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49)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49화(249/350)
아르볼 프루탈의 회의가 끝나고 나서.
바르간과 알리시아, 그리고 에리카는 문밖으로 나왔다.
갑작스레 2대 회장이 된 알리시아.
그녀는 무거워진 책임과 언니의 일로 인해 표정이 어두웠다.
바르간은 그런 알리시아의 표정을 슬쩍 보다가 말했다.
“알리시아.”
“예, 도련님.”
“고개를 들어라.”
“예.”
알리시아의 이마에 장전을 마친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바르간.
그녀는 자신이 곧 딱밤을 맞을 것을 알면서도 눈을 질끈 감지 않았다.
생기가 없이 푸석하기까지 한 반응이다.
“…….”
“읏…?”
그녀의 이마가 슬쩍 밀어졌다.
당연히 충격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알리시아는 의외의 감각에 이상한 소리를 내었고 바르간을 올려다봤다.
바르간은 재미없다는 듯 말을 뱉었다.
“너에게 회장직을 맡긴 게 의외이더냐?”
“…솔직히 답하자면 그렇습니다.”
“보나마나 그 이유는 네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한 것이겠군.”
“…….”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알리시아.
사실, 단순히 낮은 자존감까지는 아니다.
그녀의 자존감은 처음에 비하지 못할 정도로 상당히 높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다.
언니의 근황을 알게 된 게 불과 며칠 전.
그거 하나만 하더라도 머리를 쥐어 짜내고 싶을 정도로 과부하가 왔을 텐데 다른 책무까지 겹치게 되니 자연스레 어렵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알리시아. 네 마음이 복잡한 것은 알겠다.”
“…아닙니다.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도련님.”
“연기도 못하는 게 입만 살아서는.”
“…….”
이미 알리시아는 자신이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증거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음에도 결코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을 댈 수 있다.
따라서, 그쪽 분야로 바르간이 나무랄 것은 없었다.
알리시아의 정신 교정은 과거에서부터 충분히 해 왔으니까.
바르간은 알리시아에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회장을 맡기는 건 처음부터 세워 놨던 계획의 일부다.”
“계획… 말씀이십니까?”
“그래, 어쩌다 보니 일이 겹치게 되었지만. 단순히 네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도록 만들려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
알리시아는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녀는 바르간에게 ‘어째서 자신을?’과 같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기에는 지금까지 바르간이 보였던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굳건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알리시아라는 사람보다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관한 것일지라도.
바르간이 알리시아를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알리시아는 고심을 마치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겨우 피워 낸 웃음은 약간이지만 평소의 미소와 닮아 있었다.
“도련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책임지고 아르볼 프루탈을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바르간 역시 슬쩍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첨언을 하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데…. 이제부터 한 단체의 수장이 되는 것인데 그리 위축되어 있어서야 되겠느냐.”
알리시아의 팔목을 부드럽게 잡아 올리는 바르간.
갑작스러운 접촉에 알리시아가 흠칫 놀라는데, 잘 보니 자신이 아닌 자신이 팔목에 두르고 있던 사역마를 매만지기 위함이었다.
—뀨잇?
바르간이 만져 주자 평범한 털뭉치였던 사역마의 얼굴이 빼꼼 나왔다.
그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도로 평범한 털뭉치로 돌아간 녀석.
알리시아의 미숙한 사역술로 아직 전투에 임할 수는 없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분명 도움이 될 조력자이다.
알리시아의 사역마를 예뻐하던 바르간은 도로 손을 떼며 알리시아를 바라봤다.
서로의 시선이 교차되자 그는 말의 꼬리를 이었다.
“틈틈이 엄중한 언행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해라.”
“엄중한….”
엄중한의 의미를 곱씹는 알리시아.
곧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인물을 떠올려 조심스레 물었다.
“도련님처럼… 말씀이십니까?”
“흠.”
알리시아가 자신을 흉내 내 타인에게 망발을 뱉고 괄시하는 모습을 상상한 바르간.
곧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여겨 고개를 저었다.
“네 식대로 풀어서 해 봐라. 남을 참고하는 건 나쁘지 않다만, 그대로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을 테니.”
“알겠습니다…. 아직 확실히 이해가 되진 않지만, 최대한 회장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연습해 보겠습니다.”
“그럼 됐다.”
사실…. 알티프를 때려잡을 때 포스만 유지해도 되긴 하는데 말이지.
바르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돌렸다.
조금 전부터 자신에게 말을 걸고 싶어 안달복달이 난 방문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희는 뭐냐.”
바르간은 신입생으로 보이는 두 학생을 내려다봤다.
자신을 먼저 소개한 것은 앞에 있는 고동색 머리칼의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조금 긴장한 것인지 앙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보였다.
“이번에 아카데미아에 입학하게 된 아달하이드입니다. …바, 바르간 선배님의 연구회에 입회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
아달하이드.
그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원작에서 리암을 비롯한 주인공 일행들이 2학년에 올라간 시점에 들어온 신입생들.
그중에서 가장 우수했던 여인이니까.
함께 찾아온 남학생. 마케니아도 마찬가지로 우수했기에 기억하고 있다.
이 둘은 아카데미아의 비극에서도 살아남았으며, 당시에 활약다운 활약을 했던 거의 유일한 신입생들이다.
트로아 제국, 로베드가의 자식들.
실질적으로 그 피를 이어받은 마케니아는 사역술사로 칭송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두각을 드러내는 수재이다.
한편, 동갑내기의 아달하이드는 그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췄는데 특히 방마술(防魔術).
즉, 마법을 활용한 방어술이 대단하여 아카데미아의 비극에서 많은 신입생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굳건한 방마술과 닮은 미동조차 없는 표정이……음?
“…….”
나와 눈이 마주친 아달하이드.
어째서인지 뺨을 붉히며 나릿나릿하게 눈을 내렸다.
‘아달하이드. 얘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아무래도 원작과 차이가 있는 듯한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이프를 들곤 고기를 썰었다.
마침 저녁 시간을 먹으려고 했던 참이라, 시간 절약차 아달하이드와 마케니아랑 함께 식당에 온 것이다.
“윽….”
마케니아가 아달하이드의 반응을 목격하여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 녀석도 원작대로라면 가식적인 표정을 짓기로 유명한 캐릭터였는데 저렇게 솔직함을 드러내는 걸 보면 무언가 계기가 있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아무튼, 뭐 그거야 그거고.
“너희는 아직 모르고 있겠지만. 나는 더 이상 아르볼 프루탈의 회장이 아니다.”
나는 맡은 편에 앉아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내 발언이 예상외였는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엿보였다.
“금일부로 아르볼 프루탈의 회장은 여기에 있는 알리시아가 되었다. 따라서 연구회에 들어오고 싶다면 내가 아니라 알리시아에게 말하는 게 올바르겠지.”
“그, 그럼…. 바르간 선배님은 더 이상 연구회의 소속이 아니신 겁니까?”
크게 표정이 바뀌진 않았지만, 아달하이드의 눈썹이 당황스럽다는 듯 모였다.
그건 아니고 평범한 회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자, 비로소 안심한 듯한 아달하이드.
이어서 나는 마케니아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너는 내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말해 봐라.”
짐작하자니, 아무래도 나와 관련이 있는 듯한데 우선 들어 볼 필요는 있었다.
“바르간 선배님의 사역술이 대단하다는 말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 역시 바르간 선배님과 마찬가지로 사역마를 다루는 마법사. 선배님의 곁에서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공동 연구인가…. 말은 제법 그럴싸하다만, 내가 너에게 배울 것은 없을 거다. 그 말은 즉, 내가 일방적으로 네게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지.”
“…….”
마케니아는 부정을 할 수는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포장을 했다만 그 역시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여기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마땅치 않은 반응을 보이자 그는 가문의 이름을 꺼냈다.
“저는 로베드 가문의 직계입니다. 선배님의 연구를 곁에서 지켜볼 수만 있다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돈을 지불하고 내 제자가 되고 싶다. 이 말인가?”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이견은 없습니다.”
“아…!”
제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마케니아의 발언에 아달하이드는 마치 그 생각은 못 했다는 듯 눈을 키웠다.
그러고는 자신도 제자가 되고 싶다며 마케니아의 의견에 동참했다.
이에 마케니아는 불만스러움을 곁눈질로 보냈으나, 아달하이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작년의 누군가가 겹쳐 보여 말했다.
“연구회에 카이만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도 너희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터무니없었던 일.
검술만을 다루는 카이만이 마법사인 나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매달렸던 때가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제 분수를 깨닫고 그런 망발을 뱉지 못하고 있다.”
나는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낸 마케니아에게 눈길을 주며 말을 이었다.
“너는 로베드 가문의 지원으로 내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나는 이미 이곳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그렇기에 네가 내민 대가는 매력적이지 않다.”
“…….”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하는 뉘앙스가 풍기자 입술을 살며시 물어뜯는 마케니아.
‘뭐… 일단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봤으면 한다.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차 버린 건 아니니까.’
잠시 정적이 머물고.
나는 어딘가 침울해진 두 사람을 둘러보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르볼 프루탈은 연구회. 당연히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마침 머지 않아 모집 공지를 올릴 예정이었지.”
알리시아를 슬쩍 흘겨보았다.
앞으로 회장을 맡아서 할 그녀에게도 동시에 전하는 말이었다.
“아달하이드. 마케니아. 너희가 대강당에서 내가 뱉었던 발언에도 꿋꿋하게 지원하러 온 점은 높게 친다. 속으로 나에게 어떤 욕을 했든, 다른 어떤 마음을 품었든 자존심을 꺾어서 여기에 왔을 테니까 말이다.”
괜히 뜨끔한 것인지 슬슬 눈치를 살피는 마케니아.
그러든 말든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을 특채로 뽑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지. 심지어 그게 제자라면 더욱이.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새로운 제안을 내리겠다.”
“제안입니까?”
“어떤….”
희망의 빛을 발견해 집중하는 두 사람.
나는 그들에게 ‘숙제’를 내리겠다고 했다.
“나는 느림보를 키울 마음이 없다. 가르침을 준다고 한다면, 자신의 최대치, 그 이상을 하는 인재만을 선정할 생각이다.”
내가 내리는 숙제는 역경이 되어 그들의 한계치를 시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선발 시기가 왔을 때.
“내가 놀랄 만한 성과를 입증해라. 그렇다면 너희의 입회는 물론이고 제자로 들이는 특혜를 내려 주겠다.”
탁—!
나는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숨길 것 없이 곧바로 움직였다.
술식을 곁에 띄워 나의 소중한 사역마 한 아이를 소환시켰다.
—그르릉.
돌연 식당에 소환된 키메라 사역마. 크라이.
성난 근육질의 몸매와 사납게 뻗어 있는 황금의 갈기.
평범한 이들을 흠칫 놀라게 만들 마나량와 위압감.
나는 크라이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달하이드와 마케니아는 자신들에게 들이닥칠 위험이 무엇인지를 짐작한 것인지 침을 삼켰다.
“너희의 면접은 특별히 이 아이와 싸우는 것으로 대체한다. 숙제를 무사히 완료하여 한층 노련해진 능력으로 2 대 1로 크라이와 싸워 제압에 성공한다면 나를 놀래키기에 충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