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87)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287화(287/350)
주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침공을 시도했다.
개중에 사제급들을 거느린 주교들은 힘을 합쳐 몰려들었고, 트리센나를 비롯한 용사들은 이들과 북문에서 교전 중이었다.
“…….”
한편, 교회의 수호 역을 맡은 알리시아는 마나의 민감성을 잔뜩 높인 채 준비했다.
언제 어디서 적들이 달려들어도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교회의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쿠웅쿠웅!
—크레에에엑!
멀리서부터 전쟁의 여파가 전해진다.
교회는 북문에서부터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으나, 알리시아는 마치 직접 장면을 보듯 파악할 수 있었다.
‘정상급 주교는 없어. 어중간한 녀석들이 몸을 불려서 온 거야.’
추가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
알리시아는 제 임무에만 몰두하면 되었다.
“…….”
그렇게 시선을 옮기며 로즈의 구석구석을 훑는 알리시아.
이리저리 움직이던 눈동자가 한 곳에 딱 멈추게 되었다.
‘저긴….’
문화의 도시라는 이름을 자랑하듯 아름답게 꾸며진 고급 여관.
다른 건물들도 조형적으로 잘 갖추어졌지만, 저곳은 유독 그 완성도가 높다.
알리시아는 그곳에서 잠을 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녀의 검술 스승이었던 브람도.
아카데미아에서 근신 처리를 받던 파울라도.
그녀가 모시던 바르간도 함께 있었다.
낮에는 수련에 임하고, 밤에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바르간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
그녀는 저주의 문양이 새겨져 있던 쇄골을 만져 보았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 무엇도 남지 않은 이곳.
감상에 젖어 있던 알리시아는 천천히 손을 내려놓으며, 다시금 임무에 집중했다.
그러다.
콰아앙—!
난데없이 도시의 한구석에 떨어진 무언가.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커다란 충격과 괴음이 일었다.
그 낙하지점을 알아차린 알리시아의 눈동자가 일순간에 커졌다.
‘녀석들이… 저길 어떻게 알고!’
교회에서 뛰어내려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알리시아.
그녀는 황급히 사역마를 통해 상황을 전달했다.
—성왕님께서 기습을 당하셨다!
사실, 로즈의 성왕은 교회에 있지 않고 피신을 한 상태였다.
알리시아가 교회를 지키고 있던 것은 적을 유인하기 위한 책략.
그러나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인지, 적은 그 전략을 정확히 꿰뚫어 봤고 피신처까지 공습하였다.
성왕이 호위를 받고 있다고는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알리시아는 신속히 각 용사의 팀원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내렸다.
주교들이 지금의 사태를 비집고 들어와 더욱 도시를 혼란으로 끌고 갈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성왕을 구하기 위해서.
적합한 지시를 내린 뒤.
알리시아는 공습을 받은 주택 앞에 도착했다.
스스스….
미사일을 맞은 것처럼 파괴된 건물.
그녀가 얼마나 빠르게 걸음을 옮겼으면 아직 뿌옇게 올라온 먼지조차 그대로였다.
알리시아는 바람 마법을 사용해서 이를 날려 버렸다.
그러자, 주교 두 마리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클라멘—! 이 겁쟁이 자식이 감히 우릴 속여? 가만두지 않겠다!』
『진정해. 녀석도 ‘그 자식’에 의해 움직이고 있던 것뿐이야. 아마 처음부터 이럴 속셈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거겠지.』
분노하고 있는 주교들.
그들은 불완전한 권능 해방을 한 상태였다.
알리시아는 빠르게 녀석들의 정체를 파악하며 성왕을 찾았다.
‘최정상급 주교는 아니고… 정상급이 둘. 성왕님께서는….’
“……!”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자, 순간 알리시아의 숨이 멈췄다.
틀림없는 로즈의 성왕은 목이 잘려 나간 채 바닥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 곁에는 성왕의 실제 호위를 맡은 용사 셋이 잘게 나눠져 있다.
그들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인간 따위를 대주교로 받아들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그것도 속에 커다란 뱀이 자리 잡은 그런 인간을…!』
『우리가 어리석었어. 우리의 권능만을 이용해 먹은 채 먼저 성왕을 선수치고 도망쳐 버릴 것도 염두에 뒀어야 하는데…. 그보다. 저 하얀 머리의 용사가 올 것도 계산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하, 하하하! 그래, 우리를 써먹을 대로 써먹었으니 이제 죽이겠다 이 소린가! 미안하지만 우리를 너무 우습게 여겼군!』
분노에 휩싸여 자색 마나를 터트리는 주교들.
그들은 누군가에 대한 강렬한 증오를 대신 표출하려고 하듯 알리시아를 노려보았다.
알리시아는 그들의 대화가 신경 쓰였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이미 로즈의 성왕은 죽었다.
이건 돌이킬 수 없는 현실.
그렇다면, 알리시아가 해야 할 일은 이 알티프들이 다른 추가적인 피해를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
적을 죽이는 것이다.
* * *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리암 네 역시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르하는 자신들에게도 성왕의 위치를 속였다는 사실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마나를 활발히 움직였다.
혼란을 틈타 주교들이 날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정 반경을 벗어나지 않고 차분히 살폈다.
단독으로 성왕의 피신처로 달려간 알리시아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니, 이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만 했다.
“…야, 우리 쪽으로 온다.”
아르하가 먼저 말했다.
리암 역시 그 기운을 느끼고 검을 휘어잡았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주교. 이 정도의 압력이면 대주교에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이건… 권능 해방을 한 최정상급이야. 시클라멘이라고 했나. 아직 밝혀진 게 많이 없는 주교…. 이곳으로 직접 오는 걸 보니까. 도시의 파괴가 아니라 에밀리가 목적이구나.’
리암은 고개를 돌려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에밀리, 긴장하지 마.”
“어…?”
“우린 약하지 않아. 아무도 죽지 않을 거야. 아무리 최정상급이라고 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응. 네 말이 맞아. 리암.”
긴장감에 몸이 굳어 있던 에밀리. 그녀는 리암의 말에 조금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적과 조우하기까지 앞으로 5초.
4… 3… 2… 1.
파지지직—!
정확하게 알티프의 위치를 파악한 리암.
붉은 전류를 터트리며 가장 먼저 적에게 성큼 다가섰다.
그러다, 검으로 베려는 순간. 전류의 빛에 의해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양의 뿔을 달고 있는 청년의 외관.
양털과 같이 곱슬기가 심한 머리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울먹거리고 있는 눈은 리암이 달려들어 상당히 겁을 먹은 듯하였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입은 꿈틀거리다가.
『무서워….』
그 거대한 외침을 터트린다.
『무서워어어어어—!』
찌이이이잉—!
시클라멘의 비명이 나옴과 동시에 리암의 몸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호소했다.
그대로 검을 베려다 위험성을 느끼곤 급히 거리를 벌리는 리암.
온몸이 욱신거린다, 몸을 얇게 감싸고 있던 프로텍터는 아주 작은 바늘들로 무수히 찔러진 것처럼 되어 버렸다.
‘음파를 이용하는 권능!’
리암은 단번에 권능의 종류를 이해했다.
저 녀석은 아무래도 소리를 무기로 사용하는 게 가능한 듯하다.
“리암…! 저거…!”
크게 놀란 에밀리의 음성.
곧 리암도 주교가 들고 있는 무언가를 보고 이를 갈았다.
“네가 성왕님을 해한 건가….”
눈을 감고 있는 성왕의 머리. 잘린 목의 단면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물건을 인형처럼 들고 있는 주교. 아르하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자 시클라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렸다.
『자, 자자 잠깐만요! 우리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해결해 봐요!』
갑작스러운 주교의 제안.
그러나,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용사는 없었다.
아르하는 온갖 원소 마법을 퍼부었고.
에를리히는 정령들을 소환하여 화력에 일조했다.
한곳에 모여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힘.
——!
그러나. 폭음으로 가득해야 할 현장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분명히 원소 마법은 꽂혔고 불이 터져 나왔음에도 주교는 무언가에 방어막이라도 치고 있는 것처럼 멀쩡했다.
“하, 재밌는 능력이네? 에너지를 일부 흡수해서 방어로 사용할 수도 있는 건가?”
아르하가 웃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반사 마법과도 결이 비슷해 보이지만, 한층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시클라멘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한번 부탁했다.
『무, 무서우니까 자꾸 마법 쓰지 마세요! 대대, 대화로 해결할 수 있잖아요! 네?』
“성왕 머리 들고 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상황은 지가 다 악화시켜 놓고 뭘 어떻게 해결하는데?”
아르하가 차갑게 대꾸하자 시클라멘은 기가 죽었다.
『그, 그렇지만… 싸우는 건 아프고… 죽는 건 무섭고……. 그런 건 인간이나 알티프나 마찬가지잖아요…! 아, 아아…!』
말을 이어 가려는 시클라멘의 앞으로 튀어나온 무투가 가바.
그의 정권이 상대를 꿰뚫어 버릴 듯 쏘아지는데.
후웅—!
순식간에 이를 회피하고 사라져 버린 시클라멘.
가바의 주먹은 무의미하게 허공에 휘둘러졌다.
시클라멘의 속도는 가바를 아득히 우회했다.
『마, 말로 안 되면. 빨리 일 끝내 버리고 갈게요. 무서우니까….』
사라졌다고 여겨진 시클라멘은 어느 순간 에밀리의 앞에 있었다.
말하는 것과는 달리, 행동은 거침이 없고 잔혹하다.
그대로 손날을 그어 에밀리의 목을 베려는 녀석.
이를 제지하려는 리암과 충돌한다.
치지지지직—!
붉은 전류를 머금은 검이 시클라멘의 손날과 부딪혔다.
리암은 주교와 힘겨루기를 했다. 조금이라도 밀렸다가는 에밀리와 함께 죽어 버릴 수도 있다.
『아,아아아아 아파!』
리암의 붉은 전류가 시클라멘이 형성하는 투명한 막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직 피부에는 닿지도 않은 시클라멘은 냅다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러 댔다.
『아파아아아아—!!』
찌이이이잉!
다시금 전신을 울리는 충격.
리암은 에밀리를 보호하며 거리를 벌렸고.
이에 배턴을 터치하듯 아르하가 나섰다.
“야, 이 괴물 새끼야. 에너지 뺏어서 쓰는 건 내 전문이야!”
반사 마법의 최대치까지 힘을 모은 아르하.
스프링처럼 지면에서 튕겨 나와 시클라멘의 얼굴에 모아 둔 힘을 방출시킨다.
퍼억—!
그렇게, 비로소 제대로 들어간 일격.
시클라멘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물수제비처럼 땅바닥을 굴러갔다.
그 틈을 타.
“하아… 하아….”
리암은 급히 숨을 마쉬었다.
에밀리를 구하기 위해 거리를 단번에 좁힌 게 숨을 많이 요했기 때문이다.
“미, 미안해 리암! 나 때문에!”
이에 리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 상대가 너를 유난히 노리는 걸 뿐이야. 지금까지 했듯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만 하면 돼.”
에밀리가 맡은 건 모두의 지원.
리암의 역할은 팀원의 보호와 근접전.
“차근차근. 차근차근 하면 돼. 감정적으로 되지 않게 조심해서….”
“리암…. 너… 피가…!”
주륵—.
리암의 귀와, 눈, 코,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시야는 순간 흔들리며, 장기들에 문제가 생긴 듯 괴로웠다.
시클라멘의 비명을 바로 근접에서. 두 번 연속으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리암은 굴하지 않고 벽에 부딪힌 시클라멘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시클라멘은 잔뜩 부운 볼을 만지며 울먹거리고 있다.
『아, 진짜 돌아가고 싶어요. 아픈 건 싫어요….』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시클라멘.
그러나 잠깐 동안의 격전에도.
이곳에 있는 모든 용사들은 알았다.
시클라멘의 권능 해방은 아직 주교임에도 불안정하지 않고 완전하다는 것을.
『근데…. 날 아프게 하는 것들은 더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