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56)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56화(256/350)
아달하이드를 데리고 제2 연무장에 온 바르간.
누구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연무장과는 달리 예약제로 진행되어 대실하기 어려운 것을 아르볼 프루탈 멤버들의 머릿수로 밀어붙여 잡았다.
“아달하이드. 가르침을 주겠다고 해 놓고서 곧바로 이런 말을 꺼내서 미안하다만, 나는 매우 바쁜 몸이다.”
“예, 맞습니다.”
“때문에 이렇듯 내가 직접 시간을 내 스승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얼마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하군요….”
“실망했느냐?”
“아닙니다.”
“덤덤하게 말하는 것치고는 눈썹 끝이 살짝 처졌구나. 뭐, 이해는 한다. 2주간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겨우 합격했는데 이런 말을 듣게 되면 그야 힘이 빠지겠지.”
아달하이드는 정곡을 찌르는 바르간의 말에 적지 않게 놀랐다.
저번 마케니아의 지적을 듣고 이번에는 표정의 변화를 철저하게 감췄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감정 하나는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이었건만, 그는 아주 쉽게 간파해 버렸다.
“별 대단한 재주는 아니다. 그저 사람 표정을 읽는 데 남들보다 능할 뿐이지.”
“…….”
“하여간, 걱정하지 말거라. 비록 오랫동안 붙어 있지는 못할지라도 결코 대충 할 생각은 없다.”
바르간은 접혀 있는 하얀이를 쫙 펼치더니 그 안에서 두꺼운 여러 권의 책을 꺼냈다.
책상 위에 올려두는데 그 무게 때문에 쿵! 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바르간은 그 책의 무더기 위에 손을 올리며 미소 지었다.
“내가 지금까지 얻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서적들이다.”
“이 많은 서적들을 직접… 하신 건가요…?”
“그래. 모든 경험은 곱씹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지금껏 알리시아를 가르쳐 왔던 바르간.
그는 알리시아의 성취를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그 기록을 전부 남겼다.
동시에 교육론과 마법학의 논문을 참고하는 것은 기본이고.
슈겐하르츠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관련 서적들을 전부 살피며 어떻게 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
또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공부했다.
알리시아는 그의 교육론이 적용된 첫 적용 대상이었으며.
충분한 결과를 안겨 준 성공 사례이기도 했다.
‘알리시아의 케이스는 워낙 독보적이라 다른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참고 사례는 된다.’
바르간은 아직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아달하이드에게 말했다.
“고명하고 콧대 높은 마법사들이 자신의 성과를 남길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로 적어 놓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지. 자신의 숭고한 학문을 가벼운 언어와 술식으로 표현하는 게 싫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허례허식.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도록.
혹여는 아무나 그 마법을 익히지 못하도록 일부러 더 어렵게 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르간이 봤을 때 이는 결코 효율적이지 못했다.
보안도 중요하지만, 지금 인류는 하루라도 빨리 쓸 만한 인재들을 양성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렇게 완성된 게 이 서적들이지.”
“마법을 알기 쉽게 풀이한 것입니까?”
“그래. 그리곤 기존에 나눠져 있던 기초, 기본, 심화의 내용들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분류했지.”
놀랍게도 여기에서는 파울라의 도움이 컸다.
아카데미아에 입학하기 전. 6개월의 기간 동안 도움을 받아 사실상 공동 집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이걸 받거라.”
바르간은 책의 무더기 중 한 권을 꺼내 아달하이드에게 건넸다.
“이건….”
“영재 교육을 받아 왔으니 기초는 당연히 되어 있을 터이고, 내가 내어준 숙제를 통해 기본 역시 더욱 단단하게 다져 놓았으니 그다음 단계이다.”
“원소 마법의 심화….”
아달하이드는 책의 제목을 읽었다.
제목의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원소 마법의 해득으로 향한 지름길.’이라고 적혀 있다.
“아쉽게도 나는 방마술에 대해서 빠삭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마법의 근간이 되는 마나 총량이라면 어떻게 해야 빠르게 높일 수 있는지를 다른 이들보다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원소 마법인 것이군요.”
“이해가 빨라서 다행이구나. 네 예상대로다. 원소 마법은 모든 마법과 연관되어 있는 학문으로 마나 총량과도 깊은 관련이 되어 있지.”
바르간은 마나 총량의 경지를 높이다가 자연스럽게 원소 마법의 경지도 함께 올라갔던 것을 몸소 경험했었다.
이 관계는 역으로도 성립되었으며.
그때의 감각을 토대로 지금의 서적이 나오게 됐다.
“마법은 언뜻 보면 각기 다른 분야로 나눠지는 것 같다만. 실은 전부가 긴밀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즉, 동시에 섭렵할 경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지.”
바르간은 마나 총량과 관련된 서적을 한 권 더 주곤 나머지 책을 도로 하얀이의 안으로 돌려놓았다.
알리시아에게는 저주 마법과 사역술까지 해서 총 네 권을 주었지만.
방마술이 주인 아달하이드에게는 두 권이면 족했다.
“그 책들로 독학을 하면서 내게 점검을 받게 될 것이다. 간혹가다 헷갈리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니. 나에게 묻기 전, 식을 정립해 해결해 보는 과정을 잊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선배님.”
“또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실제와 분간이 되지 않는 환경인데….”
—딱!
바르간이 손가락을 튀기자 주교 칼리쿨레아가 아달하이드의 앞에 나타났다.
아달하이드는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뻔했지만. 마치 인형처럼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곤 마나를 거두었다.
그녀는 바르간을 바라보며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전혀 몰랐습니다. 대체 언제 술식을 사용하신 거죠?”
“지금 네게 중요한 건 그런 자질구레한 사항이 아니다. 이 녀석이 잘 보이겠지?”
탁! 탁!
바르간은 칼리쿨레아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유난히도 긴 팔을 가지고 있는 주교급 알티프. 그 알티프의 머리를 태연하게 때리는 남자.
현실과 너무나 괴리감이 있는 모습이었지만, 아달하이드는 억지로라도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네, 똑바로 보입니다.”
“이 녀석은 일반적인 주교 수준의 무력을 지녔지만, 제법 골치 아픈 축복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축복에 걸리지 않은 채 공격을 막는 데만 집중해 봐라. 참고로 방마술을 위한 훈련이니 공격은 금지다.”
바르간은 갑작스럽게 미션을 내 주었다.
졸지에 주교와 맞붙게 된 아달하이드.
눈매를 날카롭게 세운 그녀는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님. 이 정도의 술식을 유지하려면 피로도와 정신력 소모가 굉장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나 역시도 고유술식을 발전시키기 위함이니 쓸데없는 걱정을 버려라. 그런 생각은 이 녀석에게서 버티고 나서 해도 늦지 않는다.”
바르간은 주변에 타이머를 떠오르게 했다.
타이머에는 4시간으로 시간이 설정되어 있다.
”정확히 4시간 동안 녀석이 너를 공격하게 할 것이니 그동안 버텨 보아라. 또한, 내가 있다고 해서 의지할 생각은 말아라. 면접 때 당해 봐서 알겠지만 나는 훈련을 위해 너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으면 밀어 넣었지 절대로 입에 물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예.”
“그럼 더 이상 낭비할 것 없이 바로 시작하자.”
바르간은 칼리쿨레아의 머리를 강하게 두 번 때렸다.
그러자, 텅 비어 있던 칼리쿨레아의 눈동자에 이채가 뜨며 곧바로 아달하이드에게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크윽…!”
주교의 주먹은 지금까지 겪었던 대련들이 전부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무거웠다.
‘이게 주교의 힘인가…!’
마법으로 만들어진 방패로 버티는 아달하이드.
방패에 충격이 일 때마다 몸 전체가 떨렸지만 굳게 노려보고 있는 눈은 한 번을 감지 않았다.
“…흠.”
자리를 비켜 멀찍이 떨어진 바르간은 천천히 그녀의 전투를 지켜봤다.
그러면서 아달하이드의 마나가 어떻게 발산되는지, 어떤 상황에 방마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따위를 따지면서 개선 사항이나 우수한 점을 살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타이머에 남은 시간은 3시간 20분 정도가 되었고.
바르간 네가 빌렸을 연무장의 문이 열리며 손님이 찾아왔다.
“…!!”
“괜찮다. 성녀. 실제 주교가 아니라 내 술식이니 그리 놀라지 않아도 된다.”
휠체어를 끌고 온 디피엘리아는 주교에게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감지했다. 그러나 사실을 알았다곤 해도 안심을 하기 쉽지 않은 현실.
바르간의 곁으로 다가가는 와중에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디피엘리아는 사역마의 눈으로 칼리쿨레아를 유심히 살피다 말했다.
“듣기는 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술식을 완성했군요….”
“칭찬은 새겨 듣도록 하지. 그것보다 무슨 용무 때문에 온 거냐 디피엘리아. 아직 대실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을 텐데?”
바르간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디피엘리아는 ‘맞아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라고 하며 다소 긴박하게 말했다.
“그 연구에 대한 중요한 결과가 나와서 왔어요.”
“연구의 결과가?”
디피엘리아와 눈이 마주친 바르간은 그녀의 눈동자에 인 감정을 읽었다.
아무래도 예삿일은 아닌 듯하다.
“아달하이드. 난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 남은 시간 동안에도 녀석을 상대하고 있도록.”
“…큭. 예, 옙!”
바르간은 곧바로 걸음을 옮겨 연무장 밖으로 나왔다.
이에 디피엘리아는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뒤쫓아왔다.
“잠시만요. 저걸 없애지 않고 가도 괜찮은 거예요?”
“괜찮다. 어차피 위급 상황이 발생할 거 같으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설정해 두었으니까.”
“하, 하지만….”
“지금 급한 건 내 술식이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네 방으로 가면 되는 건가?”
“…….”
찝찝함을 느끼는 디피엘리아였지만 우선 그를 믿고 움직이기로 했다.
바르간을 데리고 여자 기숙사로 향한 디피엘리아.
철컥—.
문 구멍에 열쇠를 집어 넣고 돌려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식물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온갖 식물들이 자라나 있는 실내.
그중에서도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니 테이블 위에 신충들이 들어 있는 병들이 단번에 보였다.
바르간은 그중 한 개체를 눈에 담더니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독에 중독되어 죽었군…!”
붉게 물들어 있던 허물이 내부에서부터 녹아 죽어 버린 신충.
꼬랑지에 달려 있던 침 역시 뽑은 것처럼 사라지고 없다.
신충은 디피엘리아가 완성시킨 독에 의해서 알티프로 변모시키는 힘을 잃은 채 시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인체에는 지장이 없는 건가?”
바르간의 물음에 디피엘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거기까지는 실험해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독성이 워낙 강력해서 숙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이 있을 거로 예상돼요.”
“인체에 피해 없이 신충만을 죽이는 건 아직 무리라는 소린가. ‘고치’의 단계에 투약해서 알티프화를 막을 수 있다곤 해도 숙주가 죽어 버리겠군.”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바르간.
그러나 디피엘리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성과에 솔직하게 감탄했다.
“큰 업적을 이루었구나. 성녀.”
원작에서의 디피엘리아는 독자적으로 신충을 연구하여 약 5년이라는 시간이 있은 후에 지금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때는 루센 교수의 연구 성과를 계승한 게 아니었고, 실험을 할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아 더욱 시간이 걸렸는데.
조건을 갖추어 주니 이렇듯 5년을 앞당기게 된 것이다.
‘이것으로 더욱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완성시킬 수 있는 건가? 원작에서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치료제의 개발을!’
바르간은 디피엘리아의 천재성을 인정했다.
사람마다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가 상이하듯, 디피엘리아의 재능은 이쪽 분야에서 특히나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
그런데, 방방 뛰고 기뻐해도 이상하지 않은 와중에.
디피엘리아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안색을 어둡게 했다.
“지금의 성과도 교회에 비밀로 해야 하는 거죠?”
“…성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짐작이 가지만 그때 내가 했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지금의 결과를 교회에 보고하면 분명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 저보다도 지식이 많은 전문가들이 많이 있을 테니까요.”
바르간은 그녀의 말을 끊은 채, 안 된다고 못을 박으려 했으나.
디피엘리아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무엇을 말이지?”
“인류와 알티프의 역사는 길어요. 긴 만큼 수많은 희생을 낳았고, 위기가 길어지는 만큼 위그드라실에는 대단한 인재들이 모여 지식이 축적되었죠.”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뱉을 단어와 문장이 불경스러움을 알지만, 그럼에도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환경이 갖추어졌기에 결과가 나왔다는 건 인지하고 있어요. 루센 교수님의 연구 결과와 신충. 그리고 식물을 다루는 제 힘을 사용해서 겨우 연구를 진행시킬 수 있었어요.”
“…….”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해요. 무려 몇백 년이에요. 그 긴 세월 동안 교회가 이 정도의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아요…!”
불안해하는 디피엘리아.
의심이 깃든 목소리는 과거에 굳건한 믿음을 보이던 성녀와는 사뭇 달랐다.
“바르간이 저한테 말했었죠? 교회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고.”
“…….”
“설마… 설마인데요…. 교회는… 무언가 거대한 비밀을…!”
“디피엘리아. 잘 들어라.”
바르간은 디피엘리아의 말을 일부러 끊었다.
항상 서리가 끼어 있는 그의 눈동자는 지금, 방 안의 한기를 머금어 더욱 차갑게 보였다.
그가 말했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대화는 그 어디에서도 발설해선 안 된다.”
“…에리카의 마력폭주 때처럼요?”
“아니.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단순히 구두로만 끝낼 순 없다.”
바르간은 하얀이의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계약서.
그것도 추기경 벨레드의 이름이 적혀 있는 계약서다.
“그건…!”
디피엘리아는 추기경의 계약서를 알아보았고.
바르간은 그림자 안에 숨어 있던 어둑이로 단검을 만들어 제 손끝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올라왔고 계약서에 뚝. 떨어뜨렸다.
“성녀 디피엘리아. 확인하겠다. 너는 지금부터 이어질 대화를 죽어서까지 비밀로 할 수 있겠나?”
바르간의 피를 머금은 계약서의 글씨가 붉게 물들었다.
디피엘리아에게 단검을 건네준 바르간은 말을 이었다.
“모든 일의 인과관계. 세계의 비밀을 알려 주겠다.”
“비밀을….”
“하나, 만에 하나라도 지금부터 이어질 대화를 밖으로 흘린다면. 너는 아주 비참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야.”
바르간의 눈동자에 등불이 비쳤다.
불의 움직임에 따라 그 형상이 불길한 춤을 추었다.
바르간은 묻는다.
“그런데도 계약을 맺겠는가? 신을 추앙하는 성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