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3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33화(233/350)
“가,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요란스러운 감사 인사는 됐으니 입 다물고 모이기나 해라.”
다리가 비쩍 마른 노인까지 구출해 낸 나는 쇠창살들을 전부 발라먹을 듯 타오르던 부패의 불꽃을 꺼트렸다.
아직 사람이 남아 있는 방이 열댓 정도.
아미와 자간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부패의 불꽃이 타오르는 횃불을 이리저리 붙이고 다녔다.
그러자, 소란을 눈치챈 것인지 계단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마물들.
—크르륵, 크아악!
조금 전에 마물은 본래 사람일지 모른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어쩐지 내가 알던 마물들보다 생김새가 인간에 닮아 있다.
대부분이 동물들의 형태에 가까운 기존 시점과는 상이한 외관.
덕분에 그나마 저들을 죽이는 데 드는 심적 고생이 덜할 것 같다. 무고한 동물을 죽이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지.
—케게켁!
마물들을 도륙하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다른 곳이 막혀 있어 아주 정직하게 계단을 타고 내려와 주는 덕분에 입구에 가만히 서서 몰려드는 녀석들에게 마력포를 쏘면 되는 단순 노동.
시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소멸되는지라 막히는 일 없이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쿠과아앙!
지하 감옥의 중앙 천장이 부서지며 성인 남성 네 명을 합한 덩치쯤 되는 오우거 마물이 내려왔다.
몸집은 아담한 편이지만 알알이 박혀 있는 근육들이 전부 비대하다.
사람으로 치면 약물을 과하게 복용하여 운동한 몸을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저런 덩치에 저런 파괴력이 나오지.
“사, 사람 살려!”
“꺄아아아악!”
천장의 굵직한 파편들과 함께 마물이 튀어나오자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다소 떨어진 나는 그들의 위로 옅게 오러의 층을 형성한 뒤 프로텍터로 단단하게 했다.
쿠웅—!
그 위로 떨어진 오우거는 거대한 충격을 일으키더니 연신 발길질을 하며 프로텍터를 부수려 들었다.
새롭게 쳐들어올 공간이 형성되자 항아리에 뚫린 구멍처럼 천장에서 마물들이 쏟아졌다.
‘자리를 옮겨야겠군.’
더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게 의미가 없게 되어 버리자, 나는 부패의 불꽃을 입구 전체를 감싸게 만든 뒤 빠르게 이동했다.
입구로 들어오려는 마물들은 불꽃에 타 버려 순서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네가 여기에 있는 놈들 중에서는 대장 격이라 이것이로구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주목을 끄는 마물.
녀석에게 다가간 나는 대놓고 도드라지는 심장의 부근에 부패의 마력포를 쏘았다.
그러자 듣는 이들의 귀를 시원하게 할 파공음이 터져 나왔고 피의 폭죽을 일으키며 녀석의 몸을 관통했다.
그대로 허무하게 죽어 버린 덩치.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에 남아 있는 마물들 중 특별히 주의를 요할 개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프릭칸리스크의 실수라면 이곳의 방비를 소홀하게 한 점일 것이다.
—크으, 크으응!
행동대장 정도 되는 오우거가 죽어 버리자 한층 기세가 죽어 버린 마물들.
나는 사람들을 감싼 채 보호하고 있는 프로텍터의 위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원이 방에서 나왔다. 남은 건 이곳에서 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뿐.’
아미와 자간이 제법 발 빠르게 움직여 준 덕분에 프로텍터로 모두를 보호할 수 있었다.
그 두 꼬맹이들은 프로텍터의 보호 속에서 부패의 횃불을 든 채 마물들을 노려보고 있다.
다리를 벌벌 떨지만 않았다면 나름 용맹한 모습이었다.
“아미, 자간. 이제 그 횃불을 버리고 모두와 함께 달라붙어 있어라.”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어서 움직이자 자간!”
“으, 으응!”
즈으응—.
나는 모두를 감싸고 있는 돔 형태의 프로텍터의 크기를 점차 줄여 그들과 닿을 정도로 만들었다.
마물의 무리는 그것을 뚫기 위해 이빨이나 손톱 등 가능한 수단을 전부 사용해 보지만 저 정도에 뚫릴 리 없었다.
“꽉 잡아라.”
나는 모두를 향해 그렇게 말하자마자 응축하고 있던 바람의 마법을 터트렸다.
하나의 돔.
하나의 비행접시가 된 프로텍터는 바닥에서 일으켜진 충격파에 의해 그대로 물로켓처럼 치솟아 올랐다.
마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나뒹굴어지고.
“으아아아아악!”
성의 중앙을 엘리베이터마냥 관통해 버린 우리.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중력과 순간 멀어 버린 것 같은 귀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흠. 처음 해 보는데 이 정도면 나쁘진 않군.’
방향이나 균형성 면에서는 아쉽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다.
시련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의 지붕을 뚫고 나와 아래를 내려다보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두꺼운 바닥을 연이어 꿰뚫었음에도 내 몸이 멀쩡한 이유는 나는 개인 프로텍터를 몸에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설명하지 않은 게 있는데.
딱—!
나는 손가락을 튀겼다.
비행 물체가 추락하기 전에 할 게 있다.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상당히 갑갑했는데 이제야 좀 자유로워진 기분이군.’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련의 제한은 오감뿐만이 아니다.
마력의 제한.
내 마력 총량은 약 절반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곳은 가상의 세계. 실제 현실과는 다른 시련 속의 세계이다.
‘이번 스테이지는 나의 마력을 제한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현재 나는 초월에 이른 마나 총량을 최대치로 사용하는 게 가능하지.’
30개.
그것은 내 주변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구체의 개수였다.
어쩌면 수도 깔끔하게 딱 맞는지. 부패의 불꽃을 타오르며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른 마력구들.
나는 개방감에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목표물을 지정했다.
노리는 것은 프릭칸리스크의 성.
그 거대한 성체와 함께 안에 있는 마물들을 한꺼번에 소각시킬 생각이다.
“와아아…!”
슬쩍 아미 쪽을 바라보니 발아래에 보이는 풍경을 아름답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녀석.
사실 부패의 마법이 아미가 쓰는 기술을 따온 것이라 미묘한 기분이기도 하다.
‘그래, 보고 싶으면 실컷 봐 둬라.’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그대로 한계치까지 커진 30개의 마력구를 한곳으로 겨냥했고.
—콰아아아앙!
그대로 발포하여 성체 자체를 부숴 버렸다.
외출 갔다가 돌아온 프릭칸리스크가 화들짝 놀라겠지만.
…뭐, 상관할 바 아니다.
***
“콜록, 콜록콜록!”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 탓에 사방에서 사람들의 재채기 소리가 들렸다.
낙하지점을 다소 수정하여 검은 불에 타오르는 성체의 옆에다 추락시켰는데 그 충격파로 인해 거친 대지의 표면이 소스라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캐한 공기를 맡고 싶지 않았기에 적당히 바람 마법을 일으켜 먼지를 날려 보냈다.
슬쩍 보는데 허리를 주먹으로 퉁퉁 치는 노인 정도는 있어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기야, 시련 기간 동안 유독 단련해 온 게 프로텍터인데 고작 수십 미터 상공에서 낙하했다고 내용물이 다치면 안 되는 일이지.
“제자님!”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헐레벌떡 뛰어오는 아미.
나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푼 꼬마에게 딱밤을 날렸다.
“악!”
“버릇없는 것. 누가 네 제자냐.”
“죄송해요.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요….”
마법사의 제자라서 ‘제자님’인가 보다.
버르장머리 없는 건 과연 대주교급이다.
아미는 아픈 이마를 뒤로하고 다시 호들갑스럽게 입을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어느새 곁에 다가온 여동생 자간 역시 부끄러워하지만 제법 신이 나 보인다.
“진짜 대단하시던데요? 갑자기 하늘을 날고, 검은 빛들로 저 큰 성을 파바박! 역시 마법이란 굉장해요! 아, 물론 형…님? 께서 굉장하시니까 그런 거겠지만요!”
“시끄럽다. 다시 입에 돌을 넣고 싶지 않으면 다물어라.”
“네, 넵!”
합 하고 제 입을 막아 버린 아미.
영락없는 대주교 아미의 외관으로 이렇게까지 따라 주니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다.
뒤르테문드에서는 헤일리온에 미친 살육자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형님은 뭐야. 오글거리게.
‘아무튼, 그건 그렇고….’
나는 주변을 다시금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들을 탈출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그런데 이번 스테이지의 세계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설마 이들을 탈출시키는 게 아니고 미래 대주교의 새싹일 수 있는 아미와 자간을 죽이는 게 달성 조건이었나?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는 현재 이 꼬맹이들이 전혀 대응하지 못하니까. 난이도가 극도로 낮은 게 되어 버려 지금까지의 통계에 맞지 않아.’
다소 판단의 기준이 애매할 수 있어도 실제로 현 26스테이지까지 오는데 ‘쉬운’ 스테이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동굴에 박쥐마냥 매달려 있던 25스테이지처럼 그나마 한결 나은 곳은 있어도 결국 그조차 폐를 도려내고 싶을 정도의 고통에 시달렸지 않은가.
‘그렇다면 설마… 이들 모두를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시켜야 한단 말인가?’
상당히 곤란한 이야기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 기간 동안 외부에서 흐르는 시간과는 별개로 더욱 농밀한 수련을 할 수는 있지만…. 난처함에는 변함이 없다.
‘먼저 이곳의 지리에 익숙한 인물을 찾아 방법을 물색해야겠군.’
설마하니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모조리 추위에 죽여야 하는 전개는 아닐 터이고, 우선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줄 생각이었다.
선의가 아니라 반강제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게 우선 눈에 띄는 이곳에서 뜨기로 마음먹은 나는, 어리둥절하고 있는 이들을 집중시켜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돌연.
‘뭔가가 온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는 우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마나’를 느꼈다.
이 세계에서 마나를 가진 사람들은 극소수.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마물일 터.
‘게다가 느껴지는 밀도와 크기로 봐서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아니다.’
비교하자면 주교 중에서도 최정상급 주교인 한 정도.
2 대 1로 싸우며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면 꽤 무리를 해야 할 듯하다.
“모두! 내가 쳐 놓은 막 안으로 들어와라!”
나는 황급히 외쳐 댔다. 내 지시에 놀란 이들은 빠르게 모여들었고, 나는 그들을 보호할 새로운 프로텍터를 쳤다.
“저, 저도 도울…!”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꺼져라.”
“윽! 네, 넵! 죄송합니다!”
평범한 소년에 불과한 아미가 헛소리를 지껄이려 하기에 당장 막아 버리고 내쫓았다.
동시에 이쪽을 향해 달려 나오던 둘 중 하나의 속력이 더욱 높아졌다.
완전히 나를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사양 않고 전력을 다해 상대해 주면 그만.
‘사역마도 없고 생명의 향수도 없지만, 지금의 나는 마력의 제한이 풀려 있다.’
그렇다고 해도 최정상급 한 정도의 괴물들을 둘이나 상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현재 내 몸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상태.
비록 되살아날 때 체력이 대폭 깎인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점을 활용하자.
그런 확신을 갖고 저주의 술식을 발현시켰다.
‘우선 먼저 다가오는 녀석에게 환각 저주를 건다.’
그렇게 생긴 틈에 30개나 합산된 다중 부패 마력포를 쏘아 버리면 커다란 일격을 먹이고 시작할 수 있다.
“총 복습 시간이군.”
나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지금의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앞으로 내가 죽음을 견딜 수 있는 게 몇 번이나 될까.
4번? 5번?
이미 정확하게 217번의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체력은 깎일 대로 깎아졌다.
아무렇지 않은 듯 서 있지만 사실 서 있는 것도 부담이 될 정도다.
이상하게 상처는 금방 복원되어도 체력 회복이 현저히 느리다. 전 스테이지를 통틀어서 말이다. 빌어먹을 제한이지.
그럼으로 앞으로 기회는 많지 않다.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 번에 죽지는 않는다.
그 사실 자체가 굉장히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유독 빠르게 달려온 녀석이 근처에 다다른 순간.
‘…이건?’
나는 녀석이 발현하려는 술식의 토대를 읽을 수 있었다.
뼈대를 이루는 기본 방정식과 사용된 식들의 구조가 상당히 익숙하다.
‘저주 마법…?’
칠흑 같은 검은 머리칼에 날카로운 눈매의 성인 남자.
어딘가 나와 ‘닮은’ 녀석은 마법이 얼마 퍼져 있지도 않은 이 세계 속에서 ‘저주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