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15)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315화(315/350)
“엄마! 그럼 우리 마을 사람들이랑 다 같이 놀러가는 거야?”
너무나 천진난만한 자식의 물음.
소년의 어머니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래 우리가 살던 도시 전체가 잠시 동안 다른 도시로 놀러 가는 거야.”
“아싸! 신난다! 가서 친구 잔뜩 만들어야지!”
“…….”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다른 도시를 가 본 적이 없는 소년은 잔뜩 흥분했다.
마치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처음으로 숲에 들어가 봤을 때처럼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겁에 질린 듯 집에 있는 물건들을 급하게 천으로 동여매던 어머니의 모습에 다소 불안하기도 했던 것도 잠시.
기나긴 행렬에 익숙한 도시의 사람들의 얼굴이 가득하자 소년의 마음은 두려움보단 설렘으로 가득해졌다.
두려울 게 뭔가!
이곳에는 매일 아침 갓 구워 노릇노릇한 빵 냄새를 폴폴 풍기던 앞 골목 빵집 브라운 아저씨도 있고.
비록 험악하게 생기고 덩치도 산처럼 커서 무섭긴 하지만 항상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시는 목수 덱크 할아버지도 있었으며.
얼굴이 비치는 요상스러운 물건을 항상 들고 다니는 성격 괴팍한 보노 아줌마도 있다.
어째서인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지만 소년은 그들과 다 같이 어딘가를 간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좋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그곳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어머니는 소년에게 정확한 목적지를 알려 주지 않았다.
브라운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 덱크 할아버지랑 보노 아줌마에게는 무서워서 못 물어봤어도 아무렴 어떤가.
놀러가는 거 자체로 이미 충분한데.
“…부디 위그드라실의 가호가 함께하길.”
도시를 떠나기 직전.
어머니를 비롯한 어른들은 손을 모은 채 깊게 허리를 숙였다.
엄숙한 분위기였기에 소년은 곁눈질로 그들의 행동을 모방했다.
일제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 멀리 있다는 중앙교회를 향해 숙이는 듯했다.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하는지는 몰랐지만 펑펑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 죽여 어깨를 떨고 있는 어른들이 많았다.
‘잠깐 갔다 오는 건데 그렇게 슬픈가? 어른들은 울보네.’
나고 자란 도시를 벗어난다는 게 묘한 기분이기는 했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소년.
어른들이 울상이 되자 소년은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울고 있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민분들의 안전을 위해 이주 도중의 이탈은 금지하겠습니다. 설령 알티프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희 용사들이 반드시 지켜 보이겠습니다.”
성문을 나서려고 하니 처음 보는 사람의 무리가 나타나 그렇게 말했다.
갑옷을 입고 거대한 검과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그들의 말이 끝나자 어머니와 브라운 아저씨는 박수를 치며 그들을 환영했다.
데크 할아버지는 새파랗게 어린 것들이 제대로 지킬 수나 있을지 걱정된다며 혀를 찼지만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눈길을 피했다.
‘알티프… 들어 본 적은 있어.’
낯선 사람들이 말한 알티프라는 단어에 소년은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과거 술에 잔뜩 취했던 덱크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늑대 떼보다도 무서운 게 알티프라고 했었다.
어머니가 그런 주제는 꺼내질 말라고 말려서 정확히는 듣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송곳니와 번뜩 거리는 눈을 가진 늑대 떼보다 무섭다고 하는데… 만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 이후로도 뭔가 어려운 말이 오고 가더니 그제야 성문을 지날 수 있었다.
소년의 가슴이 떨렸다.
입가가 절로 올라가고 잡고 있는 어머니의 손에 힘이 쥐어졌다.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설렘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이틀째까지는 말이다.
“아이씨. 얼굴이 완전히 상했잖아!”
반짝거리는 둥그런 물건으로 얼굴을 보던 보노 아줌마가 버럭 화를 냈다.
주변에서는 보노 아줌마에게 전과 달라진 거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예쁘다. 같은 말들을 해 주었지만 아줌마는 더 화를 낼 뿐이었다.
꼬르륵—.
행렬의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소년은 배고픔에 배가 요동치자 통증을 느꼈다.
보노 아줌마보다 무서운 건 온몸에서 보내는 신호였다.
“엄마. 나 너무 배고파.”
“…….”
“엄마…. 나 다리도 너무 아프고 허리도 너무 아파.”
“…….”
“언제까지 걸어야 돼? 응? 응?”
“…조금만 더 걸으면 돼. 이제 거의 다 왔어.”
“맨날 그 말…. 벌써 네 번을 잤는데 아직도 안 보이잖아.”
노숙을 이어 가도 보이지 않는 도시.
이틀째를 넘어가면서부터 소년은 지쳤다.
초롱초롱 빛이 나던 눈동자는 색을 잃었고, 당당하게 뻗어 나가던 다리는 이제 제 몸과 짐을 드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나 쉬고 싶어. 집으로 돌아갈래….”
“…….”
“힘들어. 그만 걸을래. 돌아가자, 엄마.”
소년은 어머니의 손을 연신 잡아당겼다.
그러나 아무리 끌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어머니.
자신이 이렇게나 힘든데 알아주기는커녕 바라보지도 않는 어머니의 태도에 소년의 몸은 쌓여 왔던 스트레스와 피로를 터트렸다.
“아 엄마! 내 말 안 들려? 나 집으로 가고 싶다고! 빨리 돌아……!”
짝—!
소년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얼얼한 볼.
화난 어머니.
소년이 영문을 모른 채 있자 이번에 터져 버린 건 어머니 쪽이었다.
“거의 다 왔다고 했잖니! 너만 힘들 줄 알아?”
“…어, 엄마.”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야! 똑같이 힘들어! 언제까지 엄마한테 그렇게 떼를 쓸 건데? 엄마도 지친다고!”
인상을 잔뜩 구긴 채 거칠게 숨을 내쉬는 어머니.
깜짝 놀란 덱크 할아버지가 중간에 끼어들어 그녀를 만류했다.
“자식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제정신인가!”
“……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인지했다.
울먹이며 제 뺨을 매만지는 소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 안면의 근육이 떨리기 바쁘다.
“…끅.”
손바닥이 뜨겁다.
정말로 저 어린아이를 때린 것이다.
“그,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자 어머니의 손 역시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미, 미안해… 엄마가… 엄마가… 많이 힘들어서…… 그만.”
“…….”
“마, 많이 아프지? 우리 아들에게 엄마가 몹쓸 짓을 했네…. 엄마가 미안해—.”
그 순간.
개미 떼와도 같이 긴 시민들의 행렬을 지키던 갑옷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
“—모두 전투 준비!”
“시민분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지 말고 침착하게 대기해 주십시오! 저희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 드리겠습니다!”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누군가를 요격할 준비를 마쳤다.
소년과 소년의 어머니 역시 해당 현장을 눈에 새기게 되었다.
다가오는 누군가는 사람의 행색을 하고 있다.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머리칼을 하고 있는 그는 영락없는 인간이었다.
‘저게… 알티프?’
소년은 갑옷의 사람들이 극도로 경계를 하고 있는 게 이해되질 않았다.
갑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대검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는 여럿도 아닌 고작 한 명이다.
‘저 사람이 늑대 떼보다 위험하다고?’
소년이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쯤, 갑옷의 사람 중 한 명이 외쳤다.
“걸음을 멈추고 물러나라, 바르간! 이 이상 다가오면 곧바로 죽음을 맞이하게 해 줄 것이다!”
저 바르간이라는 사람과 갑옷의 사람이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멀어서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바르간이라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갑옷의 사람들을 비웃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대화가 잘되지 않은 건지 갑옷의 사람들이 검을 치켜든 채 달려들었다.
그런데.
툭. 투툭. 툭.
투툭. 툭. 툭. 툭.
되레 떨어지는 건 갑옷의 사람들의 목.
뭘 했는지도 알 수 없이 열댓 명의 생명이 너무나도 쉽게 죽어 나갔다.
“아, 알티프….”
누군가가 공포에 질려 그렇게 말했다.
“…괴물이다.”
쩌억—.
검은 정장의 남자의 뒤에 커다란 입이 벌려지더니 그 안에서부터 이상한 생김새의 괴물들이 무수히 튀어나왔다.
무서워하던 덱크 할아버지보다도 우락부락한 몸을 갖은 시뻘건 괴물들.
한눈에 본 순간, 소년은 저 괴물들이 알티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도망쳐! 도망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냅다 반대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골목 빵집 브라운 아저씨도.
험상궂은 인상의 덱크 할아버지도.
애지중지하던 물건을 떨어뜨린 보노 아줌마도.
몸을 비틀거리면서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난다.
“우, 우리도 어서 가자! 어서!”
어머니 역시 소년의 손을 잡아채고는 거세게 이끌었다.
이렇게까지 얼굴색이 질린 어머니는 처음 본다.
“비켜! 비켜! 비키라고!”
“으아앙! 엄마! 아빠!”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괴물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써 댄다.
“엄마 손 꽉 잡아야 해! 알겠지? 절대로 놓으면 안 돼!”
“어, 어어… 근데 엄마… 저, 저기….”
어머니와 함께 걸음을 재촉하던 소년은 먼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가장 발 빠르게 멀어진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투명한 무언가에 가로 막힌 듯 보였다. 허공에 몸을 부딪히는데 도저히 나아가질 못했다.
“뭐야! 뭔데 이거!”
쿠웅. 쿠웅—.
연이어 사람들이 도착하는데 알 수 없는 투명한 막에 막혀 넘어지기 일쑤다.
다급하게 벽에 부딪히는 사람들.
빈틈을 찾는 사람들.
하지만 곧 도망칠 곳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사람들은 겁에 질려 뒤를 돌아봤다.
『크릭.』
괴이할 정도로 입가를 올리며 달려드는 괴물들.
성난 말보다도 빠르게 달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에, 사람들은 두 다리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끄아아아악!”
“시, 시 싫어…! 싫어…! 저리가!!”
“으하, 끄하으아아악!”
이윽고 알티프들은 등에 난 기다란 꼬리 같은 걸로 사람들을 찔러 댔다.
꼬리에 찔린 사람들의 몸은 점차 변모해 갔다.
피부가 부풀어 지더니 곧 딱딱해지며 색도 붉게 변했다.
마치 다른 알티프들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괴물이 되어 간다.
소년이 알고 지내던 모든 이웃들이.
반갑다는 듯 미소를 지어 주던 친절한 사람들이.
이제는 괴물이 되어 섬뜩하게 입가를 끌어 올린다.
『살려… 주십…시오.』
혼란이 가속화되고.
결국엔 점차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소년의 어머니.
그녀는 몸이 부풀어 가는 와중에도 소년을 지키려 들었다.
이미 이들을 지키던 용사들은 진작 시체가 되어 알티프에게 뜯어 먹혔다.
이웃들은 전부 괴물이 되어 침을 흘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
소년과 어머니의 근처로 다가온 바르간.
아직까지도 알티프화가 진행되지 않은 개체를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었는데, 절반 정도 알티프가 된 어머니가 아이를 보호하고 있었다.
주변에 널브러진 다른 알티프의 시체 셋.
이미 인간의 사고가 날아가 버리고 동족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거늘, 그녀는 어중간한 알티프의 힘으로 맞서 싸운 것이다.
“살려 달라?”
『이 아이만은… 아이만은 안 됩…니다.』
어머니의 뒷편에서 마비라도 걸린 듯 달달 몸을 떨고 있는 소년.
바르간은 무뚝뚝한 시선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그러다 도로 시선을 돌리며 슬쩍 미소 짓는 바르간.
“걱정하지 말거라.”
곧,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는 소년의 어머니.
그녀의 전신은 알티프화가 진행되어 지성이 없는 한 마리의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러자 소년은 울음을 터트리며 절규했다.
“엄마…! 엄마—!!”
바르간은 소음에 귀를 막다 가볍게 손짓하여 알티프 한 마리를 움직였다.
성큼성큼 소년의 곁으로 다가서는 알티프는 침을 줄줄 흘린 채 살점을 뜯어 먹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집행관인 바르간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촥—!
곧바로 촉수를 세워 소년의 관자놀이에 박아 버리자, 소년은 숨을 껄떡거리며 개거품을 물더니 어머니와 같은 형태의 독특한 알티프가 되었다.
“이번 도시에서 얻은 특이체는 114마리. 일반 개체는 7천인가. 뭐 나쁘진 않은 수확이군.”
바르간은 붉은 군세로 가득해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알티프의 최대 강점이자 무서운 점은 바로 전력의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이처럼 전쟁을 피해 도시를 떠나는 피난민들을 습격하여 수를 불리는 것도 가능했다.
“이만 이동하자.”
『크리리릭!』
『케라악!』
바르간의 지시에 따라 이동하는 붉은 군세들.
그리고 그 한참 뒤를 따르는 건 산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둥지들이다.
쿠구구구궁—.
이동형 둥지.
내부에 수만에서 십수 마리의 알티프를 품은 거대한 요새가 알티프의 무리의 보호를 받으며 천천히 성스러운 땅을 향해 전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