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26)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326화(326/350)
『제3 군단을 맡은 제파르는 후방에서 대기 중입니다. 제2 군단을 맡은 벨레드는 위그드라실이라는 거대한 나무 근처에 2 군단을 주둔시키고 있어, 전투의 중반에 권능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바엘에게 현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는 아몬.
간략하게 인류와 여신교와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고착 상태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 전했다.
『인류의 구심점이라 말할 수 있는 위그드라실교에는 성제라는 우두머리가 존재합니다. 그 성제가 항시 거주하는 곳이 저 중앙교회… 강력한 방어막으로 보호받고 있는 도시입니다.』
중앙교회는 그 넓은 크기와 기술력만큼 농성전에 강했다.
외부와의 교류를 완전히 끊어 버리고 성문을 잠가도 5년은 넉넉하게 버틸 것이다.
식수는 마법으로 만들 수 있으니 문제가 없었고, 식량 역시 마법적 가공을 통해 창고에 잔뜩 보관해 두었으니 방어막 안에 숨어 있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했다.
『…….』
바엘은 아몬의 설명에 따라 중앙교회를 바라봤다.
고도의 마법과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중앙교회는 그가 살던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건축물이자 상징이다.
『추가적으로 설명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물어보십시오. 재림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아몬의 말이 이어지는 와중, 바엘은 아몬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주변의 대주교와 주교들은 구두로만 전해 들었던 신화적인 존재의 작은 움직임에 몸을 흠칫 떨었다.
바엘에게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마나 총량. 그리고 압도적인 아우라가 전신의 감각을 예민하게 했다.
그렇게 아몬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 바엘의 입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보여라.』
즈으응—!
순간 아몬의 머리에 이는 거대한 통증.
마치 뇌수를 빨아 먹히는 것만 같은 감각에 다리를 주춤거렸다.
『아, 아몬 님…!』
『바엘 님! 이러시면 곤란하십니다! 아몬 님께서 지금껏 여신교의 안정화를 위해서 얼마나…!』
온건파의 주교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아몬은 손짓으로 그들을 말렸고 가쁜 숨을 쉬며 괜찮다고 일렀다.
정신을 유지하려는 아몬.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자색의 마나가 안정화되자 바엘은 천천히 손을 뗐다.
『…성서를 가지고 있는 건 벨레드인가.』
나직이 읊조리는 바엘.
그의 눈은 삼라만상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거룩하면서도 고고한 기운이 그 안에 깃들어 있다.
아몬은 올라오는 구토감을 참은 채 입가를 올렸다.
『수천 년에 걸친 제 모든 기억을 한순간에 보시니 그 힘이 얼마나 초월적인지 감탄하게 됩니다.』
그녀의 말대로 바엘은 아몬이 가지고 있던 모든 정보를 얻었다.
오랫동안 여신교의 실세를 맡았던 그녀이기에 바엘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세상만사가 훤히 보였다.
바엘은 고개를 돌려 중앙교회의 뒤편으로 시선을 향했다.
북쪽의 능선에는 10만의 알티프 별군이 대기 중이다.
『…….』
한동안 그곳에서 눈을 떼지 않던 바엘.
그는 그 10만의 병사들 중에서 한 인물을 눈동자에 담은 채 중얼거렸다.
『슈겐하르츠의 후손….』
바엘이 바르간을 언급하자 아몬의 입가에 호가 그어졌다.
그가 최초로 살핀 기억은 다름 아닌 아몬의 것. 당연히 바르간의 위험성을 인지했을 것이고, 전쟁이 끝나게 되면 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할 게 분명했다.
덩달아 진정한 교황이 돌아왔으니 벨레드는 다시 자리에서 물러날 터.
아몬은 바엘의 심복을 자청하며 권력의 중심에 도로 서게 될 것이다.
『…….』
바엘은 기대에 찬 아몬과 100만의 알티프를 바라봤다.
대부분이 온건파인 군세. 여신의 비호 아래 있으나 이들이 진심으로 따르는 건 자신이 아닌 온건파의 수장인 아몬이다.
바엘은 그 점을 잘 알았고 방대한 양의 마나를 집어넣은 어구를 뱉었다.
『복종하라.』
그으으응—!
바엘을 중심으로 한순간에 퍼져 나간 자색의 빛.
너무나 짙은 마력에 전율감이 이는 것도 잠시. 병사들을 눈에 담던 아몬은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크리리릭!
—크라아아아악!
잔뜩 흥분한 알티프의 군세.
대주교와 몇몇 주교들을 제외하고 모든 병력들이 아드레날린을 맞은 것처럼 각성한 듯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야…. 내게서 사제들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빼앗아 갔어…!’
아몬은 자신의 멋대로 병사들을 움직일 수 없음을 파악했다.
불과 몇 초 전만하더라도 자신의 지시에 목숨을 불사를 수 있었던 알티프들이 이젠 바엘을 진정한 주인으로 모시려 했다.
오직 바엘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만 알티프들을 다룰 수 있게 된 것.
자색의 성서의 힘을 간직한 바엘은 이토록 쉽게 권력을 복원했다.
『바, 바엘 님…!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적지 않게 당황한 아몬은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이미 바엘은 자신 따위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중앙교회. 그리고 그 뒤편에 위치한 남자.
바엘이 먼저 중앙교회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우선 저것부터.』
***
‘인류 최강은 누구인가.’
으레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길 좋아한다.
왁자지껄한 선술집에서 코를 붉게 물들인 이들의 테이블 위에도, 목검을 가지고 칼싸움 놀이하는 어린아이들의 공터에도 곧잘 나오는 주제다.
그때마다 사람들에 입에서 주로 나오는 이름은 정해져 있었다.
아카데미아의 총장이자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굴레마시아.
수많은 공적을 쌓고 인성까지 좋은 걸로 유명했던 영웅 헤일리온.
그러나, 용기사라고 불리는 용사 클레멘스는 오직 한 인물 이외에는 그 누구도 떠올리지 못했다.
용사 랭킹 1위.
영웅 실베스테르.
찬란한 붉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대검으로 단번에 적들을 썰어 버리는 중년의 남성은 클레멘스의 아버지이자 우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재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산.
성제를 수호하는 극강의 방패이자 검.
인류를 지킬 최후의 보루.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영웅.
그를 꾸미는 온갖 수식어들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실베스테르의 존재감은 그녀에게 대단했다.
언젠가 그와 같은 영웅이 되고 싶다.
클레멘스의 가슴속에는 항상 그 마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고. 지금처럼 같은 전장에 발을 디디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없는 영광이었다.
‘겨우 당신과 함께 전장에 서게 되는 날이 오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실베스테르의 뒤에 서 있는 클레멘스는 그렇게 다짐했다.
한편, 성벽 아래에서 이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게 진정한 교황…!”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주변에서 용병들이 수군거렸다. 제사가 이루어지고 엄청난 마력을 가진 존재가 등장하자 벌벌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클레멘스는 두렵지 않았다.
중앙교회를 지키는 인물이 누구인가?
당당하게 적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
영웅 실베스테르! 그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무엇을 무서워하겠는가!
“겁먹지 마라!”
중앙교회의 남쪽 성벽. 그 높은 곳에 위치한 실베스테르가 외쳤다.
근엄한 목소리는 흐트러진 병사들의 정신을 바로잡게 만들고, 잔뜩 굳어 버린 눈을 한곳으로 모았다.
“저 괴물이 나타나는 건 곧 우리의 승리가 바로 앞까지 왔다는 말이다!”
실베스테르는 병사들을 정신을 일깨웠다.
어쩌면 마지막 전장이 될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모든 병사들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사기를 증진시켰다.
“알티프의 수장! 제로 위험군! 저자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인류는 비로소 알티프에게서 완전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대검을 빼내 든 실베스테르.
과거 대주교를 죽이고 검은 빛으로 물들인 검이 그의 발언에 설득력을 더한다.
“오히려 기뻐하라! 우리 세대에 이 악연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검게 칠해져 있는 그의 갑옷 역시 심판무구. 이어진 알티프와의 전장으로 무려 두 개의 심판무구를 갖추게 된 실베스테르는 절대적인 안심감을 주었다.
“환호하라! 적들의 수장이 제 발로 처형대에 걸어오는 것을!”
호방한 음성이 중앙교회 전체를 연이어 울렸다. 실베스테르는 인류의 승리를 확신한다.
“그리고 즐겨라! 이 전장은 훗날 인류가 괴물들을 때려잡은 날로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
누가 타이밍을 잰 것도 아니건만 용사들, 용병들, 귀족의 자제들 할 것 없이 의기양양하게 소리를 질렀다.
실베스테르는 그 열기를 잠시 느끼다가 소리를 멎게 한 뒤 이어서 말했다.
“적이 아무리 강해 봐야 알티프! 핵만 부수면 숨을 거두는 괴물이다! 지금껏 수많은 전장에서 삶을 영위해 온 전사들이여, 아직도 두려움의 그대들의 칼끝을 무디게 하는가!”
“아닙니다—!!”
“인류의 승전이 바로 눈앞에 있나니!”
칼끝을 내뻗어 바엘을 노리는 실베스테르.
붉은 오러가 용과 같이 검신을 타고 올라와 자리 잡았다.
“모두 검과 지팡이를 들고 적들과 맞서 싸워라!”
더욱 커진 병사들의 함성.
클레멘스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등을 눈에 담으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인류에게 단 하나뿐인 구원자가 있다면, 그건 실베스테르를 일컫는 말이겠지.
성취가 가늠이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높은 검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백과 한계까지 단련된 육체는 설령 교황이라고 하더라도 썰어 버릴 게 분명하다.
클레멘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찬가지로 창에 오러를 둘렀다.
이젠 초월에까지 이르러 아버지의 발끝에는 이른 듯 보인다.
‘최선을 다한다.’
중앙교회의 방어막을 풀지 않아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진 않겠지만 언제든지 대항할 수 있도록 전력을…….
—챙그랑!
마치 유리창이 깨지는 것 같은 가벼움.
중앙교회를 감싸는 무적의 방어막이 뚫린 게 고작 그 정도의 가벼움처럼 보였다.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찰나 속에서 클레멘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눈에 담았다.
적진에서 관측되지 않는 교황 바엘. 정확하게 관통된 방어막. 몰아치는 바람과 자색의 마나. 터져 나오는 실베스테르의 피육.
“아, 아아…….”
사라진 아버지의 머리. 덩그러니 남아 버린 영웅의 몸뚱이.
그리고, 바로 코앞에서 그녀들을 노려보고 있는 알티프 한 마리.
“아아…. 아아아……!”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희망과 전의로 가득하던 클레멘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다. 극한의 공포가 한순간에 몸을 잠식하며 굳게 세워져 있던 의지를 꺾어 버린다.
—두려워하지 말라.
그는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입도 뻥긋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데 그렇게 느껴졌다.
—너희들의 고통만 길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