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8)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8화(28/350)
“반드시 우리 반이 우승해야 한다. 알겠나.”
루이사의 강한 의지가 강의실에 있는 모두에게 전해졌다.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 달이 조금 남지 않은 클래스전(戰)에 대해서 언급했다.
아카데미아는 학년마다 다섯 개의 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입학한 1학년도 마찬가지로 1반부터 5반까지. 인원수는 소설 설정의 탓인지 1학년만 정확히 스물다섯 명씩이다.
“안전이 제일. 다른 반에서는 이딴 개소리를 지껄일지 몰라도 우리 1반은 다르다.”
지면 아무것도 없다. 자신의 몸보다 우승에 집중해라. 그렇게 말하던 루이사는 돌연 혀를 차며 바닥을 울렸다.
마력이 담긴 발길질에 공간이 진동한다.
“특히, 3반은 아주 개작살을 내 버려라. 3반 연놈에게 깨지는 녀석은 내가 머리통을 깨트려 버릴 테니 알아 두고.”
3반이면 파울라가 담당 교수로 있는 반이다. 그녀가 저렇게 화를 내고 있는 이유를 굳이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술 마시다가 내기한 것이다.
보나 마나 파울라가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장난을 치다 판을 키운 것이 틀림없다.
“당연히 우승하는 반에 떨어지는 점수, 카티아가 20으로 가장 높다. 개인 성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카티아가 지급되겠지만 어디까지나 부가적이다. 물론, 너희들이 신경 쓰는 게 카티아만은 아닌 것도 안다. 그러나, 괜히 눈에 띄겠다고 무대포로 나서다가 뒈져서 피해 주는 꼴이 되면 각오해라.”
루이사의 눈초리가 매섭다. 모두를 협박하고 있다.
멋대로 적진에 뛰어들었다가 탈락하게 된다면, 머리통까지는 아니더라도 갈비뼈 하나 정도는 정말로 부서질지 모른다.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카티아가 20. 입학 성적이 가장 우수했기에 현 상황에서는 1학년 중에 나보다 높은 카티아를 보유한 이는 없지만, 이번 에피소드로 인해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점수.
“규칙은 당일에 공지된다. 마음 같아선 지금 확 공개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나도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른다. 썩을.”
그녀는 혀를 찼고. 학생들 속에 있는 나를 바라봤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감이 온다.
“슈겐하르츠. 네놈이 수석이니까 책임지고 반을 이끌어라. 전략과 전술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충하는 연놈들이 있으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도록. 기강을 바로잡아 줄 테니.”
기강을 바로잡아 준다는 말에 몸을 흠칫 떠는 학생들이 있다.
학기 극초반이건만 벌써 그녀에게 따로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고심하는 척 시간을 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질이 온다고 급하게 움직이면 물고기가 도망치는 법이다.
“그 말은 즉, 이번 클래스전에 대한 통솔권을 저에게 넘기신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습니까?”
“교수는 클래스전에 참가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다 알면서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너도 참 어지간한 녀석이구나.”
“직접 듣는 것과 아니한 것은 천지 차이이기에.”
나는 가볍게 샌 웃음을 뱉었다.
루이사는 크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더니. 곧 강한 어조로 말한다.
“그래, 너에게 이번 클래스전에 대한 통솔권을 넘기마. 네가 이번 리더다.”
리더. 좋은 단어다.
내가 이렇게까지 확답을 바란 데는 다 까닭이 있다.
“알겠습니다. 힘이 닿는 데까지 해 보도록 하죠.”
나는 고개를 숙이고.
새어 나오는 미소를 숨겼다.
***
“그래서. 왜 네 녀석이 여기 있는 거지.”
연구회의 자격을 얻고 제공받은 작은 방. 이 좁디좁은 공간에 내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 하나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내가 연구회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리암도 같이 넣어 줘. 클래스전이 코앞이니 한 사람이라도 더 강해져야 좋은 거 아니겠어?”
“네년에게 묻지 않았다.”
“아오, 하여간. 저걸 그냥…!”
리암의 소꿉친구면 소꿉친구이지 보호자는 아니지 않나. 저 녀석이 말 못 하는 벙어리도 아니고.
“괜찮아 에밀리. 내가 말할게.”
“짧게 하도록.”
나는 뒤로 몸을 기댔다. 푹신한 쿠션이 달린 의자가 몸을 지탱한다.
“나도 에밀리와 함께 연구회에 들어가겠어. 이 연구회의 주제가 개인 역량 발전이라 했잖아, 그럼 나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
“싫다. 꺼져라.”
짧게 하라고 했는데 뭐가 이렇게 말이 많은지.
“이 연구회의 설립 의의에 따르면 거부할 이유는 없을 텐데? 그게 아니면 개인 역량 발전이라는 주제는 껍데기일 뿐이고 사실은 음모를 숨기고 있는 건가?”
중간에 자신의 말이 끊겼음에도 기분 나쁘다는 내색을 보이지 않으며 말을 잇는 녀석.
껍데기는 연구회의 주제가 아니라 네가 애써 둘러대고 있는 이유이거늘. 누가 누구에게 참.
“네놈은 거짓말쟁이로구나.”
“뭐?”
“네가 말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 실제로는 나를 감시하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건 오해야.”
“오해라… 과연 그럴까.”
나는 에밀리를 흘깃 바라봤다.
시선이 닿자 그녀는 살짝 놀란 눈치로 시선을 회피했다.
“네놈의 소꿉친구는 내 예언 비슷한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딴 불길한 소리는 하지도 말라며 일침을 날렸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에밀리는 연구회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그것이 하룻밤 사이에 뒤집혔다.
무언가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랬던 과거는 잊어버린 것처럼, 이렇게 염치없이 너까지 끌고 와서는 입회를 신청하고 있지. 마치 누군가 개입한 것처럼 어색하게. 그럼, 누가 그녀에게 입김을 불어 넣은 것일까.”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나일까? 아니, 그럴 리가. 한천한 재능을 가진 여자 하나 들어오게 만들겠다고 내가 그 정도로 할 위인은 아니지.”
이번엔 알리시아를 가리킨다.
“그럼, 알리시아일까? 아니. 아니지. 나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다. 에밀리와는 어제 수업이 끝나고 접촉한 적이 없어. 핀과 세레나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면 결국 남은 인물은.”
손가락 끝이 리암에게 정지한다.
“너다.”
그의 입가에 살짝 주름이 생겼다.
당연하게도 들켜서 놀란 반응이 아니라, 찝찝한 사실을 공론화시킨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리암이 알고 있는 전개와 내가 알고 있는 전개는 다르지만 공통되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
1년 후에 있을 아카데미아의 비극. 이와 같이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는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안 그래도 나의 정체에 대해 파악하려고 애쓰는 녀석이, 에밀리를 통해 내가 말한 찝찝한 예언을 들었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에밀리의 죽음에 대한 것은 명시되어 있지 않을 터.
그러나, 아카데미아에 비극이 도래하는 것은 그도 아는 사실.
“어지간히도 내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구나.”
리암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오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녀석에게 있어 내가 수상한 빙의자라는 덜미를 잡은 셈이니 좋다고 달려들겠지.
“…그래, 인정할게.”
리암은 말한다.
“사실. 너의 행보를 지켜보기 위해 연구회에 들어가려는 거야.”
“나의 행보를?”
“너는 입학식에서 그런 짓을 할 정도로 제멋대로인 녀석이야. 네가 이후에 또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니 감시하고 사전에 방지하려는 거지.”
“너에게 어떤 이득이 있기에 그렇게 움직이는 건지 이해되질 않고. 설령 그렇다고 한들, 네 녀석 따위가 막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드는구나.”
“글쎄.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 말은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인데.
“허세하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이 공간에는 우리의 대화에 주목하는 캐릭터가 많다. 그는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바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머리가 완전히 빈 녀석으로 봤는데 생각만큼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너의 입회를 허가할 마음이 없다.”
“그러니까 바르간….”
“하지만 문득 궁금하긴 하군.”
나는 리암에게서 시선을 돌려 알리시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대화의 불씨가 자신에게로 옮겨지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황해한다.
“네 녀석과 내 시종인 알리시아. 현 상태에서 둘이 붙게 된다면.”
나는 제안한다.
알리시아와 등급전을 해서 승리하게 된다면.
“누가 이기게 될까.”
입회를 허가하겠다.
***
등급전은 아카데미아의 체제로, 학생들이 목매는 카티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다.
한 달에 한 번.
상대와의 아카데미아 순위 격차 20 이하.
최대 베팅 10카티아.
해당 조건들이 갖추어지면 학생들은 상호 동의하에 등급전을 치를 수 있다. 이는 아카데미아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투로 등급전을 위한 공간도 따로 갖춰져 있다.
“떨리느냐.”
“아, 도련님.”
가벼운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알리시아가 경기장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약이 걸려 있지 않은 경기장을 바로 빌릴 수 있었다.
연습용 검을 등에 메고 있는 알리시아는 다소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다.
“카티아가 걸린 첫 승부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는 정신을 바짝 차릴 테니 심려치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여기서 승리하면 지금 네가 보유하고 있는 카티아의 배가 될 것이다.”
나는 수석으로 입학했기에 초기 지급되는 카티아가 20이지만.
입학시험을 통과해도 10위 안에 들지 못한 이들은 모두 10카티아를 받는다.
알리시아와 리암이 보유하고 있는 카티아도 동일하게 10. 이번 배팅으로 걸린 10카티아.
이번 승부에서 진다는 것은 현재 소지하고 있는 카티아가 모두 소멸된다는 소리다.
“혹여나. 리암이 받을 피해가 걱정되어 대충 한다는 등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거라.”
알리시아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서 나온 우려였다.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도련님이 실망하시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결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됐다.”
이것은 필요한 승부이다.
현재의 리암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성능은 이 세상 수준이 아니다.
원작 기준. 성장 속도로만 본다면 미친 천재 알리시아의 재능에 필적하거나 살짝 상회하는 정도이니까.
즉, 이번 승부는 첫 단추.
만약 리암이 승리하게 된다면 억지로 기연을 연결시키지 않는 이상 알리시아의 성장 속도로 리암을 추월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리암 하나를 제압하는 데 알리시아 외의 추가 인력이 필요해지게 된다. 이는 상대 체스 말 하나를 상대하는 데 두 개의 말을 써야 한다는 것.
실로 비효율적이며, 수가 제한되는 길.
이번 단추를 잘 끼워야 이후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여태까지 내가 짠 대로 잘 따라와 줬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유일하게 염려되는 게 알리시아의 천성적인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그녀가 확답을 주었으니 믿는… 아니,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저어… 도련님?”
“왜 그러느냐.
“방금 그런 대답을 해 놓고선 이런 질문을 드려 송구스럽습니다만. 아무리 연습용 검이라곤 해도 날붙이인데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아카데미아의 의료진과 베테랑 심판이 대기 중이니 괜찮다. 큰 충격이 예상될 경우 심판이 미리 준비한 마법을 발동시켜 공격을 무효화하고 전투를 중지시킬 것이다.”
“아, 그런 것이군요.”
실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하더니 바로 이런 모습이라. 너무 일찍 그녀와 리암을 상대하게 한 것일까.
그런 약간의 후회의 감정이 피어나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마친 알리시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얼굴에는 어쩐지 그늘이 져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괴물 잡듯이 해도 되겠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에리카에게 점심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을 때 그녀의 심정이 이러한 것이었을까.
『17시 30분. A-23 경기장. 1학년 알리시아. 1학년 리암. 의 등급전이 곧 시작됩니다. 선수들은 경기장 안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놀란 눈을 한 채 그녀를 부르려고 하자. 기계적인 목소리가 귀를 강타한다.
알리시아는 앞으로 나아가며 살짝 고개를 돌렸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도련님, 금방 끝내고 오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그녀를 과소평가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