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5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53화(253/350)
늦지 않게 일어나 준비를 마친 마케니아는 2차 면접을 치르기 위해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경기장은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수석이랑 차석 둘 다 특별 면접 치르는 거잖아?
-그런다더라. 바르간 선배 사역마… 크라이였나? 암튼 그 사역마를 제압한다면 아르볼 프루탈에 들어갈 수 있고, 제자로 받아 주신다던데?
-와 씨… 바르간 선배한테 배우는 거야? 그럼 나도 한다고 할걸.
-턱걸이로 입학한 놈이 잘은 말하네. 이것도 어느 정도… 어? 야, 왔다. 왔어.
주변의 시선이 마케니아에게 몰렸다.
이미 아카데미아에 전체적으로 소문이 퍼진 상황.
신입생들은 물론이고 2학년부터 4학년들도 상당히 많다.
‘바르간’이라는 인물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아르볼 프루탈이 주최하는 경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마케니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걸음을 옮겼다.
상정을 한 상황이기는 하나, 막상 사람들이 한가득인 걸 보니 긴장이 되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지금 내가 치르는 면접은 그냥 면접과는 달라. ‘특혜’에다가 모두가 다 보는 ‘공개 면접’이야. 실수 하나만 있어도 바로 낭떠러지인 거라고.’
마케니아와 아달하이드의 면접은 일반적인 방법과 다르게 진행되는 데다가 가장 처음 열리는 공개 면접이었다.
아카데미아 역사상 최초로 대주교를 살해한 학생 바르간.
둘은 바르간에게서 직접 배움을 받을 수 있는 특혜를 얻게 된 대신 위험성을 안고 가는 것이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걸음을 이은 마케니아.
사람들은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주었고.
마케니아는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부는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어 한산했다.
끼익.
그렇게 대기실로 들어가니 익숙하고도 가증스러운 여자가 있었다.
“아달하이드….”
“…….”
아달하이드는 마케니아가 들어오건 말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차분하게 체내의 마나를 다스리며 최선의 상태에서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할 뿐이었다.
마치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있는 것만 같은 여자.
마케니아는 그녀를 흘겨보다가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앉아 마찬가지로 마나를 움직였다.
‘2주 동안 잠도 못 잤을 텐데 뭐가 저렇게 멀쩡해?’
아달하이드가 자신에 비해서 ‘아주 조금’ 더 재능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바르간이 내린 숙제는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분명 잠을 자지 못하다시피 했을 터.
그런데도 눈 밑에는 그림자 없이 깨끗했다. 하여간 그런 점도 마음에 안 든다.
“철인이야, 뭐야.”
구시렁거리던 마케니아는 다시금 슬쩍 아달하이드를 훔쳐봤다.
날렵하게 올라온 콧대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눈동자가 아름답게…. 아니, 크라이를 상대하기 전에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고민됐기 때문이다.
‘구두만이라도 합을 맞춰 보는 게 분명 더 나을 텐데…. 아 씨, 그렇다고 내가 먼저 말을 걸기는 싫고.’
이성적으로는 아달하이드와 머리를 맞대는 게 맞지만.
그의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를 못했다.
대신, 최근에 아달하이드가 보인 냉랭한 반응이 떠올라 성난 콧김을 뿜어지게 했다.
‘그래, 어차피 내가 돋보여야 하는 무대야. 그리고 숙제를 통해서 제법 강해지기도 했으니 괜찮아.’
마케니아는 스스로를 설득시키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고.
결국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경기장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난 두 사람.
함께 대기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면서도 끝까지 한마디를 나누지 않았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경기장의 불빛이 가까워져 갔다.
아무런 장해물 없이 결투할 수 있도록 마련된 넓은 무대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마케니아와 아달하이드는 경기장 위로 올라섰다.
-크르릉….
사자를 닮은 황금 갈기를 빳빳하게 세운 크라이.
위협적인 소리를 낼 때마다 육신을 잘게 찢을 것만 같은 허연 이빨이 보였다.
녀석의 꼬리에 해당하는 뱀은 긴 혀를 날름거렸다. 그 눈은 작은 결정같이 빛났지만 보는 이들이 섬뜩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미친, 대체 마나 총량이 어디까지 상승하는 거야?’
마케니아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싸움을 앞둔 크라이가 몸을 달아오르게 하자 심연과도 같이 깊은 마나가 감지됐다.
저번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
십이신수를 눈 앞에 보고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에는 힘을 숨기고 있었어. 바르간은 이런 사역마를 다룰 수 있다고?’
마케니아는 관중석의 앞좌석에 위치한 바르간을 바라봤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시합이 시작되는 걸 따분하다는 듯 기다리고 있었다.
마나 총량이 초월에 오르고 대주교를 죽였다는 게 결코 허명이 아니었음을 직접적으로 느낀 순간이다.
‘바르간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내 사역술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거야. 나도 언젠가는 이런 사역마를 몇 마리나…!’
바르간과 크라이의 강함을 재인지한 건, 곧 마케니아의 의욕에 불을 붙이는 부싯돌이 되었다.
진행자가 룰을 설명하며 얻을 수 있는 특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음에도, 마케니아에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건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으로 모아 두는 게 이득이다.
그러나 바르간이 확성 마도구를 손에 쥔 순간, 마케니아의 귀도 쫑긋 열리게 되었고.
그 음성을 확실히 들었다.
-추가적인 규칙을 덧붙이기로 하겠다. 이를 거절할 시 특별 면접은 치를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자리를 파하겠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마케니아는 고개를 돌려 바르간을 보았다. 바르간은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게 되자 말을 이었다.
-수락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거절은 가만히 있는 것으로 대답해라. 알겠나?
“…….”
마케니아는 다소 얼떨떨했지만. 옆에서 아달하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덩달아 끄덕였다.
그러자, 바르간은 확성 마도구를 입에 가까이 한 채 새로운 규칙을 말했다.
-면접 시작 후,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나와 아르볼 프루탈은 그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너희는 자율적으로 이 면접에 참여했으며 모든 결과는 너희의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면접을 치르겠나?
‘뭐?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바르간의 추가 규칙을 들은 솔직한 마케니아의 감상이었다.
괜히 불안감을 불어넣어 어떻게 대응하는지 심사하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뭔가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서 저러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오는 바르간의 표정.
마케니아는 슬금슬금 눈길을 돌려 주변을 보았다.
드넓은 관중석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모두 자신과 아달하이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아달하이드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으며, 남은 건 자신뿐이게 되었다.
-마케니아, 너는 어쩔 텐가. 내가 말한 규칙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저, 저는….”
순간적으로 입을 열고 답하려 했지만, 대답은 고갯짓으로 하라는 말이 떠올라 입을 닫았다.
-그르릉!
망설이는 마케니아를 재촉하듯 성난 짐승의 소리를 내며 얼굴 근육을 찌푸리는 크라이.
녀석의 짙은 마나와 탄탄하게 올라온 근육이 심장박동을 빠르게 했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어차피 끝이다. 해 봤자 죽기야 하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자 바르간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규칙을 인지했으며 이에 동의했다. 진행자는 종을 울려 경기를 시작해라.
이윽고 삐이익! 시작을 알리는 기계의 고음이 들리자. 사람들은 환호했고.
두 사람은 마나를 움직였다.
***
마케니아와 아달하이드는 합이 맞질 않았다.
그야 미리 맞춘 적도 없는데, 어느 한쪽도 도통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맡지 않으려 하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오히려 서로가 방해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났는데.
마케니아가 일격을 가하려고 하면 아달하이드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아달하이드가 회심의 한 방을 가하려고 하면 마케니아나 그의 사역마들이 진로를 방해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혼자인 게 낫겠어!’
둘은 서로를 동료가 아닌 장애물로 보았다.
그렇게 경기의 중반.
크라이와 전투를 벌인 지 벌써 15분이 넘게 지난 시간.
맹렬한 기세의 크라이에 둘은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판세는 크라이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었고.
현재로서는 버티는 데 더욱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하아…! 하아…!”
마케니아의 몸이 크게 부풀어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크라이는 고속으로 움직이며 사역마들을 물어뜯기에 바빴다.
마케니아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자신의 사역마가 죽기 전에 역소환하였고. 그때마다 마나가 큰 폭으로 깎여 나갔다.
-크르륵. 크라아악!
사역마를 뼈째 씹어 버리려 했던 크라이는 목표물이 없어지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아달하이드에게 달려들었다.
-쿠웅!
그러자 아달하이드는 자신의 몸의 세 배는 될 듯한 면적의 방패를 만들었고.
뒷발에 힘을 준 채 그 충격을 버텼다.
아무리 봐도 지금껏 아달하이드의 마법으로는 만들 수 없었던 수준 높은 방패다.
‘아달하이드…. 대체 2주 동안 얼마나 성장한 거야!’
피곤하지 않아 보였던 건 평소의 철가면 때문이었는지, 아달하이드는 이를 제대로 갈고 나온 상태였다.
자신이 한 단계 성장했다면, 아달하이드는 두 단계… 아니, 그보다 조금 위까지 올라갔다.
“크흑!”
그런데도 힘이 부족한 것인지, 마나를 공급하는 아달하이드의 손과 바닥을 밀어내고 있는 다리가 덜덜 떨렸다.
“저리 비켜, 아달하이드!”
자신의 수준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케니아.
그는 거대한 도마뱀 사역마와 함께 진홍색의 불꽃을 뿜었다.
거센 불길이 크라이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다.
크라이와 대치하고 있는 아달하이드를 함께 삼킬 범위의 공격이다.
화르르륵-!
경기장 내부가 순간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마법으로 가공한 경기장의 바닥에 검은 그을림을 남길 만큼 위협적인 마법이다.
다만 문제는, 웬만한 갑옷보다도 견고한 가죽을 가진 크라이에게 별다른 효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젠장!”
마케니아는 두 마리의 사역마를 추가적으로 소환하여 마법을 퍼부었다.
폭격의 여파를 함께 받고 있던 아달하이드는 이도 저도 하지 못했다.
자리를 벗어나자니 간신히 버티고 있는 방패가 깨져 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버티고 있자니 크라이의 힘과 마케니아의 마법이 합세한 위력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만…!”
아달하이드는 꽉 물고 있는 이빨 사이로 말했다.
버티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마나를 쏟아붓고 있는 아달하이드의 몸이 추위에 떠는 것처럼 격하게 진동했다.
말라가는 체내의 마나는 과호흡을 유발했고.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만해… 이 ×신아!”
아달하이드는 계속해서 마케니아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폭음 속에서 아달하이드의 읊조림이 들릴 리 없었다.
마케니아과 그 사역마들의 마법을 정통으로 맞고 있는 크라이는 자리를 피할 법도 하건만, 방패를 부수는 데 열중했다.
크라이는 본능적으로 임계치가 왔음을 안 것이다.
빠가각, 가각.
아니나 다를까, 아달하이드를 지키고 있는 방패에 금이 갔다.
마나를 밀집하여 고밀도로, 두껍게 만들었음에도 이를 유지시킬 마나가 없으면 깨지기 쉬운 유리판과 같았다.
한편 그 사정을 알지 못하는 마케니아.
2주 동안 몰라보게 강해진 아달하이드가 어련히 버틸 것이라 여기고 마법을 퍼붓기 바빴다.
아니지, 솔직하게 말하면 그녀에 대한 악감정이 녹아 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추악한 감정은 격한 경쟁심으로부터 비롯됐다.
감정에 먹혀 한 마리의 괴물처럼 마나를 쏟아붓던 그는.
“그만하라고-! 이 ×새끼야!”
생전 처음으로 듣는, 아달하이드의 외침을 귀에 때려 박히고서야 동작을 멈출 수 있었다.
“…어?”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챙그랑! 소리를 내며 깨져 버리는 마나의 방패.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믿고 싶었던 그녀의 마법이 날카로운 이빨에 무참히 부서지고.
아달하이드는 오른쪽 어깨를 물려 버렸다.
크라이는 고양된 감정을 눈깔에 담은 채 그대로 꽉 잡은 채 고개를 확 돌려 버렸고.
피가 터져 나오며 아달하이드의 오른팔이 뜯겨 나갔다.
그 장면을 눈에 비춘 마케니아는 일이 크게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달…하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