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6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63화(263/350)
집결 명령이 떨어졌다.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던 병력은 곧바로 집결지로 모여 전쟁을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위그드라실. 성제 리오베르고의 인장이 박힌 서신이 다리 없는 말이 되어 순식간에 전달되었고.
트로아 제국, 오셀 왕국과 같은 대국은 물론이요.
이름도 거의 들어 본 적 없는 소국들에서도 알티프에 대적하기 위한 군사를 보내 주어야만 했다.
병역의 의무가 있는 귀족들은 가문에서 특출난 인재들을 보냈고.
비록 의무는 아니더라도 마법이나 검술에 조예가 있는 평민들은 용병으로서 고용되어 전장의 무대가 될 장소로 향했다.
교회가 용병으로 들인 사람은 느긋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던 일반인들만이 아니었다.
험한 던전을 누비며 마물을 베고 포획하는 것을 업으로 삼던 떠돌이 헌터들.
또한 마데레로와 같은 대형 길드에도 연락하여 알티프와 전투를 벌일 용병들을 대거로 차용했다.
막대한 재산과 인력이 소모된 현장.
그 중심인 이곳에.
아르볼 프루탈의 멤버들 역시 두 발을 올리고 있다.
전장이 시작되기 전의 폭풍전야였지만, 그 안에서도 달가운 재회는 존재했다.
“와아! 이게 얼마 만이에요 선배들!”
에밀리는 호들갑스럽게 두 사람을 반겼다.
아인종은 그들은 이미 졸업을 해서 아카데미아를 떠났던 알렉세리아와 브락키움이었다.
“그러게. 오랜만이네? 브락키움. 너도 오랜만에 후배들 봤는데 인사라도 좀 해 봐.”
“…잘 지낸 거 같군.”
“기껏 한다는 말이 그게 뭐야~.”
알렉세리아는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그녀에게 있어 어색해하는 브락키움의 모습은 언제 봐도 즐길 거리였다.
알렉세리아는 에밀리와 양 손깍지를 낀 채 인사하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못 보던 얼굴들도 많이 있네. 신입생들이 들어왔구나?”
알렉세리아와 눈이 마주친 1학년들은 자동으로 허리를 굽혔다.
눈웃음을 짓던 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인사했고 그중 눈에 띄는 한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미안한데. 혹시 볼 좀 잡아당겨도 괜찮겠니?”
“…네? 그으헌 조오으흠.”
“어머. 어려서 그런가? 피부가 정말 쫀쫀하네.”
“…….”
“내 정신 좀 봐. 아팠지? 미안해. 내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거든. 근데 우리 귀여운 신입생은 이름이 뭐니?”
“…아달하이드예요.”
“어쩜 이름도 예쁘고 목소리도 곱네.”
아달하이드는 잡아당겨졌던 자신의 볼을 한 손으로 매만지며 대꾸했다.
좀처럼 표정을 바꾸지 않는 아달하이드였지만 이처럼 강제로 잡아당겨 버리면 그녀라고 해도 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졸업한 선배들과의 만남을 이어 가고 있자.
한쪽에서 또 낯이 익은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켁.”
아르볼 프루탈의 멤버들을 본 아르하의 첫 마디였다.
리케이온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아르하는 빠르게 주변을 스캔하다가 근처에 있던 핀에게 물었다.
“야, 그 녀석은 지금 여기에 없는 거지?”
“그 녀석…? 혹시 바르간 님 말하는 거야?”
“그래. 그 시꺼멓고 멀대같이 큰 녀석 말이야! 답이나 해. 없는 거 맞지?”
“바르간 님은 지금 회의에 들어가셨으니까 아직….”
“휴우…. 그럼 됐어.”
아르하는 바르간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을 알고 한숨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곁에 있던 행운의 정령술사 에를리히가 다가와 핀에게 손을 흔들었다.
에를리히는 제 키만 한 지팡이를 땅에 세운 채 말을 걸었다.
“즐거운 자리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보게 돼서 반갑다.”
“그러게.”
“요즘도 검술 연습 매일 하고 있어? 이제 몸에 무리는 덜 가고?”
“그때랑 별반 차이 없어. 너도 알겠지만 내 재능은 형편없거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뭐야? 둘이 언제 이렇게 친해졌대?”
핀과 에를리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르하가 문뜩 끼어들었다.
안면식이 있다고 해 봤자, 작년 기말고사 시즌 정도였는데 둘이 가까워질 시간이라도 있었나?
애초에 에를리히 너 페랑기스랑 다니느라 리케이온에도 없었잖아.
아르하의 의문에 에를리히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어쩌다 보니…? 아카데미아로 가는 비공정에서도 얘기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아… 그래. 그렇구나?”
아르하는 제가 물어봤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관심이 식어 대충 반응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두 사람이 아닌 주변으로 향했다.
‘아, 뭐야. 그 녀석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왁자지껄한 사방을 살피던 그녀는 순간 움찔했다.
그곳에는 바르간을 닮은 작년 아카데미아의 회장 라인카르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이제는 졸업을 하여 슈겐하르츠 가문의 대표로 이곳에 온 것인지.
라인카르벤의 주변에는 다른 가문의 딸 아들들이 모여 있다.
워낙 시끄러워 뭐라고 나누고 있는 대화의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으나 귀족의 어쩌구 하며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고 있을 게 뻔했다.
리케이온의 학생회장인 에디나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자신 이상으로 라인카르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재능을 갖춘 자를 귀신같이 알아보는 아르하의 두 눈에 수많은 이들이 비쳤다.
‘와 저 할배는 젊었을 때 장난 아니었겠는데? 저 할매도 그렇고….’
노장들도 눈에 밟혔는데.
이미 현역에서 물러난 지 오래였지만 인류를 위해서 다시금 무기를 들고 전장에 달려 나온 말 그대로 구국의 용사들.
그 외에도 신성 마법과 치유 마법만을 사용할 줄 아는 교회의 성직자들.
인간인지 나무인지, 아니면 동물인지 알아보기 힘든 아인종들 역시 상당수 존재했다.
‘이 면적에 있는 머릿수를 세면… 대충 4만은 되겠네.’
총 병력 4만.
일반 병사가 아닌, 알티프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이들이 4만인 것이다.
알티프만 없다면 이 정도의 전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없다.
트로아 제국과 같은 대국은 당연하고 전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정도다.
즉, 유일교인 위그드라실이 인간 세계에 얼마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했다.
어중이떠중이들과 숨어 있는 인재들을 박박 긁어모은다면야 수는 더 많겠다만.
그래서야 무의미하게 덩치만 커 식량과 재원을 낭비할 뿐이다.
“교회가 진짜 이번에 이를 제대로 갈았네.”
“어? 뭐라고 했어, 아르하?”
“혼잣말이야 신경 꺼. 그보다 이제 회의 끝난 거 같다.”
아르하는 턱짓으로 멀리 떨어진 연설대 부근을 가리켰다.
에를리히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고, 거기에는 한 나라의 고위 관료부터 한 자릿수 용사들까지 함께 있었다.
그들이 연설대 위로 올라가자 대중의 소란은 점차 멎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에 4만 개의 보석이 담겨 있다면.
저들은 그 보석들 중에서도 특히나 값지고 귀한 최고급품들.
그중에는 리케이온과 아카데미아의 인원들도 있었으며.
바르간 역시 존재했다.
회의를 마친 그들은 중대한 선언을 하기 위해 자리 위로 올랐다.
츠즈즉—.
연설대 위에 두 줄로 나열한 이들.
그 가운데에 위그드라실을 상징하는 무늬로 수놓아진 순백의 옷을 입은 중년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대중과 마주선 그녀.
약간이나마 남아 있던 자잘한 소음도 전부 멎어 수만의 사람으로 가득한 이곳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녀는 확성 마법이 걸려 있는 마도구를 한 손에 들고 느긋하면서도 고풍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퀼레의 성왕 마르첼입니다. 선언을 시작하기 전, 먼저 인류의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기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현 위치에서 가장 인접한 도시인 퀼레.
이번 전쟁의 물자와 인력을 가장 많이 투자한 그녀가 광휘에 빛나는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후로. 인류는 한 걸음 더 진정한 자유로 나아가고, 잃어버렸던 권리를 되찾을 것임을 저 성왕 마르첼은 확신합니다.
그녀가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소감을 마치자, 곁에 있던 보좌관이 고급 양피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마르첼은 손을 감싸던 하얀 장갑을 벗고 양손으로 양피지를 쫙 펼친 채 그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인류는 알티프, 더 나아가 여신교에게 선전포고한다.
본격적인 전쟁으로 돌입하기 전.
명목상 존재하는 선전포고.
본래와는 양식과 순서도 다를뿐더러, 인간이 아닌 알티프에게 이와 같은 차례는 필요 없을지 모르나.
전쟁에 임하는 이들의 사기를 올리고,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 주고자 이 시간을 마련했다.
—수천 년 전. 인류에게 재앙과도 같이 도래한 붉은 괴물들. 그들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을 덮치며 그 고기로 제 살을 불렸으며. 그 가죽으로는 제 새끼를 낳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이를 생명의 순환이며 인류에게 내려진 시련이라 여길지라도. 그들의 만행은 하늘의 도리를 어지럽히고 인류의 목을 움켜잡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의 언어를 갖추어 소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류가 내뻗은 공존의 악수를 잡지 않았다. 간혹 잡은 체할 때에도 간악한 그들은 다른 한 손에 독이 발린 검을 쥐어 찌를 때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에 인류는 그들과 맞서 싸우려 한다. 사악한 이교도의 피가 흐르는 괴물들이 위그드라실의 영광을 누리는 토지 위에서 날뛰는 것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
—지금 이 자리에 선 인류의 전사들이여 들어라. 우리는 이곳에 모였다.
—비록 다른 인종, 다른 국가, 다른 성별로 태어났으나 같은 하늘 아래에서 자란 우리는 지금 이 명예로운 대지 위에, 같은 이념을 가슴에 품은 채 서 있다.
—저 악독한 붉은 무리가 우리를 위협하려 한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말라. 전능하신 위그드라실 님께서도 우리의 앞날을 축복하신다. 신의 이름이라는 신성한 갑옷을 입고, 그분의 자식이라는 고결한 핏줄을 이어받은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싸워라, 승리하라.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용맹하게 전진하는 일만이 남았다.
치지직—.
““우와아아아아!!””
성왕 마르첼이 마도구를 끄자 우레와도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두려움을 잊었다.
적들이 아무리 섬뜻한 이빨과 발톱을 들이밀지라도 겁먹지 않고 진격할 용맹한 용사들이다.
잔뜩 뜨거워진 분위기는 저 붉은 막만 없다면 곧장이라도 달려나가 추기경의 목을 벨 것만 같이 기세등등했다.
한동안 대중의 열기가 화산처럼 터져 나오다가. 겨우 조금 잠잠해지기 시작했을 때.
선전포고를 마친 성왕 마르첼이 다시 마도구를 켜 말을 이었다.
순식간에 좌중은 조용해졌고 그녀의 음성은 확실하게 들렸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다만, 저 붉은 장막이 막고 있어 우리 전사들이 나아갈 수 없는 형국이지요.
그녀는 슬쩍 뒤편을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관중의 시선도 그녀의 뒤에 위치한 사람에게 향했다.
그곳에는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시선을 너무나도 태연스럽게 받으며 걸어 나오는 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노련하고 용맹한 베테랑 용사라고 하기에는 아직 앳된 티가 묻어나는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할 만한 책을 아카데미아에서 가지고 왔으니. 우리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치고 나가려 합니다.
마르첼은 앞으로 나온 바르간에게 마도구를 건넸다.
그러고는 함께 나온 에리카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뒤편으로 들어갔다.
바르간이 마도구를 입 근처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저희에 대한 소개는 간략하게 하고. 곧바로 위대한 마법사이신 굴레마시아 님과 저희가 함께 논의한 바를 알리겠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생각해 내고 굴레마시아에게 제안한 것이었지만.
바르간은 굳이 정확한 사실을 대중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우선, 저는 굴레마시아 님과 마찬가지로 마나 총량의 경지가 초월에 올랐습니다. 제 옆에 있는 이 학생은 굴레마시아 님과 마찬가지로 워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주 드문 마법사이지요.
좌중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눈치 빠르게 바르간과 굴레마시아가 계획하고 있는 바를 이해한 자들은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인지 두 눈을 동그랗게 한 채 의문을 내뱉었다.
바르간은 이 정도의 소음은 귀를 즐겁게 하는 배경음악 정도로 여기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안은 아직 결과를 보이지도 않았지만.
바르간은 이미 바람직한 결과를 확신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아와 리케이온의 방어 시스템. 그중에서도 막을 형성하고 있는 결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바르간은 검지를 편 채 붉은 장막의 꼭대기를 가리켰다.
반원 모양의 장막에도 중심부가 있었는데 그 상공을 좌중들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다
바르간은 말했다.
극도로 견고한 방어는 때로 최대의 공격이 될 수 있다고.
—저희는 공중 도시 아카데미아를 저곳으로 워프시킬 것입니다.
추기경들조차 깨지 못했던 아카데미아의 방어막으로 붉은 장막을 깨트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