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42)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42화(242/350)
용사랭킹 7위의 여인, 마법사 트리센나.
그녀가 참전한 북서에는 비프론스 이외에도 무려 13마리의 주교와 3만의 사제가 득실거리는 전장.
페랑기스의 여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지원군으로서 대주교 비프론스와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쿠구과앙—!
칼끝보다 날카로운 폭풍이 일고, 폭풍은 더없이 진한 불길과 합쳐져 지옥을 만들어 냈다.
화마는 나무건 사람이건 잡아먹을 듯이 거칠게 난동을 피웠고.
그때마다 트리센나는 이를 제압하기 위한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마치 바다를 퍼 온 것 같은 압중한 질량의 물.
고농도의 마나로 진화(鎭火)에 특화된 마법이 거대한 용이 되어 폭풍의 정반대 방향으로 맞부딪혔다.
—츠슈화아악!
조금의 물러섬도 없는 충돌에 전신 화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증기가 터져 나왔다.
“크, 으으…!”
트리센나는 쉴드를 펼쳐 그 충격을 버텨 냈다.
쉴드가 없다면 큰 화상을 입은 채 날아가도 진즉에 날아갔을 것이다.
‘녀석의 공격이 무거워…! 대주교 비프론스. 정보대로 일반적인 원소 마법과는 확연히 달라!’
만약 저 화염의 폭풍이 술식에 기초한 것이었다면 마법, 특히나 원소 마법과 지원 마법에 특출난 그녀가 해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것은 비프론스의 권능.
심지어 권능해방을 마친 대주교의 힘이었다.
『꽤 잘 버티는군.』
비프론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귀로 들린 것은 아니다. 뇌에 직접 전달되었다.
『넌 공격에 특화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역시… 10위 안에 드는 용사들은 데리고 놀 만해.』
실제로 트리센나는 1,000명이 넘는 용사들에게 버프 마법을 걸어 준 채로 싸우고 있음에도 대단한 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비프론스는 그 점을 짚어 칭찬한 게 아니다.
녀석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얕잡아 본다.
하찮고, 덜떨어지며, 개화가 필요한 생물로 보았다.
“흐압…!”
트리센나가 자신의 마나를 더욱 쏟아부어 물에 담긴 진화의 농도와 질량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러자, 간신히 화염을 집어삼키는 데 성공한 물의 용.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는 수십만 개의 물방울로 나뉘어 터져 나갔다.
시야를 방해하던 장해물이 사라졌으니 트리센나는 눈앞의 현상을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네 개의 긴 팔을 가지고 있는 대주교 비프론스.
보랏빛 피부와 2m가 넘는 장신.
세상 만물을 우습고 지루하게 여기는 눈을 가진 괴물.
“꺼, 허억……!”
근접에서 비프론스와 싸우고 있던 남성.
쌍검을 들고 있는 용사가 비프론스의 ‘두 번째 손’에 목을 붙잡힌 채 매달려 있다.
“파비안!”
트리센나는 자신의 팀원의 이름을 외쳤다.
[완력 증가] [마나 공급] [물리, 마법 저항력 상승] [초고속 회복]황급히 파비안에게 버프 마법을 중첩시키며 동시에 바람의 창을 날렸다.
하지만, 비프론스는 ‘첫 번째 손’을 사용해서 너무나도 쉽게 막아 버렸고.
되레 인형을 들어 보이듯 파비안을 더 높이 올렸다.
버프 마법이 다중으로 중첩되어 있음에도 파비안은 크게 저항하지 못한 채 괴로워하기만 했다.
팔에 연골이 두 개인 비프론스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파비안의 표정을 적당히 즐기다가.
“하지 마….”
트리센나의 절망 어린 음성을 듣고는 다시금 권능을 강화했다.
비프론스가 두 번째 손의 힘을 사용하자 파비안의 몸은 양분을 빼앗기는 것처럼 순식간에 마르더니 금세 미라가 되어 버렸다.
체내의 모든 수분이 빨린 것이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팀원의 죽음이 억울한가?』
비프론스는 죽어 버린 용사를 주변에 대충 휙 던졌다.
세상만사 귀찮다는 눈매의 끝을 구부리며 살해의 쾌락을 표했다.
『그럼 약하지 말았어야지.』
“끄아아아아!!”
격분한 트리센나.
자신에게는 버프를 비프론스에게는 디버프를.
그러면서 모아 두고 있던 마나를 대부분 사용해 자신의 술식 중 가장 파괴력이 높은 고유술식을 발동한다.
트리센나 제2 고유술식
복합 원소 마나 응집.
그것은 위치를 지정할 필요가 있는 마법.
이미 술식을 발현할 위치의 계산은 트리센나의 머릿속에서 끝나 있었다.
—수웅!
마치 작은 블랙홀이 나타난 것처럼.
비프론스의 심장 부근에 강력한 결집 반응이 일어났다.
극도로 튼튼한 몸이든 뭐든, 그 물질은 모든 것을 압축시키는 힘.
위험을 감지한 비프론스는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이를 회피하려 들지만, 완전히 무사할 수는 없었다.
『…….』
거리를 벌린 비프론스는 자신의 몸통을 내려다봤다.
심장이 있어야 할 위치에 대포를 맞은 듯 둥그런 공동(空洞)이 뚫려 있다.
권능해방을 했음에도 트리센나의 고유술식은 효과를 제대로 나타냈다.
“하아… 하아….”
트리센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지친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이번에 사용한 고유술식은 파괴력은 어마무시하지만 그 만큼 대가가 컸다.
마력과 체력 소모가 엄청난 것이다.
‘그래도 심장을 없앴어…. 이제 곧이면….’
아무리 괴물이라고 불리는 알티프라고 하더라도 심장, 심장에 박힌 핵을 파괴당하면 죽는다.
인류가 지금껏 쌓아 온 역사에서도 심장이 파괴되었는데 생존한 알티프는 없었다.
그녀는 대주교 중 하나를 보란 듯이 쓰러트린……!
『아무래도 이걸 노렸던 모양이군.』
비프론스가 구멍 난 자신의 신체에 손을 찔러 넣어 시뻘건 심장을 꺼냈다.
심장은 분명히 활발하게 뛰고 있음에도 아주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럴 수가…!”
트리센나가 그럴 리 없다면서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자, 비프론스는 도로 그것을 몸 안에 박아 넣었다.
이와 함께 휑하니 뚫려 있던 몸의 구멍도 빠르게 아물어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설마 심장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건가….”
트리센나가 중얼거리자 비프론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긍정했다.
『인간 계집아. ‘신’을 너희의 개념으로 이해하려 들지 마라.』
비프론스는 자신을 신이라고 불렀다.
유일신인 여신을 섬기는 존재가 입에 담기에는 지나치게 불경한 말이다.
“크흣…!”
트리센나는 이를 강하게 물었다.
앞으로 몇 발 더 제2 고유술식을 사용할 순 있다.
하지만, 그녀가 최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의 지름은 1m.
비프론스의 거체를 생각하면 안정적으로 계산했을 때 세 번은 연이어 발현시켜야 온전히 ‘제거’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마법을 사용하거나 정확히 심장을 노려 고유술식을 사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다른 원소 마법들은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하며.
이동 가능한 심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 번 연속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
트리센나는 자신의 역량과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중간의 틈이 있다면 모를까 공격을 다시 성공시킨다고 하여도 다음 공격이 이어지기 전에 비프론스는 몸을 재생시켜 버릴 터였다.
‘그렇다고 주변에 다른 용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야.’
그녀가 지원 온 북서에는 알티프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를 알고서 가장 많은 용사들을 데리고 왔음에도 13마리의 주교와 3만의 사제는 좀처럼 숨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
물론, 온다고 해서 권능해방을 마친 대주교를 상대로 도움이 될 지는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머리를 굴려… 머리를 굴려…!’
트리센나는 조급해진 마음으로 빠르게 수를 떠올리려 들었다.
이전까지 대주교 비프론스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
이번에 직접 맞붙으면서 이어 간 분석.
그 끝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
마나를 끌어올리며 자세를 잡던 트리센나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놀라움을 드러낸 건 비프론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굴레마시아가 온 건가?』
이곳에서부터 꽤 떨어진 곳.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마나 총량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다.
‘이건… 분명 마나 총량이 초월에 오른 게 분명하다!’
불길한 기운을 띠긴 하지만 알티프는 아니다.
그럼 정말로 아카데미아의 총장이 여기에…?
‘아니, 그건 말이 안 돼. 굴레마시아 님은 현재 아카데미아를 벗어날 수 없으시잖아.’
그건 중앙교회에서도 소수만이 알고 있는 극비 정보.
굴레마시아를 경우의수에서 제외한 트리센나는 마나의 기운이 굴레마시아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설마. 소문의 그 학생…?’
언뜻 듣기는 했었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마나 총량이 초월의 계위에 오른 이가 있다고.
트리센나가 탐내고 있던 등외품 생명의 향수를 가져간 남학생.
슈겐하르츠 가문의 직계라고 들었는데… 그럼 그게 정말로 사실이었단 말인가?
“…….”
트리센나는 잠시 나가 있던 얼을 빠르게 되돌렸다.
비프론스 역시 관심이 돌아간 것처럼 해당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틈을 노린다면 지금이다.
조금 무리는 갈 수 있지만, 고유술식을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한 뒤 남는 부위는 직접 맞닿은 뒤 마나 폭발을 일으킨다.
아무리 비프론스의 몸이 단단하다고 할지라도 재생에 힘이 분산되는 때라면 다른 술식들도 먹힐 것이다.
그런데.
“커…흡!”
트리센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정확히는 숨이 막혀 공격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공기가… 멈춘 것만 같아…! 숨이 안 쉬어져!’
폐를 크게 부풀려 공기를 빨아들이려고 해도 불가능.
급하게 마나를 움직여 강제로 산소를 공급하여도 당연히 정상적인 호흡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비프론스… 녀석의 숨겨져 있던 힘인가?’
어느새 고개를 돌려 트리센나를 마주하고 있는 비프론스.
녀석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 있다. 지루함을 달고 살던 눈동자에 흥분의 결정이 맺혔다.
『굴레마시아는 아닌 것 같군. 하지만 그와 비슷한 존재라….』
비프론스는 굴레마시아의 이름을 언급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공기의 흐름이 멈춰 있었기에 소리는 그의 몸과 지면의 진동을 통해서 얼추 짐작만 될 뿐이었다.
『지루하지 않겠군. 지루하지 않겠어.』
비프론스는 수많은 알티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굴레마시아의 이름에 떨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가 된다는 식으로 저 멀리서 전장을 관망하고 있는 존재와 맞붙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전쟁광인 추기경 가미긴의 세력에 속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다른 녀석들이 선수를 채기 전에 어서 가야 해… 어서… 어서….』
저 막대한 마나를 가진 인간을 사냥하려면 먼저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비프론스는 눈알을 굴리며 전장을 살피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떠올렸다.
『하지만… 북서… 북서를 맡아야 하는데….』
자신의 상위 존재
가미긴의 명령.
비프론스는 혼란에 휩싸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 달려 나가고 싶다는 욕망.
추기경 가미긴에게서 들었던 절대적인 지시.
두 개의 개념이 서로 충돌하며 비프론스를 어지럽게 했다.
『가? 말아? 가? 말아? 가? 말아?』
네 개의 손으로 자신의 피부를 긁어 대는 비프론스.
손톱의 자상이 깊게 파여 철보다 단단한 그의 피부를 깎아 댔다.
한편, 마나를 산소로 변환시키며 강제 호흡을 하고 있는 트리센나는 기회를 노리려 했다.
그러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잔뜩 흥분한 비프론스가 한순간에 트리센나의 앞에 다가와 물었다.
녀석의 눈은 이미 대답을 정한 상태로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
『’신’인 내가 추기경의 말에 따르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지?』
비프론스는 빠르게 트리센나를 죽인 뒤 이동할 생각이었다.
트리센나 역시 물러서지 않으며 마나를 이끌어 냈고, 전력을 다해 비프론스를 상대하려 했다.
그때.
즈으응—.
그들의 뒤편의 공간이 열렸다.
마법에 일가견이 있는 트리센나는 곧바로 그것이 워프 마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안에서 발을 뻗은 채 나온 남학생.
검은 정장을 입은 그 학생에게는 조금 전, 멀리서부터 느껴졌던 그 거대한 마나 총량의 압력이 존재했다.
‘저 애가…… 바르간…?’
바르간의 등장에 기뻐하는 것은 당황스러워하는 트리센나가 아닌.
『직접 와 준 건가.』
소름 끼치게 긴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대주교 비프론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