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3화(3/350)
슈겐하르츠 공작가의 저택은 오늘도 평화롭다.
“다시 만들어.”
“도련님…?”
“못 들었나?”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시종에게 나는 똑바로 다시 전했다.
“이 요리. 맛없으니까 다시 만들어 오라고 했다.”
“하지만….”
“음식을 네가 만드나? 어차피 주방장이 만드는 것이지 않느냐. 그게 아니면, ‘오늘 요리가 쓰레기통에서 막 꺼내 온 것 같으니 바르간 도련님께서 먹을 수 있는 다른 음식을 원하십니다.’ 이런 간단한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한 건가?”
“그, 금방 새로운 음식을 가져오겠습니다!”
시종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간다. 나와 다른 시종들은 새로 들어온 그 시종을 유심히 지켜봤다.
알리시아, 이 소설 속 가장 비중이 큰 히로인.
원래라면 아직 그녀의 집에서, 못된 식모 뺨치며 어미라 불리는 자의 구박을 받은 채 심부름을 하고 있었을 테지만, 현재 우리 저택에서 전속 시종으로서 일하고 있다.
너무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이것도 다 그녀를 위한 일이다.
알리시아는 천성부터가 글러 먹었다. 너무 착하고 약해 빠졌지. 그런 어쭙잖은 성격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아카데미아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말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알리시아는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을 화려하게 꽃피우겠지.
“새로운 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분명 마음에 드실….”
“다시 만들어.”
“도, 도련님? 하다못해 살짝 맛이라도 보시는 게.”
“냄새가 별로다.”
“…다시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응, 이건 다 그녀를 위한 일이다.
***
이 소설 속에 들어온 지 벌써 일주일 하고도 2일이 더 지났다.
빙의가 되기 전, 나는 연극영화과를 수석으로 입학한 연기의 천재로 잘생긴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나에 대한 것은 됐으니 이곳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빙의물’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종류의 소설을 읽었다.
제목은 <아카데미물의 조연으로 빙의했다고?!>라는 웃기지도 않는 것이다. 구더기인 결말을 제외하면 내용은 나름 흥미가 있었으나 제목이 너무 유치했다. 하다못해 뒤에 물음표와 느낌표라도 빼 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소설 속 악역 공작가의 셋째 아들로 빙의했다는 것이다. 빙의물 속에 빙의라 제정신인가 싶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다른 장르에 빙의하는 것보다는 연결 고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내가 본 그 내용을 잠시 설명하자면, 자신이 읽은 소설 속의 평민으로 빙의한 남자 주인공이 범재인 몸뚱이를 극복할 정도의 사기 능력을 얻게 되고. 몇 개월 뒤 용사사관학교, 아카데미아에 입학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로 다룬다.
다행인 점은 그 주인공이 읽은 소설은 빙의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읽은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적국의 셋째 왕자가 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평민이지만 능력으로 아카데미아에 들어온 히로인, 알리시아를 왕비로 맞이하기 위해 악역들과 싸우는, 그런 일반적인 내용이다.
참고로, 둘의 공통된 악역에 나는 모두 포함된다.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
내가 읽은 소설 속의 평민 출신 주인공은 ‘진짜 주인공’, 진짜 주인공이 읽은 소설 속 왕자 주인공은 ‘가짜 주인공’이라는 말이다.
복잡한가?
뭐, 중요한 것만 말해 보겠다.
난 빙의물에 빙의했고, 악역 공작가의 셋째 아들이다. 나는 이 악역이라는 역할과, 지위, 외모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고. 오로지 나를 위해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살기로 결심했다.
내가 읽은 소설 속 주인공인 ‘진짜 주인공’은 소설을 탈출하려고 했지만, 나는 전혀 그의 사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 어째서, 대체 왜 이 소설 세계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인가.
혹여나,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왜 그 안에서 살려는 거야?’
난 잘나가는 공작가의 자손이다.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여기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 수 있는데 굳이 그런 각박한 현실로 돌아가? 오히려 내가 반문하고 싶다.
‘왜 나가야 돼?’
대체 내가 왜 돌아가야 하는가.
여기서 나는 찬란한 미래를 향해 발을 뻗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보장되어 있는 미래다. 그보다 좋은 것이 있단 어디에 있단 말인가.
⎯ 아 물론,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이 악역도 그저 잘나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악역이기에 당연히 처음에는 기세등등하게 주인공들을 괴롭히지만, 막바지에는 그들에게 밀려 힘이 다 빠진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내가 빙의한 이 바르간의 미래가 그리된다.
그렇다면 나는 주인공들에게 빌붙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할까? 그들에게 복종하거나 어울리지도 않는 그룹에 속해 함께 영광을 나누어야 할까?
아니,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새로 얻은 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것이다. 다른 주인공들에게 구차하게 빌붙는 것이 싫고 무엇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나와 맞물리지 않는다.
이 소설을 읽을 때에도 나는 악역인 이 바르간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했다. 멋지지 않은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이렇게나 당당할 수 있다니. 마치 나의 분신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야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위기도 전부 막을 것이다.
이 오만한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진짜와 가짜. 두 주인공이 모르는 정보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크윽. 도련님, 죄송하지만 언제까지 이걸 하고 있어야 하는지 여쭤보아도 괜찮겠습니까?”
“닥치고 집중해라. 마나가 흐트러지면 지금까지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되어 버린다.”
“…예. …으윽.”
어두운 공간 속, 힘들게 서 있는 알리시아 주변을 보랏빛 마법진이 감싸고 있다. 마나의 운행을 하고 있는 것인데, 알리시아의 안에 잠들어 있던 흐름을 강제로 깨워 장시간 움직이는 중이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리가 가는 것이다.
반면, 나도 그녀와 같은 것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항상 마나의 흐름을 내부에서 제어하고 있어 요란하게 티를 내지 않아도 이 정도는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파도 참거라. 나와 약조한 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기억…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1시간이 더 지나고, 나는 그녀에게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고 전했다. 그녀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마나의 운행을 멈추곤 힘없이 주저앉았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알리시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녀에게 하얀 수건을 들고 다가가는 로브의 여인.
“알리시아 양, 수고했어요.”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호호호, 아니에요. 저야말로 고맙죠. 맨날 버릇없는 도련님만 가르치다가 저처럼 아름다운 미소녀를 가르치게 되어 즐겁답니다.”
“…그 버릇없는 도련님이 나를 지칭하는 명사라면 당장 너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것이다.”
“바르간 도련님도 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다른 도련님, 제가 맡고 있는 다른 도련님을 말하는 거예요. 호호호.”
“…….”
이 지랄맞은 웃음소리의 주인은 나를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마법, 그중에서도 마법 술식과 원소 계열에 있어 두각을 드러내는 인재다. 또한, 악역 바르간의 성격을 버틴 유일한 가정교사라는 설정이다.
“그나저나, 알리시아 양은 너무나도 아름답네요. 마치 저의 전성기 시절을 보는 것 같아요.”
“아, 아뇨. 제가 무슨….”
성격은 촐랑거리고 웃음은 듣기 싫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놓아줄 수 없는 인재다. 마법에 대한 지식과 재능은 그 누구라도 무시할 수 없다.
“혹시 무슨 약이라도 사용하고 있으신 건가요? 으음, 아니면, 운동이라든가 몸매가 좋아지는 그런 운동 있잖아요? 아, 그래그래. 아니면….”
“시끄럽다! 알리시아, 넌 지금 당장 몸을 씻으러 가라. 어서, 이 조잘거리는 년 앞에서 모습을 지워. 내 귀가 멀어 버릴 것 같다.”
“아, 알겠습니다. 도련님.”
무시할 수는… 없다.
알리시아는 받은 수건을 지닌 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간신히 방을 떠나갔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나를 향해 공손히 인사하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 잠시 후,
내 가정교사이면서 약간 이상한 여자, 파울라는 아까의 촐싹거림을 벗은 채, 날카롭게 말했다. 눈매도 그에 준했다.
“도련님, 괴물을 데려오셨군요.”
괴물.
그 단어는 알리시아를 말하는 것이다.
“저런 인재를 어디서 찾아오신 거죠? 16세의 늦은 나이에, 마나의 사용법을 익힌 것이 바로 오늘 낮. 처음 도련님께서 부탁하셨을 때는 그냥 도련님의 장난감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했어요.”
“장난감. 장난감이라….”
“하지만 바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죠. 무려 6시간. …참나, 내가 말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6시간. 과거에 한 번 마나를 건든 적은 있다지만 본격적으로 운행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이건, 이건….”
“말이 안 된다. 뭐,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가. 너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지는 말아라. …중요한 것은 그 말도 안 되는 것을 그녀는 해냈다. 이것 아닌가.”
말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하고 있어도, 실은 나도 감정을 숨기고 있는 중이다.
믿을 수 없는 재능을 직접 목격하자.
오싹거리는 기분이 들면서 동시에 엄청난 고양감이 몰려왔다.
일반적인 천재들이 5살에 처음 마나를 깨워 운행할 수 있는 시간, 1시간. 엘리트 공작가의 핏줄에다 그중에서도 천재로 소문난 나만 해도 2시간이었다. 내 2시간이라는 기록은 주변의 다른 귀족들 사이에서 그 진실성에 대해 논쟁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봐라. 그녀는 늦은 나이에 마나에 입문하여 6시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내가 빙의한 시점에서 원래 몸의 주인인 바르간의 기억과 사고도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기에 그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아직도 몸에 돋은 소름이 사라지질 않는다. 눈앞에서 봤지만 믿기질 않는다. 저것이 정녕 나와 같은 인간이란 말인가.
동시에 이야기의 시작부터 그녀를 내 쪽으로 끌고 온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 저런 재능충이 나의 앞날을 막을 것을 생각하니, 마왕이 막고 있는 것보다 갑갑하다.
“내년에 그녀도 아카데미아에 입학시키도록 하죠. 마침 나이도 도련님과 같아서, 내년부터 들어갈 수 있는 나이잖아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그곳에서 나의 충실한 검이자 방패가 되어 나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칠 것이다.
“이거야 원. 아카데미아에 커다란 파장이 일겠는데요?”
원작에서도 이번 연도에 알리시아와 두 주인공이 입학에 성공한다.
알리시아는 그 두 주인공 중에서도 평민 출신의 얼간이인 ‘진짜 주인공’의 존재를 인지하고 신경 쓰게 된다. 그녀와 같은 신분이며 같은 반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니 친하게 지내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알리시아는 ‘진짜 주인공’ 여자의 무리에 속하게 되지. 주인공은 그녀들의 마음을 알면서도 선뜻 누군가를 받아들이지 못해 방치하고. 한심한 새끼. 당연히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했어야 하는 것을….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알리시아는 슈겐하르츠 공작가의 이름을 걸고 나서게 된다. 그녀의 신분이 변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입장이 다르다.
나에게 알리시아가 떨어진 이상, 그 녀석과 같은 평범한 농민이 아니라, 어엿한 소속을 가지고 있는 존재. 그녀는 더 이상 두 주인공의 힘이 되지 못한다.
“판을 뒤엎어야지.”
정해져 있는 결말. 정해져 있는 전개.
모든 것을 비틀어 주마. 뒤엉키고 뒤섞여 모두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그 미련한 것들을 비웃는 사람은.
‘나’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