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05)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305화(305/350)
다그닥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빠르게 지면을 강타한다.
거센 모래 바람을 헤치며 달려 나가는 5명의 사람들.
후드를 뒤집어썼음에도 옷 틈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에 온몸이 꺼슬거린다.
‘성내와 수도…. 가장 위험했던 지역은 모두 지나쳤다. 이 평원만 무사히 통과하면 슈겐하르츠와 마법사의 반발 세력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강줄기가 나오니 금방이야.’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 중 한 명.
천으로 소녀를 꽁꽁 싸맨 채 말을 타고 있는 플라우로스는 마음이 급했다.
이미 수도에서는 자신과 부에르가 사라졌음을 눈치챘을 터이다.
슈겐하르츠가 배반자로 낙인찍힌 가운데 마법사가 이 모반 행위를 가만두지 않을 터.
조금이라도 더 멀어져야만 한다.
그게 부에르와 자신 모두가 사는 길이 될 것이다.
‘…이 인원들로는 아몬… 아니, 아미와 자간만 오더라도 버텨 내기 힘들다.’
자신의 도주를 돕고 있는 인원들을 살핀 플라우로스.
마법사의 제자들 중에서도 부에르를 따르는 인원들을 데리고 나온 것인데 총 다섯 그룹 중 하나였다.
플라우로스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 팀을 다섯으로 나눠 각자 다른 위치로 퍼지게 만들었다.
온몸은 마력과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게 하는 후드를 뒤집어썼으니 추격자 입장에서는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을 터.
자신들은 전투력이 높지 않으니 따라잡히기라도 한다면 목숨을 보전하기 힘들었다.
‘부에르 님, 이대로 조금만 더 주무시고 계십시오. 제가 반드시 당신을 안전한 곳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플라우로스는 안고 있는 부에르를 더욱 세게 품에 안았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부에르. 가능한 도착할 때까지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플라우로스는 고삐를 잡았다.
“이랴!”
그의 급한 마음이 전달이라도 된 듯.
말은 세차게 울며 더욱 박차를 가했다.
암흑으로 가득찬 평원을 내달리는 말은 옅은 마나를 전달받으며 지치지 않았다.
푸르르. 푸르르.
쭉 튀어 나온 주둥이를 털어 대며 전력을 다한다.
그렇게 맹질주를 이어 가던 중, 누군가가 외쳤다.
“위험합니다! 멈춰 서십시오!”
—이히히히잉!
그 외침에 모두는 강하게 고삐를 쥐어 잡았고. 말들은 앞발을 올린 채 허공에서 쳇바퀴를 굴렸다.
“한 시가 급한데 뭐야?”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또 다른 이가 물었다.
그러자 위험을 경고한 남자가 손을 뻗으며 전방을 가리켰다.
“백 보 앞부터 대형 마물용 덫이 설치된 구역이 있습니다. 낯 시간대라면 발동하지 않지만 밤이 오면 발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지요. 여기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해서 돌아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뭐?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마왕 토벌 후 대부분을 철거했다고 했지만,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덫들이 있다지 않습니까? 그게 분명합니다.”
“…기다려 보게나.”
대화를 듣던 플라우로스는 천천히 마나를 움직이며 앞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살폈다.
그러자 정말로 그가 말한 것처럼 미세하지만 소량의 마나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의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는 정도로 미세하지만 말이다.
“정말이군…. 이대로 갔다간 단체로 장례를 치를 뻔했어.”
“돌아가도록 하죠. 15분 정도 시간이 지체되겠지만 그래야 합니다.”
“자네 말이 옳네.”
일행은 곧바로 말의 머리를 돌려 빙 둘러가기 시작했다.
하늘이라도 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발이 땅에 붙어 있는 이상 죽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자네, 이름이 뭔가?”
다시 말의 다리를 재촉하는 와중, 플라우로스가 남자에게 물었다.
준비해 뒀던 인원들 중에서 이 정도로 마나에 민감한 자가 있었는 줄은 몰랐다. 얼굴은 후드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목소리조차 알듯 말듯 한 게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알론입니다.”
“알론…. 아, 이름을 들으니 알겠군. 새로 들어온 그 싹싹한 청년.”
“그렇게 기억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네.”
“운이 좋았던 것뿐입니다.”
“운….”
절대로 운 따위가 아니었음을 알았지만, 플라우로스는 더 이상 사담을 이어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어 갈 수 없었다.
“……!”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한순간에 느낀 강력한 기운.
말들은 그 생물체의 접근에 공포를 느껴 지시를 따르지 못하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황급히 마나로 제어해 보려고 하지만, 그 마저도 용이하지가 않다.
생물 깊이 내제되어 있는 본능이 원활한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쿵! 쿵! 쿵! 쿵!
지면과 맞닿는 한 발 한 발의 울림이 급하지는 않다.
그러나, 진동의 근원이 순식간에 가까워지면서 거리가 빠르게 좁혀짐을 알렸고.
플라우로스를 비롯한 일행은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를 통해 느꼈다.
‘이 정도의 기운…. 울림. 이포스인가!’
이포스.
일찍이 마법사님의 제자로 들어온 이 중 하나로, 첫번째 제자인 바엘을 제외하면 그 어떤 제자도 이루지 못한 신체의 각성을 이끌어 낸 사내.
‘하필이면 이포스가 이쪽으로 온 건가!’
극한으로 단련한 신체만으로도 대부분의 공격을 무력화시켜 버릴 자이다.
플라우로스를 비롯한 이곳의 인원들은 순식간에 당하여 뼈가 부서질 게 분명하다.
뭔가 수를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말의 고삐를 부여잡는 이들.
그러나.
—쿵!
“끄아아악!”
이포스의 추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어느새 최후미로 달리던 일행 중 한 명을 따라잡곤 살해한 이포스.
고꾸라진 말과 함께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 하나가 비명을 질러 댔다.
모두가 품에 마력 억제 천으로 둘러싸인 인형을 들고 있었기에 플라우로스와 부에르를 단번에 발견하지는 못했다.
“흐아! 으아아아악!”
그러나 이대로라면 목이 떨어지는 것도 곧.
따라잡힌 이들은 각자 마법을 쓰며 저항을 해 보려 하지만 단단한 이포스의 피부에 막히곤 최후를 맞이했다.
남은 인원은 4명.
그 마저도 부에르를 제외하면 셋.
이들에 숨어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플라우로스.
‘수를 생각해 내야해! 수를!’
플라우로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 내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포스 이외의 제자들이라면 잠시라도 발을 묶어 둘 수 있는 계책이 있었다.
다만, 이포스는 마법 자체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무인.
상대가 외부적으로 마법을 사용해야 쓸 수 있는 수였기에 통하지 않는다.
‘부에르 님…!’
플라우로스는 이를 꽉 깨물며 말에 마나를 대량으로 쏟아부었다.
우락부락한 말의 근육을 더욱 쥐어짜 낸다.
그때, 뒤에서 쫓아오던 이포스는 크게 도약을 하더니 일행의 앞에 포탄처럼 떨어졌다.
성대하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길을 막아 버린 이포스.
이 모든 게 고작 십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포기해라.”
이포스는 말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둥그런 그의 눈동자가 세 명의 남성을 마주했다.
말들은 이제 완전히 통제에서 벗어나 게거품을 물며 의식을 잃었다.
결국, 피할 수 없게 된 자리.
낙마한 일행 중 한 명이 용기를 냈다.
“제,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어서 도망치십시오!”
후드로 얼굴을 가린 한 명의 사내가 자색의 마나를 뿜어대며 이포스에게 달려들었다.
공포를 이겨 내지 못하고 두 다리와 팔이 떨렸지만 제대로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나쁘지 않은 화염의 마법.
다만, 문제가 있다면 상대가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컥…!”
외마디의 비명도 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가슴이 뻥 뚫려 버린 남자.
이포스의 맨주먹에 가죽은 물론 뼈와 장기들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남은 둘 중 하나인가.”
자색의 마나를 일으켜 몸에 묻은 피와 찌꺼기를 태워 버린 이포스. 살인을 했음에도 태연한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
그는 굳이 둘 중에 플라우로스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 협력한 인물은 모두 배신자.
처형 대상이다.
터벅. 터벅—.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듯.
이포스는 그들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어차피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급히 숨통을 조일 필요가 없는 듯했다.
‘어떻게 하지? 싸워야 하나? 부에르 님을 깨우고? 하지만, 전력을 다한다고 해서 시간을 끌 수 있을까?’
빠르게 사고 회로를 돌리는 플라우로스.
그는 이포스에게 모든 감각을 집중하였기에, 자신이 안고 있던 소녀가 일어났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만둬—!”
“부, 부에르 님!”
“돌아갈게! 순순히 돌아갈게…! 돌아갈 테니까 플라우로스를 죽이지 마!”
발버둥을 치며 플라우로스의 품에서 벗어난 부에르.
황급히 이포스의 앞으로 달려 나가곤 양팔을 벌린 채 막아섰다.
소녀는 간곡히 부탁했다.
“제발… 플라우로스를 살려 줘. 이포스.”
“…….”
“엄마한테는 내가 잘 말해 볼게.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볼게…. 그러니 플라우로스는 이대로 내보내 줘.”
“…….”
“플라우로스는 엄마를 해칠 생각이 없었어.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랬던 거야!”
자신이 아는 어휘를 모두 사용해서 플라우로스를 변호하는 부에르.
이포스는 무감정한 눈으로 필사적인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마법사와 바엘의 유일한 자손.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
“…부에르 님, 당신은 착각을 하고 계십니다.”
“어?”
한 걸음씩 부에르에게 다가오는 이포스.
분명히 부에르를 데리러 왔을 그의 얼굴이 어쩐지 무섭게만 보인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이포스의 자색 마나.
그는 부에르에게 잔혹한 사실을 전했다.
“마법사님께서는 당신의 죽음 역시 명하셨습니다.”
촤학—!
곧바로 내꽂아지는 이포스의 손날.
부에르의 연약한 몸은 종잇장처럼 찢어 버릴 손날은 거짓이 아님을 드러내듯 살기로 가득하다.
“부에르 님—!!”
비명에 가까운 플라우로스의 외침.
그리고 눈에 담아내기도 힘든 속도로 이포스의 손을 잡아채는 인물.
“…이토록 어린아이를 찔러 죽이려 하시다니. 마법사님의 제자라고 믿기 힘든 야만적인 행위로군요. 이포스 님.”
“…….”
“뭘 그렇게 당황해하시는 겁니까? 설마, 막아 낼 만한 인물이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하신 건가요? 이럴 수가. 세상에서 저 이상으로 오만한 자는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넌 누구냐.”
“저 말인가요?”
다른 한 손으로 후드를 벗어젖히는 남성.
검은 머리칼 남성의 입가에는 상대를 가볍게 여기는 건방진 미소가 걸려 있다.
“이번에 새롭게 마법사님의 제자가 된 알론입니다. 그냥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
당당하게 가명을 댄 바르간.
그는 초월에 오른 마나를 움직이며 이포스의 손목을 강하게 쥐었다.
처음 보는 종류의 마나였지만, 이포스는 단번에 바르간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이들이 무사해야 제가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모양이라서 말이죠. 아무리 이포스 님이라고 하셔도 방해하시면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바르간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채 경고했다.
누가 들어도 장난스러운 어조를 한 채로.
“좋은 말로 할 때 아량을 베풀고 이들을 놓아주시죠. 가능하다면 저도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