미.
나는 그 꼬마들을 바라보다가 쇠창살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우리가 갇혀 있는 감옥과 같은 형태의 감옥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개중에는 사람이 없는 방도 있었으며 한 사람만 가둬 둔 방, 여럿이 가둬져 있는 방 등 다양했다.
겉으로 볼 때 나눠 둔 기준 같은 것은 없는지 애매했는데 우선 여기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한다.
“아미, 여긴 어디냐.”
나는 자신을 아미라고 소개한 꼬마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내 상냥함을 모르는지 경계를 최대치까지 올린 아미가 우물쭈물거리다 혼이 날 것을 직감했는지 말했다.
“가, 감옥이죠.”
“멍청한 것. 지하 감옥이라는 것은 어지간한 얼간이도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내가 물은 건 ‘누구’의 지하 감옥이냐는 말이다.”
아미는 내 물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내가 알던 대주교 아미는 외관은 어려도 제법 머리를 굴릴 줄 아는 놈이었는데 말이지.
정말 그 아미가 맞긴 한 건가?
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한 채 녀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누구의 감옥이냐뇨…. 여기가 어딘지는 아시면서 왜 누구의 성인지는 모르는 거예요…? 같이 끌려오신 게 아닌… 어? 사슬이 없어…?”
내가 구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녀석.
나를 바라보는 아미의 눈이 묘하게 변했다.
공포에 질렸지만 무언가를 희망을 찾은 듯.
아미는 내가 뱉었던 말을 다시 짚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주 ‘마법’을 걸어 버린다고 하셨죠…? 그, 그럼 혹시 저희를 구하러 오신 마법사님의 제자님이신가요?”
“마법사의 제자?”
“네! 나쁜 마물들을 무찌르는 ‘마법사의 제자’님들이요!”
“그게 뭐냐.”
“네…?”
“처음 듣는 말이군. 마법사의 제자?”
마법사라면 틀림없이 최초의 마법사를 말하는 것일 텐데.
제자?
바르간의 기억을 되살펴도 아는 바가 없고 원작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우르나에서 안나가 비슷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건 마나를 감지할 수 있었던 그녀의 추측일 뿐이었다.
이 녀석이 정말로 대주교 아미가 되는 녀석인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의 행색이나 상황으로 추측했을 때 귀족의 자제 같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일반 평민이나 노예들에게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들이라는 건데….
정작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최초의 마법사와 고대에 관련된 역사는 워낙 정보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부정할 수도 없다.
우선 나머지 정보를 끌어내 보도록 하자.
“아미.”
“네, 네?”
“자연스럽게 넘어가려고 하는데, 너는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마법사님의 제자분도 아니시면 저희랑 같이 끌려오신 걸 텐데 왜 모르시는 거죠? 악!”
“버릇없는 꼬맹이 같으니라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딱밤을 얻어맞은 아미.
붉게 물든 이마를 매만지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려움에 벌벌 떨던 녀석이 벌써 말꼬리를 잡으려 드는 걸 보면 싹수가 아주 노랗다.
“프릭칸리스크… 겨울의 드래곤 프릭칸리스크의 성이에요.”
“오호, 십이신수 중 하나인 프릭칸리스크 말이냐?”
“네…. 녀석 때문에 저희 엄마랑 아빠가….”
“울지 마라. 울면 이번엔 네 동생이 이마를 맞을 것이다.”
“크흐읍…!”
입을 틀어막으며 울음을 참는 아미.
소란을 미연에 방지하자 생각을 정리할 틈이 생겼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마물들이 세상을 날뛰던 아주 오랜 옛날, 프릭칸리스크에게 잡힌 포로 중 한 명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자간과 아미라고 소개한 이 꼬맹이들도 나와 같은 처지인 것이고.
즉, 이번 스테이지에서 나의 ‘역할’이란 포로.
포로가 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해방’이지.
게다가 이번에는 나와 같은 처지의 ‘대화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마치 이들의 해방을 유도하는 것 같은 상황.
‘시기적 배경을 반영했다면 현재의 프릭칸리스크는 내가 알던 그 녀석이 아니다. 아마 그녀의 선조쯤 되는 누군가겠지.’
클리어 조건으로 프릭칸리스크의 토벌을 부추기는 것인지 단순히 탈출만을 돕도록 하는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나와 이 꼬맹이들을 같은 감옥에 놔둔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겠지.
‘좋든 싫든 우선 이 녀석들을 데리고 있어야 하겠군.’
생각을 마친 나는 그들의 옆에 앉아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댔다.
내가 바로 옆자리에 자리 잡을 줄은 몰랐는지 두 꼬맹이는 더욱 서로 엉겨 붙었다.
완전 나를 악인 취급하는 꼬락서니가 어이없다.
고오오—.
나는 녀석들을 무시하곤 가부좌를 튼 채 체내의 마나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현재 이 세계에는 대기에 마나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니 내가 몸 안에 있는 마나만을 사용해야 했다.
투명한 마나의 흐름이 계곡물처럼 내 주위를 흘러다니더니 주변으로 확산되었다.
프릭칸리스크의 성이라는 곳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들키지 않도록 마나의 세기를 아주 약하게 해서 퍼트렸다.
때문에 마나가 파악한 정보가 되돌아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 역시 마법사님의 제자이시네요! 저희를 구하러 오셨… 읍!”
내 머리칼이나 옷의 끝자락이 마나의 흐름을 따라 붕붕 뜨는 것을 본 아미가 신나서 말하려는 것을 막아 버렸다.
“명심해라. 질문은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다.”
“읍?”
“네가 나에게 하는 질문은 무시할 것이니 소란스럽게 해도 답해 주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푸하…! 네, 네 알겠습니다. 방해하지 않을게요.”
나를 마법사의 제자라고 확신한 아미는 고분고분 내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녀석의 착각 덕분에 나는 성의 구조를 파악하는 동안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아미는 자간을 강하게 껴안고 있던 자세를 점차 풀었다.
“그래, 아미. 너는 과거에 우르나를 마법사가 구하지 못했다고 했었지.”
“네…. 함부로 험담을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나는 너를 꾸짖으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우르나에 관한 다른 정보를 알고 있나? 세이만이 파멸시킨 당시의 전말 말이다.”
“…전말이요?”
아미는 우르나의 파멸을 널리 알려진 이야기처럼 말했다.
이때 당시, 마물에 의해 파괴된 도시들은 한두 곳이 아닐 터.
심지어 현재의 시점과는 다소 떨어진 옛날처럼 언급했는데도 나오는 걸 보면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익히 알려진 거밖에 모르는데 괜찮나요?”
“그래,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라.”
“어….”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듯한 아미. 그는 빠르게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세이만에 의해 우르나가 파괴되고 나서 그곳에 마왕이 나타났다고 들었어요.”
“마왕이라… 계속 말해라.’
“…마왕은 간신히 살아남은 우르나의 주민들을 마물로 만들었고 자신의 노예로서….”
그 뒤로 아미가 한 말을 쭉 들어 본 나는 가장 중요한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었다.
—마왕이 우르나의 주민들을 마물로 만들었다.
사람이 마물로 변했다?
이것 역시 처음 듣는다.
마치 사람의 몸을 모체로 하여 수를 늘리는 사제급 알티프들와 같이.
마왕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말인가?
‘던전과 마물에 대한 정보 역시 대부분이 수수께끼로 뒤덮여 있다. 만약 아미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상이 뒤집어질 정도의 정보다.’
던전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라고 해 봐야.
최초의 마법사가 마왕을 죽이고, 모든 마물을 지하 감옥에 가두었다는 것.
그리고 그 봉인의 기간이 끝나 갈 무렵에 지상으로 드러나게 되는 형태가 ‘던전’이라는 것 정도다.
그렇기에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던전은 오랫동안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각종 유물이나 금은보화들이 쏟아짐에도 교회에서 독점하지 않고 헌터나 가문들이 출입할 수 있게 놔둔 이유 또한 그것이다.
시간이 오래되어 봉인이 완전히 해방된 던전의 마물들이 지상에 쏟아져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마물의 근원이 사람이라니.
마왕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던 십이신수는 어떨지 몰라도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흔히 착마하는 어둑이나, 4차원 주머니로 사용하는 하얀이 또한 본래 사람일지 모른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면 평범한 우르나의 시민에 불과했던 안나가 던전의 주인이 되었던 것도 납득이 된다. 마왕이 마물로 만들었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퍼즐이 맞춰지고 있지만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어쩐지 사역마에 관한 애정이 처음으로 조금 식을 것만 같다.
…그 밖에 아미에게 현재의 연도나 주변 강대국 등에 대해 물었지만 모르는 내용뿐이었다.
고대사는 관련 서적을 찾기도 매우 힘들고.
이때의 연도는 통일되지 않아 당시 왕의 재위 연도를 사용했는데 그 왕이 누구인지 모르니 알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평범한 꼬마라 지리나 정세에 관해서는 무지하다고 해도 좋았다.
스스슥….
그렇게 흩어 놓은 마나가 성의 구조를 파악한 채 무사히 복귀했다.
아무래도 현재 프릭칸리스크는 성 밖에 있는 모양이다. 내부에 마물들이 제법 있긴 했어도 크게 경계해야 할 만한 개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움직여 볼까.’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이대로 주야장천 앉아 있을 수만은 없으니 포로들을 해방시키고자 한다.
시련이 그것을 원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떨어져라.”
“네?”
“썩은 해골이 되고 싶지 않으면 쇠창살에서 떨어지라는 말이다.”
나는 경고를 함과 동시에 부패의 불꽃을 쇠창살에 발현시켰다.
불꽃은 금세 퍼져 나가 쇠창살을 소화시켰으며 사람이 들락날락할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을 만들었다.
나는 잘려 나간 쇠창살 두 개를 일부러 부러뜨려 들고 다니기 쉬운 길이로 만들었다.
그러곤 그 끝에 부패의 불꽃을 달아 일종의 횃불처럼 만들었다.
“받아라.”
아미와 자간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을 잘라 낸 나는 그 부패의 불꽃을 담은 쇠창살을 건넸다.
둘은 놀람과 동시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것을 건네받았다.
“이걸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갇혀 있는 창살에 붙여라. 봐서 알겠지만 호기심에 만질 생각은 추호도 말아라. 손을 잘라 내야 할 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잠시 내가 그 마법사의 제자인지 뭔지의 역할을 좀 맡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