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39)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39화(239/350)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남동 10km. 대주교 글라샬라볼라스와 살레오스, 그리고 정체 불명의 세력 2천의 출현! 이, 이렇게 되면… 총 세 곳에서의 세력이 수색대를 포위한 채 전진해 오는 형세입니다!
꼼짝없이 가둬진 용사들.
숨통을 조여 오는 여신교.
수색을 위해 나왔던 헤일리온 부대와 켈로의 부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들은 남자의 목소리가 사역마를 통해 흘러나왔다.
—사브나크는 제가 맡도록 하죠. 나머지 부대의 지시는 제2 지휘관에게 맡길게요.
통보가 떨어짐과 동시에.
포탄이 순식간에 지나친 듯 회오리바람이 일었고, 해당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헤일리온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와이번의 날개를 달고 있던 헤일리온은 대주교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기운을 뿜어 댔는데 확실하게 적을 죽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했다.
‘제파르 세력이 난입했다.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지?’
용사랭킹 8위 켈로의 직할부대에 배속된 리암.
각 대원 5명, 총 20개의 분대로 이루어진 켈로의 직할부대는 남쪽에서 나타난 살레오스를 맡게 되었다.
공습하는 와중 살레오스와 글라샬라볼라스는 두 갈래로 나누어졌고.
그들이 이끌고 오는 정체불명의 2천 병력 역시 반으로 갈라져 왔다.
‘살레오스라고 하면… 알리시아의 친언니…. 그리고 멘토였던 샤를로테를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었으며 그녀의 팀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대주교.’
달려 나가고 있는 리암의 손의 악력이 높아졌다.
눈썹에도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찌푸리는 듯한 모습이 되었다.
‘모두…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아무리 알리시아의 친언니라고는 해도, 그녀가 벌인 짓을 결코 용납할 수 없어.’
한때 샤를로테의 멘티로서 알리시아, 에밀리와 함께 가르침을 받았던 리암은 이미 그들에게 정이 들어 있었다.
살레오스가 몰살을 시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알리시아가 속한 부대는 비프론스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고 했지…. 그러면 우선 알리시아와 마주칠 확률은 낮을 거고….’
리암은 알리시아와 살레오스가 만나는 상황을 우려했다.
아직 알리시아는 자신의 언니가 대주교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알게 되면 원작에서 그랬듯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되겠지.
‘심지어 멘토인 샤를로테와 그 팀원들을 해친 게 언니라는 사실을 알면 더욱….’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그나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함정에 빠진 것 자체는 위험천만하기 그지없지만, 적어도 알리시아가 살레오스와 마주칠 위험은 적으니까.
알리시아가 진실을 알게 되고 나서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을지 짐작이 가기에.
리암은 샬레오스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자신들이라 다행이라고 여겼다.
물론 회피가 본질적인 해결은 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라! 상대는 대주교와 정체 미상의 존재다! 대주교 살레오스는 나와 내 팀원들이 맡을 터이니 1천의 군세는 너희들에게 맡긴다!”
외눈박이 검사 켈로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왜곡되는 것 없이 전해졌다.
이 와중에도 실시간으로 적과 가까워지고 있으며.
부딪히기 직전이었다.
“싸워라! 싸워서 살아남아라! 전 인류가 알티프로 인해 흘린 피는 지금까지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용사는 검을 뽑았고.
곧이어 충돌한다.
—번쩍!
순간, 세상의 모든 빛이 꺼졌다 돌아왔다.
켈로와 대주교 살레오스의 검이 서로 치열하게 맞부딪쳤으며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파공음을 냈다.
“처음 보는군! 네가 그 용사를 흉내 낸다는 알티프로구나!”
『…….』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면서도 낯빛의 미세한 변화 하나 없는 살레오스.
죽은 시체와도 같이 시허연 그녀의 피부 위엔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푸른 혈관이 꿈틀거린다.
살레오스는 붉은 오러가 덮인 검을 제 몸처럼 다루며 동시에 저주 마법을 걸어 환상을 보였다.
하지만, 켈로는 용사랭킹 한 자릿수에 속하는 인물. 노련한 검 솜씨로 맞받아치며 저주의 환상을 베어 버렸다.
—카각, 카가가각!
검이 부딪칠 때마다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붉은 오러끼리 요란스럽게 울어 댔다.
살레오스와 켈로.
둘이 만들어 낸 오러는 누가 더 견고한지를 겨루기라도 하듯 치열하게 싸웠다.
켈로의 팀원들은 팀장을 도우며 살레오스를 공격했고, 오랫동안 맞춰 온 호흡은 척척 맞아 자연스러웠다.
한편, 살레오스의 한참 뒤에서 몰려오는 수수께끼의 병력.
‘마나로 봐서는 알티프가 아닌 사람이다. 그렇다면 형상파와 같이 사람임에도 여신을 추종하는 신도들인 걸까?’
리암은 살레오스와 켈로가 벌이는 격전에서 눈을 떼고 얼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세력을 향해 달려 나갔다.
리암과 함께하는 용사는 총 100명.
거침없이 달려드는 그들은 학생, 현역 나눌 것 없이 용맹했다.
“알티프가 아니라고 해서 주저하지 마라! 그 머뭇거림이 저들이 노리는 것이다!”
리암의 머뭇거림을 짐작이라도 하듯.
격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켈로를 대신하여 지휘하는 용사가 외쳤다.
모두를 고무시키고, 죄책감을 덜어 주기 위해 힘을 실은 한마디였다.
“우와아아아!!”
그런 지휘관의 말을 이해라도 했다는 듯 용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한 사람당 열 명 이상인 것처럼 크게 외쳤고, 100명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대함이 숲을 울렸다.
‘그래 인정하자…. 지금은 주저할 때가 아니야. 지금 여기서 죽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리암은 자신의 안에 존재하는 감정을 잠시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들이 설령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한 적. 베지 않으면 베인다.
다짐한 리암은 속도를 높였다.
근접, 중거리, 장거리, 지원.
제 역할에 따라 나눠진 용사들의 전열.
지휘자와 함께 선두에 서 있는 리암. 그의 눈에 비치는 적들의 형상.
그렇게 두 세력이 서로의 위치를 눈에 담는 그 순간.
—츠콰가아앙!
‘어…?’
처음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 물체를 뭐라고 생각할까?
무기…라는 것까지는 알 것이다.
그야, 지금 저기서 뻗어 나온 고밀도의 마력포가 앞에서 지휘하던 용사의 상반신을 그대로 뚫고 가 버렸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
기술이 아닌 마법이 발전한 세상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인 물건’으로 여겨지는 것을.
‘그들’은 들고 있었다.
그래, 하나가 아니다.
1천의 병사가 전부.
‘대포…? 아니, 아니야. 저건 광선포…?’
어릴 적부터 만화나 영화를 봐 왔던 리암은 그 생김새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판타지 세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는 포신.
게틀링건을 연상시키는 크기의 독특한 포를 지지대도 없이 하나씩 들고 있는 사람들.
마치 무언가에게… 가령, 인공정령에게 지배당했던 에를리히와도 같이.
그들의 눈은 혼을 빼앗긴 것처럼 생기가 없었고.
그들의 몸은 주어진 목적만을 행할 뿐이다.
“전원 방어 마법을 펼쳐! 집중사격이 쏟아질 거다!”
누군가가 외쳤다. 아마 갑자기 죽어 버린 용사의 다음가는 인물일 것이다.
방금 쏘여진 건 고작 한 발.
그 한 발이 지휘하던 용사의 목숨을 쉽사리 앗아 갔다.
방어 마법을 펼치지 못했던 마법사였음을 가정하더라도 결코 신입 용사는 아니었을 터. 적어도 한 팀의 장 정도는 맞고 있는 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위력을 지닌 1,000개의 포구가 사격을 개시한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츠콰앙! 츠콰가가가앙!!
마치 대주교들이 단체로 마력포를 쏘는 것처럼.
끔찍하리만큼 압중한 질량의 마력이 99명의 용사들이 만들어 낸 방어막과 맞부딪혔다.
“버텨! 어떻게든 버텨라!”
“흐으아아아!”
“쉬지 마! 마력을 쏟아부어!”
용사들은 사력을 다해 방어를 펼쳤다.
마법사들은 합동 방어 마법을, 궁사들과 검사들은 그 보조를.
무투가들은 프로텍터를 만들어 필사의 저항을 한다.
—파각! 파가각!
몇 겹이나 겹쳐진 마력의 막이 끊임없이 부서지고 재생성되기를 반복했다.
사실상 창과 방패의 싸움.
그러나, 1,000개의 포구는 부대를 10개의 열로 나눠 격발을 이었고.
서서히 기세에 밀리는 방패는 마지막 100개의 포를 이겨 내지 못해 전부 깨져 버린다.
“모두 흩어져!”
짙은 마력포는 모든 방어를 깨 버린 것으로도 모자라 숲을 가로질러 간다.
살짝이라도 끝에 닿는 사물들은 그 모양대로 소멸되었으며 숲의 중앙이 뻥 뚫리게 되었다.
“허억! 허억!”
가까스로 몸을 숙여 마력포를 피해 낸 리암.
그는 더 없이 커진 동공으로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널브러진 상체를 잃은 시체들.
멀찍이 떨어져 있는 가지의 위든, 흙먼지 잔뜩 묻힌 채 땅에 박혀 있든.
그것들은 분명 용사였던 것들이다.
분명히 살아 있었던 그들은 쉽사리 뜯겨 나가 죽어 버렸다.
100명이었던 용사들은 어느새 87명이 되었다.
“일어나! 재사격이 이어지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또 누군가가 외쳤다.
리암 역시 떨리는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켜 달려 나갔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눈동자는 어찌저찌 적들을 향했다.
다시금 적들이 완전한 모습이 담기자 리암은 저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소설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추기경 제파르가 이끄는 인공정령 부대와 마도공학포! 소설의 중후반부에나 나타나야 할 게 벌써…!’
강제로 인공정령을 배양당한 사람들. 그들의 마력을 뼛속까지 뽑아먹는 마루타 부대다.
제파르에게 있어 저들은 사용 횟수가 정해진 일회용품.
—안타깝게도 재활용은 아직 불가능하다.
그건 그 미친 추기경이 지껄였던 대사 중 하나였다.
치지직—.
리암의 전신에 푸른 전류가 흘렀다.
신경 전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신체는 한계를 돌파하여 본래 이끌어 낼 수 없는 힘을 가져다주었다.
상태창의 능력. 대주교 자간에게서 동료의 죽음과 공포를 극복함으로써 얻어 낸 특수 스킬.
「청전개혈(靑電開血)」
그 힘을 비로소 그럴싸하게 다룰 수 있게 된 리암은 폭발적으로 튀어 나갔고.
특히나 발이 빠른 용사들과 함께 적들을 베어 나갔다.
***
쿠과아앙—!
꽤 떨어진 곳임에도 전장의 소음과 냄새가 귀와 코를 자극했다.
“거의 다 왔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다섯 개의 분대를 이끌고 내려오는 용사는 분대원들을 경각시켰다.
헤일리온 부대의 소속인 그들은 본래 비프론스와 그 세력들이 나타난 방향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향에서 나타난 추기경 제파르의 세력에 의해 고초를 겪고있다는 소식에 빠르게 남하하는 중이었다.
—츠콰가가가앙!
대체 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숲이 울리다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남쪽에서 출현한 대주교는 둘이라고 했는데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위력만으로 짐작하면 백은 족히 있는 것만 같다.
‘대체 뭘 만들어 낸 거냐! 제파르!’
알리시아가 속한 분대의 분대장. 용사랭킹 42위의 용사 아델은 각별히 감각이 발달하여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더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개개인의 마나 총량 자체는 대단할 것 없어. 하지만, 저들의 공격은 한 발 한 발이 지나칠 정도로 무겁다.’
마치 생명력을 대가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원 미상의 적들은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
해당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알리시아 역시 저들이 뿜어 대는 기운을 감지했다.
하지만, 그건 알리시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이유에는 맞지 않았다.
‘샤를로테 님….’
알리시아는 자신의 멘토와 그 팀원들을 떠올렸다.
그녀가 옷 안쪽으로 차고 있는 목걸이 역시 샤를로테가 건네준 소중한 물건.
따라서 알리시아는 대주교 살레오스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때.
“모두 좌우로 흩어져!”
돌연 날아오는 거대한 일격을 감지한 이들.
붉은 오러를 머금고 있는 참격이 숲과 땅을 베어 가며 맹렬하게 돌진했다.
마치 한낱 개미가 되어 낫으로 땅을 가는 걸 우러러보는 것처럼.
일행들은 몸을 피하는 데 집중했고.
다행히도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순간 산개된 용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몸을 숨긴 채 우선 현장을 바라봤다.
나이프로 케이크를 반으로 잘라 내듯 갈라진 숲.
이를 가른 참격. 그 소실점에는 한 남성이 있었다.
붉은 머리칼에 애꾸눈인 남성은 용사랭킹 6위의 켈로.
몸이 흙먼지에 뒤덮여 싸인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그게 네 권능해방인가…. 더욱 인간 형태에 가까워졌군. 게다가 붉은 오러는 초월에 올랐고, 고유술식까지 가지고 있으니… 완전히 고랭킹의 용사 그 자체가 아닌가.”
그 말은 알리시아가 ‘그녀’를 눈에 담은 때와 동시에 나왔다.
자욱한 흙먼지를 촛불 끄듯 손쉽게 몰아낸 대주교.
징그럽게 꿈틀거리던 푸른 혈관도.
인외임을 강조하듯 생기 없이 새하얗던 피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마치 인간이었다면 이랬으리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
지금의 그녀는 외관상 완벽한 인간 여자였다.
생기를 되찾은 하얀 머리칼은 은하수를 끊어 온 듯 찰랑거렸고.
더욱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
『…….』
권능해방을 한 대주교 살레오스.
대검을 들고 살벌한 기운의 붉은 오러를 다루는 그녀의 눈은 흙더미에 묻힌 듯 여전히 퀴퀴하고 차가웠다.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알리시아는, 아주 오랜만에.
자신의 곁에 망령처럼 붙어 있던 환각 따위가 아닌 본인을 부를 수 있었다.
“언…니?”
물론, 결코 바라던 형태의 재회는 아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