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54)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54화(254/350)
“아달하이드….”
마케니아는 허망한 동공으로 쓰러진 아달하이드를 담았다.
붉은색의 피가 웅덩이를 이뤘다.
아달하이드는 물 밖으로 나온 잉어처럼 쿨럭거렸고, 그때마다 피가 터져 나왔다.
튕긴 몸의 반동으로 인해 아달하이드의 고개가 돌았다. 그녀의 눈이 마케니아와 마주치게 되었다.
언제나 고고하고, 이지적으로 빛나던 그녀의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졌다.
그걸 바라보는 마케니아 역시 눈동자에 어둠이 드리웠고.
“아, 아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휘감기게 만들었다.
“아아아아……!!”
하지만, 마케니아가 채 반응을 보이기도 전.
크라이는 아달하이드에게서 생명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자, 마케니아에게 달려들었다.
크라이의 맹렬한 돌진에 사시나무 떨듯 발작을 일으킨 마케니아는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사역마에게 명령했다.
‘제발 저 녀석을 막아! 나에게 가까이 오게 하지 마!’
그의 충실한 심복이었던 사역마들은 제 몸의 안녕을 불사하고 복종했다.
비록 주인이 제대로 된 판단도 하지 못하고.
적합한 지시를 내리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마케니아와 나눴던 계약의 순간, 그에게 생을 바치리라 다짐했기에 두려움은 없었다.
—케게겡!
—크라아악!
크라이는 그런 사역마들을 무참히 찢어발겼다.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
정신이 나가 버린 마케니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의 사역마들이 크라이를 버텨 낼 재간은 없었다.
늦가을에 떨어져 있는 낙엽처럼.
그들은 간단하게 아스라져 갔고.
결국, 모든 사역마들의 핏물이 크라이의 허연 이빨에 물들어 남은 건 마케니아 한 명이게 되었다.
—크르라악!
크라이는 ‘일방적인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돌덩이라도 씹어 버릴 것 같은 입을 쩌억 벌린 채 마케니아에게 달려들었다.
“끄으하아…!!”
마케니아는 그 돌진을 버티지 못해 바닥에 쓰러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그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크라이의 입에 물려 버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크르릉, 르륵!
크라이의 뜨거운 숨이 마케니아의 얼굴에 내뿜어졌다.
짐승의 타액과 피가 뒤섞인 냄새.
붉은 무늬를 띤 침 몇 방울이 마케니아의 얼굴에 뚝, 뚝. 떨어졌다.
“끄으윽….”
죽음의 위험을 느낀 마케니아는 양팔의 근육을 쥐어짜면서 버텼고.
잔뜩 일그러진 눈으로 관중석에 위치한 바르간을 바라보곤 원한과 함께 고성을 터트렸다.
“지금 당장 이 미친 짓을 멈춰!!”
이미 관중석은 난리가 났다.
끔찍한 광경을 견디지 못해 비명을 지르는 이들.
패닉 상태에 빠져 말을 더듬고 있는 이들.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 밖으로 도망쳐 나가는 이들.
그러나, 이번 면접의 무대를 마련한 바르간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그저 가만히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안 들려?! 그만두라고—! 사람이 죽게 생겼잖아!”
“…….”
“그만, 제발 그만…!”
—크르르륵!
부들부들 떨리는 팔은 점차 힘을 잃고 밀려왔다.
코앞에 위치한 크라이의 섬뜩한 눈.
겉시야를 통해 보이는 움직이지 않는 아달하이드.
“하아…! 하아……!”
불규칙한 마케니아의 호흡이 간헐적으로 뱉어진다.
견디기 힘든 공포심에 눈물이 올라오고 땀은 홍수가 터진 듯 흘러내린다.
“하아…! 끄하아…!!”
죽음이 드리우자 주마등이 스쳤다.
사역마를 처음으로 들였던 기억.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던 때.
아카데미아의 입학이 결정되어 짐을 싸던 순간.
그리고, 항상 그의 곁에 있었던 여성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아달하이드….’
자신의 탓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그녀.
죽었을까? 아니면 곧 죽으려나?
저렇게나 많이 피를 흘렸으면 아마 죽게 되겠지…?
‘나 때문에.’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생각해 보면 아달하이드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
그녀는 그저 아버지를 따라 가문에 들어왔고. 제가 맡은 일을 했던 것뿐인데.
‘내 고약한 질투심 때문에.’
그녀의 재능을 시기하여 그 단순한 칭찬 한 번을 못 해 줬다.
대신 내뱉은 말은 지독한 비아냥과 괄시.
틈만 나면 벌였던 방해 공작과 정치질.
—그만하라고! 이 X새끼야!!
아달하이드가 그렇게 외친 건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참고 또 참아 왔던 감정의 응어리가 극에 달해 분출한 것일 터이다.
“미안해….”
마케니아는 지난날을 회상하다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후회로 푹 젖은 음성이 목구멍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미안해, 아달하—.”
—크락!
크라이의 치악력을 견디지 못한 지팡이가 부서졌고.
마케니아는 사과를 모두 뱉지 못한 채 그대로 얼굴을 물려 뜯겨 버렸다.
***
—와아아아아!
—멋지다 신입생!
—푸하하하!
사람들의 환호.
그리고 웃음소리.
마케니아는 귓가의 진동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커풀 사이로 드리우는 세상.
그 세상에, 아달하이드가 숨을 쉬었다.
“……!”
휘둥그레진 마케니아의 동공.
아달하이드가 살아 있다.
상당히 지쳤는지 양손으로 다리를 지탱한 채 간신히 버텨 서고 있지만, 분명히 잘려 나갔던 팔이 멀쩡히 붙어 있는 것이다.
“아달하이드…!”
마케니아는 감격스러웠다.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소한 건 뒷전이었다.
아달하이드가 살아 있단 말이다!
팔도 멀쩡하게 붙어 있는 채로!
“…….”
그런 마케니아의 감회를 알지 못하는지 아달하이드는 좁은 눈매로 그를 내려다봤다.
그녀의 눈동자는 혐오와 경멸을 담고 있었다.
마치 이런 사람이 자신과 남매 사이라는 게 치욕스럽다는 듯이.
‘왜… 그러지…?’
마케니아는 그녀의 반응이 유난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곧 자신의 옷과 바닥이 축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관중석의 누군가는 그 현실을 짚듯이 비웃었다.
—오줌싸개! 이번 신입생 차석은 오줌싸개다! 푸하하!
마케니아의 온몸을 적신 건 모공에서 솟아 올라온 땀만이 아니었다.
누렇고, 냄새나는 액체.
그를 중심으로 퍼진 액체는 사역마들의 피가 아닌 공포에 질려 나온 오줌이었다.
“더러워.”
아달하이드가 말했다.
필터링이라고는 전혀 거치치 않은 본심이다.
“그, 그게… 그게….”
“축하한다. 아달하이드. 크라이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구나.”
정신이 확 깬 마케니아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을 때.
바르간이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그의 말대로 여러 사역마가 섞인 키메라 크라이는 마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손에 짓눌려져 있었다.
그 손은, 마케니아가 지금껏 본 적 없는 마법이다.
“뭐… 내가 크라이에게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만. 그래도 1학년 중에서 크라이를 제압할 수 있는 강자가 있다는 건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지.”
바르간은 슬쩍 크라이 위에 손을 올려 간단히 마법을 해제시켰다.
이어서 그는 아달하이드의 보드라운 손을 잡고 올렸다.
“아.”
소심하게 놀란 아달하이드는 부끄럽다는 듯이 뺨을 붉혔고.
바르간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했다.
“여기에 있는 모두는 봤을 것이다! 이 소녀가 얼마나 용맹하고 끈질기게 싸웠는지를!”
그는 아달하이드와 마케니아에게 각자 저주 마법을 걸었음을 밝히며, 아달하이드가 이겨 낸 역경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아달하이드는 자신의 가족이 죽음을 맞이한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공포에 빠지지 않고, 되레 한 마리의 전투마와 같이 달려들었다! 그 강인한 정신력과 강기는 격찬받기에 마땅하다고 여기지 않는가?”
바르간은 이런 자리가 익숙한 것인지 관중의 이목을 휘어잡았다.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르간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래. 아달하이드는 충분히 제 역량을 보여 주었다! 해서, 나는 그녀를 인정하여 합격시키고자 한다! 여기에 반문하는 자가 있는가?”
이에 관중은 하나가 되어 없다고 외쳤다.
분명 특별한 취급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 가치를 당당하게 증명했기 때문이다.
바르간은 아달하이드에게 시선을 주었다.
좀처럼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는 아달하이드였지만,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고 두 눈을 마주했다.
“아달하이드. 다시 한번 합격을 축하한다.”
—와아아아아!
—휘익! 휘이익!
관중은 박수를 치며 그녀를 함께 축하했다.
모든 일이 잘 끝난 해피 엔딩처럼 보였다.
“…….”
하지만, 아직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마케니아는.
앞으로 오줌싸개라는 별명으로 불릴 그는, 그 자리에 낄 수 없었다.
“…아.”
아달하이드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린 바르간과 잠시 눈이 마주친 마케니아.
바르간은 마케니아를 주변에 널린 가구 취급을 하며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대로 그녀와 함께 경기장 위에서 벗어났다.
마케니아의 면접은 그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끝이 났다.
***
경기장 밖으로 아달하이드를 데리고 나오니 기다리고 있었던 아르볼 프루탈의 간부진이 뒤를 따랐다.
특별히 진행되었던 면접이 종료되었다.
‘결국 이렇게 된 건가. 아쉬움이 남긴 하다만, 뭐 나쁘지는 않군.’
나는 곁을 함께하고 있는 아달하이드를 슬쩍 바라봤다.
비록 피는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오랜 세월을 함께한 마케니아가 그런 꼴이 되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해 보이는 게 정말 어지간히 불만이 쌓여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달하이드와 마케니아…. 둘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원작에도 잘 드러났었지.’
단순히 티격태격하는 사이 정도가 아니었다.
생사가 오가는 와중에도 상대에 대한 증오를 뿜어 댈 정도로 위험한 관계였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증오심을 품고 있는 건 아달하이드뿐이다만.’
원작의 중후반부에 있었던 일이다.
도망친 주교의 탐색을 나선 아달하이드와 마케니아는 지친 몸을 이끌면서도 발걸음을 옮겨 겨우 주교를 발견했다.
하지만, 주교는 이미 다시금 세력을 형성한 상태였고.
이미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둘은 모든 힘을 짜내고서야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전력을 다한 주교가 죽기 직전.
그들이 서 있던 땅을 갈라 거대한 크랙을 만들었고.
마나가 동난 마케니아는 아달하이드의 손을 꽉 잡은 채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가 되었다.
—시, 실수라도 절대 손 놓지 마. 아달하이드…!
오로지 그녀에게만 의존하게 된 상황.
마나는커녕 체력도 한계치를 넘었었기에 아달하이드는 두 손을 다 붙잡고서야 간신히 유지가 가능했다.
억지로 끌어올리려고 하면 무게를 버티지 못해 함께 빠질 게 분명했다.
결국, 그대로 구조 요청이 오는 걸 기다려야만 했다.
—버텨! 버텨! 아달하이드!
죽음의 공포에 질린 마케니아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버틸 것을 명령했다.
아달하이드 역시 그를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비록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상대이기는 하지만 이대로… 이대로?
—왜, 왜 그래…. 뭣, 뭐머. 뭐 하는 건데?!
양손으로 마케니아를 붙잡아 주고 있던 아달하이드는 천천히 힘을 빼고, 한 손을 거뒀다.
마케니아는 아달하이드가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직감했고. 하나 남은 그녀의 손을 동앗줄마냥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마케니아의 악력만으로는 버티는 게 불가능했다.
서서히 미끄러져 가는 손.
아직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못한 마케니아의 필사적인 눈이 아달하이드와 교차되었을 때.
—그냥 죽어. 오빠.
아달하이드는 그렇게 말했고.
마케니아는 충격을 지우지 못한 얼굴을 한 채 끝이 보이지 않는 틈으로 떨어졌다.
…….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질투와 시기심에 의해 마케니아의 어그러진 호감이 망령처럼 아달하이드를 괴롭혔었으니까.’
그 일이 있기까지 마케니아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사과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벌였던 행동들에 억지로 정당성을 부여한 채 그녀를 몰아붙였다.
철없는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괜히 장난을 친다고는 하지만. 왜곡되어 있는 녀석은 그 정도가 심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엔 두 사람에게 같은 상황에 처하게 하는 실험을 해 봤다.
개인적으로는 마케니아 역시 역경을 딛고 일어나 활약했으면 했다만…. 생각보다도 더 아달하이드에 대한 애정이 깊은 모양이다.
하여간, 머저리 같은 놈이 따로 없다.
머저리를 데려갈 순 없기에 상념 속에서 털어 내 버린 나는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여성에게 말했다.
“알리시아. 남은 정식 면접은 미리 언급한 대로 네가 주도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바르간 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이끌어 보겠습니다.”
“그래. 가자.”
순서대로 남은 일정을 처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