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38)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338화(338/350)
하나의 영혼은 하나의 권능만을 가질 수 있다. 그건 어떤 생물도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다.
쿠웅—!
균형을 잡지 못하던 바엘이 추락했다.
기다리고 있던 십이신수들과 사역마, 그리고 마물의 떼는 모조리 달려들어 총 공격을 시도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녀석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곧 억지로 주입해 둔 권능들을 몰아내고 몸을 정상화시킬 거다. 하지만 지금은 이 틈에….’
바르간 역시 다소 떨어진 곳에서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며 간신히 지면에 착지했다. 착마하고 있던 세이만을 해제해 유니를 착마했다.
“컥, 커헉—!”
바르간의 입에서부터 진한 핏물이 튀어나왔다.
유니로 몸을 회복하곤 있지만 영 속도가 나질 않는다.
그만큼 바엘에게 입은 상처는 영구적이고 치명적이었으며 한계까지 쥐어짜고 있는 바르간의 몸은 이를 버티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바엘의 앞에서 센 척하는 건 성공했어도, 이제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군. 바르간 자네, 죽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이대로 계속 무리를 하다간 바엘보다 자네가 먼저 죽을 확률이 높네.
“…시끄럽다. 입 다물고 성서의 마나나 꾸준히 공급해라.”
—바르간, 제파르가 건넨 물건을 통해 권능들을 주입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젠 성서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네. 약해진 바엘이라면 자네의 힘만으로도….
“하, 설마하니… 아직도 그딴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냐. 슈겐하르츠. 확언하지. 지금 상태로도 성서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난 바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무리 희망 회로를 돌린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자네가 죽어 버리면 모든 게…!
“슈겐하르츠, 마지막으로 말한다. 난 죽지 않아. 이번 전투로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바엘. …땅에 떨어지는 건 내가 아니라 녀석의 목이다.”
바르간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유니로 급한 불은 꺼트리고 있지만 속이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슈겐하르츠는 이내 침묵을 유지하다가 긴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앞으로 잘해 봐야 20분이네. 그 안에 끝을 내지 않으면 자네의 마나관들이 터져 나갈 걸세. …아니, 자네의 무지막지한 고유술식들을 생각하면 어쩌면 더 이를지도 모르겠군.
마나관은 형태는 없지만 확실히 실재하고 있다.
마나관이 터져 나간다는 것은 곧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마법사로서의 수명이 끝났다는 말과 같다.
바르간은 바엘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담담하게 답했다.
“알고 있다.”
이때, 그의 곁으로 다가온 두 명의 남성.
바르간과 비슷할 정도로 온몸에 남아나는 곳이 없는 두 주인공이다. 바르간은 그들을 흘깃 바라보다 날카롭게 말했다.
“이틈에 내 목이라도 치러 온 건가?”
그러자 리암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반대야. 도우러 왔어.”
“돕는다고? 너희가 나를 말이냐?”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바르간은 잠시 바엘을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리암을 바라봤다.
재수 없을 정도로 누군가가 떠오르는 리암의 얼굴은 상처투성이다.
리암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네가 저 괴물에게 크게 피해를 입힌 거 아니야? …지금이라면, 우리가 함께하는 게 분명 도움이….”
“그딴 몰골을 하고서도 잘도 입을 놀리는구나.”
“이딴 몰골을 하고서라도 저 괴물을 잡아야 하니까. …그게 용사인 우리의 임무야.”
“…하.”
바르간은 헛웃음을 쳤다.
리암이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더욱 기가 찼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놈이 분수도 모르고…. 너희가 나설 곳이 아니니까 꺼지라고 한 말이다.”
리암은 원작의 현 시기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그래 봐야 대주교를 상대할 수 있는 정도. 추기경은 고사하고 바엘의 앞에서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낙엽 수준이다.
“리암, 안타깝게도 바르간의 말이 맞다.”
“…아르텔리온.”
황금의 기사 아르텔리온은 현실을 전했다.
“우리가 나서면 방해만 될 뿐이다. 게다가, 바르간이 인류를 배반한 악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건.”
아르텔리온의 말에 리암은 마땅한 대꾸를 하지 못했다.
바르간 역시 전적으로 아르텔리온의 말에 동의했다.
현재 상황이 혼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용사들이 바르간을 적대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 조금만 정비가 되면 곧장 검을 겨눌 것이다.
인류에게 바르간은 극악 범죄자. 당장이라도 사형에 처해야 할 악당이다.
아르텔리온은 자신들이 할 다른 임무를 꺼냈다.
“우리가 현재 해야 할 건 부상자의 이송과 보호다. 동료의 목숨 역시 용사인 우리가 지켜야 할 게 아닌가?”
“…….”
억지로나마 고개를 끄덕이는 리암.
아르텔리온은 리암의 의지를 확인하더니 곧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바르간을 바라봤다.
“…바르간. 나는 네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인류를 멸할 생각이 없다면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군.”
“네가 내게 부탁이라.”
쿠우우웅—!
바엘이 있는 곳으로부터 굉음이 터져 나온다.
수많은 마물의 비명 소리와 지면이 갈라지는 듯한 진동이 거세다.
바르간은 세이만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대꾸했다.
“말해라.”
“나와 리암. 그리고 다른 수많은 병사를 대신해 저 괴물을 쓰러트려다오.”
“뭔 소리를 하나 했는데 겨우 그딴 말이었나? 대답할 가치도 없군.”
“…그럼, 부탁한다.”
“괜히 나중에 나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었다는 소리나 하지 말고 가서 부상자들이나 옮겨라. 그리고 리암 너는…….”
바르간은 잠시 동안 리암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리암이 의문을 품으려 하자, 바르간이 혀를 차곤 떠났다.
“여전히 한심스러운 낯짝이구나.”
쿠구구궁—!
좇기도 힘들 정도의 폭발력으로 튀어 나간 바르간은 마물이 모인 중심으로 아주 빠르게 날아갔다.
리암은 바르간이 어째서 마지막에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아카데미아에 있을 적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리암, 우리도 어서 이동하자.”
“알겠어.”
자신들 역시 극심한 부상자였음에도 두 주인공은 구원의 손길을 내뻗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막중한 책임을 맡긴 인물은 여태껏 그들을 못살게 굴던 바르간이라는 악역이었다.
***
크랴아아악—!
그르르륵!
수많은 마물과 사역마들이 이빨과 손톱을 내세우면서 바엘을 집요하게 노렸다.
하지만, 아무리 상급 사역마라고 할지라도 바엘의 주먹 한 번에 태풍을 만난 나무들처럼 쓰러졌다.
십이신수와 바르간 역시 맹렬하게 바엘과 싸웠다.
혈흔이 튀기고, 살점이 잘려 나가고, 장기가 터져 나가고.
잔인한 전투는 불과 몇 분만 하더라도 엄청난 체력과 마나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쿠우우웅!
그들은 치열한 승부를 가리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바르간은 십이신수들의 착마를 바꿔 가면서 때에 맞는 움직임을 보였다.
바엘이 마법을 사용하면 곧장 하울리스크를 사용하여 그 힘의 대부분 무효화하였고, 곧바로 프릭칸리스크를 착마한 뒤 극한의 냉기로 역습했다.
그들의 끈질긴 공격 탓에 체내에 퍼져 나가는 독과 같은 권능들을 빼내지 못한 바엘.
분명 초월의 상태가 되었으나 제대로 된 위력을 보이지 못한다. 사실상 봉인 당한 것과 같다.
이는 바르간의 계략이었으며 바엘은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감을 느꼈다.
‘조금만 더… 앞으로 조금만 더 몰고 가면 된다.’
상황을 굳히기 위한 바르간은 근섬유 하나하나를 짜내듯 힘을 다했다.
이미 이들의 주변에 있던 중앙 교회의 건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가루가 되어 버린 곳도 적지 않다.
‘버텨라…. 버텨야 한다…!’
언제나 상대 앞에서 여유를 보이던 바르간 역시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바다와도 같이 끝이 보이지 않았을 마나 총량이 슬슬 바닥을 보이려 하고 있다.
삽시간으로 망가지고 있는 몸 역시 부품이 고장 나 간당간당하게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그러다, 슈겐하르츠가 말했던 20분의 시간이 다 와 가던 때.
“……!”
바르간의 시야가 급격히 흔들렸다.
쥐어짜 내고 있는 몸에 이상 반응이 시작되었다.
『한계가 가까워지는 모양이군.』
콰아아앙—!
바엘은 곧바로 바르간의 이상을 눈치채 마나를 모아 발사했다.
하지만 바엘 역시 권능들 탓에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고, 그가 쏜 마나는 바르간을 비껴 나가 구름을 갈랐다.
그들이 나누는 일격 하나하나는 성과 산 정도는 꿰뚫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어서 권능을 분리해야 하는데 하지 못해서 답답하겠군.”
바르간은 흔들리는 시야를 억지로 바로잡은 채 말했다.
언뜻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지는 건 바르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
바엘은 알티프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알 수 없는 어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위태롭기 짝이 없던 바르간의 시야는 더욱 크게 진동하였으며, 근육이 경련을 하는 등 멋대로 움직였다.
바르간이 이기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려 가며 필사적인 것처럼.
바엘 역시 위기임을 인지하고 최선의 수를 보였다.
‘바르간은 처음부터 두 가지의 고유술식을 발동시켜 둔 상태였다. 분명 위협적인 술식들이긴 하나, 덕분에 바르간의 마나는 칼로 베이듯 빠르게 깎여 나갔고 더욱 빠르게 한계가 찾아왔지.’
바엘이 본 그대로.
바르간은 바엘의 감각을 속이기 위한 첫 번째 고유술식 호접몽과, 몇 번이라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두 번째 고유술식 우로보로스를 처음부터 발동 중이었다.
‘초월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면 바르간을 약화시키는 것 또한 방법. 몸이 한계에 가까워진 지금, 그 피해는 막대하다.’
실제로 바르간은 누군가가 뇌를 뿌리째 잡고 마구잡이로 흔드는 것 같은 착란을 겪었다.
전신의 신경은 고장 나듯 최대치의 고통을 선사하였으며 근육은 비틀어지기 십상이다.
“끄으으아아…!”
바르간은 이를 꽉 다문 채 마나를 끄집어냈고 이상 현상을 해결하려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바엘을 향해 권능과 마법을 퍼붓는 걸 멈추지 않았고, 바엘 역시 온몸이 망가져 가는 와중에도 온갖 마법과 기술을 쏟아 냈다.
처절한 전투.
향방을 알 수 없는 대등한 부딪힘.
‘조금만 더… 조금만…!’
바르간은 그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타이밍을 노렸다.
첫 번째 고유술식이 바엘의 시야에 간섭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며 발악했다.
그렇게, 내장이 모조리 터져 나갈 것만 같은 고통에 정신이 혼미하던 그 순간.
‘됐다.’
바엘은 바르간을 향해 정권을 휘둘렀고 그의 눈동자엔 한 여인이 비쳤다.
마치 우주를 담은 것만 같은 신비함. 그리고 만들어 낸 것처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바엘이 그리워하다 못해 애달파하는 여인의 형상이 앞에 나타났다.
『…살롬.』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바엘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바엘의 부름에 미소를 짓는 건 눈동자에 비친 살롬이 아닌, 그 뒤에 숨은 바르간이었다.
“겨우 제대로 된 빈틈이 생겼구나, 바엘.”
와그작!
순식간에 뜯어 먹힌 바엘의 왼팔.
그건 정말 ‘뜯어 먹혔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이빨 자국까지 남았다.
이윽고 전파가 불안정한 것처럼 지지직거리기 시작한 바엘의 몸. 잘린 왼팔부터 시작된 그 왜곡은 전염되듯 서서히 퍼져 나간다.
바르간 제3 고유술식.
허무(虛無).
영웅 헤일리온을 무너뜨린 그 술식.
역사상 최초로 초월에 오른 두 계열의 마법을 혼합시킨 궁극의 마법이 바엘을 노렸다.