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61)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61화(261/350)
—케에에엑!
—콰강! 콰가가강!!
원소 마법을 사용하는 아달하이드의 방마술은 견고한 외벽과도 같이 비공정을 지켜 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무한정으로 마나를 지원해 주며 주교와 특이체들의 폭격을 버티는 데 일조했다.
덕분에 비공정은 큰 문제 없이 전속력으로 전진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교급의 상당한 무력과 아달하이드의 정신력의 한계, 체력적인 문제가 있어.
4시간을 버티던 방패가 깨져 버릴 상황에 놓였다.
갑판 위에는 나와 아달하이드, 몇몇 학생회 인원들, 그리고 소수의 교수들이 있는 상황.
나는 학생회장인 디피엘리아에게 교수들에게 건의할 내용을 전달했다.
미리 설치해 두었던 마법 술식들은 제거하고 대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술식의 효험은 분명하지만 한계가 명확하고 학생들이 전투에 들어갈 때는 되레 방해만 되었기 때문이다.
디피엘리아는 내 말이 일리 있다고 느꼈는지, 두말하지 않고 들어가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학생들을 갑판 위로 올렸다.
카티아 순위를 고려해서 전투 인원들이 정해졌는데 아르볼 프루탈은 당연히 전원 참가였고 그 외로는 선후배 관계 없이 싹수 있는 녀석들이 참전했다.
—콰지, 지지직!
“곧 방어막이 깨질 거다! 모두 전투 준비에 들어가라—!!”
현역 시절을 잊지 않은 것인지 과거 용사랭킹의 순위가 가장 높았던 루이사가 모두를 지휘했다.
그녀의 말대로 아달하이드의 전력을 짜냈던 방패가 결국에는 깨져 버렸다.
—케켁!
—크리릭!
그러자, 입가가 찢어져라 길게 입꼬리를 올린 알티프들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렸다.
주교 여섯은 그들을 지휘하며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그들을 맡은 건 주로 교수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폭하는 알티프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였다.
남은 적은 세력은 약 1,500.
아달하이드의 방마술로 500마리를 저세상으로 보냈음에도 아직 수가 적지 않았다.
—콰가강!
—케게게겍!
“마법 1팀은 방어막을 펼치고 2팀은 궁사들과 함께 접근하기 전에 공중에서 터트려 버려! 근접 무기 사용자들은 가까이 오는 적들의 핵을 베어 죽여라! 알아듣겠나! 터지기 전에 핵을 잘라 버려야 한다!”
—콰가가가가강!
—솨아아악!
이런 상황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인물들이 있었다.
2학년 아르텔리온과 3학년 클레멘스.
아르텔리온의 초월에 입문한 붉은 오러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알티프의 질척한 피부와는 달리, 아름답게 느껴지는 투명하고 맑은 붉은색의 오러가 단풍잎의 모양으로 적들을 쓸었다.
클레멘스 또한 아르텔리온 못지않게 활약했는데.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와이번을 탄 채, 알티프의 무리를 뚫어 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용기사라는 이름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용맹했다.
아르텔리온에게 선수를 빼앗겨 비록 붉은 오러가 초월에는 오르지 못한 그녀였지만, 그 안에서 더욱 눈에 밟히는 건 아르텔리온이 아닌 클레멘스였다.
—크리에에엑!!
그렇게, 하늘을 뒤덮고 있던 알티프의 무리가 전부 추락하여.
그들의 비명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을 때.
전부 7시간에 걸친 알티프의 습격이 끝이 나게 되었다.
도망가려는 알티프의 패잔병들은 궁사들과 마법사들의 의해 끝끝내 터져 나갔고.
주교 여섯은 전부 목이 베여 흙으로 돌아갔다.
반면 아카데미아에서는 단 두 명의 중상자만 나오게 되었으며. 이건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승리였다.
“이겼다아아아!!”
“와아아아아아——!”
학생들은 본능에 가까운 포효를 내질렀다.
처음으로 알티프를 마주하게 된 신입생들은 물론이고 전투 경험이 다수 있던 4학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주교 6과 특이체 2천.
알티프의 침공은 되레 학생들의 기를 살려 주는 꼴이 되며.
그들의 경험치가 되었다.
“여력이 있는 자들은 치유 마법을 사용하고, 마나 결핍 증세 초기 증세를 보이는 자들에게 마나를 나눠 줘라!”
루이사의 지시에 학생들이 또다시 움직였다.
알리시아와 세레나, 그리고 에밀리 등은 입은 피해가 거의 전무했음으로 분주하게 지원역으로 임했다.
나 역시 오늘 이 자리에서 가장 수고한 아달하이드에게 마나를 공급해 준 뒤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해 주었다.
“괜찮습니다…. 선배님. 이미 충분합니다.”
“됐다. 가만히 있거라. 이제 거의 다 됐으니.”
“…감사합니다.”
나는 아달하이드의 목 한쪽을 지그시 누른 채 마나를 움직였다.
아달하이드는 체력을 전부 소진해서인지 유난히 몸이 뜨거웠다. 목 선을 드러낸 채 돌린 고개가 숨과 함께 오르내리는데 바빴다.
그녀가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쥐어짜 냈음을 알기에.
나는 마나의 조정과 함께 열기를 몰아내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제 끝났군. 이만 선내로 들어가 쉬고 있거라.”
“…끝난 겁니까?”
“그래. 자고 일어나면 평소보다 몸이 개운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렇군요….”
어쩐지 아쉬워하는 듯한 아달하이드.
그녀를 한 번 더 재촉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
아마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질 게 분명하다.
“오, 에밀리. 너 제법 소질이 있구나?”
뜬금 들려온 낯선 목소리.
에밀리가 재능이 있다니.
그게 무슨 일인가 싶어 절로 눈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당황해하는 에밀리. 그녀는 부상을 입은 사람의 치료를 돕고 있었다.
곁에는 치유 마법을 주로 다루는 교수가 과정을 봐주고 있었다.
“네? 제가…요?”
“응. 상처가 빠르게 아물면서도 복원도가 높잖아. 2학년치고는 상당히 성취가 높은데 원래 성적이 좋았던가?”
성적 이야기에 에밀리는 아마 그건 아닐 거 같다고 머쩍게 웃었다.
교수는 이번 전쟁이 끝나면 치유 마법 쪽을 깊게 공부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보라는 조언을 남긴 채 다른 학생을 봐주기 위해 떠나갔다.
“내가 치유 마법이라….”
그러곤 다음 사람의 치료를 이어 나가는 그녀.
이번에는 그녀에게 익숙한 인물이었다.
“에밀리. 벌써 봐준 사람이 열댓 명이 넘는 데 마나 총량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리암.”
씩씩하게 웃으며 리암의 상처 부위를 확인하는 에밀리. 검사인 그는 팔에 화상을 입었다. 아무래도 자폭형 특이체를 상대하다가 다친 것 같았다.
리암의 상처에 마법 술식을 걸던 에밀리.
우려 섞인 리암의 시선이 느껴지자 입을 열었다.
“나…. 이번 전투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 이렇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
“그건 이번 상대의 상성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거야. 신경 쓰지 마, 에밀리. 네 검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응, 그건 그렇긴 한데. 가끔은 말이야….”
난 딱 거기까지만 보다가 시선을 거뒀다.
그 이상은 별로 이득 될 것도 없는 대화였으며, 나에게 말을 걸려는 여성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진홍색 머리칼의 여인.
오셀 율리오 클레멘스.
나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눈초리가 매섭게 생긴 여성이다.
핏물이 튄 투구를 끼고 오는 여성은 묶어 두었던 머리칼을 풀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유독 가만히 있더구나. 바르간.”
“뭐, 가끔은 이럴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나서기만 해면 밉보이기 십상이니까요.”
“재밌는 말을 하는군. 네가 언제부터 남의 눈초리를 신경 썼다고.”
“너무하시군요. 저는 생각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남이 제 욕을 몰래 하고 있는 걸 듣게 된다면 신경 쓰여서 밤잠을 설칠 정도로요.”
“어떻게 묻어 버릴지 밤새워서 고민하는 건가? 그건 상대가 불쌍하게 되었군.”
피식 웃음을 짓던 클레멘스.
아달하이드가 앉아 있던 의자를 끌고 앉아 나와 마주했다.
언제나 행동에 거침이 없는 자이다.
그녀가 내 행동을 추측하더니 말했다.
“전체적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던데.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고 싶었나 보구나.”
“그런 셈이죠. 비공정이라는 제한적인 장소에서 그들의 수준을 한눈에 담기 좋았으니까요.”
“그것도 아르볼 프루탈의 멤버에 추가할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인가?”
“글쎄요. 그냥 무심코 평가하고 마는 제 버릇 같은 겁니다.”
“그래…?”
“예, 클레멘스 선배님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자주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새 상당히 무를 갈고닦으신 모양입니다.”
“아버지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붉은 오러도 초월에 오르지 못했으니 아직 갈 길이 한참이지.”
그녀답지 않게 쓴웃음을 짓는 클레멘스.
그녀도 만만치 않은 재능의 소유자였지만, 그 비교 대상자들이 너무 나빴다.
그녀의 아버지는 헤일리온도 넘지 못한 용사랭킹 1위의 강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최초의 원작의 주인공이니까.
“…….”
그렇게 클레멘스는 몸을 뒤로 기댔다.
차분히 숨을 내쉬고 뱉으며 조금 전까지 날뛰었던 전장의 기운을 가다듬었다. 내색하진 않지만 그녀 역시 조금 지친 것이다.
잠시 동안의 고요를 머금은 채.
클레멘스는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어둠이 찾아와 주변은 무수히 많은 별이 가득 차게 된 밤하늘.
그 가운데 떡 하니 박혀 있는 초승달 하나.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초승달이 비쳤고. 그 눈은 옆으로 떨어져 나를 향했다.
“프란체스카…. 지금쯤 그녀가 어디에 있을 것 같나?”
“…축제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그 프란체스카 말입니까?”
“그래. 내 동기이기도, 내 아버지와 깊은 연이 있기도 했던 그녀 말이다. …하긴, 생각해 보니 넌 그녀와 내 사이에 대해서 잘 모르겠군.”
“…….”
나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그녀가 말을 이어 가는 것을 놔두었다.
그녀의 말투가 캐묻는 어조가 아닌, 넋두리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프란체스카는 나를 극도로 싫어했다.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아버지들과의 관계가 있어서 말이야. 비록 그녀와 척을 지는 꼴이 되긴 했지만. 그녀가 여신교의 소속이었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도 뼈아픈 일이었지.”
창술사 퍼티글도 그렇고, 프란체스카도 그렇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아까운 인재들이었거든.
클레멘스는 진심으로 아쉬움 담은 채 말했다.
적어도 지금의 대사에서는 일말의 거짓도 없을 것이다.
“나 대신 네가 그녀의 목숨을 끊어 주었지. 그래서 생각이 났다. 죽은 자를 되살리던 사령술사는 죽어서 어디를 갔을까.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말이다.”
별 영양가는 없는 잡생각이지.
그녀는 자신의 말을 그렇게 평가 내리며, 기대었던 윗몸과 함께 주제를 돌렸다.
나만 보면 거의 습관처럼 내뱉는 대사였다.
“아직도 내 사람이 될 생각은 없는 건가?”
“선배님도 어지간히 끈질기시군요. 거절만 열 번은 넘게 한 걸로 압니다만.”
“이번 의미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하.”
나는 어이가 없어 클레멘스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되레 당당하기만 했다.
클레멘스는 왜곡되는 것이 없도록 다시 한번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이번에 내 사람이 되라 한 건. 부하나 아랫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라. 이성으로서, 인생을 함께할 반려자로서. 내 남편이 될 생각이 없냐는 뜻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제 능력을 얻고 싶으신 겁니까?”
“귀한 인재는 귀하게 모셔야 하니까.”
“특별 대우라 이 말이군요….”
이 당돌하고 일관적인 여성의 태도에 헛웃음을 뱉던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그리 급하게 말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봐라, 바르간. 이번이 마지막으로 묻는 것이니 후회 없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군. 혹시 모르지 않나, 지금 이 선택이 나중을 크게 좌지우지하게 될지도.”
“좌지우지라… 글쎄요. 그나저나 이 질문도 끝이 있긴 있었군요?”
“나라고 해서 백발이 될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제 뜻은 변함이 없습니다.”
“참 완고한 녀석이군.”
클레멘스는 싱겁게 웃고 난 뒤 여한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태평스럽게 물었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얻을 수 없는 것에 미련을 가져 봐야 낭비일 뿐이니. 다른 할 일을 하러 가야지.”
“시간을 소중히 하시는 모습은 저 역시 높게 삽니다.”
“그건 고맙군.”
클레멘스는 슬쩍 미소만을 남긴 채 정말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나섰다.
거절을 당한 여인의 슬픔이나 한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언제, 어느 순간에서도 제 자아를 굽히지 않는 여인.
오셀 율리오 클레멘스는 그런 여자였다.
…….
그렇게, 밤과 낮이 바뀌어 3일의 시간이 흐르고.
아카데미아의 비공정은 전장의 시작점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